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37화 (13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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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인증제

빙백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고 있다.

천마신공도 운용하고 있다.

다른 놈들에게 들키지 않게, 나는 그저 내 아이의 얼굴만 보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팽유월에게 뒤가 잡혔다. 절정 고수에 불과한 팽유월이 내 뒤를 잡은 건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러 뒤를 내줬다? 전혀.

'정신이 팔려있었어.'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팽유월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호신강기를 항상 펼치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칼이 목에 들어왔을 것이다.

"자는 줄 알았는데."

"남의 방에 몰래 들어와서 애를 그렇게 보는데 어떻게 안 깨고 있을 수 있겠어."

팽유월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적의가 서려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내 외형을 보고 빙색마인인 걸 한눈에 알 것이다.

"흐흐, 딸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건가?"

"건방 떨지 마라."

스륵.

검에 서슬 퍼런 기운이 서렸다. 명백한 검기에 나는 등허리가 짜릿하게 울렸다. 확실히 팽유월은 못 본 사이 훨씬 강해졌다.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빙색마인이렸다. 이 방에는 무슨 일이지?"

"색마가 여인의 방을 몰래 들어왔다. 정답은 하나뿐이지."

"목이 날아가고 나야 정신을 차릴 놈이군."

팽유월의 칼이 내 목을 서서히 짓눌렀다. 진짜로 벨 기세였다.

"유감. 그 정도로는 내 호신강기를 벨 수 없다."

나는 팽유월의 검을 잡고 검날에 빙기를 불어넣었다. 팽유월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고, 나는 몸을 돌려 팽유월의 옷깃을 붙잡았다.

"윽…!"

내게 붙잡힌 팽유월은 거칠게 저항했다. 하지만 내 힘을 이길 수 없었고, 나는 팽유월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방금 팽신혜를 범하고 오는 길이다. 흐흐, 방계의 여인은 어떨까?"

"흥. 그런 거로 나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으냐?"

팽유월은 가슴이 붙잡혀도 의연하게 저항을 이어나갔다. 금나수로 내 구속에서 한 손을 빼낸 뒤, 그걸 몸 뒤로 뻗어 내 양물을 움켜쥐었다.

"허억!"

"색마라고? 흥, 좆을 터뜨려버리면-"

"딱 좋을 정도로 움켜쥐는구나."

호신강기! 내 양기의 집약체는 내 몸에서 두개골 다음으로 단단할 것이다. 어지간한 통뼈보다 더 단단한 양물을 움켜쥔 팽유월은 내 걸 터뜨리려고 했으나, 바지 위로 격한 애무만 하는 셈이 되었다.

"크흐흐, 범해지고 싶어 안달이 났군."

나는 팽유월을 침대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말조차 하지 못하게 입을 손으로 막았다.

퍽퍽퍽.

팽유월은 아등바등하며 내 몸을 쳤으나, 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저항하는 팽유월을 범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허, 소복 아래 아무것도 안 입었어?"

흐트러진 소복 아래에는 어떤 속옷도 없었다. 나는 냅다 바지를 벗은 뒤, 팽유월의 꽃잎 위를 툭툭 건드렸다.

"흑...!"

팽유월의 저항이 점점 심해졌다. 혈을 짚어야겠다 싶어, 나는 그녀의 혈을 찔렀다.

남근으로.

찔컥.

"!!"

팽유월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눈물을 흘렸다. 치욕과 분노로 물든 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이...개같은 새끼.... 어디 한번 범해봐라! 내 몸은 범해도...."

팽유월의 뒷말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역겨움과 경멸이 가득한 눈빛에 점자 의구심, 그리고 당혹감이 스쳤다.

"그 분을 향한...내 마음만은...?"

'어째서?'

내가 범하고 있는데 분노를 누그러뜨린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 팽유월은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빤히,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다.'

팽유월의 속에 들어간 아기 색마가 외치고 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음을-속된 말로 좆됐다고 열렬히 외치고 있다.

쯔어어억.

팽유월의 속은 아이 말고는 지나간 적이 없는 듯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게 꼭 처음 그녀를 취했을 때의 조임을 연상케 하여 하반신에서 짜릿함이 울렸지만, 동시에 등 뒤에 흐르는 소름에 나는 양물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와락!

