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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세가 둘째 딸
대공자 주지는 독수리가 가져온 서찰 세 개에 인상을 구겼다.
먼저 사천.
- 염마는 아직까지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어보입니다. 첩자를 하인으로 침투시켰으나, 당가의 남자나 하인 또는 무사들과 통정한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순수하게 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한 년."
대공자는 아쉬움에 입맛만 계속 다셨다.
염마 당서희.
세 자리가 넘는 남자를 탐했음에도 사천당가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승려라도 된 것 마냥 색욕을 다스리고 있었다.
사실상 염마는 대공자가 내민 동앗줄을 태워버렸다. 지린염마는 더이상 지린이 아닌, 야인-혹은 최악의 경우 비천염마일지도 모른다.
- 당가에 대한 감시는 계속 하라.
주지는 첫번째 서찰에 대한 답을 적었다. 염마가 사실상 반대파가 된 이상, 그녀의 염마 자리에 다른 이를 찾아 집어넣어야 했다.
그리고 다음, 하남.
- 빙마는 아미파 허창 분타와 무림맹을 오가며 무공 수련만 하고 있습니다. 빙마를 습격한 첩자들은 모두 실종되거나 색마에게 강간당했습니다. 아마 빙마가 습격자들을 처리한 뒤, 길가에 버려두는 것 같습니다.
빙마 유설라.
북해빙궁주인 그녀는 빙마인 정체를 숨기고 육봉으로서 잠입에 성공했다. 비천빙마라는 다소 의아한 문제가 있어, 대공자는 빙마와 접촉을 시도했다.
그녀는 대공자의 소식통을 모조리 죽였다.
그냥 죽이는 걸로 모자라 내공을 전부 빼앗았다. 색마에게 당한 것처럼 위장하여, 무림맹의 감옥에 처박았다.
빙마에게 당한 이들은 내공의 회복이 무척이나 더뎠다. 그녀는 지독하게 빙백신공의 흔적을 없앴고, 주지는 첩자들이 빙마에게 당한 걸 알면서도 빙마를 건드리지 못했다.
- 빙마를 정파의 일원으로 둔갑하여 육봉으로 만들다니, 이건 조금 장하구나.
천마는 대공자의 계획에 정말로 오랜만에-근 수 년 만에-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마신공을 대성하여 초절정에 이르렀던 때보다도 더 기뻐했다.
- 추후 정마대전이 벌어진다면 무림맹 중심에 한파가 몰아칠지어다! 흐하하하!
대공자는 천마의 기쁨에 쉽사리 손을 쓰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빙마와 접촉을 시도할 수 없었고, 시도하는 즉시 죽어나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무림맹에 투입하는 마인들은 하나같이 고급 인력이었고, 그들을 잃을 때마다 대공자는 살덩이가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듯한 출혈을 겪었다.
빙마의 진의는 미궁에 빠졌고, 결국 대공자는 빙마를 포기했다.
- 그녀는 애초에 야인이었던 자. 만약 야인이 아닌 비천여빙마가 된다면 , 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빙궁에 올라가 빙궁 정문에서 범할 것이다.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대공자는 두번째 서찰에 대한 답장을 적으며 분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요즘들어 마인들이 다 배신을 하지?"
여인들만 골라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 건 실수였을까? 일부러 배신하지 않을 것만 같은 여인들을 우선적으로 골랐더니, 하나같이 소식을 끊어버렸다.
염마에게는 극양지기를.
빙마에게는 천마신공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배려하고 많이 제공했건만, 둘은 받기만 하고잠적해버렸다.
"씨발년들."
대공자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서찰.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서체에 대공자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 ...천환단을 사용한 비천삼마 일행을 추적하던 도중, 또다른 남녀를 발견하였습니다. 비천삼마를 도운 남녀인지, 그들과 관계있는 또다른 이들인지 파악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것이 천환단이 확실하다면, 반드시 챙겨 대공자 님께 바치겠습니다.
"역시 뢰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먼저 지지해 준 여인. 대공자는 뢰마의 이어진 서찰에 눈에 이채를 띄었다.
"안휘, 강소, 산동, 하북? 흐음...."
주지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남궁가 그 년은 이미 결혼을 했고...강소에는 먹다가 다 죽여버렸고...하북은 이미 다 팔린 년들이고...아."
주지는 산동이라는 글귀를 만지작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황보세가 장녀랑 산동악가 막내딸이 존나 맛있었는데. 크으...."
주지는 감회에 젖은 얼굴로 피식 웃었다.
"황보세가 차녀까지 먹고 갔어야 했는데...한 발자국 남겨놓고 못 먹어서. 쩝."
주지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산동을 급히 떠나야 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 씨발, 추소광 그 개새끼."
안휘의 추소표국에서 미혼표식구궁진이 들키는 바람에, 대공자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급히 산동을 벗어나 도망쳤다.
"이름이 뭐였더라...황보지? 아닌데, 중간에 뭐 있었던 것 같은데. 씁. 그냥 하루만 더 참고난 다음 먹고 쨀 걸 그랬나."
