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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336화 (33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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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파에 드리운 음모를 파헤쳐라

아미파의 상황에 대해 파악한 나는 일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

내가 사천에 와서 해야할 일은 크게 두 가지.

대공자에게 시비를 걸어 정면에서 들이받는 것.

그리고 부가적으로 아미파를 방문해 류서시와 해후를 나눈 뒤, 그녀의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 청성파에 방문하는 것.

그런데 류서시를 만나자마자 대공자의 계략을 정면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내 정체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류서시는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로 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나 남들이 들을까봐 염려하여 그런 것이리라.

류서시의 검법과 내공은 상대하는 색마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해진다. 그녀는 용봉지회 때보다 나를 상대하며 더욱 강해졌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다.

"나는 네게 내 편이 되라고 하지 않겠다. 검각에서처럼, 이봉결정전의 그 날 처럼 정면에서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더라도 맞서 싸우겠다."

"...그러다 설령 제 손에 죽게 되더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색마와 멸색사태가 전장에서 만나 싸운다면 결과는 간단하지. 멸색사태가 이긴다면 색마가 죽고, 색마가 이긴다면 멸색사태는 또다시 범해지는 것이다."

"...읏."

류서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저를...나를 남들이 보는 앞에서 범할 생각이냐?"

"그렇다."

거짓이 아니다. 내 아이를 낳을 여자가 아니라면, 최소한 진가장에 들어올 여인이 아니라면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여인의 다리를 벌리게 하여 범할 수 있다.

동정호의 강탈해로부터 그의 약혼녀와 정인을 범했던 것처럼, 나는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장에서의 이야기고...."

나는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참회동의 철창 안으로 양물을 밀어넣었다.

"나는 그대를 아직 벗으로 생각한다."

철창의 사이는 팔도 안팎으로 내밀 수 있을 만큼 넓었고, 류서시의 팔뚝만한 내 양물도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친구의 곤란을 보고도 넘어갈 수는 없지."

"...친구라."

류서시는 허탈하게 미소지었다.

"내가 이걸 받아들이면 우리 문파의 원로들은 색마에게 범해지는 건가?"

"물론. 그들은 진리를 깨닫고 해탈할 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고리타분하고 낡은 전통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따라가야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미 방법은 구상해뒀다. 모든 것은 유설라와 류서시에게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아미파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설계해뒀다.

"만약 네가 아직도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지마라."

"...이런 거, 협박이 아닌가?"

"협박이지."

나는 남근에 살짝 힘을 줬다. 당장 나와의 야합을 받아들이라고 그녀를 채근했다.

"네가 범해진 것으로 그들이 협박을 했다면, 그들 또한 범해진 여인들로 만들어 협박하겠다. 물론 그들을 범해 류서시를 풀어주라는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아. 모든 업은 내가 가지고 가겠다."

"......정말, 당신은."

류서시는 고개를 푹 숙이며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잠시 몸이 들썩거리길래 나는 가만히 그녀가 마음을 달랠 수 있도록 기다렸다.

"......한 때, 나는 부처님의 앞에서 맹세하였습니다."

류서시는 아기색마의 앞에서 고해하기 시작했다.

"이 더럽혀진 몸뚱아리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제자들을 위하는 일 밖에 없으니,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진창에 구르겠다고."

사락.

류서시가 철창 사이에 고개를 내민 아기색마를 어루만졌다.

"단. 명심하십시오. 벗이 아닌...전장에서는 당신을 꼭 제 손으로 쓰러뜨리겠습니다."

"얼마든지."

츄릅.

류서시는 내 아기색마에 입술을 맞추는 것으로, 나와의 야합을 받아들였다.

아미파의 미래와 머리를 구하기 위해.

"하아, 색마 자지...."

그녀는 색마의 협박에 굴복했다.

* * *

파문!

감히 일개 제자 따위가 원로들의 앞에서 당당히 밝힌 의견에 대해 원로들은 큰 충격을 받고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맹랑한 것! 보셨습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파문시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중간부터는 아예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으으, 용서할 수 없습니다!"