팽유월은 좌우로 벌린 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았다. 발까지 교차하며 걸어버린 팽유월은 감각을 아래에 집중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찔컥찔컥찔컥찔컥.

조였다 푸는 움직임이 검을 찌르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녀는 자신의 아래로 내 양물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게 꼭 마치 눈먼 봉사가 손으로 더듬어 형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 나는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다.

"......상...공?"

꿀꺽.

팽유월은 긴가민가 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몸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흐흐, 상공이라니. 생각보다 앙큼하구나. 사별한 네 남편이-"

주룩.

팽유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조금 전에 흘린 눈물이 분노에 혐오가 섞인 눈물이었다면, 지금 흘리는 눈물은 오랫동안 속에 담아두고 있던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듯한 눈물이었다.

와락!

그녀는 다리의 힘을 이용해 상체를 일으켰다. 순식간에 나를 끌어안은 팽유월은 내게 꼭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 놓아라!"

쯔억, 쩌억. 팽유월은 나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풍만한 모성을 내 가슴에 붙이며, 허리를 좌우로 비틀며 이리저리 각도를 조절했다. 허리는 살짝 뒤로 놓고 활처럼 휜 채 조이는 게, 마치 무언가를 가정하고 성행위를 하는 것만 같았다.

"아, 아아....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그래. 나에게 뱃살이 있는 것처럼. 팽유월은 눈물을 터뜨렸다.

"역시.... 당신은 추소광이 아니었어...."

"!!"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팽유월을 취했던 자가 추소광이 아니었다는 걸 언제, 어떻게 눈치챈 걸까?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충동적으로 추소광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나도 모르게 흘린 단서가 한두 개는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지금의 빙색마인이 추대광이었다는 가정으로 연결하기에는 큰 어폐가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흐흐, 나보고 상공이라니."

평소라면. 평소라면 '너는 남근 들어간 남자가 모두 상공이냐'고 모욕했겠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그랬다.

"너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모양...."

팽유월은 반달처럼 웃으며 내 얼굴을 붙잡았다. 눈가에서 흘러내려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입꼬리에 닿아 떨어졌다.

"모양이...똑같잖아요.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저를 여자로 만들어준, 추소광의 마수에서 저를 구해준 당신을."

"......."

"연붕이라는 사람도...당신이시죠?"

반박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팽유월의 눈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빙색마인이다. 헛소리 마라."

"저는 제 감을 믿어요. 그리고...월아를 믿어요. 지금까지 월아는 다른 어떤 사람의 품에도 그렇게 안겨본 적이 없답니다. 저 빼고 다른 누가 안으려 들면 그렇게 우렁차게 울었던 아이가...."

"......."

월아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색마에게 범해지고 있음에도, 마치 우리의 행위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너무나도 곤히 잘 자고 있었다.

"몸을 아무리 바꾸셔도 제 눈은, 제 감은 속일 수 없어요. 당신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항상 똑같았으니까."

팽유월의 엄지가 내 눈가를 쓸었다.

"만약, 제 감이 틀렸다면...저는 자결하겠어요."

"뭐?"

"상공이 아닌, 다른 남자의 양물에 더럽혀진 몸으로 어떻게 그분의 아이를 키우겠어요?"

팽유월은 자신의 직감을 확신하며 내게 협박했다. 만약 내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정절이 더럽혀졌다는 거로 자진하겠다며 목숨으로 나를 떠보고 있었다.

"전...한다면 하는 여자입니다."

팽유월의 입술은 바들바들 떨렸다. 간절한 그녀의 눈빛은 자신의 감이 제발 맞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팽유월에게 정체를 밝힌다.

비천색마로서의 나. 그리고 다른 여러 여인을 품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힌다.

팽유월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팽유월은 자결할 것이다.

둘 사이에 장단점을 비교하려고 했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 때의 단점이 너무 커서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팽유월은 내게 도박수를 던졌다. 나 또한 그에 도박수로 응할 차례다.

"...내 눈빛이 어떻다는 거지?"

샐쭉. 팽유월은 활짝 웃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긴장이 풀린 건지, 다리의 힘도 물론이거니와 내 양물을 움켜쥔 안쪽도 함께 힘이 빠졌다.

"역시...틀리지 않았어...."

"대답해봐라."

"...임신시키고 싶다.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 내 아이를 낳게 하고 싶다...."

뭣.

