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68화 (36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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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비색선녀

뭐든지 상황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비색선녀가 누군지 파악했다고는 하지만, 다짜고짜 붙잡아두고 정체를 까발리게 할 수는 없다.

'둘 다 은근히 상황 만드는 거 좋아하지.'

여전히 소녀다움이 남아있는 독고연.

그리고 류서시보다 더 상황설정을 좋아하는 제갈선.

무림맹주와 군사라고 봐도 무방한 둘이 함께 조합을 이루고 있으니, 두 명이 일부러 비색선녀라고 자칭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색마 소탕.

검각주 왕소현이 호북 추색살의 대표인 만큼, 호북성의 색마들은 검각이 나서서 해결해야한다.

그래서 검각을 대신하여 나선 것이 바로 비색선녀이리라.

둘째는 가벼운 운동.

아무리 둘이 능력이 출중하다고 하지만 초절정과 절정 고수이고, 이번 사천에서 나타난 탈흑쌍마처럼 화경급 색마가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색마는 거의 없다.

아무리 호북이 색마 없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들, 고작 삼류에 불과한 표사도 술먹고 눈돌아가면 색마로 돌변할 수 있기 마련.

자청선녀나 금환선녀나 둘 다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니, 때때로 실전 감각을 익힐 겸 색마 퇴치를 나선 것이다.

-비색선녀? 아, 도움 받았고 말고!

-그들이 가장 최근에 잡은 색마라 하면...역시 비열호귀지! 일류 고수를 둘이서 단번에 제압하다니, 분명 절정 고수일 게야!

실제로 비색선녀들의 동선을 살펴본 결과, 둘은 철저히 일류 이하의 색마들만 제압했다.

'절정 이상 색마들은 여기 안 와.'

일류 이하의 색마들이나 호북에서 감히 색마 짓을 할 만용을 부리지, 절정 이상 고수들은 자기 목숨 아까운 줄 알고 호북을 피해간다.

-호북에 왕소현이 있다고?

-씁…. 섬서에서 날뛰더니 이제는 호북이냐?

-아예 검각이 호북에 엉덩이 깔고 앉았다던데? 그럼 호북 말고 다른 곳에 가자.

사람은 모름지기 명성을 널리 알려야 하기 마련.

호북에 검각주 왕소현이 있다는 말 하나 만으로 절정 이상 급 고수들은 호북을 피했다.

'그나마 초절정이나 화경급이면 내가 호북성 넘어오기 전에 내가 쳐죽이고 있으니.'

하북으로 가기 전에 한 번 호북성을 쭉 훑다가, 화경급 색마가 보이면 바로 때려죽이고 호북을 떠났다.

언제나 위기는 최소한으로 만들었고, 덕분에 호북은 역설적으로 일류 이하 색마들만 자주 출몰하게 되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비색선녀들이 몸을 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비색선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이들에게 도전하고자 하는 색마들이 하나 둘 늘어나지 않을까?

바로 여기에 세번째 이유가 있다.

굳이 비색선녀라는 이유로, 어차피 다 들킬거면서 월녀복을 입고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이유.

'색마에게 범해지고 싶은 거야.'

두 선녀는 색마에게 범해지고 싶어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공의 말씀이 옳아요."

나는 사공희와 단 둘이 잠시 산책을 나왔다.

우리가 온 곳은 곳은 무당파의 장문인만 들어올 수 있는 비고였으나, 사공희는 사실상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태극혜검의 계승자. 차차기 장문인. 백도제일화.

이미 무공은 무당파 장로들을 모두 뛰어넘었고, 장문인 급이라고 할 수 있는 초절정 고수 현철 도사와 현타 도사에 준하는 실력을 가졌다.

"언젠가 한 번 말씀드린 적 있는데, 저는 상공께서 바라신다면 얼마든지 색마에게 범해질 수 있답니다."

그런 사공희조차 색마에게 범해지는 것에 대해 이상한 낭만을 품고 있었다.

"색마에게 범해지듯이 거칠게 해달라는 말이더냐?"

"그것도 그렇지만, 그냥 서로 옷 벗고 침대에 누워서 거칠게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겠어요?"

"끙…."

확실히 맞는 말이기는 하다.

서로 입맞추고 애무하고 사랑을 속삭이다가 거칠게 하는 것과, 야외에서 강제로 옷을 찢어버리고 애무도 없이 냅다 박는 것은 천지차지였다.

"도대체 왜 둘은 그런 환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일단 금환선녀는 소재 때문이겠죠?"

"......취재라는 거냐?"

"높은 확률로."

제갈선이 금환선녀로 범해지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추측, 하나.

"색마에게 범해지는 내용을 구상 중인데,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런거겠죠."

"...하긴."

제갈선을 상대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천무명으로 대했으니, 나름 진중하고 예의바르게 성교를 나눴었다.

