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66화 (6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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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

- 만천화우가 아무리 사방으로 암기를 퍼뜨린다고 해도, 암기들이 사출되는 방향은 전부 똑같거든?

혈교주는 말했다. 독선을 상대하기 전, 내게 말을 거는 식으로 스스로 독선을 상대하는 방법을 되뇌며 자문자답했다.

- 천 개의 암기를 뿌린다고 하자. 그러면 천 개의 암기가 어딜 노릴까? 백 개는 피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넣고, 나머지 구 백 개로 표적을 노릴까? 대인전에서 그게 가능할까?

표적이 6척이 넘는 장신 거구라면 모를까, 1:1 대결이라면 모든 암기를 표적에 꽂는 건 불가능하다.

- 천 개를 뿌리면 천 개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만 피하면 돼. 호신강기조차 뚫고 들어오는 진짜 살초.

약한 암기는 호신강기로 튕겨낸다. 위협적인 암기는 검으로 쳐낸다.

진짜로 조심해야 하는 건 호신강기가 보호하지 못하는 곳이나 호신강기를 뚫고 피부를 찌르는 암기.

- 모든 암기에 강기를 실어서 날리는 놈이라면...끝장나지! 근데 그런 존재였으면 진작에 당문이 무림맹주 하고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만천화우 쓰는 놈들을 상대로 가장 쉬운 방법은-

"능력이 된다면, 전부 다 쳐내는 것."

카앙, 카앙.

한 번의 검로에 열 개의 암기를 쳐낸다. 검날과 부딪힌 암기가 뒤따라 날아오던 암기와 부딪혀 허공에서 서로 튕겨 나가고, 그것들이 뒤따라 날아오는 암기의 경로를 방해하며 나의 방패가 되었다.

카앙, 카앙!!

암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독침은 검기로 받아친다. 내 몸에는 닿지 않게 용제검의 초식으로 검을 크게 휘두르며 독침을 전부 쳐낸다.

"흡!"

내 시선과 직선으로 날아오는 독침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으로 피한다. 호신강기가 다른 곳보다 약한 눈동자를 노리는 매서움에 잠시 화가 들끓었지만, 분노를 검에 담아 암기를 다시 요격하는 데 집중한다.

"흐하하! 미친놈처럼 검을 휘두르는 꼴이란!!"

독귀는 내 평정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나를 도발했다. 확실히 누가 본다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독귀의 모든 공격을 정확히 요격하며 단 한 개의 암기도 내 몸에 닿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순간, 조금 폭이 넓은 단검 아래에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아래로 휘두르려던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카--앙!

독 발린 단검은 내 검 끝과 부딪혀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검면 아래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벌리고 있던, 손가락만한 작은 뱀이 독액을 뚝뚝 흘리며 나를 향해 날아왔다.

카샤앗!

"이런...!"

독뱀은 내 소맷자락에 달라붙었다. 급히 떼어내려면 검을 놓고 손으로 잡아 내던져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다른 암기를 쳐낼 수 없었다.

"흐하하! 작은 고추가 매운 법!"

푸쉬이이--

소매 끝이 독사의 독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화골산이라도 뿌린 듯한 모습에 나는 이를 악물고 암기를 쳐낸 뒤, 놈의 모습을 한순간 유심히 관찰했다.

시익-

갈라진 혀를 좌우로 흔드는 독사는 내가 화골산우진을 멈추기 위해 죽였던 뱀과 닮아있었다. 어미와 새끼인지, 아니면 여러 형제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종이라는 건 확실했다.

"화골산지사! 내가 직접 길러낸 놈들이니라! 으하하!"

독귀는 쩌렁쩌렁 외치며 암기를 계속 집어 던졌다. 말하면서 어떻게 저리 정확하게 암기를 섞어 던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독귀의 암기술은 집요하고 지독했다.

움직임은 주변에 흩뿌리는 잡다한 암기로 봉쇄.

전방을 향해 시야를 고정할 수밖에 없으니, 내게 쏘아지는 무기의 사각에 아주 작은 뱀을 숨겨 암기를 던진다.

'제법 하는군.'

전생에 싸웠던 독선보다는 약하지만, 독선보다 훨씬 살수에 능한 존재였다. 특히 뱀을 다루는 데는 더더욱.

'하지만 뱀이라는 게 승패를 가른다.'

철퍽, 철퍽. 쳐낸 암기의 틈에서 화골산지사들이 내 흑의 위에 떨어진다. 봉침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놈도 있었고, 허벅지 근처로 날아가는 철편의 위에 달라붙어 있다가 허벅지에 달라붙는 놈도 있었다.

"흐하하! 죽어라!!"

독사는 어느덧 열 마리 가까이 내 몸에 달라붙었다. 가장 처음 안착한 놈은 내가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음에도 흑의에 달라붙어 결국 손목 근처에 달라붙는 데 성공했다.

