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11화 (41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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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색초야신공(比色初夜身功)

연희봉, 모용란.

육봉 중 유일하게 도를 쓰는 여인이며, 또한 검으로 유명한 모용세가에서 도술로 절정 고수에 이른 자. 도객들의 희망이자 차기 아무튼 도계(刀界)의 여신.

주변에서 응원하고 떠받드는 것처럼, 모용란은 자신에 대해서 막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검각에서 수련을 하며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언젠가 용봉지회에 다시 나가서 화려하게 날개를 펼칠 날을 상상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검으로 색마를 쓰러뜨리고, 멋진 남자와 혼약을 맺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모용란이라는 이름을 중원 전체에 널리 떨쳐, 요동 뿐만 아니라 모두가 '칼하면 모용란'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시대가, 주변 환경이 그녀를 쉽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색마에 대한 공포!

독고세가마저도 보호해주지 못했는데, 모용세가라고 오죽할까! 심지어 제갈 세가는 분가에 와백봉을 보냈더니 분가에서 색마에게 납치당하는 일이 생기더라! 강호의 의협은 다 죽고 색마밖에 없었고, 자신은 색마에게 노려지는 몸이 되었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꽃다운 나이에 그 미모를 널리 떨치지 못하고 면벽 수련을 해야한다니.

그러던 찰나에 모용세가에서 들려온 소식은 그녀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존 소가주의 직위 상실.

모용인이 소가주에서 물러남에 따라, 모용세가의 후계자 구도는 크게 뒤바뀔 수 있었다.

하나, 모용란에게 임시 소가주 자리가 넘어오는 것. 쌍둥이인 만큼 성별이라는 요인을 제외하면 모용란에게 소가주 자리가 넘어오는 건 크게 문제도 아니었다.

둘, 모용인의 무죄가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그가 소가주 자리를 되찾는 것. 무당파의 경우처럼 모용인의 명예가 완벽하게 회복되기만 한다면, 이 문제는 크게 신경쓸 것도 아니다.

셋, 직계인 둘이 소가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방계의 자식이 양자로 들어와 세가를 잇는 것.

이건 머리가 아파진다.

만약 방계의 남자가 양자로 들어온다거나 직계 자리를 꿰차게 되면, 가문에서 오랫동안 밖에 나와있는 모용란은 의도치 않게 출가외인이 되고 만다.

어느 쪽이든 모용란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였다.

최근, 모용란의 머릿속에는 무공의 발전에 대한 걱정, 언제 색마가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 가문의 상황에 대한 걱정, 벗에 대한 미안함 등등이 뒤섞여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던 찰나에 듣게 된 비색초야신공에 대한 수련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을 실타래처럼 헝클어뜨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용란은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뭉클.

"으, 으으…?"

생전 처음.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모용란은 양물을 움켜쥐게 되었다. 딱딱하고도 말랑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색한 감각에 모용란은 손을 당장이라도 떼어버리고 싶었다.

"좋습니다, 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여보세요."

왕소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저 가르쳐줄 뿐이었다. 홀린 듯이 나와서 잡은 게 문제였던 걸까?

"하아, 하아…."

모용란은 그저 숨을 참았다.

자신의 손짓에 따라 껌뻑거리는 양물을 볼 때마다, 속에서 정체 모를 가학심이 솟아나는 것에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남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색마에 대한 충격은 어제 있었던 일로 다소 줄어들었고, 모용란의 머릿속에서 관점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이건 그저 교본일 뿐이다.

사람이 아니라 실물일 뿐이다.

"......."

모용란은 마치 도를 어루만지듯 섬세한 손길로 손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리처럼 건 손가락을 짧게 움직이고, 한손으로 움켜쥔 손을 위아래로 빠르게 잡았다 내렸다.

"흐음…?"

"아, 아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남자분들이 이렇게 수음한다고…."

과거, 야우오협과 함께 여행하던 시절.

그녀는 색마들이 소위 수음을, 자위를 하는 걸 간혹 목격했다. 당시에는 같은 남자인 척을 해야했기에, 어디서 몰래 자위를 하더라도 스리슬쩍 웃고 넘어갔다.

어쩌면 그 때 했던 모든 행위들이 자신을 향한 성적 능욕이었을지도 모른다.