주지는 아쉬움에 입맛을 달래며 답장을 적었다. 세 개의 서찰을 받은 독수리는 다시 창밖으로 날아올랐고, 주지는 창문을 닫았다.
"흐흐흐."
주지는 작은 칼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침대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밧줄에 전신이 묶인 여인이 침대에 구속되어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누님, 내가 참 마음이 아파. 우리 서로 즐기면 되는 사이였는데, 왜 감히 결혼하자고 한 거야?"
"으으읍, 으으븝!!"
재갈이 묶인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악을 썼다. 주지는 단검의 칼등을 손가락으로 쓴 다음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요동에 모용란 따먹으러 왔지, 누님이랑 결혼하러 온 게 아니거든."
주지는 재갈을 칼로 잘랐다. 여인의 볼에 칼자국이 생겨 피가 흘렀고, 여인은 핏발 선 눈으로 주지를 향해 침을 뱉었다.
"개새끼, 천벌을 받을 것이다!"
"흥."
짜--악.
주지는 여인의 뺨을 후려친 뒤, 침대에 칼을 쑤셔넣었다.
"다음에는 심장을 찌를 거다. 울며 보채지마. 어차피 다 끝난 뒤에는 모두 잊을테니까."
주지는 여인의 아래로 내려가 양물을 쑤셔넣었다.
"내가 지금 너를 다음 대 도마(刀魔)로 들일 지 안 들일 지 고민 좀 해보게 보지 좀 제대로 조여봐. 응?"
툭툭. 주지는 여인의 뺨을 건드리며 웃었다.
"누님, 나 사랑한다며?"
여인의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렀다.
* * *
색마는 단수가 아니다.
아미봉을 범한 색마가 존재하는 것처럼, 내가 색마로서 활약하기 이전에도 강호에는 숱한 색마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대공자 주지가 있다.
십 년도 전부터 무림에서 활약한 그는 정체를 숨기고 변장을 하여 숱한 여인들의 순정을 가지고 놀았다. 실제로 빙마 유설라가 정체를 숨기는데 이용된 여인의 경우, 대공자가 마음을 희롱하고 간살했던 여인이었다.
그만큼 대공자의 음흉한 손길은 무림 전체에 뻗어있었다.
"예전에...황보세가에 식객으로 왔던 분이 있었어요. 저랑 그...좋은 관계를 맺었는데, 알고보니 언니랑 이미 혼약까지 맺었었죠."
황보혜지는 울먹거리며 과거를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싫다."
퍼억.
"히끅?!"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귀에 담기는 커녕 귀를 씻어내고 싶었다.
"나도 지금 연이를 언급하지 않는데, 그대는 이전에 사귄 남자를 이야기하는군. 지금 나를 화나게 만들고 싶어서 작정한 것이오?"
"그, 그치만! 그 사람이 말했는 걸요! 생리 중에 질내사정을 해야...아이가 생긴다고!"
"그러니까 그게 거짓말이라니까."
퍽, 퍽퍽.
나는 황보혜지의 허리를 붙잡고 연거푸 안을 쑤셨다. 남근과 육벽 사이에 끈적거리는 이물감에 소름이 돋았지만, 황보혜지에게 뻗은 주지의 손길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대에게 거짓을 말하고, 그대를 임신시키려고 한 것이오."
"......."
베개가 축축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천환단 때문에 파과의 고통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
'진짜 다행이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처녀이기를. 황보혜지가 마음에 품은 남자가 아직 손을 대지 못했기를.
'첫째를 먹느라 둘째를 놓쳤군.'
황보혜지의 말에 따르면 장녀는 이미 대공자에게 먹혔다. 그녀의 처녀는 아쉽게 되었지만, 내가 지금 취하는 황보혜지가 처녀라는 것에 나는 만족하기로 했다.
질컥, 질컥.
나는 양물을 깊숙이 찔러, 육벽을 긁으며 내부에 남아있는 것들을 긁어냈다. 우수수 쏟아지는 것들은 다소 말하기 그랬고, 비릿한 혈향이 코를 찔렀다.
화륵.
나는 한 번 더 중려신화정으로 핏덩어리들을 태웠다. 침대에 묻은 핏자국까지는 전부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내 말이 맏는 지, 아니면 그대를 버리고 도망간 그 새끼 말이 맞는 지 시험해볼까?"
푸욱.
나는 한 번 더 양물을 찔러넣었다. 황보혜지는 베개를 붙잡다가, 손을 앞으로 뻗어 벽에 손을 올렸다.
"아학, 하아악...!"
벽을 누르는 그녀의 손 끝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나는 그녀가 앞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계속 골반을 잡아당겼다.
"안에 싸겠소. 내가 지금 사정해서 아이가 생기면 그 새끼가 맞는 거지."
"아, 안에는 안 돼요...!"
황보혜지는 내게서 자꾸만 벗어나려고 앞으로 기었다. 나는 일부러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앞으로 기었다.
"아, 아이를 임신하면 연을 볼 면목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임신, 안 한다니까!!"
나는 앞으로 도망가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당겼다. 옷을 벗지 않아 가슴 윗부분에 얹혀있던 치마 윗단을 강제로 당겼다.