"파문시킵시다! 어디서 굴러먹던 것인지 몰라도, 육봉이고 나발이고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 자를 아미파의 대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아, 저희 때는...!"

원로들은 유설라의 행동에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무례함을 넘어서 소위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오히려 공격심만이 가득한 적의어린 눈빛은 같은 문파의 선배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고작 머리카락 때문에...!"

"어쩌면...머리카락 때문이 아닐 지도 모르지요."

원로 중 가장 높은 단상에 위치한 여인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눈가에 주름이 진 노인들은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나이가 들어보이는, 하얀 눈썹이 성성한 노인들이었다.

"강호의 풍문에 따르면 유설라는 한 청년을 마음에 품었다고 합니다."

"다들 한 때 똑같은 일을 겪었지요. 마음에 품은 이가 있어도, 머리 때문에 쉬이 다가가지 못했던 아픔을."

"본 삼존녀(三尊女) 또한 유설라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젊은 날의 치기는 그 나이대의 여인들이 보이기에 충분한 혈기지요."

세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유설라를 두둔했다.

"하지만."

"일개 무인이 스스로 파문을 운운하는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본 삼존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겠군요."

원로 중의 원로들이 나섰다. 전대 장문인과 같은 항렬에 준하는 대원로로, 그들은 당대의 장문인 류서시마저도 쉽게 대항할 수 없는 아미파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유설라,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잠시 관음보살의 앞에서 참회하라고 하였습니다. 불도를 전혀 익히지 않은 자가 과연 참선을 제대로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참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미파의 법도와 규칙으로 다스려야지요."

"후훗, 예전에는...검으로 머리를 직접 자르기도 했답니다."

"오랜만에 제 난피풍파검이 두피를 보겠군요."

삼존녀가 몸을 일으키자, 모든 아미파 원로들이 함께 몸을 일으켰다.

권위에 도전하는자에게 다시는 머리에서 두건을 풀지 못하게 만들 운명을.

"갑시다. 유설라를 진정한 비구니로 만들기 위하여."

원로들이 원로원을 나선 순간.

"큰일났습니다!"

아미파의 장로 한 명이 급히 달려와 부복했다.

"유설라가 사라졌습니다!"

"!!"

아미파 전체에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원로들은 급히 유설라가 사라진 흔적을 찾아나섰고, 그들은 그만 발견하고 말았다.

"이, 이런 망측한...!"

이미 유설라는 사라져 있었고, 그녀가 벽에 남긴 말 만이 검흔으로 아미파 벽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 * *

일 각 전.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는데."

해우소에 가겠다며 잠시 빠져나온 유설라는 빙백신공에 천마신공까지 일으키며 아미파 무인들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

아직 아미파와 아미산을 빠져나간 건 아니지만, 유설라는 잡힐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 여차하면 나를 버리고 먼저 도망가도 좋다. 내 안위보다 네 아름다운 백발이 더 소중하니.

"......."

유설라는 자신의 머리칼을 손으로 꼬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아내가 부군을 두고 먼저 도망칠 수 있으랴! 유설라도 어느덧 초절정의 극의에 이른 만큼, 그녀는 아미파에서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아미 삼존녀.'

아미파 원로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고 항렬이 높은 존재로, 이번 '탈모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셋이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 현역 장로들을 뒤에서 부추기며 입만 뻥긋이며 시키는 자들. 그들은 아미파의 규칙과 규율을 강요하며 유설라에게도 머리를 자르라고 말했다.

"...죽어도 안 되지."

설령 천마신공을 드러내며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유설라는 그들과 맞서 싸울 것이다. 유설라는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말아 자신의 옷 속, 가슴골 사이에 밀어넣으며 단정히 정돈했다.

"그럼 슬슬 오실 때가 되었는데-"

"정확하구나."

유설라는 약속 장소에 금방 나타난 남자를 향해 싱긋 웃었다.

"저 혹시 아미파랑 전면전으로 싸우나 했어요."

"전면전으로 싸워야지. 단, 무공이 아니라 명분과 여론으로."

