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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
와아아!!
당가의 상황은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화마는 화우(火牛)가 되어 당가를 수호하기 시작했고, 당가를 덮친 습격자들은 하나 둘 암기에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당가의 암기는 급소만 집요하게 노렸다. 당가에 대한 복수와 당가 여인들에 대한 겁탈을 외치며 들어온 만큼, 당가 사람들은 습격자들의 급소-그러니까 고간부를 너무나도 집요하게 노렸다.
푸슉, 푸슈숙.
습격자들은 무기로 고간을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침이나 비도를 피하거나 막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당가 최고의 무공이 만천화우(滿天花雨)라고 불리우는 것처럼, 당가의 무사들은 만천화우를 만들기 위해 미친듯이 암기를 뿌렸다.
“모두 자지를 잘라버려!!”
오란지병 당오독의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습격자들이 추풍낙엽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당오독의 사자후로 인해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당가의 무사들은 비도를 휘어 던졌다.
푸욱-!
비도는 고간부를 보호하던 무기를 옆으로 비껴가듯 고간을 찔렀다. 급소를 찔린 습격자들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 안 돼!"
습격자 하나는 아예 두 손을 아래로 내리며 급소를 보호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미련한 행동이었다.
푹, 푹푹.
마비침이 습격자의 양 어깨를 찔렀다. 습격자는 두 손을 고간부로 향한 채 그대로 몸이 굳었고, 당가의 무사 한 명이 빛처럼 달려와 습격자의 고간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커어억!!"
멀리서 비도를 맞추지 못한다면, 마비침으로 몸을 굳게 만든 다음 남근을 잘라 죽인다. 집요하리만큼 지독한 당가의 공격에 습격자들은 불알이 벌벌 떨렸다.
"이...잔인한 새끼들...!"
당가는 자신들을 그냥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간부만 노리는 건 명백한 '조롱'이었다. 심장, 목 등에 단검을 박아넣을 수 있으면서, 일부러 고간을 노리는 건 색마에 대한 당가 나름의 벌이었다.
그들은 여유가 넘쳐흘렀다.
화마를 제압한 것이 첫번째 요인이요, 당가를 습격한 이들 중 걱정하던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흐하하! 이 자가 검담이라니, 천하가 웃겠구나!"
독귀로 악명을 떨치던 당사림은 두 개의 비도를 휘두르며 스스로를 '검담'이라고 하는 자를 억제했다. 마비독을 바른 비도가 실에 묶여 춤을 출 때마다 자칭 검담의 몸에는 피가 튀었다.
"확실히 강해! 하지만 그 괴물놈 만큼은 아니다!"
"나는 검담이다!!"
"아니, 그대는 검담이 아니다!"
당오독까지 가세하여 검담의 앞을 가로막았다. 검담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쌍검의 궤적을 읽은 당오독은 검면을 지공으로 찌르며 검을 밀쳐냈고, 검담의 명치에 장법을 내지르듯 손가락을 찔렀다.
"커허억!"
검담은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입가에 잔뜩 묻은 검붉은 피는 그가 내상을 깊게 입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습격자들은 좌절했다. 사천 최강의 남자, 검담은 좀처럼 힘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당오독과 당사림에게 수세에 몰렸다. 심지어 독을 쓰는 당가를 상대로 결코 당해서는 안 될, 독공에 당하고 말았다.
"커헉."
검담의 몸 전신에는 자상이 깊었다. 주변에 자욱하게 깔린 독기에 중독되듯, 검담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검...담...."
검담은 비틀거리며 쌍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두 검을 동시에 높이 들어올리는 모습에 당가의 두 무인은 흠칫 놀라며 물러섰으나, 새로운 기수식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마격쌍귀검(魔擊雙鬼劍)!!"
"올커니, 네놈!! 전대 검마로구나!!"
당가 두 무인의 외침에 습격자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무공에 조예가 깊은 자들은 검담이 펼치는 기수식을 보고 그의 진짜 정체를 깨달았다.
"전대...검마라고...?"
"그 자식, 이름이 유검담 아니었나...?"
"복수...복수...!!"
유검담-마격쌍귀검의 눈에 붉은 안광이 터져나왔다. 천마신공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당가의 무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거리를 벌렸다.
"초절정의 극에 이른 놈이다! 모두 조심하여라!"
"천마신공에...그것까지 사용한다면 거의 화경!"
"크아아아악!!"
검담은 괴성을 터뜨렸다. 전신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당가의 무사들은 사색이 되었다.
"폭혈!"
