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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
전투는 끝났다.
당가의 무사들은 습격자들을 마비시켜 철저히 거세하고 다녔다.
“끄아아악!!”
“당가를 범하려고 했으면 범해질 각오도 해야지. 범하는 대신 앞으로 영원히 색마 짓을 못하게 만들어주마.”
당가의 무사들은 본격적으로 독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양물을 잘랐고, 누군가는 양물을 놔두고 고환을 잘랐다. 그게 양반이었다.
“한 시진 뒤에 관아에서 너희를 잡아간다고 하더구나. 한 시진 동안 네 놈의 피를 받아 독약의 재료로 쓰겠다.”
“내가 새로 조합한 독을 맛보거라. 하반신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을 일으키는 독인데, 언제 발병하는 지 나도 몰라. 껄껄!”
“내 응기익침(應氣謚針)의 효능을 시험해보자꾸나.”
방화를 저지른 습격자들에 대해, 사천성주는 당가를 배려했다.
죽이지 않았으니 당가의 사람들을 살인죄로 처벌하거나 과잉대응으로 벌을 내릴 수도 없었고, 방화의 규모가 제법 커서 관은 오히려 당가의 편을 들고 싶을 정도였다.
한 시진 뒤에 관병들을 동원하여 모두 체포하리다.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천성주는 결론을 내렸다. 당문은 주어진 한 시진 동안 사로잡은 습격자들을 통해 피의 복수를 자행했다.
“......제법 강하군, 녀석들. 내가 안 나서도 되겠어.”
소녀는 멀찍이 당가를 내려다보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뒤에 검은 무복을 입은 자가 착지했다.
“확인은 끝났습니다. 불꽃을 다스린 자는 당서희입니다.”
“뭐? 서희가? ...나설 줄 몰랐는데. 의외군. 역시 핏줄이 중요하지.”
소녀는 엉덩이를 털며 몸을 일으켰다.
“하여튼 마교 새끼들은 말이야, 정도를 몰라요. 정도를. 나 때는 말이야, 감히 당가 근처에 백 장을 가까이 다가올 생각을 못했단 말이야. 쯧쯧.”
“...예진 어르신."
"뭘 새삼 이름으로 불러?"
'어르신'이라고 불린 소녀, 예진은 손을 흔들며 자리를 벗어났다.
"독선 이름은 어디 개나 갔다줬니? ...아 참."
소녀, 당예진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선기랑 마기랑 죄다 뒤섞였던 그 이상한 놈, 지금 어디로 갔어?"
* * *
'월영성희검(月影星熙劍)이라.'
내가 알고 있던 이름과는 다르지만, 마검비이자 검각주의 무공임은 틀림없었다.
사락.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기가 반짝인다. 검의 궤적은 마치 반달을 연상케했고, 검이 지나간 궤적은 밤하늘에 걸린 별처럼 반짝였다.
환검(幻劍).
화산의 검이 매화속에 검로를 숨긴다면, 검각의 검은 달빛에 검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본 순간, 이미 검은 내 급소의 지척까지 닿아있었다.
카앙-!
나는 아래로 늘어뜨린 쌍검을 반듯하게 세워 검을 가로막았다. 내 시선을 어지럽히던 별빛은 아지랑이처럼 흩어졌다. 나는 검강으로 이루어진 쌍검을 지긋이 누르며, 마검비와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거리를 좁혔다.
"환검 상대해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칫...!"
마검비는 뒤로 거리를 벌리며 몸을 빙글 돌렸다. 수평으로 돌아가는 검이 정확히 내 목을 긋기 위해 반원을 그렸다.
이번에는 참격(斬擊). 나는 이 일격을 통해 마검비의 검기를 새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마검비의 검은 베는 것에 특화되어있다. 그녀의 초격이 내 남근을 잘라버리려던 참격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 목을 날리기 위해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어림도 없지!"
나는 검 한 자루를 비스듬히 놓고 검을 튕겨올렸다. 마검비는 공격이 실패하자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쌍검수가 일검수의 검을 한 자루의 검으로 튕겨올린 이상, 검을 회수하기 전까지 누가 더 유리해지는 지는 자명하다. 나는 마검비의 어깨를 향해 검을 찔렀다.
사락.
외투가 잘렸다. 상처없이 옷만 잘렸지만, 인상을 더욱 찡그리는 건 마검비였다.
"이 놈이...!"
나는 정확히 옷만 잘라내려고 했고, 실제로 마검비의 어깨는 상처하나 없었다. 백옥같은 피부가 달빛에 드러났고, 마검비는 검을 회수하며 뒤로 크게 뛰었다.
"네놈...무슨 검법이냐!"
"천상용제쌍고검."
"장난치지마라, 이 놈!"
"장난 아닌데."
검담의 무공은 용제검이다. 나는 두 손에 든 쌍검을 과시하며 용제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내 무공이 무엇인지 듣지 못했느냐?"
"거짓말하지 마라. 척보기에도 제왕검형의 기본이 녹아내려있거늘, 감히 누구를 속이느냐?"
"...흐흐."