당장 삼존녀를 범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범하기에 앞서, 나는 대공자의 계략을 제대로 엿먹이기 위해 몇 가지 사전 작업을 펼쳐야했다.

"설라, 이번 작전을 시작하면 더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괜찮겠나?"

"괜찮아요.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니까."

"그래. ...시작해라."

유설라는 검을 뽑아 아미파의 벽에 검을 휘둘렀다. 깔끔하고 선이 곧기로 유명한 빙백신검이 마치 살얼음이 낀 겨울의 강 위를 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끝났어요."

유설라는 아미파의 벽에 당당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검흔으로 남겼다. 문구는 내가 선택한 것으로, 누구보다도 원로들의 마음을 울리게 만들 것이다.

"후우.... 조금 더 다른 문구를 선택하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왜? 아미파 원로들을 설득하기에는 딱 좋은 문구가 아니더냐."

"...이걸 제가 적었다는 게 그렇잖아요. 조금...나이들어 보이지 않아요?"

"왜? 너 나이 어차피 많ㅇ-"

사아아아.

나는 북해의 한기를 느꼈고, 그녀를 안고 달리는 동안 삐친 그녀를 어루만지고 달래야만 했다.

* * *

"......."

참회동의 안.

류서시는 홀로 자신 몫의 방에 누워 달뜬 몸을 달랬다.

"...으으."

이미 아미파 내에서 몇 번 살을 섞었지만, 이렇게 참회동의 안에서 참회는 커녕 더 깊은 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었다.

"죄송합니다, 관세음보살이시여."

류서시는 자세를 다잡고 관음보살의 상 앞에 기도를 올렸다.

"저는 제대로 된 불자가 아닌 듯 합니다. 아미파의 장문인이라는 여인이...아직도 색욕을 떨쳐내지 못하다니."

류서시의 눈에 맺힌 눈물이 아래로 주룩 흘러내렸다.

"색욕을 참으려고 하면 더욱 몸이 달아오르게 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관음보살상은 그저 류서시를 지긋하게 바라보며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색욕에 고뇌하고 번뇌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런 고민의 과정이 결국 부처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류서시의 개인적인 욕망이 담긴 자체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관음보살은 모든 것을 바라보는 존재.

류서시의 태어난 순간부터 처음을 잃는 순간, 그리고 욕망을 참지 못해 아미파를 벗어나 색벗을 찾아나서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을 지도 모른다.

만약 관음보살이 자신을 보게 된다면 호되게 혼을 내릴까, 아니면 용서하실까.

"참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류서시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철창을 사이를 두고 몸을 뒤로 쑥 빼며 푹푹 쑤셔박는 행위를 관음보살상 앞에서 저질렀으니, 이 어찌 불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았는 걸요...!"

류서시는 스스로의 얼굴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배덕감과 쾌락이 몸을 지배하고 나서 절정의 여운을 즐기고 나니, 남은 건 아미파 장문인으로서 관음보살의 앞에서 쾌락에 울부짖었다는 짙은 자괴감 뿐이었다.

끼이익.

멀리서 참회동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류서시는 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사부님!"

"...정자 왔느냐."

두건을 꽁꽁 눌러쓴 채 류서시를 찾아온 정자 사태는 다급한 목소리로 손에 든 열쇠를 찰랑거렸다.

"빨리 나오셔야합니다!"

"으, 음...?"

지금? 류서시는 제자의 다급한 손짓에 몸을 일으키려다 주저앉을 뻔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아, 아니다. 오래 앉아있어서 다리가...조금 저린 것 뿐이니."

류서시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은 뒤, 천천히 벽을 짚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참회동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는 평범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소란이더냐."

"유설라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원로분들이...!"

"......! 설마 설라의 머리를...?!"

웅성웅성.

류서시는 제자들의 갈라지는 인파 사이를 당당히 걸으며 벽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유설라의 설화난영의 흔적이 역력한 글씨가 남아있었다.

- 사랑을 찾아서, 여인의 삶을 찾아서.

"아...."

유설라의 말은, 아미파 여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말이었다.

[작품후기]

중원 하늘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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