캬아악!

이제 이빨만 박아넣으면 독이 퍼지기 직전. 나를 향해 바라보는 독귀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유감이다.

"감히!!"

전신에서 내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화골산지사들이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췄다.

"어딜 뱀 따위가 용을 넘보려 드느냐!!"

뱀은 생물이다. 당연히 자신이 넘볼 수 없는 상위 포식자를 넘볼 수 없다.

"네놈들이 감히 건드릴 옥체가 아니다!"

체외로 방출된 극강의 양기에 몸에 달라붙어 있던 화골산지사들이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손목 근처에 달라붙어 있던 놈은 이빨을 박아넣기도 전에 내기의 폭발에 휘말려 불타 소멸했다.

- 만천화우를 막는 또 다른 방법. 바로 자신을 중심으로 기를 폭발시켜서 주변을 초토화하는 거지.

"와룡승천!!"

함께 옆으로 놓은 두 검에 금빛의 기운이 서린다. 용제검의 상승초식으로, 평행하게 늘어뜨린 두 개의 검에 금빛의 용이 서려 사납게 울부짖는다.

"그, 그건?!"

"용제검이다!"

나는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아래에 있던 검을 먼저 휘둘러 암기를 쳐내고, 위에 있던 검을 뒤에 휘둘러 화골산지사의 몸을 반으로 가른다. 검을 휘두른 방향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아래를 가볍게 뛰었다.

"흐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얼굴을 향해 스며드는 독기를 기파로 막아낸다. 몸을 돌린 사이 등을 노리는 암기는 모두 등으로 받아낸다. 흑의에 몇 개 암기가 박히긴 했지만, 와룡승천에 눈이 팔린 독귀는 급히 암기를 날리느라 예기가 부족했다.

호신강기조차 뚫지 못해 흑의에 박혀 덜렁거릴 뿐. 나는 반쯤 돌린 몸을 앞으로 다시 돌리며 전방을 향해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역린!!"

만천화우를 막아내는 마지막 방법.

- 아니면 말이야, 그냥 만천화우 반경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강대한 공격을 날리면 되지 않겠어? 내공은 엄청나게 소모하겠지만. 예를 들어 지난번에 싸웠던...그...아! 상천용제검의-

"상룡참(翔龍斬)!!"

땅 위에 누워있던 금빛의 용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 * *

천상천하유아독룡, 당이정.

"적마잖아."

모든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소공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적마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적마의 무공은 무엇인가? 철선의 달인이다. 경신술이 가장 뛰어나기는 하지만, 암기술도 수준급으로 철선과 마비침만으로 도마를 자신의 아래에 무릎 꿇렸다.

그렇다면 그가 단 한 번이라도 독공을 사용한 적이 있던가? 그건 아니다. 그는 독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그게 천상천하유아독룡 당이정이라는 존재와 그의 안배와 맞물려 들어갔다.

당이정이 이 비고에 들어와 당문의 진실-인공전염병마저 연구한 모습을 보고 환멸을 느껴 당문을 떠난 것이라면? 후대에 자신처럼 당문에 실망한 이를 위해 안배를 놓아둔 것이라면? 그리고 자신은 세상을 주유하다가 마교에 들어와 적마가 된 것이라면?

"하긴, 누가 얘기해. 자기가 어렸을 적에 천상천하유아독룡을 자칭하고 다녔다고."

적마는 단 한 번도 이런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당가와 완전히 인연을 끊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어쨌든 적마의 안배 덕분에 소열제의 무공이 여기서 튀어나오게 되었다.'

소공녀는 안쪽에 둘둘 말린 다른 지도를 살폈다. 대략적인 장소와 위치, 그리고 기관진식의 파훼법이 적힌 지도는 직접 다녀온 게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가득했다.

'적마 이 사람, 자기가 다녀온 다음 지도로 그려서 여기다 남겨둔 건가?'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소공녀는 그것 말고는 다른 정답을 도출해낼 수 없었다.

적마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안배를 남겼고, 그게 하필이면 당문이 아닌 다른 이들의 손에 밝혀져 소란이 생겼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게 하필이면 소열제의 천상용제검이었을 뿐이다.

"......."

한 가지, 소공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어떻게 비천색마가 천상용제검을 익히고 있냐는 것.

직접 천마신공의 모든 힘을 끌어내 싸워봤기에, 소공녀는 비천색마의 천상용제검이 어지간한 수준은커녕 스스로 '검제'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그가 그걸 익혔는지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짝! 소공녀는 자신의 뺨을 두드려 정신을 가다듬었다.

'도대체 이거랑 대공자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비천색마는 이미 '염마'라는 존재가 이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답을 제시했다. 남은 건 일련의 과정이 염마에게까지 이르는 과정을 풀어내는 것뿐.

