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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인증제
“아, 실수했다.”
나는 큰 실수를 범했다. 바깥의 소란으로 보아, 실수를 되돌릴 방법은 없어 보였다.
“처녀가산점 때문에 3점이었는데.”
이제는 비처녀니까 반 개 깎아서 별이 두 개 반인데. 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나 자신을 책망했다.
“으읍, 으으….”
의자에 사지가 묶인 팽신혜는 안대가 씌워진 채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팽신혜의 단전은 텅텅 비어있었고, 나는 그녀로부터 빼앗은 내공을 바탕으로 섭혼술을 걸었다. 연붕으로서 세가를 빠져나오기 전, 나는 그녀의 지하실을 발견해 감금했다.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혈교의 제단.
여인의 피로서 의식을 치르는 제단에 나는 씁쓸함을 느꼈다. 전생에는 숱하게 봐온 광경이지만, 역시 생리적으로 드는 혐오감은 어쩔 수 없었다.
"학혈마녀...."
팽신혜는 학혈마녀였다. 이미 구제는 불가능해 보였다.
“가버려라. 암퇘지.”
“부히잇?!!”
내가 말하자마자 팽신혜는 비명을 지르며 지려버렸다. 아래쪽이 흥건하게 젖어 들었고, 나는 암퇘지 소리에 바로 절정하는 팽신혜의 상태를 보고 섭혼술이 제대로 걸렸음을 확신했다.
"아, 하윽! 싫어! 남자한테, 남자한테 범해지다니...아흑!!"
팽가에 머무는 동안, 나는 계속 연붕으로서 팽신혜를 범했다. 팽신혜는 내게 범해진 뒤에도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때마다 그녀를 취하며 내공을 긁어모았다.
당연히 사정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내 양물을 모형으로 착각했고, 내게 당하였는지도 모르면서 몇 번이고 도전했다. 나는 한 번도 그녀의 안에 사정하지 않았다.
“학혈마녀 따위에게 정을 뿌릴 수는 없지.”
나는 몹시 실망했다. 학혈마녀에게 갱생의 여지는 있을까 싶어 나름 기대했지만, 운명은 변하지 않았다.
“잔인하구나.”
지하실 안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피가 언제 말랐는지 모를 정도로 검게 물든 벽은 아예 피가 벽 전체를 뒤덮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철창으로 이루어진 지하실 간이 감옥에는 생기를 잃은 여인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내가 팽신혜에게했던 것과 똑같은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
눈에 안대가 씐 여인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눈과 귀가 모두 봉인된 그녀를 향해 나는 전음을 날렸다.
[죽이러 왔소.]
“아….”
여인은 말라비틀어진 손을 떨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무한 연옥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안도의 탄성이었다.
“드디어…!”
“흑흑, 천지신명님…!”
다른 여인들도 마찬가지.
그들의 모습은 모두 똑같았다. 아랫부분에 차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학대가 이루어졌다는 것.
지하실에 눈과 귀가 봉인된 채 몇 번이고 하혈했을 여인들은 모두 내 존재를 눈치채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안식을 원하고 있었다.
학혈마녀 팽신혜가 사로잡은 수많은 처녀.
과연 모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간 이들까지 포함하면 여기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간 걸까.
당장 내 눈앞에만 구속구가 채워진 여인의 수만 일곱 명이었다.
‘여기서 의식을 치르려 했구나.’
유감스럽게도 팽신혜는 예비가 아닌, 이미 학혈마녀였다.
언제부터 이런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런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암퇘지. 묻는 말에 대답해라. 연붕은 어떻게 하려고 했지?”
“으으, 으….”
팽신혜는 아래로 몇 번이나 연속으로 지리며 입을 열었다.
“건방진 년을…약을 먹이고 여기로 데려오려고 했어요….”
섭혼술에 걸린 팽신혜는 가감 없이 자기 생각을 토해냈다.
“그리고?”
“딴 년들처럼...각좆을 달고 범해서...누가 암퇘지인지 알려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날 범하고 여기에 가두려 했을 것이다.
“그다음은, 흐헷, 피를 모아서 의식의 제물로….”
“그만. 듣고 싶지 않다.”
내게 범해진 그녀는 겉으로는 암퇘지를 연기하며 안으로는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더.
“팽유월은 어떻게 하려고 했지?”
“아버님이...돌아가시면...그 뒤에 가주 자리를 이어서 그년을 여기다가…. 어차피 의식에는 못 쓰니까 심심풀이로….”
짝.
나는 팽신혜의 뺨을 후려쳤다. 섭혼술이 깨질 수도 있었지만, 손찌검을 안 할 수 없었다.