역시 통하지 않는다. 괜히 검각주가 아니며, 괜히 전전대 검마가 아니다. 검에 미친 여자답게 마검비는 내 검법을 한순간에 읽어냈다.
'이거 잘못하면 밑천 다 털리겠어.'
마검비는 상당히 많은 무공을 알고 있었다. 내가 일부러 쌍검으로 제왕검형의 형을 무너뜨리고 '찌른다'는 결과만 나오도록 검을 휘둘렀건만, 마검비는 일격에 내 검법을 눈치채버렸다.
"네가 용제검에 대해 아느냐? 천상용제쌍고검이 만약 남궁세가와 결을 같이하고 있다면 어쩔 것이냐?"
"흥, 개소리. 추구하는 이치가 같을 지언정 뿌리의 깊이가 다르거늘, 어찌 결이 같다고 할 수 있겠느냐."
마검비는 나를 향해 허리에 찬 검집을 집어던졌다. 나는 앞으로 쌍검을 교차하듯 휘둘러 검집을 튕겼다.
푸화악!
검집이 검강과 닿자마자 안에서 하얀 연기가 터져나왔다. 냄새는 없지만 소름돋는 감각에 나는 땅을 디디며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상룡(翔龍)!"
두 검에서 검풍이 날아올라 연기를 좌우로 흩뿌렸다. 안그래도 어두운 밤인데 마검비가 연기속에 숨어버리니 한 눈에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연기 속에서 붉게 반짝이는 적안만큼은 분명히 보였다. 나는 안개를 가로지르고 적안을 향해 검을 찔렀다.
카앙!
마검비는 비스듬히 쥔 검으로 내 검을 막아냈다. 내 일격을 막아낸 그녀는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웃고 있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이지."
'반격기!'
마검비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나를 향해 한쪽 다리를 쭉 뻗으며 아래로 몸을 숙였다. 두 개의 검강에 미끄러지듯 떨어진 검은 어느새 내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끝이니라!"
마검비의 검기는 이전보다도 더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초격이 단순한 검기였다면, 지금은 명백한 검강이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잘린다!
"흐아압!"
카---앙!
나는 마검비의 검을 막아냈다. 기를 뿜어내 마검비의 검을 붙잡았다. 마검비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일그러졌다.
"이 미친 새끼가?"
"...크흠. 진짜로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마검비의 검이 닿기에 가장 가까운 곳에 강기를 불어넣었다. 호신강기가 뿜어져나와 한 자루의 검처럼 길게 늘어졌다. 즉, 그곳에서 솟아난 검강과 마검비의 검강이 부딪혔다.
내공소모는 막대했으나, 급소는 지킬 수 있었다.
"네 놈, 검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남자들은 누구나 하나 쯤 자기만의 검을 들고다니지 않느냐."
"놈!!"
마검비는 정수리까지 시뻘게졌다.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여인 답지 않게, 그녀는 제법 숱이 많았다. 그리고 검이 아닌 그녀의 정수리에 시선이 갈 만큼, 나에게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마검비 또한 내 검에 눈이 가있었으니까.
'역시 혈교주.'
혈교주가 빚어낸 완벽의 남근을 완벽에 가깝게 흉내낸 나의 검에 마검비는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뜨겁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나는 마검비의 검면을 쌍검으로 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서로 충분한 거리를 벌린 다음, 나는 그녀가 온전히 검무에 집중할 수 있게 바지를 올렸다.
"흥, 이제야 수치라는 걸 아는 구나!"
"얼씨구. 그럼 다시 내릴까?"
"......."
마검비의 눈은 몹시 복잡해보였다. 나는 그녀를 비웃으며 옷을 단정히 갖췄다.
"왜 나를 방해한 거지? 전전대 검마로서 동지애라도 생긴 건가?"
"......!! 너, 설마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면서 범한 것이냐?"
"물론. 뢰마가 아니냐?"
"이 색마 놈! 갓 성인이 된 여인을 어찌 그렇게 참혹하게 범할 수 있단 말이더냐!"
"?"
나는 진실과는 다른 정보에 곰곰이 마검비의 말을 되새겼다. 그리고 내가 알고있는 것과 정확히 배치되는 정보를 다시금 확인했다.
"갓 성인이 된?"
"그래! 척 보면 모르겠더냐! 뢰마, 그 아이는 전대 뢰마 님의 이름을 이어받은 아이로서...."
"일흔 넘었는데?"
"......! 이 미친 놈, 말해서는 안 될 금기를...!! 아니, 그걸 알면서도 뢰마 님을 범했다고...?!"
마검비의 말에 나는 마교 십마의 생리를 되짚었다. 그리고 왜 마검비가 나를 속이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허허허. 반로환동을 하면서 존재 자체를 젊어지게 하셨겠다? 노인네가 양심이 없군."
"닥쳐라! 십만 마인의 대모를 범한 네놈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살인멸구라도 하시려고?"
마검비는 나를 향해 검을 던졌다. 직선으로 날아온 투검에 나는 몸을 돌려 피했다.
"하하! 속았구나!"
"......!"