일시적으로 잠력을, 모든 진력을 끌어올려 생명을 내공과 힘으로 불태우는 기술. 폭혈을 사용했다는 건 목숨조차 내던지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용서할 수 없다, 사천당문!!"
"큭, 모두 피해라!!"
검담은 쌍검을 동시에 아래로 내리그었다. 복수에 대한 집념으로 물든 검은 검기가 바닥을 따라 참격으로 쏘아졌다.
당가의 무공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거대한 참격은 당가의 무사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웠다.
"모두 조심-"
쿵!
검기는 불꽃에 박살이 났다. 마치 소가 발굽으로 사마귀를 짓밟듯, 붉은 불꽃이 육중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검기를 산산조각냈다. 그리고 발굽 아래에서 가볍게 불태웠다.
진기를 모두 끌어내 일시적으로 화경 고수에 이른 자의 검기가 불꽃에 휩싸여 소멸했다?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다. 당가의 모든 무사들은 전각 지붕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희 아가씨!"
전신에 불꽃을 두른 여인은 신선과도 같은 지팡이른 든 채 불꽃을 조종하고 있었다.
"설마...그 말이 진짜였을 줄이야...!!"
"신선의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하시더니!!"
당가 무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화마를 제어하고 불꽃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여인을 두고 감히 사술이라고 말할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설령 사술이라고 한들, 불꽃이 태우려는 자들이 당가를 습격한 이들인데 무슨 사정이 필요하겠는가!
"당가...! 용서할 수 없...!"
"급급여율령...."
복수에 눈먼 검담이 다시 검기를 휘두르려고 했으나, 그보다 더 빨리 당서희가 앞으로 지팡이를 내밀었다.
"만천화우(滿天火牛)."
그어어어어어!!
당가를 뒤덮은 화마는 거인처럼 하늘로 치솟아올랐다. 머리에 소의 뿔이 달린 거인은 검담과 습격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넓은 손길은 죄인들을 불태워버릴만큼 강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캬아아아악!!"
검담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불꽃을 향해 검기를 난사했다. 하지만 물로 칼을 벨 수 없는 것처럼, 불꽃은 아무리 검기와 검풍을 날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죽어라, 당가! 죽어버리라고!!"
이미 검담의 시선은 어긋나있었다. 그의 참격은 불꽃이 아닌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습격자들도 검기에 휘말려 베이기 시작했다.
난격.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공격에 하나 둘 휩쓸리기 시작했다. 선혈이 낭자하고 있지만 근처에 있던 그 누구도 검담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사천당문!! 피의 복수를 하러 왔다!!!"
"조용히."
당서희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며.
"하세요!"
쿵-----!!
아래로 휘두르자, 불꽃의 주먹이 검담을 내리찍었다.
* * *
"난리났네."
이시아는 피떡으로 만든 여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얼굴에 주먹을 몇 번이고 얻어맞은 여인은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
"사천당문에는 왜 이렇게 마인이 많은 거야?"
적마 당이정, 염마 당서희.
그리고 이시아의 앞에 쓰러진 여인은 당가의 핏줄인 동시에, 당가에서 출가한 것으로 알려진 여인이었다.
전대 독마.
원래라면 적마나 염마나 둘 중 한 명이 독마의 자리를 이어받았거나 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둘은 독공의 길을 걷지 않았다. 때문에 독마는 십마의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인의 삶으로 돌아갔다.
"뢰마한테 당했네."
이시아는 자연인인 전대 독마가 왜 당문세가 습격에 가담했는지 금방 파악했다. 싸울 때마다 전대 독마에게서 미묘한 뢰기가 느껴졌고, 이시아는 천마신공의 힘으로 뢰기를 전부 뽑아내 전대 독마를 진정시켰다.
"여긴...."
"사천당문. 흠흠, 아는 얼굴이라서 안 죽였습니다."
"...아가씨가 왜?"
"왜긴 왜겠어요. 지린뢰마가 비천염마를 죽이러 왔으니까 내가 직접 온 거죠."
전대 독마는 이시아의 한 마디로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
"저는...꼭두각시가 되어버렸군요."
"이모님?"
탁.
당서희가 불꽃을 휘날리며 착지했다.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고 인상을 굳혔다.
"조금 적당히 하시지 그러셨어요."
"내 맘...제 마음입니다."
"...내숭은."
당서희는 궁시렁거리며 사방을 가리켰다.
"습격은 끝났어요. 화마는 사그라들거고, 나머지는 당가의 무인들이 제압하겠죠. ...그 분은 어디가셨나요?"
"사건의 원흉을 쫓으러 갔습니다."
"...그, 그러면."
