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354화 (354/568)

--------------------

못 찾겠다 꾀꼬리

당가에서의 꿀같은 휴식도 이제 끝.

"당가의 배려에 감사드리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소."

"소녀가 잘 인도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주님."

"서희야...크흑."

당서희를 비롯한 사천당가의 도움을 받은 우리는 이제 사천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괜찮겠느냐?"

"예. 걱정마세요. 탈흑쌍마는 저희를 붙잡지 못할테니까."

위험은 감수해야한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사천을 넘어, 호북을 거쳐 무림맹으로 가야한다. 당연히 당가를, 성도를 빠져나가는 즉시 우리를 노리는 무사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문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달려올 아미파 무사들.

탈흑쌍마를 비롯한 마교 대공자의 하수인들.

그리고 혼란을 틈타 유설라를 어떻게 해보려는 색마들.

온갖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는 가운데, 나는 당가를 떠날 모든 채비를 마쳤다.

흑발로 일단 가발을 쓴 유설라, 그리고 우리의 뒤를 따라올 당가의 여인, 당서희.

"천 공자, 가는 길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부탁하오."

당서희는 싱글벙글 웃으며 가문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화골산우진의 입구까지 배웅을 나온 당오독과 당건면은 포권을 취하며 우리를 배웅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기를 바라오."

"사천당가의 조상, 영령들이 여러분을 지켜줄 겁니다."

당가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이는 단 한 명.

당가의 다른 일반무사들은 정문에서 아미파의 무사들과 대치중이었다. 유설라와 천무명을 내어놓으라는 아미파 장로들과 그런 자들은 이곳에 없다고 대치하는 당가의 무사들은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질 정도였다.

"당가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소."

즉, 우리가 이곳에 있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당가에서 사라져 외부에서 발견된다면, 대부분 당가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 도주했겠거니 생각하리라.

'사천당가로 꽂히는 시선을 우리쪽으로 돌린다.'

애초에 당가에 모여든 시선은 당가에 숨어든 우리를 쫓는 것. 그러므로 우리의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우리를 추격하러 올 게 분명하다. 당가 안에 숨은 우리를 잡는 것보다, 당가에서 빠져나온 우리를 잡는 게 훨씬 더 쉬우니까.

"당가를 또다시 습격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모처럼 준비는 했는데 아쉽겠어."

"후후, 당가는 언제든지 적의 침입에 대항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우리는 사천당가가 습격을 당한다는 것을 각오하고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전에 가짜 검담을 동원하여 당가를 습격한 것으로 원동력을 잃은 마교는 탈흑쌍마만 동원했다.

놈들의 아래에 부대 단위의 마인이 있다고 해도, 당가를 다시 공격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럼...출발."

나는 용안을 켜고 사천당가의 비밀서고를 빠져나와, 두 여인을 데리고 함께 '동쪽'으로 달렸다.

아마 조만간 당가의 식솔들에 의해 알음알음 비밀통로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질테지.

'얼마든지 와라.'

백도는 살려보내고 흑도는 죽이리라.

* * *

사천과 호북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곳이다. 사천의 동쪽에 바로 호북이 있고, 호북의 서쪽에 바로 사천이 있다.

붙어있는 거리 또한 상당히 넓다.

또한 사천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목은 산세가 험하지 않은 곳으로 정해져있다.

이에 따라.

'동쪽'으로 간 것으로 추정되는 천무명과 유설라를 쫓기는 너무나도 쉬웠다.

"이랴, 이랴!"

천무명은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열심히 말을 채근했다. 하지만 말 한 마리가 마차와 사람 둘을 함께 끄는 것은 당연히 느려질 수밖에 없다.

다그닥, 다그닥!

뒤를 쫓는 기마는 빠른 속도로 마차를 앞질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말들 위에는 머리에 두건을 두른 아미파의 여고수들이 말 위에서 검을 겨누며 살기를 내비쳤다.

"크윽...벌써 쫓아오다니!"

"도망쳐도 소용없다!"

"앞을 막겠다면 힘으로-"

카--앙!

천무명은 검을 위로 들어올리며 날아오는 검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연분홍빛 검기를 휘날리며 마차의 앞을 가로막은 소녀는 마부석의 천무명을 향해 검을 겨눴다.

"멸색사태...!"

"아미파를 능멸하고 쉬이 도망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느냐?"

"큭...!"

천무명은 이를 갈며 마부석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아미파 장로들이 마차를 향해 검을 겨누며 다가왔다.

"순순히 포기하라. 지금이라도 포기한다면 용서하겠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죠."

"!!"

안에서 들려온 정체불명의 목소리.

그리고 주변을 전부 태워버릴 듯한 뜨거운 기운!

"염제!"

화르르륵!

마차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마차의 뚜껑이 단번에 위로 치솟아 폭발했고, 아미파의 무사들은 황급히 몸을 물렸다.