“썩을 년.”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팽가를 재건하고 싶어 하는 팽유월에게 피해가 간다.
하북팽가의 적녀가 여인을 납치하여 성고문하고 피로 의식을 치렀다?
하북팽가는 멸망이다. 팽유월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은폐해야 한다.
‘젠장. 골치 아프게.’
대외적으로 팽신혜를 몰락시키면서, 동시에 팽가는 지켜야 한다. 추문은 오직 팽신혜가 ‘겁탈당했다’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학혈마녀의 악행은 멈추게 하되, 혈교가 학혈마녀를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을소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색마는 혈신혜가 아닌 팽신혜를 범한 것으로 끝내야만 했다.
“으힉, 힉, 그, 그만….”
다행스럽게도 이미 팽신혜는 머릿속으로 내게 겁탈당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아아...싫어…!! 싫은데, 흐끅!”
그녀를 범하는 건 연붕이 아니라 빙색마인이 되겠지만, 이미 범해지는 쾌감을 알게 된 학혈마녀는 색마에게 겁탈당하는 것조차 즐기고 있었다.
을소미가 그랬듯, 팽신혜 또한 음란하고 음탕하기 짝이 없는 여인이었다. 학혈마녀답게 팽가를 완전히 나락으로 보내버린 탕녀다웠다.
‘하지만 그건 안 돼.’
팽가는 내 여자의 집이며, 내 아이의 집이다. 언젠가 월아는 팽가를 이어받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고통받은 이들을 구한 뒤, 진정으로 팽가를 위해 일하는 자들로 만들 차례. 나는 팽신혜가 납치한 여인들을 눈으로 훑었다.
전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갓 성인이 된 여인들이었다. 이들 모두 팽가에서 일하다가 실종된 시녀들이 분명했다. 실제로는 지하에 납치했으면서, 겉으로는 도망을 갔느니 하는 식으로 진실을 은폐했으리라.
나는 그들이 갇힌 철창을 열어젖혔다.
'일곱.'
나는 일곱 명의 여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단약을 꺼내 쪼갰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나는 천환단 하나를 일곱 개로 나눴다. 원체 작았던 것이 더 작아졌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걸 먹으면 잠깐은 고통이 잦아들 것이다.]
그들의 입에 강제로 천환단을 집어넣어 넘기게 했다.
[짧게 이야기하마.]
나는 여인들에게 자신들이 겪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너희들은 혈교의....]
처음에는 미친 여인에게 고문당하는 거로만 생각했던 여인들은 무림에 드리운 암운에 하나둘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북팽가의 희망은 팽유월이다. 너희들은 이 일을 모두 묻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팽유월을, 팽가를 위해 일해야 할 것이다.]
여인들의 기색에서 증오와 동요가 스쳤다.
[죽기를 원한다면 죽여줄 수 있다. 하지만 살고자 한다면, 내 명령을 따르라.]
나는 여인들에게 선택지를 줬다. 그리고 의외로 여인들은 금방 답을 내렸다.
죽고자 하는 자가 다섯.
악착같이 살고자 하는 자가 둘.
[극락왕생하거라. 고통없이 보내주마.]
나는 죽기를 택한 이들의 다리를 벌려 내 양물을 찔러넣었다.
"아아앙…."
천환단 덕분에 고통을 억누르고 기력을 회복한 여인들은 음기가, 진기(眞氣)가 빼앗기면서도 순순히 내게 몸을 맡겼다.
"부디...복수를…."
"죽여줘서...고마워요…."
그렇게 나는 다섯 명의 여인을 죽였다. 진기를 갈취하여 생명력을 모두 잃은 여인들은 쾌락 속에서 복하사했다.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이들이었기에, 그들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학혈마녀가 주는 고통으로 이미 그들은 마음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둘. 다른 여인들에 비해 최근에 붙잡힌 듯, 아직 둘은 몸이 상대적으로 멀쩡했다.
"너희 둘에게는 금제를 걸겠다."
나는 그들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단전에 자리잡은 내공은 금제를 어기면 바로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밖으로 빼낼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중에 팽가의 가솔로 다시 들어와라. 팽유월을 옆에서 돕는 것이다."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바로 끄덕였다. 팽신혜의 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리라면 모를까, 팽유월은 충분히 주인으로 모시고 지낼 가치가 있는 여인이다.
"내 명령대로 한다면, 너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이곳에서의 기억도 지워주마. 나를 따르겠느냐?"
""네….""
거래는 성립되었다. 나는 두 여인을 허리에 안고 지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너희 둘, 왜 닮은 것 같냐."
"저희 둘...자매이옵니다…."
"......."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이들이 성장했을 때의 생김새를 가늠했다.
'학혈이교!'