콰득.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으스러뜨릴 듯 잡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허어…."

장막 너머에서 남자의 한숨이 울려퍼졌다. 모용란은 자신의 손짓에 남자가 달뜬 숨을 내뱉자 짜릿함을 느꼈다.

"......."

탁, 탁탁, 탁탁탁.

어떻게 했지. 모용란은 기억을 되살려 빠르게 양물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강하게.

"란!"

옆에서 왕소현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모용란이 아래를 향해 강하게 손을 내린 순간.

푸슈우우우웃!!

천장을 향해 날아간 백탁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뚝 떨어졌다.

바로, 모용란의 위에.

"......어?"

모용란은 자신의 상체 곳곳에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마에 떨어진 뭔가는 눈썹 위에 망울져 눈꺼풀을 위에서 눌렀고, 하나는 인중에 떨어져 입술을 정 가운데로 타고 흘렀다.

"......."

말을 했다가는 입안에 들어올 것만 같은 상황.

"기다리세요."

왕소현은 바로 모용란의 얼굴에 묻은 백탁액을 손으로 닦아냈다. 그 손길에는 일말의 망설임과 거부감이 없었다.

"아…."

모용란은 왕소현의 손길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더럽다고 느낄 수도 있건만, 자신을 위해 손부터 뻗어주는 이 상냥한 손길에 그만 괜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수음으로 사정을 시키다니, 대단하군요. 란, 오늘은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세요. 이거로 닦고."

왕소현은 비단 손수건을 건넸고, 모용란은 자신의 얼굴과 손을 닦아내며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비틀거리며 강의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스릅.

자신도 모르게 혀로 훔친 입술의 위는, 왠지 모르게 달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냄새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의 비린내와 비슷하지 않았던가.

모용란은 혼란을 담은 채, 털레털레 방으로 돌아갔다.

* * *

"아까 그 아이, 누구냐?"

나는 왕소현의 수음을 받으며 질문했다. 그녀는 내 위에 거꾸로 올라타, 내 얼굴을 음부로 깔아뭉게며 위아래로 대답했다.

"'란'이라고 하는 아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모'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색마에게 당할 뻔 했던 이후로, 남장을 하고 다닌답니다."

"남장?"

남장 수준이 아니라 그냥 남자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잘 하더구나. 마치 남자가 어떻게 손으로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던 느낌이야."

"성에 대해서 조금 적의가 있던 아이였는데…."

"손길에 다소 폭력성이 드러나더구나. 복잡한 심경을 대딸로 풀려고 했던 것일 터. 무의식의 발현이다. 잘 신경써주거라."

아기색마는 자신을 붙잡은 손길에서 혼란과 고뇌를 느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너희들끼리 자습을 하도록 해라. 나는 또 외유를 나가야 하니."

"아…."

내 양물을 입으로 삼키려던 왕소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외출하시는 겁니까? 강의는요?"

"원래 출장이 잦으면 휴강도 잦은 법이야. 다음에 보강을 할 터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짝.

나는 왕소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손으로 때렸다.

"왜? 너도 궁금해서 그러냐? 빨리 마지막 강의까지 실습으로 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흐흐흐."

"그, 그게 아니오라…."

"강호에 검 쓰는 누님들은 다 뒤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 속설이 있던데, 딱 네가 그렇구나. 걱정말고 기다리거라. 나는 강요는 하지 않지만, 원하면 박아주는 남자니까."

"......."

왕소현은 묵묵히 내 양물을 입에 넣었다.

* * *

얼마 뒤.

"견희야. 우리 여행을 가자."

"저랑 단 둘이요?"

사공희는 내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검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주변에는 사공희 말고 아무도 없었다.

"그래. 너랑, 나랑, 단 둘이."

"와!"

그리고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듬직한 가슴이 내 몸에 닿았고, 나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꽉 잡은 다음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런데 왜요? 딱히 태극화보고 와달라고 한 경우도 없었는데. 어디 제가 모르는 곳에서 태극화를 초대하는 편지가 오기라도 했나요?"

"태극화는 아니고, 색마부인을 찾는 연락은 왔단다. 그냥 색마짓 하러 가는 거지."