"그런데 아마 빙마랑 염마, 그리고 검마가 상공께 어떻게 범해졌는지 들었겠죠?"

"......."

염마. 돈을 주고 긴밤을 사놓고 먹고 튀었다.

빙마. 첫 만남부터 창고에 집어넣고 애무도 없이 남근을 쑤셔박았다.

검마. 검으로 제압하고 귀접으로 심검비무를 건 다음 나는 육체를 탐했다.

"......세 명 다 강간이군."

"시아가 그랬잖아요. 도대체 왜 셋 다 범해졌는데 다 사랑에 빠진 건지 모르겠다고."

"얼굴, 성격, 무공, 몸매, 재산, 남근."

"...맞는 말이긴 한데, 일단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비천여삼마가 셋 다 범해졌잖아요? 그에 비해 선녀동맹...풉...연이랑 제갈선은 그들처럼 범해지지는 않았죠."

"그러게?"

흑도의 사람을 상대로는 비천색마로서 거칠게 대했으나, 정작 백도의 사람을 상대로는 백도스럽게 행동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지금 바라고 있을 거예요. 제갈선이나 연이나, 둘 다 상공...색마에게 범해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거죠."

"이른바 호기심 때문이다?"

"상공과의 성교에서 배려가 사라진 성교가 어떤건지 몸으로 확인하려고 하는 셈? 그리고 상공도 나름 책임이 있답니다?"

"내가?"

도대체 내가 무슨 책임이 있단 말인가?

"비천여삼마들이 내가 너랑 하는 걸 부러워한다면 이해할 수는 있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애틋함을 느끼고 부러워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반대의 경우잖나."

"상황 설정극의 정수를 보여주셨잖아요. 연이 앞에서."

"내가?"

"류미아."

"...앗."

깨달았다.

"...동정호에서 류미아랑 왕소현이 교차로 와서 덮쳤을 때군."

그 때.

독고연은 왕소현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고, 나는 류미아를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다.

"류미아는 끝까지 저항했지. 다른 애들은 다 중간부터 쾌감에 무너지기 일쑤였지만, 류미아는 달랐어."

"지난 번 말씀을 기억해보자면, 하다가 천무명 공자를 찾았다면서요?"

"그래. 아주 요망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만큼 류미아가 상황 설정에 있어서 합을 잘 맞춘다는 말이었다.

그게 즉석에서 눈과 배만 맞추고 했던 행위임을 생각하면, 독고연이 그걸 보고 내심 부러워했을 거라는 생각이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선녀인가."

"네. 진짜 선녀들이잖아요? 선녀를 범한다는 환상으로 색마를 유혹하는 거죠."

"...선녀를 범한다. 크흐흐, 맞는 말이군. 선녀는 못 참지."

월녀복으로 일부러 야하고 문란하게 입는데다가 선녀화의 특징적인 요소를 부각한다?

강호의 모든 색마들이 선녀를 보러 올 것이리라.

"뭐...당사자들이 그걸 원한다면 어울려줘야지."

"나중에 저한테도 어울려주실 거죠?"

"그래. 그런데 괜찮겠느냐? 네가 바라는 거...그게 실현되면 너에 대한 평판이 많이 떨어질텐데."

"걱정마세요. 무당파 장문인이 혼자서 범해졌다면 모를까…."

철컥.

사공희는 양손에 쥔 검을 내게 겨눴다.

"무림맹주나 천마, 사천당가나 북해빙궁주나 검각주 같은 사람들도 비천색마에게 범해졌다고 하면 별로 타격이 크지는 않을 걸요?"

"...그래."

색마에게 범해지는 것은 흉이라고 할 수 있으나, 비천색마에게 범해지는 것은 영광인 시대가 올지어니.

"그러니까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그런 거 어때요? 무당파 장문인, 태극검후 사공희가 색마에게 범해졌더니 10개월 뒤에 아이를 낳았다더라!"

"...그것 참 침넘어가는 소리구나. 네 마음은 알았으니, 빨리 아이를 낳기 위해서라도 수련을 하자꾸나."

나는 검을 두 자루 들었다.

"오늘은 현허칠성검법(玄虛七星劍法)에 대해 배워보자꾸나."

"네!"

따로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지만, 장문인의 비고에는 무당파 상승의 무공이 남아있다.

"상공, 이 구결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는…."

나는 혈강시 시절, 무공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사공희에게 여러 무공들의 이론을 해석하여 설명했다.

"으음…. 아! 알 것 같아요!"

언젠가, 장문인이 된 사공희가 무당파 모든 무공을 활용하는 날을 꿈꾸며.

* * *

"그래서 걔들이 범하는 걸 원하면 범하려고?"

퍼억.

주먹에 파공성이 일었다. 나는 이시아의 주먹을 손등으로 흘려내며 공격을 피했다.

"추측이 맞다면."

"하여튼 내숭부리기는."

