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18화 (11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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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구검

"음...."

무림맹주, 독고자영은 황보혜지와 독고연의 비무에 침음성을 흘렸다.

이전까지 압도적인 검술을 보였던 독고연이 황보혜지를 상대로 제법 고전하고 있다. 검에 잡념이 가득했고,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음에도 검을 쉽게 뻗지 못했다.

'왜 저러지?'

딸은 분명 망설이고 있다.

녹림왕의 딸 방영희를 일격에 쓰러뜨렸듯이, 황보혜지의 벽력신권 또한 단 일검에 쓰러뜨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다.

'황보혜지보다 매화검수가 더 상대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독고자영은 답을 내지 못했다. 관객들은 생각보다 합이 오래 이어지는 전투에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독고연의 검술에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맹주, 걱정하지 마시지요. 검에 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아, 장문인. ...실례했소."

멸색사태는 웃으며 독고자영의 근처에 다가왔다. 독고자영은 맹주 특별석이 아닌,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조용한 곳에 홀로 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상대로 상처 없이 제압하려고 하니 어려운 겁니다."

"음.... 그건 완벽을 추구하는 것 아니오? 내가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적을 쓰러뜨리겠다는."

"다릅니다. 죽이려고 들면 언제든지 죽일 수도 있습니다. 저 아이는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고 싶어 할 뿐입니다."

"아!"

독고자영은 개안한 것처럼 탄성을 질렀다. 자신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독고구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마음씨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연이가 그런 생각을...."

"권사라서 더욱더 그렇지요. 사소한 상처 하나 주기 싫은 나머지, 원래 실력의 3할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

독고자영은 왠지 모르게 독고연의 모습이 훌쩍 커 보였다. 항상 어린아이 같았던 딸이 도포를 휘날리는 모습은 제비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다.

"장문인, 본인은 두렵소."

"천하제일검이 당최 무엇이 두렵다는 말씀입니까? 훗, 혹시 마교의 간계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까?"

"아니오. 마교는 두렵지 않소. 본인이 두려운 건 연이가 이대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는 것이오."

항상 독고자영은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자신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처럼, 딸인 독고연도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출까 봐 매일매일 불안했다.

"무붕 의원을 만나 차도를 보이는 것까지는 좋지만.... 요즘 들어 연이가 훌쩍 멀어진 것 같소."

"훗. 맹주께서 불안한 건 독고 소저가 무붕 의원에게 연심을 품었기 때문 아닙니까."

"연심?"

"예. 생명의 은인이니까요."

까득. 독고자영은 이를 갈았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독고연의 모습에서 자꾸만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독고자영은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끙...."

최근, 이봉결정전이 시작된 이래로 독고자영의 머리는 너무나도 복잡해졌다. 끈적하고 언짢은 찝찝함이 전신을 채우는 것과는 별개로, 등허리가 차갑게 굳어가는 듯한 감각에 몸서리가 날 정도였다.

"그대는 무붕 의원에 대해 잘 알고 계시오? 얼마 전 그가 호위무사와 함께 아미파에 다녀간 거로 아는데."

"...훗. 알다마다요. 그는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 또한 치료해주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건 장문인으로서의 판단이오?"

"장문인이자 한 명의 여인으로서 내리는 판단이지요. ...10년만 젊었으면, 진심을 다해볼까 싶은 청년입니다."

멸색사태의 아쉬운 목소리에 독고자영은 길게 숨을 골랐다. 남자를 대함에 있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멸색사태에게 호평을 받는 것도 모자라 구애까지 받는 남자라니.

신의의 제자. 여러 문파와 관계 원만함. 가끔 도지는 남성 공포증만 아니면 모두에게도 친절한 존재. 그리고 불치병에 걸린 딸을 아무런 조건 없이 치료해준 생명의 은인.

"...흠."

독고자영은 손에 움켜쥔 흰 봉투에서 종이를 펼쳤다. 호쾌한 글씨체로 정갈하게 적힌 편지에는 친우인 남궁세가 가주의 직인이 찍혀있었고, 내용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미안하네, 검성."

화륵. 독고자영이 일으킨 삼매진화에 편지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은 독고자영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봉결정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허창에 의원을 하나 지어야겠군."

