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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
도적에는 등급이 있다.
삼류 좀도둑은 잡히기도 전에 주인에게 정체가 발각되고, 이류 도둑은 남의 것을 훔치는 과정에서 정체가 드러난다.
일류 도적은 물건을 성공적으로 훔치지만 아주 약간의 흔적이 남게 된다. 그리고 일류를 초월한 비적(飛賊)은 자신이 상대의 것을 훔쳤다는 것을 본인 이외에는 그 누구도 모르게 한다.
"크허어, 역시 젊어서 좋구나."
나는 깊은 잠에 빠진 남궁유린의 속에 들어간 남근에 전신의 감각을 집중했다. 숙면에 빠진 남궁유린의 안은 도둑처럼 발걸음을 들인 나의 물건에 뒤척이듯 움직였다.
스르륵.
좁고 빽빽하지만 남근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함정을 피해 은밀하게 침입하는 도둑처럼, 나는 숨조차 쉬지 않고 앞으로 양물을 밀어 넣었다.
'원래라면 대문이 있어서 경보가 울릴 테지. 흐흐.'
대문은 이미 숲에서 활짝 열어놓았다. 파과의 고통과 정신적 충격은 이미 병동에 들어서는 순간 충분히 진정된 상태였고, 수면향과 온갖 약재를 피워 전신의 긴장이 풀리도록 조처를 해놓았다.
새액, 새액.
덕분에 남궁유린은 자신의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는 그녀가 깨지 않게 치골 부위를 엄지로 계속 누르며 양기를 퍼뜨렸다.
"흐읏...."
나의 양기는 남궁유린의 치골에서부터 점차 위로 용솟음쳤다. 하단전에서 좌우로 퍼지며 산개하는 양기의 움직임은 잠든 집주인이 깨지 않도록 내 양물과 남궁유린의 체온을 비슷하게 맞췄다.
"흐흐, 내 것이 드나드는지도 모를 걸?"
인간의 체온은 비교적 일정하지만, 피가 몰린다거나 땀이 난다거나 하며 다소 변할 수 있다.
특히 무림인같이 기에 민감한 이들은 약간의 차이도 금방 눈치챌 것이며, 불방망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육봉이 뿜어내는 열기는 넣기도 전에 알아챌 수준이다.
새액, 새액.
하지만 남궁유린은 고요히 잠들어있다. 아담하지만 존재감은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봉긋한 언덕이 위아래로 솟구쳤고, 나는 동산이 올라가는 순간에 맞춰 딸려 올라가듯 양물을 밀어 넣었다.
'앙칼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속은 고분고분하구나!'
외강내유가 이런 것일까.
미래의 위루화는 내기가 바닥까지 갈취당해 죽는 순간까지도 저항하고 나를 저주하며 힘을 풀지 않았다. 덕분에 강대한 철문을 깨뜨리는 맛이 있기는 했지만, 때로는 유(流)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필요한 법.
- 면간은 상대가 깨지 않도록 하는 게 갑이지. 수면제 먹이는 새끼들은 다 사도야, 사도! 수면제 먹이고 퍽퍽 쑤시면 그게 무슨 면간이야!!
혈교주는 말했다. 밤은 고요하고 깊으며, 상대가 자는 사이에 몰래 다녀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비적질이라고.
밤 중 자는 여인을 취할 때는 상대가 절대로 중간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으며, 나는 혈교주의 말대로 따랐다.
'역시 당신이 옳소.'
"으응...."
구천현녀 다음으로 강한 내가 고작 여인의 신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현경의 고수가 또 언제 이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듯한 짜릿함을 느껴볼 수 있겠는가?
'깰까 봐 조금 걱정되기는 하는데, 안 깨우면 된다.'
결과적으로 꽃을 가르고 취한 다음, 남자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면 모두 끝나는 일이다.
- 진정한 도둑은 자신이 범해졌다는 것도 모르게 범하는 것이니라.
적마, 훗날 비영신적(飛影神賊)이라 불리는 남자는 밤 중 몰래 아녀자의 방안에 오다닌 것을 들키지 않았다고 자부하고 다녔지만, 그건 혈교주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위였다.
'안 싸고 비적할 바에는 그냥 싸지르고 일류 하지.'
나는 흔적을 남기고 일류가 되겠다. 다만 남궁유린이 내가 다녀갔다는 것조차 모르게 절정을 느낀 다음, 남궁유린의 방에 나의 흔적을 진하게 남기고 떠날 것이다.
찌걱, 찌걱.