이시아는 두 선녀를 비웃으며 다리를 뻗었다. 내 옆구리를 정확히 노리는 돌려차기에는 힘과 함께 감정이 실려있었고, 나는 무릎을 들어올리며 돌려차기를 막았다.

"그게 매력 아니겠나?"

"백도 무림의 매력이지. 나 참, 그냥 개처럼 쑤셔박아달라고 살랑살랑 엉덩이 흔들면 알아서 때려박아주는데."

이시아는 내 명치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나는 좌우로 몸을 돌리며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수치심이라는 게 있지 않나."

"나는 수치심이라는 게 없다 이거야?"

"그거랑은 다르지."

파악.

나는 내 얼굴을 노린 주먹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큭!"

이시아는 남은 손을 비스듬히 세워 내 공격을 흘려냈다. 그리고는 손을 빙글 돌려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참 미안하네! 누구처럼 소녀스럽지 못해서!"

"나는 색을 밝히는 이시아가 더 좋은데."

"윽!"

이시아는 인상을 와락 찡글이며 나를 메쳤다. 나는 이시아의 엎어치기에 그대로 몸이 뒤집혔다.

"천마신공까지 동원하다니, 조금 화났나?"

"화 안 났거든!"

이시아는 적안을 반짝이며 내 위에 걸터앉았다. 나는 두 팔을 들어올리며 얼굴을 보호했다.

"그냥! 가서! 냅다! 박으란 말이야!"

"성리학적 관점으로서는 상당히 야만스러운 짓이군."

육욕만을 탐하는 것은 진정한 성교라고 할 수 없다.

"여인과 하는 건 등산과도 같지."

속궁합이 딱 맞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육욕에 의한 쾌감을 극상으로 얻으려면 정신적 교류 또한 이루어져야 하는 법.

"아무리 정상의 광경이 경탄할만하다고 해도, 산에 오르는 과정없이 정상만 도착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일방적으로 박고 싼다고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

"냅다 박고 싸기만 하면 끝은 아니잖나. 그치?"

"칫."

이시아는 내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으나, 나는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며 내 품에 끌어안았다.

"사람마다 서로 매력은 다른 법이지."

"그래, 그래. 내가 졌어."

이시아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가 한숨과 함께 두 손을 들었다. 나는 아래로 내린 두 손으로 이시아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젠장, 오늘 엉덩이 몇 번을 잡힌 거지?"

"13번."

"...그걸 또 세고 앉아있네. 14번 아니야?"

"지금 마지막 한 번은 네가 대주는 거니까."

안 잡히고 싶은데 몸을 피하는 것과 잡게 허락해주는 것은 다르다.

주물주물.

"천하에서 엉덩이로 제일을 가리라고 하면 네가 무조건 최고일 거다."

"그것 참 고마운 말이네. …...그런데 말이야."

이시아는 내 등허리에 팔을 휘감으며 더욱 찰싹 달라붙었다.

"선녀동맹 애들 상대로는 뒤로도...한다며?"

"큭?!"

이시아는 역으로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예상치못한 기습에 나는 당황했지만, 이시아는 내 발등 위로 살포시 맨발을 올리며 내게 더욱 밀착했다.

"그...뒤로 하는 거 좋아?"

"뒤로 하고 싶나?"

"......선녀동맹 애들이 호기심으로 색마에게 범해지기를 바란다며."

이시아의 정수리는 붉어져있었다.

"연이랑 할 때 위아래로 쑤시는 걸 안 본 것도 아니고…."

"괜찮겠나? 내 거근에 박히면 강제로 넓혀질텐데."

"애초에 보지도 넓혀졌는데, 뒷보지라고 안 될 것도 뭐 있어?"

"......."

적나라한 말이지만 동시에 아기색마를 자극하는 말이었다.

이 여자, 엉덩이는 어떨까.

"시아. 뒤로 하려면 준비가 엄청 많이 필요하다."

선녀가 아닌 여인과 뒤로 하려면 최소한 며칠 전부터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떻게, 천마께서는 뒤로 하는 거 관심이 있으신가?"

"...원래 뒤로 하는 거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너랑 하다보니까 뒤로 하는 게 좋아졌거든?"

"그래서?"

"앞으로 하면 다 받아들이기 힘들어도...뒤로 하면 뿌리까지 쉽게 삼킬 수 있지 않을까…?"

"......."

오히려 뒤보다 앞이 받아들이기에 쉽지만, 나는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

"글쎄. 그건 실험해봐야 알겠는걸."

"그래? 그러면 뭐부터 준비해야해?"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와."

뒤로 하는데 가장 정확하게 알고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내가 뒤로 하기도 전에, 선녀가 되기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쳤던 여인이.

"진가장의 서고에 가면 전문가가 있을 거다."

이 날.

이시아는 와봉 선생으로부터 후문개통의 진법을 교육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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