그리고 검은 날아간 자리에서 빙글 돌더니, 검으로 휘두르는 것마냥 내 목을 그으려고 했다. 마검비의 손이 아닌 곳에서 펼쳐지는 월영성희검의 초식에 나는 쌍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카앙, 카앙, 카아앙!
분명 검을 직접 휘두르는 게 아니건만, 검은 마검비가 직접 쥐고 초식을 쓰는 것처럼 매서웠다. 조금만 늦게 대응해도 금방 호신강기와 함께 몸이 잘려나갈 것 같은 기세였다.
'어쩌지.'
나는 검을 막아내며 계속 고민했다. 과연 어떻게 하면 마검비의 기감을, 마검비의 경험을, 마검비의 눈을 속일 수 있을까.
"......읽었다!"
나는 일부러 크게 소리를 지르며 검을 내던졌다. 검강으로 맺은 검을 앞으로 던지며 이기어검을 정확히 요격한 뒤, 남아있는 한 손의 검을 이용해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올렸다.
서걱!
공간을 베는 참격의 궤적에는 별빛이 붉게 반짝였다. 나는 천마신공을 근간으로 한 '월영성희검'의 초식을 사용했다.
휘이이잉---
대나무숲에 바람이 불었다. 내 목에는 끝이 날카롭게 세공된 검집이 내 목을 겨누고 있었고, 그 끝에는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혀있었다.
그리고 내가 뻗은 검강은 마검비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마검비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승리를 추구하는 게 정말 대단하구나! 던져서 버린 검집을 허공섭물로 가져와 검처럼 사용하다니!"
"어, 어떻게...!"
미래의 마검비를 범했노라고 말해봐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변명'을 생각해냈다.
"내 능력이니라. 내가 괜히 검담(劍談)인 줄 아느냐? 나는 검을 맞대는 자의 검법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흐흐흐."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있느냐!!"
"음부 안에 전기를 두르고 양물 찌르는 놈을 전격으로 구워버리는 여자도 있는데, 나 같은 놈이 있는 게 안 될 것도 없지."
나는 마검비가 당황한 사이, 다리를 들어올려 그녀의 무릎을 빠르게 걷어찼다.
"크윽!"
마검비는 검집을 놓고 몸을 옆으로 굴렀다. 몸이 흙바닥을 구르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 적극적인 회피에 나는 검을 앞으로 내던졌다.
서걱!
마검비의 손 옆에 검이 박혔다. 나는 마검비가 떨어뜨린 검집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파천신검을 내 몸에 깃들게 만들었다.
파검식. 검법 간의 대결에서 이기어검을 쓰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태극검후를 범하고 태극혜검을 익힌 혈강시를 상대로 검 세 자루를 못쓰게 만든 절기.
"납(納)!"
나는 검집의 끝을 잡고 내 뒷통수를 노리는 마검비의 검을 향해 휘둘렀다.
철컥!
마검비의 이기어검은 본인의 칼집에 딱 맞게 들어갔다. 나는 그걸 그대로 바닥을 향해 꽂았다. 공교롭게도 그 장소는 뢰마가 전격과 함께 절정하여 지려버렸던, 축축한 진흙이었다.
푸---욱!
검은 손잡이부터 바닥에 꽂혔다. 나는 재빨리 손잡이 부분을 발로 밟은 뒤, 손날을 세워 검집을 옆으로 후려쳤다.
까아앙!!
"꺄아악!!"
마검비는 자신의 척추가 부러지는 것 마냥 비명을 질렀다.
"내 삭운검(削隕劍)이?!"
애병이 검집 안에서 크게 흔들렸다. 나는 내 목을 노렸던 날카로운 검집 끝을 손으로 움켜쥔 뒤, 다시 손날을 세워 휘둘렀다.
퍼---억.
검집에 손날이 움푹 파였다. 마검비는 주저앉은 채 허망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어떻게...."
"훗."
"웃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네놈은 검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을 죽이는 무기!"
내 대답에 마검비의 눈에 핏발이 섰다. 기존의 검사들에게 큰 반발을 샀던, 파천신검이 내놓은 검에 대한 답에 마검비는 손발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나는 검을 검집째 뽑아들었다. 뼈가 휜 것처럼 뭔가 크게 어긋났지만, 내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했다.
"여인을 범하기 위한 협박 도구?"
서걱!
나는 검끝에 검기를 세워 마검비의 옷을 갈랐다. 흑의는 하복부부터 길게 세로로 찢어졌고, 나는 마검비가 도망치기 전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반박하고 싶으면 나를 이겼어야지."
부우욱!
나는 손으로 옷을 잡아뜯었다. 검을 쓰는 것보다 신속정확한 손길에 마검비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오."
나는 마검비의 검은 속옷을 잡아 끌어내렸다. 손가락에는 어떤 까슬까슬한 느낌도 없었다.
"천마신공의 부작용이 어디로 나타나나 싶더니…!"
마교에 있으면서 백도의 무공을 사용하는 역천의 운명 때문일까?
"이것이 백보(白寶)…!"
마검비의 아래는 새하얀 보물과도 같았다.
[작품후기]
천마신공의 부작용은 모두에게 똑같습니다.
단, 어디부터 빠지는 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