누가 있을까. 적마의 안배와 소열제의 비밀지도, 그리고 인공전염병을 모두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

"......찾았다."

소공녀는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 * *

쿵!

독귀, 당사림은 무릎을 꿇었다. 도포 안에 남아있던 모든 암기를 만천화우로 내던졌음에도, 그는 상대에게 그 어떤 상처도 주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자신 또한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암기를 모두 잃어버린 당문의 무사가 더는 싸울 수 있을까? 자랑하던 독사들마저 자신의 몸을 떠나 도망쳤는데?

"이런...말도 안 되는."

당사림은 화골산우진의 중심부터 자신을 향해 움푹 파인 참격의 흔적에 넋을 잃었다. 모든 암기를 튕겨내는 금빛의 용은 감히 뱀이 범접할 수 없는 천상의 존재였다.

황룡(黃龍).

전설 속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에, 당사림은 고개를 떨궜다. 아니, 본능이 고개를 조아렸다.

쌍검을 좌우로 쥐고 가운데에 선 남자는 고작 독귀 따위가 범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사천 땅에서 어깨 좀 펴는 당문이라 한들, 천하를 아우르는 황제를 넘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용제검."

당사림은 허망함에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황제의...검...."

자신의 바로 앞에서 하늘을 향해 승천한 황룡은 구름을 가르고 천상으로 날아올랐다. 만약 상대가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면, 자신은 분명 용의 입에 물려 하늘로 승천했을 것이다.

"도대체...당신은 누구요...?"

"검제."

"하."

이 얼마나 광오한 이름인가. 이 얼마나 어울리는 이름인가. 이미 대륙에 황제는 존재하지만, 감히 검의 황제를 자칭하는 것이 얼마나 겸손한가.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당사림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켜, 내의 안에 숨겨둔 단검 두 자루를 양손에 움켜쥐었다.

"검제께서는 사천당문의 비고에 무슨 일이오?"

"상천용제쌍고검이 숨겨진 비밀지도가 이곳 비고에서 시작되었으니, 내가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일 뿐이다."

"......."

당사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군. 하지만 검제여, 이곳은 사천당문의 중심. 어떤 존재에게도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곳. 설령 이 목숨이 다한다고 한들, 그대를 막겠소."

"얼마든지."

검제는 어깨를 으쓱이며 검을 다시 좌우로 늘어뜨렸다. 만천화우조차 막아낸 그는 하수에게 선공을 양보하듯, 암기의 달인을 상대로 먼저 들어오라 도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틈이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느긋하기 짝이 없음에도, 도저히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빈틈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전부 일부러 열어둔 공간이었다.

하다못해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

당사림은 의아함을 느꼈다. 비고에 드나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자신을 상대로 기다릴 필요 없이 죽이고 들어가면 되는 일이 아닌가. 화골산우진을 재가동시키고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일 아닌가?

"도대체-"

"형님!!"

검은 밤하늘, 까마귀가 날아올라 참격을 날렸다. 검은 바람이 전방으로 질주하며 검제의 삿갓을 휘날렸고, 까마귀는 당사림의 앞에 착지하며 자세를 취했다.

"오란지병 당오독! 사천당문의 가주로서, 침입자를 반드시 주살할 것이오!"

"흠.... 아끼던 갓이었는데."

검제는 검 한 자루를 검집에 집어넣으며 갓을 집어 들었다. 당오독이 날린 바람이 할퀸 상처에 갓 한 쪽이 갈라졌고, 검제는 갓을 아래로 짓눌렀다.

"......!! 아니, 당신은...?!"

"이런 미친!"

당오독, 그리고 당사림은 갓 사이로 보인 상대의 얼굴에 비명을 질렀다. 화골산우진의 밖에 당가의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왔으나, 어느새 검제는 갓의 앞뒤를 뒤집어 눌러쓴 다음 얼굴을 가렸다.

"걱정마시오. 훔쳐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니. 단지...."

끼릭. 당사림의 만천화우에 멈춰버린 화골산우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오독은 재빨리 당사림을 부축하여 화골산우진에서 이탈했다.

"잠깐 확인만 하고갈 뿐이오."

"이정아!! 당이정!!"

당사림은 비명을 지르듯 손을 뻗었다. 검제는 등을 돌리며, 비고 아래로 향하는 철문을 열어젖혔다.

"그런 자는 이제 존재하지 않소."

"아...!!"

검제의 등에 꽂힌 수많은 암기에 당사림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혀, 형님?!"

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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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골산우진으로 화골산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 가운데, 검제는 비틀거리며 비고 안으로 몸을 숨겼다.

[작품후기]

포치포치포치 // 하지만 주인공의 동정을 가져갔으니까 쌤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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