"후훗.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흥. 하지만 모든 건 연이의 선택이오. 만약 연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한다면-"

"맹주님!!"

멀리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허겁지겁 달려오는 군사, 제갈길의 표정은 심각했다.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납치입니다!!"

독고자영은 검을 움켜쥐며 즉시 몸을 날렸다.

* * *

와아아아아아----!!

결착이 났다. 독고연의 검은 황보혜지의 앞머리 한 가닥을 자르고 심장 바로 앞에서 멈췄다.

"하아, 하아, 하아."

전신이 땀에 전 황보혜지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어찌나 많이 땀을 흘렸는지, 도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 열기가 끓어 넘치는데도 외투로 몸을 가려야 하지 않나 사람들이 수군거릴 정도였다.

"대단해.... 고마워요, 연. 일부러 제게 기회를 준 거죠? 제가 당신에게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도록."

"혜지, 저는, 그게...."

"괜찮아요. 덕분에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하아, 하아. 정말...절정 이상의 고수를 상대로 이렇게 원 없이 싸워보다니."

황보혜지는 의미심장한, 그리고 대견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었다. 독고연은 검을 내려놓고 황보혜지의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예요. 이봉의 자리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어요. 4년 뒤에 제가 당신을 끌어내리고 육봉의 자리를 차지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을게요."

와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사람들은 두 여인의 깔끔한 승패에 찬사를 보냈다. 경기의 내용과는 별개로 승자는 겸손을, 패자는 투지를 불태우는 건전한 모습에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독고연, 승리----!!"

독고연! 독고연! 독고연!

검봉의 탄생. 사람들의 환호에 독고연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황보혜지는 독고연의 손목을 붙잡아 높이 치켜들었다. 환호성은 더욱 높아졌고, 무대는 백도 무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아름다운 후기지수들의 뜨거운 우정을 찬양했다.

"아, 음."

독고연은 주변을 훑었다. 모두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중간중간 적의와 질시의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곳이 있었다.

육봉의 객석.

인형처럼 박수를 치는 자, 박수조차 치지 않는 자, 붉으락푸르락 해진 얼굴로 성을 내는 자.

관객석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봉황이라는 자들이 아름다운 날개를 펼친 제비를 향해 진심으로 질투하고 있었다.

'내가 더 강하니까.'

셋이 동시에 싸워도 독고연은 길 자신이 있었다.

전력을 다하면 자신보다 약한 자들이, 육봉이라는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시기와 질투를 멈추지 않았다.

그에 비해.

짝짝짝.

사공희와 이시아는 진심으로 독고연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미소는 마치 '너도 이제 이곳으로 와라'는 듯한 모습이었고, 독고연은 자신이 비로소 인정을 받은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버지는?'

독고연의 활약에 누구보다도 기뻐해 줄 남자는 자리에 없었다. 분명 맹주로서 급한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운 게 틀림없었다.

'괜찮아. 익숙해.'

10년을 넘게 홀로 지내온 독고연에게 부친의 공석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딱히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의원님은?'

의원이 없다. 의원들이 비상대기하는 곳을 아무리 살펴봐도 무붕 의원이 없었다. 그곳에는 무붕 의원 이전에 자신에게 듣지도 않던 약만 주던 돌팔이 의원들밖에 없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어째서 이 자리에 없는 걸까.

스륵.

독고연은 힘없이 검을 검집에 밀어 넣었다.

"봐주셨으면 했는데...."

"누가요?"

"아, 아버지요."

독고연은 옆에서 손목을 잡은 여인이 있다는 걸 잊고 혼잣말을 한 것에 붉게 달아올랐다.

"정말 맹주님이세요? 아닌 것 같은데? 말해요, 누구를 생각했죠?"

"아, 아니라니까요!"

"어머? 저는 아무 얘기도 안 했어요. 부정하는 걸 봐선 그 사람을 생각한 것 같네요. 무-"

"혜지!"

둘은 손을 잡고 비무장을 빠져나왔다. 다음 비무장에 오를 여인들을 위해, 둘은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아미파간의 대결. 정자 사태와 유설라 중 한 명은 아미봉의 칭호를 이어받을 것이다.

