소설리스트

비천색마-555화 (외전) (55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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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사천당가를 털어라

용봉지회가 끝난 지도 어느덧 두 달.

마지막 최후의 팔룡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자신의 별호를 반납했다.

그리하여 이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별호를 부르자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별호를 반납한 일룡과 육봉-아니 여섯 명의 꽃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행적이 확실한 자는 둘.

전, 폭룡 남궁패.

그는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산이 부맹주 자리에서 물러나고 가주 자리에서도 물러남에 따라 가주의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남궁세가의 상황은 다소 석연찮았다.

그는 대외적으로 용봉지회에서 아무도 구룡육봉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핑계로,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직위와 직함을 내려놓고 떠났다.

한창 현역인 그가 도망치듯 사퇴한 것에 많은 이들이 의아함을 느꼈고, 이에 따라 호사가들은 알게 모르게 뒷 사정을 살피고는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남궁산이 외부와 결탁했다거나 하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남궁산은 소위 명예롭게 은퇴했다.

남궁산이 마교와 혈교를 상대로 연계하고자 했던 모든 증거가 전부 무림맹과 황궁 양측에 보관되었기에, 남궁산은 앞으로도 감히 움직일 생각을 못할 것이다.

누구나 다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구나’하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무림에서 이름이 지워지기를 바라며 은퇴한 사람이니 다들 그러려니 했다.

대신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남궁패에게 모든 시선이 쏠릴 뿐.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었다.

과연 남궁세가의 원로들은 남궁패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리고 남궁세가의 여식, 남궁유린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안휘의 모든 이들이 남궁패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요동의 모용 세가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용란, 제 2차 가출.

지난 이봉결정전 이후, 그녀는 색마를 피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

모용세가는 성공적으로 용봉지회를 마치고 요동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웬 걸.

도착하자마자 모용세가에서 잔치를 열고 며칠 지나니, 모용란은 갑자기 하루 아침에 증발한 것이다!

혹시나 요동에서 대기하고 있던 빙색마인이 모용란을 노린 걸까? 하지만 빙색마인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면 또다른 색마가 머리를 들어올린 것인가?

사람들의 반응이 저마다 흉흉해지는 가운데, 모용세가의 가주는 공식적으로 당당히 모용란의 가출 이유를 선포했다.

“나의 여식은 남편감을 찾아 떠났소!”

가히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육화 중 한 명인 모용란이 남편감을 찾기 위해 직접 강호를 떠돌기로 결정하다니.

-감히 여인이 자기 남편감을 고른다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말이야!

-그래서 최후팔룡이랑 모용란이랑 붙으면 누가 이기는데?

-...모용란이 다 때려잡겠지?

-천무명이랑 남궁패 말고 다른 남자들 중에 누가 육화와 맞상대를 펼칠 수 있는가? 모용란의 맞수였던 남궁유린조차 최후팔룡보다 더 강하거나 비슷한 정도로 평가받고 있거늘.

라고 따지기에는 모용란이 보인 무위가 워낙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용봉지회에서 계속 성장했고, 감히 자신의 남편을 직접 고르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남편감을 원할까?

혹자는 말한다.

무공이 뛰어난 남자를 원한다거나, 학문적으로 성취가 뛰어난 남자를 원한다거나, 금전적으로 부유한 남자를 원한다거나, 그도 아니고 서로 마음만 맞으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남자를 원한다거나!

-육화 상대로 손자손녀까지 상상하는 사람들 망상이죠? 가출 왜 했는지는 뻔한 거 아니냐?

-천무명 만나러 갔네!

-가출이랍시고 천무명이 있는 곳에서 발견되는 거지. 뻔하네.

이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가 아닌가?

-천무명이랑 결혼하는 건 인정이지. 이전에도 이미 이야기가 있었잖아.

-근데 천무명이미 하북팽가의 여식이랑 결혼하지 않았나?

-아아, 모용 소저…!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님을 위해 떠나는 결단력! 존경스러워요!

-천무명 정도면 뭐...삼처사첩도 가능하지 않나? 어차피 여자는 출가외인이고.

-모용세가의 소가주가 살아있는데 굳이 모용란이 가주 자리를 이을 필요는 없지. 소가주보다 강한 무인은 차라리 다른 더 큰 유력 세가로 나가주는게 더 좋아.

여인들은 모용란의 기개에 감격하고, 남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모용세가의 선택에 대해 존중했다.

-아니 그래도 또 천무명이냐?

-이러다가 천무명이랑 엮인 여자들 다 결혼식 치르겠네!

