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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세가 둘째 딸
성행위란, 상스러운 것이다.
황보혜지는 성행위에 대해 알고 싶어했으나, 상스러운 것이라는 이유로 알지 못했다.
네가 지아비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성교육을 해줄 어머니는 막내를 낳고 죽었다. 황보염은 유모를 이용해서조차 황보 칠자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중에 혼인하고 나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황보세가의 칠공주는 그렇게 성에 대해 무지에 가깝게 자랐다. 일곱 자매는 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 없이, 무공을 익히는 것으로 성욕이 아닌 성취욕을 충족했다.
하지만 나이가 차고 어른이 되며, 자연히 성에 관한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
황보혜지는 세가를 찾은 식객과 사랑에 빠졌다. 세가에 가득한 권사들 틈에서 지적이고 총명한 청년의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
-사랑해, 혜지.
그는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였다. 남들 모르게 백년가약을 맺고, 사랑의 도피마저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황보혜지의 언니마저 건드렸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여인을 상대로 더욱 진한 사랑을 속삭이고, 육체적 관계까지 맺었다.
결국 그는 쫓겨났다. 황보염은 죽여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으나, 그는 절벽에 몸을 던져 맞아 죽는 길을 피했다.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황보혜지는 죽은 첫사랑을 마음에 품었다.
사랑을 했으나, 그녀는 몸으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동시에 독고연이 사랑하는 이와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고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나도 사랑을 나누고 싶다. 색마라는 것만 제외하면 딱히 나쁘지도 않은 남자와 대리만족이라도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몸으로 처음 받아들인 사랑의 결정체는, 예상이상으로 뜨겁고 괴로웠다.
푹푹푹.
두꺼운 남근이 뱃속을 찌를 때마다 전신이 짜릿하게 울렸다. 창틀에 올린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고통 없이 가득한 쾌락에 그녀는 미칠 것 같았다. 이것이 육체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면, 황보혜지는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더 사랑을 탐닉하고 싶었다.
“미칠 것, 같아...앙...하악!”
단환 덕분에 고통이 없었던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차오르는 쾌감은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거친 손길과 뜨거운 숨결, 그리고 뱃속에 불을 지르는 듯한 남근까지 모두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남자가 자신을 격렬히 원한다는 강렬한 정욕에 마음이 열리고, 몸은 더욱 열려버리고 말았다.
“연...치사...하악…!”
황보혜지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자기만, 흐끅, 이런 좋은 걸…!”
남자와 하는 게 이리도 좋을 줄이야. 분명 몸 속이 긁히는 데 짜릿한 쾌감만이 터져나와 몸을 휘감았다.
으아아악!!
바깥에서는 여전히 색마들과 무사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황보혜지는 자신이 비명을 지르면 바깥에도 들릴 거라 생각하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꺄학, 하악…!”
하지만 버틸 수 없었다. 쾌감이 강해질 때마다 신음은 앙 다문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고, 입으로라도 쾌감을 토해내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안에, 안에는 안…돼….”
황보혜지는 죽은 그가 말해준 걸 믿었다. 그래서 설령 남자와 하게 되더라도, 하혈할 때는 밖에다 하기를 바랐다.
“아흑, 흐끅…! 모르겠어...하아앙…!”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성은 안에 사정하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는데, 본능은 안에 사정받기를 격렬히 원하고 있었다.
무인이 영약을 앞에 두고 참을 수 없는 것처럼, 황보혜지라는 여인은 자신을 범하고 도망갈 색마의 정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 안….”
황보혜지는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절벽으로 떨어진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았고, 뒤에서 들려오는 강한 매도와 거친 숨결만이 황보혜지의 전신을 휘감았다.
“...돼….”
뷰르릇, 뷰릇.
뜨거운 무언가가 뱃속에 들어온 순간, 황보혜지는 끝을 직감했다.
“연...미안….”
황보혜지는, 그만 사랑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
“흐아앗!”
황보염은 기염을 토하며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쿠허억!”
그를 향해 달려들던 무인은 복부를 얻어맞으며 기함을 토해냈다. 황보염은 급히 몸을 돌리며 그의 등을 때렸다.
“컥!”
색에 물든 무인은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빛처럼 움직인 황보염의 힘은 가히 천하제일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그는 현재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푸하아!”
그는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다시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 숨을 참고 다른 색마를 향해 다리를 뻗어 걷어찼다.
“...흡.”
깊게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아주 짧게 호흡을 골랐다.
바닥에 짙게 딸린 섭혼향은 좀처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권풍을 날려보내도, 자꾸만 회색 연기가 아래로 깔리며 황보세가의 무인들을 괴롭혔다.
“가-----알!!”
황보염은 사자후로 기파를 터뜨렸다. 주변을 물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잠시 호흡을 하기 위함이었다.
스읍.