히히힝!

갑작스러운 불길에 말들이 놀라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류서시는 검풍을 일으켜 불길을 제압했으나, 불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퍼져나가며 아미파의 포위망을 뚫었다.

"염제 당서희! 어째서!"

"낭만을 돕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님을 돕기 위해."

마차 안에 유설라를 보호하듯 자리잡은 당서희는 붉게 물들인 깃털부채를 흔들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포기하세요. 당신들은 천 공자를 막지 못해요."

"크윽, 사술에 막히다니...!"

"장문인, 그리고 장로님들."

유설라가 마차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죄악감이 가득했고, 장로들은 유설라의 슬픈 얼굴에 마음이 미어졌다.

"아미파에 민폐를 끼친 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지금은...."

"아니, 모두 내 잘못이오."

마부석의 천무명이 유설라의 옆에 허리를 휘감으며 섰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소. 설라는 아무 잘못 없소."

"공자...."

눈물을 글썽이는 유설라를 향해, 천무명은 예고도 없이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

아미파의 추적대가 눈을 크게 뜨며 기겁했고, 마차를 이끌던 말은 투레질을 하며 다시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염장질하장(炎長窒霞障)!"

부채를 높이 치켜드는 당서희의 선술에 의해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아미파의 장로들은 불길이 치솟은 마차 뒤로 입을 맞춘 채 사라지는 천무명과 유설라를 향해 허탈하게 웃었다.

"......이거, 아미파의 면목이 없군."

"사천당가에 따지겠습니다!"

"되었다. 일을 크게 벌릴 필요는 없으니."

류서시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젊은 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데 우리들이 주책맞게 나설 일은 아니다."

류서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그래. 적어도...."

"장문인!!"

뒤에서 급히 장로 한 명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큰일입니다!"

장로의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아미파가 습격당했습니다!!"

* * *

"꺄아악!"

아미파의 여제자, 정자사태는 우악스러운 검기에 검을 놓치고 바닥에 쓰러졌다.

"약하구나! 또래 중에서는 제법 강해보이나, 약해!"

"형님, 이 녀석 우는데요?"

아미파의 중심에 선 탈흑쌍마는 낄낄거리며 아미파의 여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암기와 흉수로 협박하여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니, 그 수가 무려 300명이 훌쩍 넘을 정도였다.

"멍청한 아미파 놈들. 고작 삼존녀만 남겨두고 떠나다니."

"삼존녀들 상태 보셨습니까? 크으, 젊어진 거 보니까 부럽습니다."

"아서라. 안에 들어있는 자들은 전부 노인네들이다. 포장은 바꿔도 속은 바꿀 수 없지. 바로 나처럼."

중년 사내는 입꼬리를 비틀며 모든 아미파의 무사들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너희들은 인질이다!"

"뭐...라고?"

"너희들을 인질로 삼아 빙백봉 유설라를 찾을 것이다!"

탈흑쌍마의 엄포에 아미파 무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빙백봉이 온다고?"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도망을 쳤는데."

"나같으면...모른척하고 도망갈 거야."

탈흑쌍마는 여인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입꼬리를 씩 비틀었다. 그리고 그들은 눈빛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안 오면 배신감을 느끼겠지.]

[한 절반 죽이고 난 다음, 빙마라는 걸 밝힙시다.]

[그럼 아미파에서 탈흑쌍마보다 일의 원흉인 빙마를 더 원망하겠지.]

탈흑쌍마는 아미파 습격을 계기로 유설라의 실체를 알리려고 했다!

빙백봉이 오면 빙백봉을 잡고, 빙백봉이 오지 않으면 빙백봉 뒤에 있는 빙백봉의 실체를 파헤친다.

"자.... 빙백봉이여, 어떻게 할 겐가."

사랑에 눈이 멀어 도망친 여인에게 이지선다의 선택지가 걸렸다.

자신의 사랑만을 찾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와 협을 가지고 자신을 버리고 핍박한 문파를 구하러 다시 사천으로 돌아올 것인가?

"나이 든 어른들이 힘겹게 돌아다니면서 쫓아다닐 필요는 없지. 껄껄껄!"

"형님, 그동안 아미파 여인들의 모발이나 조금 모아봅시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래, 그래."

철컥.

탈흑색마는 날이 무딘 칼을 꺼내며 비릿하게 웃었다.

"네, 네 이놈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너희들의 털을 모두 가져가겠다!"

"터, 털이라고?! 하! 어리석은 놈들! 우리 비구니들은 머리에 털이 없느니라!"

"푸하하하하하!!"

탈흑색마는 광소하며 면도칼에 검기를 불어넣었다.

"다리도 있고, 겨드랑이도 있지 않느냐? 몇몇은 거기에도 털달리기도 하지만 뭐 그런건 별로 관심이 없고."