당서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에 주저앉았다.
"저, 저 좀 방으로 데려가주세효오오...."
당서희의 목소리는 풀려있었다. 이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당서희를 부축했다.
"안 쓴다더니 왜 이 모양이 된 거지...."
"그냥 습관적으로 쓰신 것 같은, 햐아악...!"
당가의 습격을 막은 당서희는 지병이 도져, 이시아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독마, 당신은 일단 돌아가세요. 그리고 제가 부르면 다시 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소천마시여."
전대 독마는 빠르게 당가를 이탈했다. 불꽃의 담벼락은 이미 당서희가 주저앉은 시점에서 사그라들었고, 독마 뿐만 아니라 다른 습격자들도 하나 둘 담을 넘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크흠. 우선 화골산우진 안에 몸을 숨기자. 괜히 내가 습격자라고 오해받기는 싫어."
"떠나자마자 본색을...햐읏. 그, 그 분은 언제오시는 거예요...?"
"몰라. 입술 식기 전에 돌아온다고 하던데."
"그러면 금방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씩. 이시아는 손가락으로 당서희의 아랫도리를 간질였다.
"히끅?!"
"아랫입 아직 난리나서 식기는 커녕 더 뜨거워졌는데?"
이시아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당서희와 함께 당가 안으로 뛰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 * *
마검비, 왕소현은 눈앞의 광경에 출검을 금치 못했다.
“아녀자를 어찌 이리 대할 수 있단 말이냐!”
마검비는 바닥에 처박힌 여인의 정체를 금방 파악했다. 비록 진흙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회색 머리칼과 증오로 타오르는 적안은 분명히 ‘뢰마’였다.
그래서 왕소현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무기도 없이 뢰마를 제압해 겁간하는 남자는 마검비를 눈앞에 두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뭐...그럴 만한 년이니까 이렇게 대한 건데.”
남자, 색마는 탐탁찮은 얼굴로 팔짱을 꼈다.
“남의 소중한 물건을 향해 검을 휘두른 여자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갈! 닥쳐라!”
왕소현은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우선 바지부터 올려!”
“왜? 보기 싫으면 네가 눈을 가리면 되지 않느냐.”
덜렁덜렁.
색마는 허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뢰마의 고간에서 길게 이어진 투명한 실에 왕소현은 당장이라도 검을 휘둘러 색마의 목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회심의 공격이 실패한 순간부터 왕소현은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검기를 호신강기로 막아낸 남자의 무공은 도저히 그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무공 수위는 자신을 훌쩍 뛰어 넘고 있었다.
“각주!!”
왕소현의 뒤로 여인들이 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진창을 구른 여인과 바지를 내린 남자를 보며 무기를 들어올렸으나, 왕소현은 급히 소리를 질렀다.
“멈춰라! 너희들이 나설 상대가 아니다!!”
“각주님!! 하지만!”
“너희는 어서 이 여인을 데리고 도망쳐라!”
왕소현은 내공을 모두 끌어올리며 앞으로 검기를 날렸다. 남자는 바지를 다시 올리기는 커녕, 한 발을 바지 위로 빼내며 검기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카아앙!
왕소현의 검기는 산산조각났다. 그 모습에 색마 주살단은 흠칫 놀라며 몸이 굳었다.
맨몸으로 검기를 박살내는 괴인에게서는 일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절정, 아니 초절정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시간을 벌겠다! 어서 도망쳐!!”
천하의 마검비 조차 긴장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쳐야 했을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다.
“...무운을 빕니다!!”
허리에 도를 찬 여인이 뢰마를 부축하며 급히 자리를 피신했다. 다른 여인들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
“나를 무슨 괴물 보듯이 보는 건 익숙한데 말이지….”
색마는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밥 먹는데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모처럼 즐기고 있는데 이게 무슨 훼방이냐.”
“갈!”
왕소현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검을 어깨 위로 올려 자세를 취했다.
“검각주! 마검비! 월영성희검의 장문인! 나 왕소현이 네놈을 상대하겠다!!"
"......그, 싸우기 전에 하나 묻지."
색마는 두 팔을 좌우로 펼쳤다.
"마검비는 검담을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
색마의 남근이 빳빳하게 솟아올랐다. 왕소현은 자신을 향해 검처럼 세워진 물건에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렇다면 잘 찾아왔노라."
저것이 꼭 자신을 찌를 듯한 감각에, 왕소현은 시선을 놓을 수 없었다.
"내가, 검담이다."
색마의 손에서 좌우로 펼쳐지는 붉은 검강에 왕소현은 전율하고 말았다.
[작품후기]
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