황보염은 빠르게 호흡을 고른 뒤,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숨은 최소한으로 줄여! 그리고 죽이지 말고 제압해!”
살려서 황보세가를 덮친 배후를 캐내야 한다. 누가 이런 엉성하고 참담한 계획을 세웠는 지, 그 실체를 파악해 복수해야한다.
황보세가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며, 주먹으로서 복수를 해야만 했다.
“가주님! 위험합니다!”
“말하지, 크윽?!”
황보염은 안개를 스치며 날아온 날카로운 무언가에 발목이 스쳤다. 그는 알싸한 기운에 입술을 깨물었다.
마비독.
미처 호신강기로 보호하지 못한 발목이 점차 아려오기 시작했다. 마비독의 기운은 곰조차 한 순간에 기절 시킬 듯한 양이었다.
“우오오오!!”
하지만 황보염은 기합과 함께 독기운을 억눌렀다. 만독불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은 몸의 열과 힘으로 어떻게든 억누를 수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이 중독되고 있다는 것.
“흐어, 어어억!!”
복면을 뜯긴 황보세가의 무사는 섭혼향을 들이키고 그만 앞으로 고꾸라졌다. 몇몇 색마들은 섭혼향에 홀린 황보세가의 무인을 향해 저속한 말을 가감없이 지껄여댔다.
“일어나! 따먹어야지!”
“너는 거기 쳐자고 있어라! 우리가 황보지들 돌려먹는 중에도 가만히 있어! 끼어들 생각하지 말고!!”
“이 놈들이!!”
황보염은 분노를 터뜨리며 색마들을 연거푸 기절시켰다. 이미 그의 손에 의해 기절한 색마의 수만 30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하나 둘 쓰러뜨리면 쓰러뜨릴수록 색마들의 움직임은 더욱 체계적으로 변했다.
“이건…!”
마치 색마들 사이에 무언가 정체불명의 조직이 끼어있는 듯한 느낌에 그는 소름이 돋았다.
“마교…?”
회색 안개 사이사이로 스치는 붉은 안광에 순간적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럴 리가...없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일차적으로 내공 압박을 통해 일차 시험에서 확인한 자들이었다. 마교의 조무래기였다면 애초에 이차전은 물론이거니와, 피로연에도 초청하지 않았다.
“그대들이...그럴 리 없어!”
황보염은 악을 쓰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칼날같은 권풍이 사방을 휩쓸었고, 황보염의 권풍에 색마들은 하나 둘 연회장의 식탁 위로 떨어져 기절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카아아앙!
황보염은 팔을 교차하며 공격을 막아냈다. 자칫 잘못했다가 큰 상처를 입었을 지도 모르는 빠른 공격에 황보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쯧.”
“나를...나를 증명해야해….”
“혜지 보지 내 거지…그래...내가 남편이 되어야 해….”
이지를 상실하고 중얼거리기만 하는 두 청년의 모습에 황보염은 사자후를 터뜨렸다.
“정신차리거라, 백도 무림의 미래들이여---!!”
죽이지 않고 제압한다. 황보염은 전력을 다해, 그들을 제압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 * *
슬슬 떠날 때가 되었다. 이제 색마들이 제압당하기를 기다렸다가, 탈혼붕권이 몰래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내가 황보혜지와 넣고 싸고 즐길 때까지 비무는 끝나지 않았다. 바깥의 소란은 여전히 계속 이어졌고, 나는 몹시 난감해졌다.
‘사태가 진정되어야 내가 튀는데.’
황보혜지는 지금 지쳐서 쓰러져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황보혜지를 덥친다면, 분명 황보혜지는 일류 고수 정도 되는 놈에게도 겁간당할 수 있다.
황보혜지가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내가 옆에서 지키거나, 아니면 빨리 소요가 진정되기를 바라거나.
‘금방 정리될 줄 알았는데.’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약하진 않다. 내가 모은 색마들도 황보세가와 이렇게까지 길게 대치할 정도로 강하지 않다.
‘뭔가 냄새가 난다.’
원래 계획에 편승한 약간의 악의가 깃들어있다.
내가 이중으로 짠 계획은 황보세가를 덮친 비색단이 제압당하는 것을 가정하고 대충 설계를 한 건데, 현재 굴러가는 상황은 황보세가를 비색단이 제압하게 생겼다.
‘황보염 뭐해?’
가주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나는 연회장을 살피며 황보염을 찾았다.
“허, 신경독에 당했어?”
아무리 강한 자라고 한들 강한 극독에 중독되면 몸이 굳어가는 법. 나는 등 뒤에 피를 줄줄 흘리는 황보염에 이가 갈렸다.
“아, 봐주면서 싸우는 구나.”
황보염은 전부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명 한 명 일일이 주먹을 휘둘러 기절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히 틈이 생기기 쉽다.