"어머나. 그러면 이번에는 색마부인 견희가 나서는 거군요. 후후, 걱정마세요. 얼마든지 옆에서 조용히 지원해드릴게요."

사공희는 바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부비적거렸다.

"이번에는 또 누구를 범하시려고 그렇게 계획을 잡으세요?"

"딱히 범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가는 길에 주변에 누가 보이면 범하려고 하는 거지."

"에이. 상공이 설마 여자를 범하러 나가는 것도 아닌데 호북 밖으로 나가실 리가 없잖아요."

"......."

맞는 말이다. 사공희는 나에 대해 이미 훤히 꿰고 있었고, 어지간한 변명은 쉽게 통하지 않았다.

"다음 용봉지회가 열릴 곳을 잠시 둘러보고 오고자 한다."

"...하북이요?"

"그래. 하북."

사공희는 슬며시 나로부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하북, 하북이라…."

"싫으냐?"

"싫은 건 아니고, 그냥 뭔가 좀 그렇다고 해야하나…."

사공희는 노골적으로 하북을 꺼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북에 있는 세가 하나를, 그리고 그 세가에 있는 여인을 꺼렸다.

천하삼젖을 두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여자, 팽유월을.

"견희야."

"네."

"그래도 가슴 쓰는 건 네가 더 잘한다."

저질렀다. 애초에 각오를 하고 말했다. 사공희는 한참동안 나를 멍하니 처다보며 내가 한 말의 의도를 곱씹더니....

"...앗, 드디어 실토를 하셨군요!"

사공희는 내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달려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정확히는 한 손은 내 허리를 당기고, 다른 손으로는 내 양물을 붙잡았다. 영락없이 멱살이 붙잡히는 줄 알았는데, 양물이 잡혔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갑자기 공개를 하신 거죠?!"

"하나는 슬슬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리고 또 하나는 나중에 용봉지회 때 너희가 그 아이를 지켜줬으면 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뒷말을 삼켰다.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나중에 하북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러니 함께 하북으로 가자꾸나."

"시아랑 연이는요?"

"너한테만 특별히 먼저 이야기해주는 것이란다."

"특별히...."

사공희는 진실을 말해도 재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이시아는 화경이 되기 위해 서서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독고연은 큰 충격을 받고 꺼이꺼이 울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둘이서 같이 동맹을 맺고 착정할 터.'

혈마를 상대로 파천신검과 미래천마는 동맹을 맺고 나를 압박할 것이다.

그러니 나도 두 세력 사이에 첩자를 심어둬야했다.

정파에는 색마부인 견희라는 첩자를.

"색마부인으로 가는 거면 옷도 새로 챙겨야 할텐데...음…."

"아, 그거라면 내가 준비해둔게 있다."

이번 하북행의 주제는 질투심 유발.

아주 치졸하고 유치한 생각이지만, 나는 내 옆에 사공희를 두고 데리고 가는 것으로 그녀가 투기를 부리게 만들 것이다.

"이걸 입어다오."

"힉…."

사공희는 내가 꺼낸 천쪼가리에 식겁을 했다.

"이, 이걸 입으라고요?"

"물론 남들 앞에서는 위에 한 겹 외투를 걸칠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이것만 입고 있는 거지."

"그, 그래도…."

사공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옷을 자신의 위에 올렸다.

"가슴...옆이 훤히 드러나게 생겼는데요."

"그래서 좋아."

"상공이 좋으시다면 입기야 입을 건데…. 누구에게 과시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시죠?"

"......."

맞다. 정말 귀신같이 알아챘다.

"흐흥, 하북에 있는 분한테 제가 이걸 입은 걸 보여주시려고 하는 건가요…?"

앗.

"크,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사공희는 눈을 반쯤 감으며 내게 다가온 다음, 내 웃옷의 앞을 좌우로 열어 가슴에 입을 맞췄다.

쪼오옥.

아니, 강하게 입술 자국을 남겼다.

"후후, 좋아요. 언젠가 저도 자웅을 겨뤄봐야 한다고 생각은 했으니까. 색마부인으로서 아주 제대로 해드릴게요."

사공희는 내 옷깃을 붙잡고 겁박했다.

"천재가 직접 보고 배우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드릴게요."

"......."

사공희의 손에 붙잡힌 아기색마가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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