부우우욱!!
"히익?!"
치마가 찢어지며 제법 풍만한 가슴이 튀어나왔다. 평소에는 옷으로 압박을 하고 있었는 지, 눈으로 볼 때와는 훨씬 차이나는 가슴에 나는 아랫도리가 더욱 불끈 달아올랐다.
"처녀가 나랑 할 각오를 한 게 그냥 마음먹은 게 아니었군. 흐흐, 몸은 처녀였는데 마음은 비처녀였어?"
"아, 아니에요...!"
내 모욕에 황보혜지는 고개를 돌리며 역정을 냈다.
"안 했어요...안 했다고요!"
"하지만 할 생각은 했지?"
"윽...!"
황보혜지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에게 있어 그는 갑자기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운 청년이었을 것이다.
"대충 알겠군. 놈은 그대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접근했을 것이오. 그러다가 적당히 분위기를 잡으며 살을 섞으려했겠지. 이런 식으로."
나는 대공자가 여자들을 먹어치운 방식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연인을 대하는 것처럼, 뒤에서 한 손은 황보혜지의 하복부를 붙잡고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듯 당겼다.
"내가 본 여자 중 최고로 아름답소, 혜지."
"으읏...!!"
황보혜지는 몸을 떨었다. 활처럼 휜 등허리에 땀이 주룩 흘렀고, 나는 그녀의 고개를 뒤로 꺾게 만들었다.
츄릅, 츕.
나는 그녀의 교성을 내 입으로 덮었다. 눈가가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황보혜지는 처음에는 놀랐으나, 곧 눈을 살포시 감으며 나와 혀를 섞었다.
푸하.
"아랫 입은 처녀인데 윗 입은 처녀가 아닌가? 입을 맞추자마자 혀부터 넣다니."
"그런 식으로 저를...모욕주지 마세요...!"
"흐흐, 이래야 범하는 느낌이 나지 않소?"
나는 허리를 한 번 강하게 위로 튕겨, 내 불만을 거칠게 토로했다.
"처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처녀가 아니었다는 걸 알면, 남자가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아는가?"
"처, 처녀잖아요! 생전 처음 살을 섞은 남자가 당신인데!"
"그렇지만 혀는 그 새끼랑 섞었다고?"
"아니에요!!"
황보혜지는 극구부인했다.
"언니가, 흐끅, 하는 거 보고...흐흑...!"
황보혜지는 진심으로 서러워보였다. 나는 그녀의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다시금 그녀와 입을 맞췄다.
츄릅, 츕.
그녀는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입맞춤에 집중했다. 나는 그녀가 혀를 놀리는 움직임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흐흐, 연이랑 하는 걸 보고 배웠군?"
"......."
나와 황보혜지 사이에는 은빛의 투명한 실선이 길게 늘어졌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으로 갑시다."
"거, 걸을 수 있, 으헝...!"
나는 황보혜지를 들고 창으로 향했다. 그녀는 내게 박힌 채 아둥바둥 떨었으나, 곧 창틀에 손을 올리며 몸을 지탱했다.
"보시오. 밖에서 싸우는 것을."
창 너머에는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색마들과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살짝 열린 창틈을 좌우로 활짝 열어젖혔다.
"힉?!"
"비명을 지르면 밖으로 새어나가겠지."
나는 양물을 한 번 빼냈다. 그녀는 창틀에 손을 올린 채 나를 뒤돌아봤고, 나는 그녀의 엉덩이 골 위에 양물을 올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토록 원하던 성행위를 해봤는데, 어떤 기분이오?"
"모, 몰라요. 하지만...."
황보혜지는 여전히 나와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연이가 왜 그렇게 사랑하는 지, 알 것 같기도 하네요. 저기요, 저를 범하고 도망갈 생각 만만인 색마님."
황보혜지는 처음으로 나를 돌아보며, 내게 한 손을 뻗었다.
"...적어도 지금 만큼은, 제가 사랑하는 님과 하는 것처럼 해주세요. 죽은 그 사람을 잊어버릴 수 있게."
"?"
나는 넣으려던 양물을 밀어넣으려다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죽어?"
"네. 절벽에서...떨어지셨어요. 그러니까…."
"......."
내가 착각한 걸까? 위지주는 분명 대공자가 즐겨 쓰는 가명 중 하나인데.
'아니어도 상관없다.'
찌걱.
나는 꽃잎을 다시 한 번 더 갈랐다. 진짜로 위지주라는 놈이든, 아니면 대공자가 개수작을 벌이다 하지 못한 것이든,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딴 남자 이름 다시는 입에 올리지 못하게, 그대의 안을 내 안으로 가득 채워주지."
"진...짜로 임신 하는 거 아니죠?"
"물론. 하늘에 걸고."
나는 그녀가 뻗은 손을 맞잡았다. 황보혜지는 다시 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믿을게요. 안에 하셔도 돼요."
애초에, 밖에 할 생각도 없었다.
"첫사랑 따위, 전부 잊게 해주지."
[작품후기]
마음 빼고 다 처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