황보염 본인이 기절시켰다고 생각한 자가 갑자기 독이 든 단검을 꺼내 휘두른다면, 아무리 화경 고수라고 해도 싸우는 게 쉽지 않다.
섭혼향으로 인해 호흡이 제한되는 것.
세가의 무사들을 지키며 싸우는 것.
적을 죽이지 않으려고 살초를 쓰지 않는 것.
그리고 술기운을 완전히 빼내지 못한 것.
그 모든 상황이 한 데 어우러져, 황보염은 고작 초절정 고수의 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하는 놈들도 적당히 봐주기에는 힘든 놈들이지.’
방도림, 백보준. 내게 한 번씩 얻어맞은 놈들은 섭혼향에 홀려 이지를 잃었다. 그래도 꼴에 제법 강한 후기지수 답게 완전히 홀리지 않아 반 시진 정도면 정신을 차릴 것처럼 보였다.
저 둘이 제정신을 차리면 그 뒤로 하나 둘 섭혼향의 효력이 풀리게 될 것이고, 황보세가는 힘들게나마 색마들을 제압할 것이다.
‘몇몇 이탈하는 놈들도 있고 말이지.’
내가 초대장을 보냈던 진짜 색마들은 남들 모르게 비무장 밖으로 나가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부푼 아랫도리와 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냄새에 짜증이 일었다.
“...춘약?”
섭혼향 아래에 깔린 짙은 음기는 춘약, 속된 말로 발정제였다. 그제서야 나는 왜 색마들이 더 잘 버티고 있는지 깨달았다.
누가 연회장에 섭혼향 뿐만 아니라 발정제를 풀었다. 그로 인해 색마들 뿐만 아니라, 그냥 쓰러질 것으로 생각했던 이들 마저도 성욕에 물들어버린 것이다!
“씨발, 좆됐네? 흐흐.”
색마들이 춘약을 가져와 뿌린 건지, 아니면 황보세가가 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존재가 있는 건지, 그도 아니면 색마들이 제압당하는 걸 역으로 이용하여 계획을 짠 나를 엿 먹이려고 색마들에게 힘을 실어준 건지.
어느 쪽이든 딱히 상관은 없었다.
‘연이한테 갈 시간만 지체되는구나.’
시간이 좀만 더 흐르면 색마들도 잡히게 되리라. 나는 창에서 돌아와 황보혜지의 머리칼을 정돈했다.
“으으….”
“정신이 드시오?”
“.......”
황보혜지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첫 경험에 뒷치기로 절정했으니 지칠 법도 하지. 기절한 게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오. 그대와 살을 섞은 게 나니까.”
“...아이.”
황보혜지는 자신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안에는 내가 아까 전에 사정한 아기씨들이 따스하게 깃들어있었다.
“정말 임신...안 하는 거 맞죠?”
“물론. 그것 참 사람 못 믿는 군. 만약에 생기면 내가 책임지리다.”
“...약속했어요. 생기면 애 데리고 당신을 지옥끝까지 찾아갈 테니까.”
“협박 한 번 무섭군. 아직 밖의 소란이 진정되려면 기다려야하니 조금만 기다립시다.”
황보염의 상처를 이야기하면 괜히 밖으로 튀어나갈 것이다. 황보염도 죽거나 다칠 만한 사람은 아니니, 나는 황보염의 부상을 숨겼다.
“이제 이별이오. 한 시진 정도 뒤가 되겠지만, 미리 인사하지.”
“네. ...그, 솔직히 얘기하자면 말이에요. 당신이랑 한 거, 좋지 않은 건 아니-”
꺄아아앙!!
옆에서 비명이 들렸다. 나와 황보혜지는 급히 문을 박차고 달려 옆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
방 안에는 여섯 자매들이 모두 몸이 붉어진 상태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달뜬 얼굴로 스스로의 몸을 쥐어뜯고 있었다.
“춘약...중독?”
* * *
“무마 님께서 황보혜지를 범하러 가셨다라. 후후, 그런 건 줄 알았으면 미리 계획을 서로 공유하고 공고하게 하길 그랬어요.”
무마라는 존재가 도대체 어떤 걸까. 독고연은 자신에게 사긋사긋 대하는 뢰마의 행동변화에 소름이 끼쳤다.
“제 작은 선물이 부디 무마님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선물이요?”
“네. 연회장에 있는 모든 음식에….”
뢰마는 붉은 입술을 할짝였다. 그녀는 품에서 종이에 담긴 하얀 가루를 꺼내 손으로 비볐다.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면 폐인이 될 수 있는 발정제를 뿌렸거든요. 후후. 무마님께 전해주세요."
뢰마는 눈을 찡긋였다.
"색마들을 더 발정나게 만든 건, 다름아닌 뢰마라고. 저, 잘했죠?"
독고연은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작품후기]
한 번 식탁에 올라간 음식은 재활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