"저 여자를 당장 내 여자로 만들어서 쾌감에 절여버리고 싶다. ......항상 당신께서는 저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셨답니다."

"......."

나는 팽유월이 말한 답에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 설마 다른 것도 아니고 눈빛으로 나를 알아챌 줄은 몰랐다.

"다른 증거들도 있어요. 죽은 추소광의 아랫도리는 손가락보다 작았다거나...너무 상황이 저한테 좋게 돌아갔다거나...추소광이 결코 제게 사랑을 느껴서 그런 짓을 할 작자가 아니었다거나...사실 그런 걸 다 집어치우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있잖아요."

쯔어억.

팽유월은 남은 기력을 모두 짜내 내 양물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아흐레 동안...수백 수천 번을 넘게 드나들며 당신의 것이라고 도장을 새겨놓고 가셨는데."

"크, 크흠."

"누구 말마따나...."

팽유월은 내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좆맛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떠나시면, 제가 잊을 것 같아요...? 살면서 단 한 명밖에 모르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때...그대로시네요."

이건 음란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조 있다고 해야 할까.

"...그 때 그대로라는 건 조금 불쾌한데."

결국 나는 항복하고 말았다. 팽유월이 도박을 걸었던 것처럼, 나 또한 도박수를 던졌다.

팽유월이 나를 아직도 마음에 품었을 거라는 도박.

"오랜만이에요, 상공."

다행히, 정말로 다행히, 도박은 성공했다. 팽유월은 입꼬리를 비틀며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모양은 그대로인데...조금 크셨네요. 정말 다른 놈 물건이 들어온 줄 알고 식겁했어요."

"만약에 내가 아니었으면?"

"죽이거나 제가 죽었죠. 아니다, 그냥 싸고 튀었으면 나중에 좌절해서 자결했겠는데...막상 월아 때문에 죽지는 못하고 살았을 것 같네요."

팽유월은 여인이면서 동시에 어머니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나를 하반신으로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여인을 임신시키고 도망치시다니. 후훗, 색마가 따로 없네요. 그런데 이제 어쩌나...저한테 잡히셨는데."

나는 그녀를 침대에 강제로 눕혔다. 거친 손길에 놀랄 법도 했지만, 그녀의 여러 감정이 깃든 눈빛에는 '기대감'이 역력했다.

"못 참겠다. 교배천근추다."

"그건 좋은데...방금 팽신혜 범하고 오셨다면서요."

"나중에 다 설명하마. 혹시 찝찝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색마가 색마한 건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팽유월은 입술을 삐죽이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마치 첫날, 추소표국의 창고에서 내가 범했던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지금까지, 제가 얼마나 혼자서 외로웠는데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나를 흘기는 팽유월의 모습에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응애애애애!!

갑작스러운 월아의 울음에 나와 팽유월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아가야. 혹시 배가 고픈-"

이쪽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에 나는 핏기가 가셨다.

"이, 이런 젠장."

그냥 보고 가기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다. 나는 급히 양물을 빼내려했다.

찌걱.

하지만 팽유월은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상공. 월아를 제 품에."

"뭐...?"

"어서요!"

나는 팽유월이 시키는 대로 월아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팽유월은 바로 자신의 소복을 열어젖혀 월아에게 젖을 물렸다.

그리고.

"죄송해요!"

퍼--억.

팽유월은 나를 옆으로 걷어찼다. 양물이 뽑혀 나가듯 나는 옆으로 밀려났다. 왠지 모르게 나를 걷어찬 각법에는 여러 가지로 감정이 실려있는 듯했다.

연환패왕각.

몸은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팽유월의 감정이 실린 공격에 나는 침대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방의 배치 상, 침대는 벽과 딱 달라붙어 있지 않았다.

숨으세요.

팽유월은 내게 속삭이며 자세를 정돈했다. 소복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월아를 안고 내게 눈빛으로 속삭였다.

"크, 크윽...?!"

하지만 공간이 생각보다 좁았다. 빙색마인의 거구는 추대광과 마찬가지로 제법 컸고, 팽유월은 아차 싶은 얼굴로 전전긍긍했다.

"팽유월님! 괜찮으십니까?!"

밖에서 들려온 조청홍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둑, 우두둑.

"유월아!! 괜찮느냐!!"

내가 침대 옆에 떨어진 순간, 팽이왕의 노성과 함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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