"혜지야!"

"아빠!"

턱수염이나 중년 무인이 급히 달려왔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고도 다급해 보였다.

"무슨 일 났어? 뭐가 그렇게 급해?"

"혜지, 아버님께...."

"호법들, 두 소저를 지키시오!"

철컥. 굳은 얼굴의 무인들이 독고연과 황보혜지를 둘러쌌다. 무림맹의 주요 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굳은 얼굴로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혜지야. 그리고 연 소저, 잘 들으시오."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상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유설라 양이 습격을 당했소."

* * *

분탕.

개방 거지들은 깽판이라고도 부르는 행위로, 이봉결정전에 맞물려있는 추악한 욕망을 깨뜨리는데 이만한 방법이 또 없다.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결승전 진출자가 사라진다?

망한 결승이다. 대회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저, 정말 이걸로 괜찮을까요?"

손과 발이 밧줄에 묶인 유설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그녀는 내게 처녀를 잃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옷이 험하게 찢겨져 반쯤 나신이 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리고 있지만, 누가 봐도 유설라가 어떤 짓을 당했는 지 알 것이다. 정작 본인은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지만.

"들킬 것 같아요...."

"걱정 마라. 너는 충분히 똑똑한 여인이다. 빙백신공이 없어도 색마에게 납치당한 연기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정 불안하면 나중에 머리 쪽에만 내공을 돌려라."

현재, 유설라의 단전은 완전히 텅텅 비어 있다. 내가 그녀의 안에서 채음보양을 통해 바닥까지 긁어갔기 때문이며, 빙마는 현재 어벙한 상태로 불안해하기만 했다.

"저, 정말 누가 오기라도 하면...!"

"걱정마라. 딴 놈이 너를 발견해서 범하거나 할 일은 없으니. 일부러 그곳 근처에 내 흔적을 남겨두기도 했지 않느냐."

"새, 색마는 범해진 여자도 범한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어쩔 수 없고."

"히잉...."

내 농담에 빙마는 울상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가볍게 꼬집으며 웃었다.

"걱정마라. 모두 계획대로 흘러갈 것이다. 한 시진 뒤, 너는 비무장에 충분히 설 수 있을 것이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안에 내가 뿌려둔 내공을 운기조식을 통해 절정 초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겠지만, 지금 빙마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여인보다 약하다.

"그, 그럼 다행이고요."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그녀는 전적으로 나를 믿어야 했다. 빙마가 이시아의 시녀인 이상, 그녀가 내 양물 이외에 다른 이에게 범해지도록 하는 건 하늘이 두쪽나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으으...대공자가 의심할 거예요. 그의 계획과 완전히 어그러졌으니."

"대공자는 절대 의심 안 해. 나중에 혹시나 대공자와 마주친다면 그냥 적당히 맞춘 말을 꺼내면 되는 거다."

"하지만 이건 사기잖아요."

"모두가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진실이 되는 거다. 마치 네가 대공자의 명령에 따라 한상옥녀검을 배웠듯이."

분명 대공자가 흑염룡 시절에 죽인 여자의 무공이 틀림없다. 한때는 서로 정을 나눴을 여자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인 무공을 준 거로 보아, 대공자가 빙마를 상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자기 아내로 삼으려고 한 것이다. 독고연과 마찬가지로.

'십마 중에 여자들만 쏙 골라서 지린삼마로 삼은 것부터 알 법하지.'

자신의 말을 들을 여성 마인들을 먼저 포섭한 뒤, 빙마를 포섭하려 들었을 것이다. 빙마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대공자는 자신과 예전에 관계가 있었던 여인의 비급을 일부러 줬을 것이다.

'하지만 빙마는 이제 비천여빙마다.'

한상옥녀검 유설라는 대공자의 계획대로 아미파 깊숙한 곳에 침투할 것이다. 지린빙마가 아닌 비천여빙마로서 들어갈 테지만, 대공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빙마가 완전히 자신의 여자가 되었다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

구구구구.

밖에서 무사들이 황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슬슬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고 유설라의 혈을 점했다.

"다녀오마. 미혼표식구궁진은 알아서 해제될 것이니, 네가 마인이라고 들킬 염려는 없다."

