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62화 (362/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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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힐 듯 조여오는

우울해하는 이시아를 한껏 위로한 뒤.

나는 이시아를 내 품에 안고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단발을 고수하는 그녀의 머리칼은 여전히 어깨에 닿을락 말락 살랑거렸다.

"...내가 말이야."

이시아는 내 가슴에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투정을 부렸다.

"나도 조금 중원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단 말이지. 내 반려가 될 남자가 백도 무림인이 되었으면 어떨까했는데, 세상에. 세상에서 가장 변태스러운 남자가 내 반려가 되어버렸네."

"남자가 변태인게 뭐 어때서?"

혈소예는 말했다.

"내가 뭐 남색을 하거나 소아성애를 가지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잖나? 그저 남들보다 조금 과할 뿐이지."

"과한게 그거야?"

"그나마 조절하는게 이정도라 이 말이다."

혈마강림을 하는 순간, 나는 겉잡을 수 없어진다. 그건 염마와 빙마가 몸으로 받아내며 인정한 사항이다.

류서시, 염마, 빙마.

무려 세 명을 상대로 정을 토해내고 나서야 간신히 가라앉았던 혈기다. 그걸 한 명의 여인에게 모두 쏟아버렸다가는 상대가 복하사할 지도 모른다.

"내가 변태라도 말이다, 너를 사랑하는 변태다."

"나만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

"......."

나는 이시아의 삐죽 튀어나온 입술 위로 입술을 붙이는 거로 불만을 잠재웠다.

"그래서, 싫나?"

"싫은데 싫다고 하면 싫어하잖아. 이래서 반한 쪽이 지는 거라니까.... 으휴, 그 멍청이. 천마 자리 좀 잡아보겠다고 이런 상변태를 수하로 들이다니."

"누구?"

"소공녀 이시아."

그녀는 과거의 자신이 내린 선택을 향해 볼멘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수틀리면 일단 자지로 해결해보려고 하고, 나 하나로 부족해서 여자 여럿 들이기도 하고, 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눈독들이려고 하고. 천하에 이런 쓰레기같은 남자가 어디에 있어?"

"유구무언이로군."

"그러니까 감사하라 이거야. 과거의 이시아가 정말 큰 맘 먹고 현재의 이시아, 미래의 이시아에게 했던 말을."

이시아는 내 얼굴을 붙잡고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이런 쓰레기같은 남자를 사랑해주기로 한 여자, 중원 천하에 나 말고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까."

"보통은 나 말고 없다고 하지 않나?"

"그래야하는데, 젠장. 왜 자꾸 가는 곳마다 여자들이 반하는 거지?"

이시아는 내 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투정을 부렸다.

"여자를 강간하고 범하고 그러면 보통 '저 새끼 죽여버릴거야!'하면서 성을 내야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가는 곳 마다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어요!'하면서 반하는 거지? 도대체 뭐 때문에?"

"얼굴, 몸, 무공, 재산, 나는 모든 게 완벽한 자지."

빠지는 게 있다면 가문 하나 밖에 없지만, 그 가문 마저도 내가 직접 가문을 일구어나가는 중이니 옥의 티도 이제는 없다.

"완벽같은 소리하네. 네가 가진게 뭐가 있다고? 제일 중요한게 없잖아. 그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어?"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나한테 이시아가 있는데."

"내 자식."

"......."

기습도 이런 기습이 없다. 나는 내 쇄골에 입술을 맞추는 이시아의 머리를 헝클였다.

"너, 혹시 독고연이랑 둘이서 어떻게 하면 나를 꼴리게 하는지 연습하냐?"

"어머, 몰랐어? 서로 같이 배우는 거야. 나는 걔가 하는 여우짓 배우고, 걔는 뭐...."

이시아는 눈썹을 으쓱일 뿐이었다.

"그래서 싫어?"

"아니, 정말 좋다."

나는 이시아의 엉덩이를 잡아끌었다. 어느덧 그녀는 내게 엉덩이가 잡히기 가장 좋은 자세를 발견했고, 나 또한 안정적으로 이시아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의 안정을 가졌다.

모든 걸 가졌지만 가슴만은 가지지 못한 여자.

하지만 이제 나라는 남자를 가졌으니, 이시아 또한 완벽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내지마라. 천하에 가장 재능있는 여자 셋이 모였으니 서로 경쟁심이 생기는 건 알지만, 그래도 추월당했다고 억울해하지 마라. 누군가는 초절정의 극의에서 정체되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서 화경에 바로 올라갈 수도 있을테니."

실제로 이시아는 절정 고수에서 화경 고수로 올라가는데 불과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록 그 과정이 피로 얼룩지고 상처투성이의 삶이었지만, 그런 다사다난한 일을 겪는 것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올라가는 것이 훨씬 나았다.

미래천마는 어떨지 몰라도-

"내 아이의 어머니가 될 여인이니, 몸을 잘 아껴야 하지 않겠어?"

"......화경 되기 전에는 낳게해줄 생각도 없으면서."

