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유린
"아니, 지금 뭐하는 거죠?! 조용히 용봉지회 구경만 하다 간다고 하셨잖아요!!"
소공녀는 적마와 환마에게 호통을 질렀다. 마인들의 앞에는 환마의 환술에 당한 남궁패와 무사들이 섭혼술에 걸린 것 마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정파랑 얼굴 붉힐 일은 하지 않기로 하셨으면서! 그 조건으로 당신 셋을 데려온 거란 말이에요!"
"저희를 놀리는 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감히 소공녀 님을, 천마의 혈육을 욕보이는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허허! 소공녀,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하겠는가. 먼저 시비를 걸어온 자들을 가만히 둘 수 있소?"
소공녀의 간곡한 부탁에도 적마와 환마는 단호했다.
"소공녀께 감히 추녀라고 하다니, 이 얼마나 건방진 말인가? 오락가락하는 내 정신이 퍼뜩 들 정도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 오늘따라 정신이 올곧으신데요?"
"아무렴!"
"그게 아니라!! 진짜 어쩔 거예요! 도마가 남궁의 여자를 겁탈이라도 하면! 여기서 제 용봉지회는 끝이 나버린 다고요!!"
자신의 용봉지회에 중점을 두는 소공녀와 천마의 혈육에 대한 모욕에 중점을 두는 두 마인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비천삼마는 소공녀의 호위로 따라붙은 소공녀의 지지자이기는 하지만, 마교 내에서의 배분은 아직 삼마 쪽이 훨씬 높았다.
따라서 소공녀의 명령을 삼마가 꼭 들을 필요는 없다. 때문에 도마는 남궁유린에게 천마를 모욕한 벌을 주겠다며 일부러 다른 곳으로 몰아세웠고,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불 보듯 뻔했다.
"적마는 그렇다쳐도 환마, 어르신 진짜 자신 있어요? 어르신보다 더 강한 존재가 무당산에 있다면서요!!"
"......아!"
"'아'가 아니라!! 그 정파의 고수가 도마를 습격하러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어쩔 거예요?!"
"......애미야, 오늘은 소면 국물이 짜더구나! 으허어억!"
"아이고, 이 영감 또 맛이 갔네."
환마가 정신을 잃었다. 환술에 너무 심취한 그는 정신이 오락가락했고, 치매에 걸려 때때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게 하필이면 현실도피를 하는 것 처럼 보여 소공녀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으으, 어떻게 하죠? 내 용봉지회...."
"걱정마십시오. 환마의 말대로 정말로 현경의 고수라면 진작에 저희가 환술을 걸 때부터 개입했을 겁니다. 도마가 남궁유린 그 년에게 칼침을 놓을 때 나섰을테구요."
"무슨 근거예요?!"
"근거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편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소공녀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 하필 남궁유린은 굳이 시비를 걸어 이 사단을 만든단 말인가.
마교 소공녀인 자신도 이렇게 조심하고 또 조심해왔는데, 왜 정파의 무인이라는 년이 '출신도 모를 연놈들'이라며 천마의 피를 건드렸단 말인가.
정파의 영역이라는 걸 맹신하고 저지른 짓이라면 큰 오산이다. 비천삼마는 소공녀의 별호보다 천마의 명예를 더욱 중요시했고,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망했어...."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공녀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 * *
'까탈스럽도다!'
양물을 넣자마자 느낀 생각이었다.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공희보다 못난 년이 가시를 채우니 영 따갑고 아프기만 했다.
"죽일, 죽일 거야...흐끅, 어흐흑!"
남궁유린의 저항은 거칠었다. 전희없이 남근을 밀어넣으려고 하니, 안쪽에서 단단히 조여 내 진입을 막느라 잘 들어가지 않았다.
찌익.
처녀혈은 강제로 뚫었다. 나는 남궁유린의 안에서 혈화가 피어오르게 만들었고, 남궁유린은 그녀의 미래 별호답게 피눈물을 흘렸다.
"으헉, 으허엉...."
'젠장, 우는 것 때문에 도마가 깰 것 같다.'
환술은 그리 지속시간이 길지 않다. 더욱이 진법을 깐 것도 아니고 초절정의 고수를 상대로 임기응변으로 건 환술이 오래 이어질 리가 없다.
'조금만 더 시간을-'
"으어어! 도마의 아이를 낳아라! 크아아앗!"
'개같은 조루 새끼!'
도마는 썩은 나무에다가 파정했다. 나는 이제 막 양물을 세워 꽃잎을 살짝 움켜쥐었 건만, 놈은 나무를 겁탈하고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환술의 지속시간은 그가 사정할 때까지. 나는 급히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올렸다.