"네. ...그."

유설라는 꽁꽁 묶인 채, 나를 향해 옅게 웃었다.

"제 내공을 다 가져가셨으니까...돌아오시면 꼭 그만큼 채워주셔야 해요?"

"흐. 물론."

톡. 나는 손가락을 뻗어 유설라의 꽃잎을 얼게 했다. 움찔거리기 무섭게 유설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가버렸다.

"흐에에...."

풀썩. 절정과 함께 기절한 유설라는 규칙적인 숨만 내쉬며 의식을 잃었다. 나는 미혼표식구궁진의 기운을 거둔 뒤, 열린 창고 문밖으로 슬쩍 빠져나왔다.

우둑, 우두둑.

체격이 훨씬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미리 준비한 펑퍼짐한 검은 장포를 두른 뒤, 머리를 깊게 눌러썼다.

"흐흐흐."

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로 사라졌다. 분명 나를 찾으려고 안달이 난 무사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으나, 그들은 아무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초절정 이상만 감지할 수 있지.'

저벅.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비무장으로부터 훨씬 떨어진, 소란이 일어도 남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할 비무장 지하의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분명 대피소를 가정하고 만들어진 공간이리라. 나는 대피소 맞은편, 끝에 있는 비상탈출구를 향해 걸었다.

"네 놈은 누구냐."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시작부터 월척을 낚은 것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랜만이군, 고자영이."

"......뭐?"

천하제일에 가장 가까운 남자가 흉흉한 기세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딸의 경기에 흠뻑 빠져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아미파에 씻을 수 없는 빚을 지게 되었다. 네 놈, 두 소저를 어떻게 했지?"

"범했다."

"......!!"

스륵. 나는 앞머리까지 눌러쓴 장포를 뒤로 넘겼다. 목소리의 주인, 무림맹주 독고자영은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

"네 놈...!"

"크크크, 나를 알아보겠느냐?"

"......누구냐?"

나는 표정을 굳혔다. 독고자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놈 같은 자를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어."

"흐하하! 이 상처를 보고도 모르겠느냐?! 네놈의 독고구검이 남긴 상처를!"

"......."

나는 내 얼굴에 사선으로 난 검흔을 가리켰다. 하지만 여전히 독고자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진짜 모르겠지.'

왜냐면 새빨간 거짓말이니까.

"크크크! 기억조차 못 하는 것이냐! 하하, 좋다! 그렇다면 기억나게 해주지!"

철컹! 나는 철검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방금 막 채음한 음기가 가득 담긴 검기에 독고자영의 표정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채음보양?! 이 음적! 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뻔하지! 너를 죽이기 위해 내가 지옥에서 돌아왔다, 고자영!!"

"너 같은 놈 모른다!!"

"그렇다면 알려주지! 봐라, 네게 복수하기 위해 북해의 만년설을 넘어온 나의 힘을!!"

사용하는 무공, 빙백신검.

사용하는 내공, 천마신공.

백발 적안의 복수귀가 된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무림 맹주를 향해 음기 가득한 검기를 날렸다.

"너를 죽이기 위해 괴물과 마교의 힘을 빌려 다시 태어난, 북해빙붕(北海氷鵬) 의사백!!"

"네, 네 놈이 바로!!"

"그래!"

나는 천마신공을 일으키며 검을 출수했다.

"비천빙마다!"

유설라가 빙마라고 의심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빙마가, 내가 된다.

"네가 빙마라고...!"

독고자영은 철검으로 내 검기를 막아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복잡하고 의아했다.

"그러니까 누구냐니까!"

"노오오오옴!! 감히 나를 기억하지 못하다니! 내가 누군지 정녕 모르느냐!!"

의사백.

나도 모르는 사람이다.

[작품후기]

비천빙마(男)

비천여빙마(女)

# 아래는 다음 일러 관련 썰

사공희, 이시아, 독고연. 우선 3명 중에 한 명 먼저 뽑을 예정입니다!

아마 8월 말 되기 전에는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누가 먼저 나오느냐 하는 건 제 머릿속에서 가장 예쁜 구도가 나오는 순서대로 입니다. 딱히 누구 편애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독자의 후원쿠폰, 일러스트로 대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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