"그래도 슬슬 가까워지지 않았나? 나랑 만나기 전에는 절정 정도밖에 안 되었잖나."

"야, 절정도 엄청 강한거거든? 무당파 장로들만 따져도 죄다 절정이었어. 초절정 딱 한 명 있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르지. 흐흐, 걱정마라.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가지만, 무림인의 육체 시간은 남들보다 훨씬 더디게 흘러가니까."

"노산 걱정은 하지 말라?"

"그런 거지."

"흐흐, 근데 어떻게 하지? 나는 욕심쟁이라서 자꾸만 조바심이 나는데."

어느새 체력을 회복한 이시아가 슬며시 허리를 들어올렸다. 나는 이시아의 입구에 양물을 맞추며, 천천히 나의 정기를 불어넣었다.

"일단 깨달음은 나중에 얻기로 하고...몸의 준비부터 해두는 게 좋겠는 걸."

이시아는 양물부터 집어넣고, 허리를 반듯하게 펴며 내 위에 올라탔다. 예전만 하더라도 가슴을 가리고 싶어서 부끄러워했는데-

"흐으읏."

...내가 추억을 회상하기 무색하게, 이시아는 바로 몸을 뒤집으며 뒤로 나를 흘겼다.

"너, 지금 내 가슴 보면서 첫날밤 생각했지?"

"아닌데."

목소리도 갈라지지 않았다. 떨림도 없었다.

"흥, 척하면 척이지. 보아하니 '아, 저 년 이제는 가슴 내미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하면서 속으로 살짝 실망한 게 다 보인다고."

"......아닐걸?"

기특하게 생각하지 설마 실망같은 걸 할 리가 있나.

"흥, 그냥 가만히 있어. 누구보고 엉덩이 제일 예쁘다고 했잖아. 그럼 계속 그거나 보지그래?"

"......."

확실히 예쁘긴 하다. 잘록한 허리와 대비되는 유선형 골반과 큼지막한 엉덩이는 몇 번을 잡고 주물럭거려도 질리지 않는다.

다만.

"시아 엉덩이는 여기도 예쁘네."

어쩌면 가장 부끄러워할 지도 모르는 곳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걸까. 아니면 내 양물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걸까.

"......핫?!"

이시아는 정수리까지 붉어진 채 몸을 뒤집으려고 했으나, 나는 곧장 상체를 일으켜세워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거 아나, 시아? 이 자세."

뭉클. 나는 한 손에 아담하게 들어오는 이시아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녀의 귀를 입술로 깨물었다.

"가슴 만지기 최고의 자세라는 걸."

"자, 잠깐, 나 지금 민감-"

찌걱.

나는 이시아를 아래에서 떠받치며 그녀의 마음을 밤새 다독였다.

* * *

새벽.

세 명의 마인, 비천여삼마는 주인의 호출을 받았다.

끼이익.

세 여인은 침을 꿀꺽 삼키며 굳게 닫힌 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소천마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강렬한 힘을 가진 여인이 어둠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눈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사락.

"비천여염마. 사천당문의 당서희가 소천마 님께 인사드립니다."

"비천여빙마. 북해빙궁주, 유설라가 소천마 님을 뵙습니다."

"비천여검마. 검각주, 왕소현이 소천마를 뵈어요."

세 명의 여인은 이시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미 자신들의 별호 앞에 '비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부터, 그들은 이미 소공녀를 차기 천마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래서 소공녀가 아닌 소천마(小天魔)다.

"만나서 반갑네. 이렇게 정식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인 것 같고."

사락.

이시아는 옆에 놓인 화로에 불씨를 피웠다.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불빛 사이, 세 명의 여인은 이시아의 모습을 보고 눈꼬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왜?"

이시아는 한껏 고개를 치켜들며 셋을 내려다봤다. 다리를 꼰 허벅지 사이, 검은 속옷 옆으로 비치는 물건은 세 여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

"소천마, 설마...."

"맞아. 지금 앉고 있어."

스륵. 이시아는 반대쪽으로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허벅지 사이로 무언가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고, 세 여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걸 당연히 바라고 있을테지?"

이시아는 손가락을 세워 허벅지 사이로 빠져나온 것을 살살 간질였다. 끝에서 투명한 밀액이 세어나와 이시아의 검지에 달라붙었고, 이시아는 그걸 넓게 펴바르며 상체를 숙였다.

"솔직히 건방져. 싫고, 짜증나. 내 남자라고 생각하는 남자를 독점하고 싶고, 다른 여자들이랑 나누기도 싫고, 그것도 하물며 하나같이 예쁘고 나보다 강한 여자들이랑 나누기도 싫어."

이시아는 속내를 대놓고 드러냈다.

"그런데 내가 천마가 되려면 너희들의 지지가 필요하네? 내가 진짜 고민을 많이 했거든? 그 새끼처럼 자신만의 십마를 구축할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하다가...."

스륵.

"내 남자가 내 꿈을 응원해주겠다고 하더라고. 나를 하늘로 올려보내주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내 남자가 천마인 부인을 원하다는데, 안 할 수는 없잖아?"