'제발 속아라, 도마!'
안 그러면 이 자리에서 도마를 죽이고 마저 겁탈해야하니까. 나는 남궁유린의 몸에 수작을 부려놓고 나무를 삼매진화로 태운 다음, 도마의 몸을 걷어차 남궁유린의 앞에 집어던졌다.
"으흠, 흐어어.... 핫?!"
도마는 번쩍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눈앞에는 나의 점혈로 기절한 남궁유린이 다리를 벌린 채 하혈하고 있었다. 도마는 남궁유린의 음부 앞에 단검을 하나 꽂아놓고 고개를 쳐들었다.
"...크하하! 감히 천마님께 숱이 없다고 입을 놀린 죄! 소공녀께서도 그런 미래를 겪게 될 거라고 한 죄다! 평생 아래를 볼 때마다 너의 죄를 떠올려라!"
'다행이다.'
도마는 더이상 남궁유린을 건드리지 않고 떠났다.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남궁유린의 점혈을 풀고 마저 작업을 재개했다.
"아아악!!"
비명은 지르지만 몸은 점혈로 고정되어 있어 움직일 수 없다. 나는 나뭇가지에 실은 탈영추적도를 비스듬히 세웠다.
"찜."
퉤.
멀리서 들려오는 남궁 무사들의 소리에 나는 내 것이라는 문장을 남겨두고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 * *
마인들이 떠난 뒤.
환술에서 깨어난 남궁패와 남궁의 무사들은 급히 아래에 떨어진 피의 흔적을 쫓아 달렸다.
"우웁!"
그리고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남궁의 꽃이어야 할, 그리고 봉황으로 거듭나야 할 존재는 마인의 손에 무참히 꺾이고 즈려밟혔다. 나무에 기댄 산발의 여인은 알몸으로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린아...! 무, 무사들은 흔적을 지워라! 어서!"
남궁패는 급히 달려가 자신의 장포를 벗어 남궁유린에게 입혔다. 옷이라고는 흔적도 없이 갈기갈기 찢겨진 남궁유린은 묵묵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복수."
"유린아?"
"복수하겠어. 내가, 그 썩을년에게 복수할 거야."
남궁유린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자신이 겁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강인한 정신력에 남궁패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유린아, 진정해라. 우선...헉!"
남궁패는 여동생의 장포 아래를 보고 숨이 막혔다. 남궁유린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위를, 확인할 수 없는 부위를 남궁패는 보고 말았다.
"유린아, 우웁...!
"썅, 뭔데!"
"네 치골에...!"
"뭐!"
남궁유린은 고개를 아래로 젖혔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 미친...!"
그녀의 아래에는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냥 긁힌 상처도 아니고, 비천마(飛天魔)라는 문구가 석 자 박혀있었다.
음핵을 중심으로 퍼지듯 박힌 도흔(刀痕)은 인간의 존엄성을 깎아내림과 동시에, 여성의 몸에 남아있을만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문구가 잘 보이도록 털을 모두 잘라내버렸다. 맨들맨들한 비부가 여실히 드러나 도무지 가릴 수도 없어보였다.
"어떻게 이런 참혹한 짓을...!"
남궁패는 생각했다.
남궁유린이 겁간당한 사실은 당연히 숨겨야한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가진 청사진에는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중 남궁과 견줄만한 자와의 혼인이 있었고, 실제로 남궁유린과 다른 가문의 쾌남들과 약혼이 오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첫날밤을 치르는 남자가 남궁유린의 음부 위에 박혀있는 문구를 발견한다면?
'파혼이다.'
혼인은 깨지고 남궁유린은 바로 지조없는 여인으로 찍히고 만다. 설령 남궁유린에게 새겨진 상처가 마인에 의한 것이라고 한들, 결국 세간의 지탄을 받는 건 남궁유린이었다.
"유린아...."
"씨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남궁유린은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겁간을 당했어도 정신을 가다듬으며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했지만, 여인의 몸에 상처를 새겨놓은 미친 짓은 차마 감당할 수 없었다.
"...유린아, 아직 방법이 있다."
남궁패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남궁유린을 다독였다.
"무붕 의원께 가자."
"뭐...?"
남궁패의 말에 남궁유린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무붕 의원께 가서 상처를 없애달라고 하자. 내가 그 분의 앞에 석고대죄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너를 봐달라고 간청하마."
"......."
남궁패의 강렬한 의지에 남궁유린은 눈을 감아버렸다. 감당하기조차 힘든 일에 기력은 전부 쇠하여 기절해버렸고, 남궁패는 무사 중 여인에게 남궁유린을 맡기고 몸을 돌렸다.
"의원께 직접 다녀오마! 너는 유린이를 돌봐다오!!"