풀벌레 소리에 질척이는 남녀의 교접 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둘밖에 없는 고요한 방 안에 꽃이 즈려밟히는 소리만 가득하니 누군가 눈치챌 법도 하건만, 아무도 눈치채는 이가 없었다.
"하아아...."
심지어 짓밟히고 있는 남궁유린마저도. 몸의 온도를 맞춰 이상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속도에 맞춰 넣었다 빼는 덕분에 남궁유린은 자신이 범해지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도마에게 겁간당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의원을 찾았더니, 그 의원이 자신을 재우고 범하고 있다는 것을.
'자고 있으니까 천상 선녀로다.'
창틈 사이로 들어온 달빛에 비친 굳게 닫힌 눈동자와 살포시 짓는 미소는 독기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사공희를 상대로 도발하고 빈정거리기 일쑤였던 그녀가 맞나 의심될 정도였다.
'얌전하니까 이리도 매력적이구나!'
활짝 꽃잎이 펼쳐졌을 때는 너무나 화려해서 오히려 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고요히 닫힌 모습을 보니 단아한 품격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온갖 곳에 이빨을 드러내고 다니겠지?'
나는 알 수 있다. 미래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그녀의 안에 들어간 아랫도리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아...따뜻해...."
남궁유린은 몸을 살짝식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입꼬리를 내렸다.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보다 더 느린 속도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빼고 있으나, 그것으로도 충분히 몸이 달아올라 미약한 신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간음도 천천히 하면 좋아 죽을 년이로다.'
다시 생각해보니 도마가 몹시 괘씸해졌다. 도마가 조루가 아니라 지루였다면 나는 충분히 남궁유린의 속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도마가 단도에 조루라서 환술을 일찍 풀 수밖에 없었다.
"아아...오라버니, 좀 더...."
나는 남궁유린의 웅얼거리는 말에 곧장 동작이 멈췄다.
'깼나?'
꿀꺽. 나는 행여나 환술을 걸어야 하나 긴장했다. 입술을 오물거리던 남궁유린은 새액거리며 다시 잠들었다.
"어으, 지릴, 커흡."
뷰르르릇, 뷰릇.
"...지렸다."
남궁유린, 무서운 여인.
'천하십대고수 중 한 명을 지리게 만들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여인인가!'
나는 남궁유린의 속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양기를 잘 정돈했다.
'재미있으니까 계속해야지.'
밤은, 길다.
* * *
아침이 되었다.
나는 남궁유린과의 질펀한 밤샘 음양합일로 일출을 맞이한 다음, 한껏 수척해진 얼굴을 꾸며 의원으로 돌아와 남궁유린을 맞이했다.
남궁유린이 누운 침상 옆에는 온갖 약재와 침이 흐트러져 있었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깨어난 남궁유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정신이 듭니까? 몸 상태를 확인하시지요."
"아…."
남궁유린은 자신이 알몸인 것조차 잊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생명의 은인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나는 배덕감이 들었다. 그녀의 치골은 당연히 말끔했다.
"정말...감사합니다. 평생 시집 못 가는 줄 알았어요."
"걱정마십시오. 이 일은 평생 묻어둘 겁니다."
진실 하나. 시집 못 가게 치골에 상처를 새겨놓은 것은 나다.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십시오."
"...마교, 그 개새끼들한테 당했어요."
진실 둘. 그 개새끼가 나다.
"크흠. 몸의 상처는 치료할 수 있어도 마음의 상처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세가에 돌아가셔서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처녀를 다시 되돌리는 건 어렵겠죠?"
"크흠흠! 그, 그건 저라도 불가능합니다."
진실 셋. 꽃잎을 즈려밟은 것도 나다.
"흑흑, 도마…!"
도마는 정작 내 환술에 당해 썩은 나무에다가 박음질해댄 죄밖에 없지만, 남궁유린은 도마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불태웠다.
'겁간당했으니 이제 도마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년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죽여버릴 거야...! 평생, 잊지 않겠어...!!"
남궁유린의 독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만약 내가 자신을 두 번이나 겁탈한 걸 알면 무공의 차이고 나발이고 바로 검을 출수할 기세였다.
'예쁘긴 한데 두고두고 볼 꽃은 아니군.'
화원에 놔뒀다가는 옆의 꽃들을 전부 시들게 할 독기 가득한 꽃이다. 이런 꽃은 그냥 보고 향기 한 번 맡고 넘어가야지, 괜히 여러 번 눈길을 들이면 탈만 날 뿐이다. 한참을 오열하던 남궁유린은 마음을 추스르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의원님, 죄송해요. 못 볼 꼴을 보였네요."
"심려하지 마십시오. 세상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보게 되니."