이시아는 다리를 살짝 좌우로 벌렸다. 그녀의 허벅지 아래, 검은 속옷에 딱 달라붙어있는 남근이 훤히 밖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당당히 요구할 거야. 무공도 약한 년이 남자 등에 업고 협박한다고 생각해도 좋아."

이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내 남자랑 얼마나 떡을 치든, 애를 낳든, 결혼을 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이거랑 떡 치고 애 낳고 결혼하고 다 할 거니까. 하지만-"

이시아는 남근을 손으로 꽉 붙잡으며 당당히 소리쳤다.

"천마는 나야. 그리고 다음 대의 천마도 내가 낳을 이 남자 자식이고. 불만있으면 색마의 여자답게 이거로 승부 보든지."

남자의 몸에서 일어나며 양물을 움켜쥐며 도발하는 소천마의 포부에 세 명의 여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무공은 당장 밀릴지 몰라도 보지로는 절대 안 져."

그리고.

"......어머, 진작에 이야기를 나눠볼 걸 그랬네요."

염마 당서희는 만족한 듯 활짝 웃었고,

"이 정도면 뭐...."

검마 왕소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안도했고,

"...일단 한 걸음."

빙마 유설라는 더 큰 욕심을 바라고 있었으나-

"""소천마의 명을 따릅니다."""

세 여인은 비로소 진정한 비천여삼마가 되었다. 세 마인의 충성을 약속받은 이시아는 씩 웃으며 아래에 덮어놓은 검은 천을 풀어헤쳤다.

"충성의 대가를 줘야겠지?"

"......."

남자는 의자에 묶인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알몸인 채로, 손은 의자 뒤로 묶여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 서열은 간단해. 나, 그리고 아래에 너희. 근데 너희끼리는 무공이나 나이나 그런 거 다 떠나서 이걸로 정하자고."

이시아는 남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씩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내 남자 꼴리게 만드는 대로 서열을 정할 거야. 알겠지?"

천가장과 진가장 공통의 규칙.

"여기는 제일 꼴리는 여자가 1등이라고. 알겠어?"

색마부인의 서열은 몸으로 정한다.

* * *

그 시각. 광동성, 하오문의 본거지.

"크흐흐."

"요즘 입이 귀에 걸리셨습니다, 문주님."

"그럼! 좋다마다. 집에가서 달달 볶일 일이 없는데 얼마나 좋은지 아냐?"

하오문주, 흑화랑은 싱글벙글 웃다가 표정을 바꾸며 단언했다.

"연사야. 너는 결혼하지마라."

"...네?"

"하지말라면 하지마. 알겠느냐?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

연사는 애매모호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들어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은 뒤로 흑화랑은 더 심해졌다.

"내가 이 남자 아니면 죽어버리겠다! 싶은 순간을 가장 조심해. 그 때가 인생의 첫번째 위기다."

"그럼 두번째 위기는 언제예요?"

"애 낳을 때. 그럼 이제 낙장불입인 거지."

"하지만 문주께서는 자제분이 무려 다섯 분이잖아요."

"그거야 이 몸의 능력이 한창 좋았을 때 낳은 거니까! ...나 넷인데?"

"이제 다섯이세요."

하오문주는 울상을 지었다. 연사는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사모님 호흡 소리가 조금 달라졌더라고요. 축하드려요."

"......후우, 아줌마가 체력도 좋아. 연사야, 무림인이랑 결혼하고 제일 조심해야하는게 뭐냐면 말이다."

"시덥잖은 소리를 하는군."

"!!"

흑화랑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연사는 급히 흑화랑의 뒤로 몸을 숨겼다.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다니.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저벅, 저벅.

검은 외투로 몸을 가린 중년인은 아무렇지 않게 흑화랑의 집무실에 발을 디뎠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린 삿갓을 들어올리며 정체를 보였다.

"오랜만이군, 낭인왕."

"......중원에는 무슨 일이시지?"

"섭섭하군. 그래도 내가 그대에게 아내를 엮어줬는데."

"......닥쳐라! 네놈이 그 날 네가 저지른 공을 내게 떠넘기지만 않았어도, 나는 그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어!"

흑화랑은 역정을 부렸으나, 중년 사내는 입꼬리를 피식 들어올리는 것으로 그를 무시했다.

"있을 때 잘해라. 괜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크흠.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중최미봉을 찾으러 중원에 나왔다."

"......그 정보의 시세가 조금 많이 높아졌는데."

흑화랑은 고개를 높이 치켜들었다.

"최근에 사간 사람이 천환단을 팔았지! 최소한 그 정도 가치있는 물건이 아니면 아니 될 것이야! 아무리 네가 천하삼강이라고 한다만, 나는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천하삼강은 아니고, 지금은 천하칠강 쯤은 되는데...아무튼."

흘리듯 말한 정보조차 놓치지 않는게 하오문주의 기본. 흑화랑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혈교의 교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좋아. 그러면 의뢰를 바꾸도록 하지. 나는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

"...누구?"

중년 사내, 혈교주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비천색마는 지금 어디에 있지?"

[작품후기]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