-나중에 뭐 합동결혼식 같은 거 하는 거 아닌지 몰라? 젠장. 썩을 천가놈, 다 가져라!

결국 예상보다 빠른 모용란의 움직임에 모용세가에 혼담을 넣어보려던 유력 세가들은 전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게 생긴 꼴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이목은 최후팔룡(最後八龍)도, 육화(六花)도 아닌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천무명(天武銘).

스승의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의 이름을 지웠던(無名) 그는 무명(武銘)이라는 이름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새로운 이름을 알리기에는 이미 그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박혀버렸고, 천무명 또한 자신의 진명을 밝힐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천무명이라는 이름은 그의 이름이자 동시에 별호가 되었다.

용이 되지 못했지만, 푸른 하늘에 자신의 무위를 당당히 새겨 넣은 자.

혹자는 말한다.

-이미 하늘에서 내려온 용(天龍)인데 어찌 용이 되고자 할 수 있겠소?

이미 구룡보다 더 뛰어난 무공과 무위, 그리고 업적을 보였기에 그 누구도 천무명의 위상에 대해 부정할 수 없었다. 혹자는 그를 벌써 무림맹의 차기 맹주로 운운하며 설레발을 칠 정도였다.

천무명.

최후팔룡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인연이 깊다.

무명폭룡 남궁패는 그에게 패배했다.

모용란, 제갈선, 독고연, 혈소예, 이시아, 유설라.

이들 모두가 천무명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모용란을 제외한 모든 여인들이 소식이 뚝 끊겼다. 심지어 무림맹주의 딸인 독고연마저도 하남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인 건 천무명과 팽유월의 결혼식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천무명의 새로운 거처에 다들 함께 간 게 아니냐고.

이에 혹자는 화답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천무명이 그 많은 여자를 전부 다 가지는 건 너무 치사하고 더럽고 짜증나는 일 아니냐고.

이미 결혼한 유부남을 상대로 뒤로 여인들이 꼬이는 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반문하지 못했다.

“천무명 이 새끼,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 누구도 천무명이 어디에 사는지 알지 못했다.

* * *

천가장에 모두가 오고 며칠 사이.

나는 이형환위까지 사용하며 공사를 마쳤다. 틈틈이 만들던 건물의 뼈대에 살을 붙여 기어이 기초 공사를 끝냈고, 나무를 옮기고 붙여 여러 건물들을 만들었다.

"와, 이거 재미있는데?"

주로 혈소예가.

"언니 방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빙궁처럼 만들 수 있어?"

"그럼요. 빙궁 그림 좀 보여줄래요? 최대한 비슷하게 해드릴게."

혈소예의 혈사(血絲)는 나무를 세우고 기둥을 박고 돌을 깎는 등 만능이었다.

천가장에 다른 사람을 들일 수는 없지만 빠른 공사를 위해 혈맹월교의 인부라도 들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나로서는 다소 민망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곳, 천가장에는 빙궁이, 검각이, 호북당문이 수 일 사이에 바로 만들어졌다. 다른 이들의 집을 만드는 혈소예는 상당히 신이 나 있었다.

"왜 저렇게 신이 난 걸까?"

"나중에 서방님이랑 둘이서 하는 거, 옆에서 구경 좀 하게 해달라고 하던데요."

"......."

혈소예에게 있어 이곳은 관음의 천국이었다. 자신이 지낼 방도 미뤄둔 채, 그녀는 다른 이들의 집과 방부터 만들었다.

"소예야, 너 혹시 내가 다른 아내와 하는 걸 구경하며 자위하려고 일부러 집 빨리 만드는 거냐?"

"응! 오빠랑 언니들이랑 떡 치는 거 보고 딸 치려고."

"........"

혈소예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당연히 옆에서 구경하는 건 아니야. 그러면 언니들이 미안해해서 셋이서 하고 넷이서 하고 그러니까. 대신 그냥...구멍 하나 뚫어놓고 관음만 할게. 괜찮지, 오빠?"

"애들이 허락했다면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

"흐흥, 그럼 계속할게. 언니들, 이쪽도 좀 도와주실래요?"

혈소예의 움직임에 다른 아내들도 솔선수범하며 움직였다.

이시아가 천마신권으로 쓰러뜨린 나무를 독고연이 자르고, 그걸 혈소예가 혈사로 잘라 건물을 세웠다.

제갈선은 풍수지리와 온갖 진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가 잘 흐르는 집을 설계하고 구성했고, 현아는 세워진 집 터에 선기가 충만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의 흐름을 조정했다.