위로같지 않은 위로. 뭔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듯한 남궁유린의 말을 적당히 흘렸다.
"가문의 무사가 밖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의원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무림에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라는 문화를 장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남궁유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 용봉지회에서 소공녀 그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싶어요. 제가 겪은 치욕보다 더한 치욕을."
"허어."
나는 절로 탄식이 나왔다.
능력이 되나? 안된다. 소공녀는커녕 사공희도 이기지 못하는 실력이다. 애초에 소공녀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면 도마에게 그런 식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천마의 정수리가 중원만큼 넓다고 누가 말했나?
남궁유린이다.
언젠가 소공녀도 벗겨질 거라는 걸 누가 말했나?
남궁유린이다.
'누가 위루화 아니랄까 봐 생각이 지극히 이기적이군.'
무림의 별호가 거짓 눈물의 꽃을 받았으니, 그 인간성이 어디 정상이겠는가?
미래에도 유명한 인간성을 훗날에도 변하지 않는다. 악명이 자자했던 미래의 뿌리와 근간이 현재라고 한다면, 지금의 남궁유린도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복숭아나무에서 복숭아가 나오지, 어디 다른 과육이 나올 리가 없다.
"용봉지회에서 혹시나 제가 마교의 소공녀에게 상처를 입힌다면...그 때는 치료해주지 말아 주세요."
"그건 안 됩니다."
"왜요? 스승님을 납치해간 마교의 개새끼들이잖아요."
"......."
의원으로서의 무(無)인가, 신의의 제자로서의 붕(朋)인가. 양갈래길에 놓인 나에게 남궁유린은 감히 자신의 의도대로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발 부탁드려요. 신의를 납치해간 마교의 존재들을 치료해주시 않는다고 하면...명분은 충분하잖아요. 만약 그리해주신다면 남궁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생각만 해볼 것이다. 하지만 내 빈말에도 남궁유린은 그게 이루어진 것처럼 활짝 웃으며 허리 숙여 떠났다.
'생각해보자.'
남궁의 편을 드는 것이 내게 이득인가, 아니면 마교 소공녀의 편을 드는 것이 이득인가.
전자를 선택하면 신의의 제자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고, 후자를 선택하면 앞으로 신의의 제자 노릇은 쉽게 하지 못한다.
스승의 원수를 치료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참된 의원이라 칭송을 받을지 몰라도, 사제관계를 부자지간보다 더 중시하는 무림인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배척될 것이다.
딸랑딸랑.
문 앞에 걸어둔 종이 흔들리며 남궁유린은 의원을 떠났다. 나는 홀로 의원에 남아 생각에 잠겼다.
"역시 생각할 가치도 없지."
신의의 제자를 사칭할 수 없게 된다? 상관없다. 내게는 아직 수많은 무공이 남아있으니까.
"뭣하면 다른 놈 제자나 태사부 사칭하면 되지 뭐."
내공을 앞으로 몇 년만 더 쌓으면 마교의 존재로도-
"......흠."
천마신교. 십만마인들이 천산에 모여, 마교 교주를 따르며 지내는 거대 집단. 문파와 배분을 따지는 백도와는 달리, 오직 '천마에 대한 복종'과 '힘'만을 따지는 천마 찬양 종교.
"색마(色魔)라...."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마교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나와 무당의 관계, 그리고 이것저것을 따지고 보면 마의 길을 걷는 게 딱히 나쁜 일이 아니다.
색마가 되어 소공녀의 곁에서 탈동정의 은혜를 갚는 인생을 살아가는 삶.
'썩 나쁘지는 않은데?'
오히려 좋다. 온갖 문파에서 추살대를 보내고 천라지망이 펼쳐지겠지만, 바람처럼 살다 가는 인생 무림 공적이 되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명분이 적절하지 않은가? 신의의 제자랍시고 힘들게 사칭하고 입을 놀릴 필요 없이, 냅다 다 때려 부수고 여인의 앞에 나타나 소리치면 끝이다.
- 뭐, 뭐하는 짓이에요?!
- 본좌는 색마다!
"이거 남궁유린에게 감사해야겠어."
그녀는 나에게 여러 깨달음을 주게 했다. 다음에 혹시 의원 신세를 지게 된다면 그때는 감사의 인사로 한 번 더 찐하게 안에 나의 태양 같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리라.
남궁유린처럼 독기 가득한 꽃은 물로 흠뻑 적셔야 꽃잎이 예쁘게 피어오르니까.
그렇게 나의 또다른 길을 탐색하던 순간.
"상공."
입구, 별실에서 하룻밤 자고 온 사공희가 몸단장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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