팽가의 무공을 쓰던 학혈마녀의 하수인. 훗날 절정 고수가 되는 쌍둥이 자매. 설마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팽신혜를 어떻게 하고 싶으냐?"
"죽이고...싶습니다. 하지만 은공께서 말씀하신다면...."
"죽도록 괴롭히기만 하겠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살리길 잘했다.
"팽신혜는 죽여선 안 된다. 대신 다른 건 허용해주지."
잠시 후, 나는 어둠을 틈타 둘을 몰래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 마침 살기 등등한 무림맹의 무사들이, 절정 고수인 선룡과 자룡을 앞세우고 팽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딱 좋은 때로다."
나는 지하실로 몸을 날렸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팽신혜의 방에 도착하기 전, 나는 팽신혜를 챙겨 지하실을 봉인했다.
최소 화경 고수가 와서 빙벽을 깨지 않는 이상, 철문은 열리지 않으리라. 나는 끓어넘치는 내공을 빙백신공으로 활용하며 팽신혜의 방으로 달렸다.
"쓰읍, 하."
탁탁탁. 발걸음 소리보다 더 빠르게, 나는 팽신혜를 침대로 내던지고 양물을 흔들었다. 그걸로도 모자란 것 같아 팽신혜의 안에 진짜로 찔렀다.
뷰르르릇.
사정하고자 작정하고 허리를 흔드니 다행히 빨리 뿜어져 나왔다. 팽유월을 옆에서 보좌할 두 여인에게 금제를 거느라 두 번 사정한 뒤라 안 나올 줄 알았지만, 아기 색마는 망설임 없이 필요에 의한 사정을 인정했다.
"후."
나는 팽신혜를 안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문이 열리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셋, 둘, 하나.
"팽신혜 님----!!"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온 무림맹의 무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미 늦었다.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말이야."
"네, 네 이놈...!"
"독고 소저도 모자라, 내 어머니에 이어, 이제는 팽 소저까지...!!"
선룡의 살기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을소미는 중간부터 자기가 스스로 다리를 내 뒤에 걸었는데, 어째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음...네가 을지상인가? 을가장의 적자면서 이번에 선룡이 된 놈?"
"그렇다!"
"예의 없는 놈. 그게 새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냐?"
"이 개새끼!!"
선룡은 바로 검을 뽑았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선룡의 검을 향해 지탄을 날렸다.
쩌적! 검을 붙잡은 선룡의 손이 얼어붙었다. 넘쳐나는 음기 덕분에 빙백신공은 약간의 내공만으로도 사람 하나 얼리기에는 충분했다.
"쯧. 암퇘지도 이제 질렸다. 나는 간다."
나는 팽신혜를 내 몸에서 뽑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게 배려는 했지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건 분명 아플 것이다.
"으힉, 흐이익...."
팽신혜는 경련하며 지렸다. 꽃잎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액체에 무림맹의 무사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팽신혜 맛있더라. 다음에 먹을 놈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흐흐. 속살이 야들야들한 게-"
"이놈!!"
조청홍이 단창을 앞으로 내지르며 내 심장을 노렸다. 명백한 살초에 나는 뒤로 몸을 날렸다.
파사삭!
창틀이 박살 나며 나는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선룡과 자룡이 내가 부수고 나온 창문으로 경공술로 쫓아오려고 했지만, 나는 지공으로 빙탄을 날려 그들을 막았다.
"하하하! 잘 먹고 가노라!"
나는 빛처럼 빠른 움직임으로 내 몸을 숨겼다. 무사들은 갑자기 사라진 나를 두고 경악했다.
"사, 사술?!"
그냥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몸을 튕겼을 뿐이다. 궁신탄영의 묘리를 살려 허리를 허공에다가 앞으로 튕기면, 그 반탄력으로 뒤로 크게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빙색마인이 팽신혜를 범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고, 혹시나 모를 혈교의 개입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도 해놨다.
이제 담벼락을 넘어가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
나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눈앞에는 '그곳'으로 향하는 창문이 비쳤다.
'한 번만 보고 가자.'
나는 발소리를 죽여 창을 비집고 들어갔다. 익숙한 여인의 냄새가 가득한 방에는 바깥의 소란에도 쥐죽은 듯 자는 한 아이가 있었다.
"......."
찾아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든 말든, 나는 깊게 잠든 아이를 계속 두 눈에 담았다.
"...후."
한참 동안 아이를 눈에 담고, 이제 몸을 돌려 떠나려던 순간.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스륵.
얇은 소복을 입은 팽유월이 뒤에서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작품후기]
위기!
일러 러프화 조각 나왔습니다. 작품설정에 있습니다.
완성되면 수정해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