공사에 직접 돕지 못하는 여인은 두 명.

사공희와 팽유월.

둘은 조용히 비천각에 놓아둔 둘을 위한 침대에서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산후조리가 얼추 끝났다. 평범한 사람들은 산후조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둘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빨리 상공이랑 하고 싶어요....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할 수 없어요? 그럼 빨리 회복하면 되겠네요?

둘의 회복속도는 정말 무서웠다.

무림인의 신체는 무공을 익히는데 최적화되어있는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생명을 이어나가는데 더 특화되어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아직 아이가 걷지도 못하는 때에 어머니가 밖에 나와서 일을 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했기에, 나는 둘을 가만히 비천각 안에 모셔놓고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벼슬이냐?

벼슬이다.

'내 자식이고 내 아내인데.'

차별하는게 아니다. 나중에 다른 아내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 때는 팽유월과 사공희가 먼저 아이를 낳은 선배로서 그들을 도울 것이다.

천가장의 권력 순위가 어떻게 되는가.

아이들이 1순위이며.

임산부가 2순위이며.

임신 초기이거나 임신하지 않은 여인은 3순위이다.

나?

"......."

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의 아내이며 내 자식의 어머니인데, 4순위 정도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침대 위에서는 내가 0순위니까.'

* * *

그렇게 천가장에서의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늦은 밤, 나는 한 여인의 초대를 받았다.

“서희야?”

“서방님. 잠시 저와 긴히 이야기를 나눠주시겠어요?”

“얼마든지 말해라. 무엇이냐?”

당서희는 침대에 누워있던 내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더할 나위없이 진지한 얼굴로 내게 서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것은 무엇이냐?”

“서방님께서 그리시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방안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당가의 체질 개선과도 관련이 깊죠.”

“...허어.”

나는 당서희의 발칙한 계획이 적힌 서적에 숨이 턱 막혔다.

용봉지회가 끝나고 천하에 평화가 찾아오나 했지만, 당서희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아마 강호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혼란 정도가 아니라, 사천당가의 명운을 바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사천당가를 습격한다.

"적마 당이정과 연계하여, 사천당가의 비고에 있는 모든 독공에 대한 서적을 훔치고자 합니다."

가히, 분서갱유.

"서방님께서도 그곳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잘 알지."

가장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인공 천화가 있다. 걸리면 일반인은 3할은 죽는 아주 무시무시한 병을 자연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이 서책으로 정리되어있다.

"적마는 당가의 이면을 보았기에 가문을 등지고 마교에 투신했습니다. 그 이유는 서방님께서도 짐작하고 계시겠죠."

"마교가 천하를 지배할 때, 자신이 사천당가를 지배하고 당가의 비고를 불태워버리기 위함이 아니더냐?"

"맞습니다. 저 또한 당가에 큰 실망을 했었죠. 그러니...감히 서방님께 간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간청? 하하, 서희야. 네가 아직도 착각을 하고 있는 듯 하구나."

나는 당서희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부부 사이에 그런 건 간청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너 스스로도 나를 서방님이라고 부르면서 어찌 그렇게 저자세로 대하는 것이냐."

"하지만...."

"과거가 신경쓰여서 그런 것이냐? 그렇다면 전혀 신경쓰지 말거라. 그래, 정 신경이 쓰인다면...."

나는 당서희의 이마를 향해 검지를 뻗었다.

"네 몸을 중려신화정의 불꽃으로 한 번 정화하고, 환골탈태하여 새롭게 변한 당서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떠느냐? 마침 사천에 '그것'도 있을테니."

"서방님...."

당서희는 울먹거리며 내 검지를 잡아내려, 손가락 끝에 입술을 가볍게 붙였다.

"환골탈태하고 난 뒤에 처녀는...서방님께 꼭 진상하겠어요."

"하하, 진상이라니. 서희야."

나는 당서희의 볼을 검지로 꾹 눌렀다.

"그건 내가 응당 가져가는 거란다."

나, 그리고 당서희.

우리는 사천으로 잠시 외유를 나가기로 했다.

[작품후기]

외전1이 당가의 이야기인 이유 : 팬아트가 너무 예뻐서.

이론은 받지 않습니다. 땅땅땅.

[작품 설정]

<팬아트> 당서희

팬아트입니다!

'돈고춘' 님깨서 그려주셨습니다.

당서희입니다!

[작품 설정]

<팬아트> 당서희

팬아트입니다!

'돈고춘' 님깨서 그려주셨습니다.

당서희입니다!

[작품후기]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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