"우리가 털달린 여인들은 싫어해서 말이야."

탈흑색마. 그들을 대변하는 단 한 마디가 있다면, 이상성욕이리라.

"일단 눈썹부터 밀어볼까?"

"흐흐흐, 비구니들도 참 웃기다니까. 머리는 밀면서 왜 눈썹은 안 밀어버리는 거지?"

"아, 아아...."

아미파 승려들이 하나 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사천에서 호북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객잔.

우리는 류서시를 비롯한 아미파 추격대를 뿌리치고 객잔에 머물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휴우, 고생많았다."

"으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입을...."

유설라는 아직도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부끄러워했다. 마치 숫처녀와도 같은 반응을 보여 조금 어처구니가 없기는 했지만, 부끄러워하는 여인의 모습은 아기색마를 발깃하게 만들었다.

"새삼스럽게 뭘."

"그러게요. 밤일 할 때는 물고 빨고 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지도 빨고 그러는데."

"...서희. 모처럼 감상에 젖어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감상? 하, 가슴을 애무받고 있으면서 그런 얘기가 나와요?"

당서희가 당가에 보낼 편지를 작성하는 동안 나는 유설라를 인형처럼 내 품에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유설라는 유설라대로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뜨겁고 우람한 물건에 엉덩이를 비비고 있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모처럼 색마들이 멍청하게 쫓아오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일부러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했고, 일부러 뭉그적거리며 추적대가 우리를 쫓아올 시간을 만들어줬다.

'근데 생각보다 늦네.'

아미파가 아닌 탈흑쌍마가 찾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정작 사람이 오지 않는다.

"설마 벌써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대공자의 명령을 받았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쓴다거나?"

유설라와 당서희도 머리를 함께 맞대고 탈흑쌍마의 행동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똑똑, 똑, 똑.

문 밖에서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유설라를 내 옆에 앉혀놓으며 애틋하게 서로 손을 잡았고, 당서희는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냐."

"당가에서의 급보입니다."

우리가 머문 객잔은 당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으로, 객잔주인은 당가의 무사였다.

"급보라니?"

"아무래도 사천에서 출발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한 것 같습니다. 아미파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벌떡.

나는 유설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일으켜세웠고, 유설라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미파에요?!"

"예.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탈흑쌍마가 아미파를 점거했습니다. 그들은 아미파의 어린 제자들을 인질로 삼고 농성중이며...빙백봉을 찾고 있습니다."

"호."

절로 감탄이 나오는 계략이었다.

"네가와라?"

"...알겠다. 일단 너는 사람을 꾸려 마차를 호북으로 출발시켜라."

"예!"

객잔주인이 떠난 사이, 우리는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이대로 도망가면 빙백봉 유설라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나락으로 떨어지겠군."

"여차하면 전부 다 까발릴 수 있어요.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빙마인게 드러난다거나 하면...."

"그럼 천무명도 낭만협객이 아니라...그냥 바보가 되어버리는 셈이네요."

그럴 수는 없지.

"가자."

"네? 천무명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니지."

천무명, 유설라, 당서희는 호북으로 마차를 타고 서쪽으로 떠났다.

"그들이 소식을 들은 건 호북에서. 탈흑쌍마가 제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떻게요?"

"간단하지."

우둑, 우두둑.

나는 육체를 바꿨다. 그리고 양손에 빙젖과 화젖을 붙잡으며 창 밖을 향해 허공답보로 날아올랐다.

"검담의 출격이다."

비천검담의 쌍검은 얼음과 불로 이루어져있다.

[작품후기]

아래는 일러 관련 이야기입니다.

1.러프화는 이시아가 아닙니다. 중단전을 좀 더 키울까 고민은 했는데 이것도 예뻐서 그냥 둡니다. 설정에 문제가 되는 정도는 아니라서요.

2.현재 표지 러프화는 기존 2D일러레 분과 다른 분입니다.맞바람은 아닙니다. 그저 작업일정이 밀리시다보니...

3.기존 2D일러레 분은 팽유월 작업 중이십니다. 하북쪽 이야기 시작되면 강호의 도리와 함께 등판합니다.

4.기존 반실사 일러는 이제 고퀄리티 2D일러로 대체될 예정입니다.(처라인) 고민이 조금 많았는데...아무튼 지금부터는 2장 이상 나오면 처입니다. 근데 나중에 가면 3/2/1/0으로 또 나뉠 수 있을...지도?

5.일러는 독자 여러분이 좋아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관성적으로 주문하게되네요. 여러분의 후원쿠폰은 제 커피값과 일러스트 주문 비용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줄요약>

1.이시아 일러는 완성되었는데 미공개중

2.작업중 = 팽유월,♡♡♡

3.반실사(3D)는 미국갔습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