남궁패는 무사들에게 현장의 흔적을 마저 지우도록 지시한 뒤 산길을 뛰었다. 이미 밤은 늦어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고 의원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지만, 남궁패에게는 동생의 여인으로서의 삶이 중요했다.
"남궁세가의 공자...?"
"급한 일이오! 부디 무붕 의원님을 뵙게 해주시오!!"
의원의 앞을 지키던 무당의 제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원께서는 남성공포증가지고 계시오. 그걸 재발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알면서 왜...?"
"꼭 뵙게 해주시오! 부탁이오!"
"남궁의 이들이 안하무인이라고 내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군. 지금 몇시인가? 이미 밤이 늦었거늘 무슨 낯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야!"
"괜찮, 허억, 습니다, 허억."
안에서 청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을 열었다. 청년은 남궁패를 향해 살짝 두려워하는 눈치로, 하지만 무언가를 직감한 것 같은 의연한 태도로 남궁패를 맞이했다.
"급한 환자가 생겨서 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맞습니까?"
"예!! 그, 그게...."
"후우. 알겠습니다. 다만 남자는 안 됩니다. 여인이라면...."
"제 동생입니다."
쿵! 남궁패는 청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청년이 깜짝놀라며 무당의 무사들에게 남궁패를 가리켰다.
"아, 알았으니까 일어나라고 하세요! 저는 악연이 있을 지언정, 환자를 가리는 자가 아닙니다. 새, 생리적으로 남자는 안 되지만...."
"크흑, 감사합니다!!"
남궁패는 고개까지 조아렸다.
잠시 뒤.
의복을 갖춰입고 몸단장을 한 여인이 아무도 몰래 무붕 의원을 찾았다.
* * *
"마인에게 겁간당했다...."
끄덕끄덕.
남궁유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따라온 남궁세가의 여자무사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고, 나는 대놓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의원이다, 나는 의원이다.'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세뇌를 걸었다. 자세를 다소 삐딱하게 앉고, 표정은 굳히며,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한 번 더 내쉰다.
"......하아, 알겠습니다. 의원이 환자를 두고 못 본 척 할 수는 없는 몸."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무사가 남궁유린 대신 허리를 숙였다. 그녀가 건넨 종이에는 도마에게 입은 상처가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주먹을 쥐어 옆에 놓인 나무상자를 내리쳤다.
"어떻게...이런 참혹한 짓을...!"
"의, 의원님! 손이 벌겋게...!"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목소리를 높여 무사에게 호통을 내질렀다.
"지금 당장 상처에 약재를 바르지 않으면 평생 흉터로 남을 겁니다! 아아, 여인의 얼굴에는 칼도 대지 않는 법이거늘 어찌 이렇게 잔인하단 말인가!"
반성해라, 붕. 나는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약재를 꺼내들었다.
"안쪽에 침상이 있습니다. 그곳에 환자를 눕히세요. 그리고 당신은 밖에서 기다리세요. 밤 동안 집중치료를 해야하니."
"아, 알겠습니다! 아가씨, 들어가셔요!"
"......감사합니다."
남궁유린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향을 가득 피운 다음, 수술복을 입고 무사가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안에서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들리자, 무사는 밖으로 나와 내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
1인용 침상 위에는 남궁유린이 소복을 입은 채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는 남궁유린의 얼굴 위에 가림막을 놓은 다음, 안에만 비치되어 있는 향을 하나 피웠다.
"푹 주무십시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끝나있을 겁니다."
스르르.
잠시 시간이 지나기 무섭게 남궁유린은 잠들었다. 나는 수면향을 계속 피워놓고 냅다 수술복을 벗어던졌다.
"암왕의 무공에 대해 알고있나? 마교 최강의 살수인 그의 성명절기 앞에 살아남은 이는 없었지."
내가 아무리 지껄여도 이미 남궁유린은 잠들어서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벌린 다음, 상처로 일어난 곳을 엄지로 슥 문질렀다.
사아아악.
내 내기로 일어난 상처에서 나의 기운을 흡수하니, 곧 상처는 가라앉았다. 이전과 똑같은 뽀얀 속살이 드러났고, 나는 내 키에 맞춰놓은 침상앞에 서서 남궁유린의 하반신을 잡아당겼다.
"확인사살. 암왕의 살검은 두 번 찌른단다."
푸-욱.
"아까는 도마가 환술에서 깨어날까봐 제대로 못했거든?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찌걱.
"찢어졌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느끼기 쉬울 게다, 크흐흐. 아침까지 상처를 치료하자고."
밤은 길다.
[작품후기]
아래 스포일러
천마는 머머리
자식에게 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