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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이놈의 새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미 수면이 걸린 이상 이놈은 죽었다고 봐야지. 벗어날 방법은 없어.
다만…. 어떻게 죽이느냐다. 아무 생각 없이 죽이면 안 된다는 게 귀찮네.
섬에 있는 놈을 처리하는 건 한순간이다.
안나 하나만 불러도 여기 괌에 있는 놈들 다 처리하는데 5분이면 된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깔고 데스 윈드 한방이면 끝이잖아?
그러면 상태 회복을 패시브 화 시켜놓은 사람 아니고서야 버틸 방법이 없다.
바로 다 죽어버리겠지.
비행도 안 되고 블링크도 안되고 순간이동이나 게이트도 안되는 데 어찌할 거야?
그냥 피 토하고 죽는 수밖에 없지.
문제는…. 그렇게 생각 없이 죽이면 결국 호라이즌에 선전포고하는 꼴이 된다.
정례회의 전에 그랜드마스터 놈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안 그래도 어디 처박혀있는지 모르는 녀석이 그대로 숨어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어진다.
좆같은 상황이 되는 거지.
그렇다고 필립 이놈을 안 죽일 수도 없다.
이대로 가면 방주는 상당히 위험해지잖아?
한두 번 막는 건 문제가 아니겠지만…. 막으면 막는 대로 골치 아파진다.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든 놈들이 몰려오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조기 진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
문제는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처리하냐는 건데.
기억 조작을 할까?
필립 저놈의 기억을 싹 지워버리고 방주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거로 하면?
레나를 불러서 마리오네트를 쓰고 방주 근처에 순간이동 좌표 저장해 놓은 걸 지운 다음 녀석의 기억에서 방주에 대한 기억을 싹 지우면….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네. 방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정보원들이 있을 거 아냐.
그런 놈들도 다 찾아서 기억을 지워야 하는데…. 그건 무리다.
한 놈이라도 남아있으면 결국 빈틈이 생기고 의구심만 남길 거다. 바보 같은 짓이 되는 거지.
기억 삭제나 기억 조작은 무리. 할 짓이 못돼.
아. 씨발. 머리 아프네.
그냥 속 편하게 죽였으면 이미 다 죽이고 스킬 숙련하고 있을 텐데.
살려둘 수도 없고,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뾰족한 방법은 없고.
하…. 진짜.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지?
그랜드마스터 놈이 숨든 말든 지를까?
녀석의 행방은 기억 복구를 배워서 클로에 에반스 그 여자의 기억을 복구해서 찾고?
그게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확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네. 귀찮게.
내 포지션을 들키지 않고 이놈들을 처리할 방법….
음…. 짱개 놈들이 배신한 거로 할까?
고룡의 세 여자. 그 여자들을 매혹해서 죽여?
아니지. 그럼 걔들을 살려둬야 하잖아. 그리고 갑자기 이 여자들이 필립을 죽이는 것도 어색하다.
오히려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게 맞지. 죽인다고 얻는 이득이 아무것도 없는데.
녀석들을 한 번에 싹 전멸시켜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필요해. 뭐가 있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맞아. 내가 죽여버려서 잊고 있던 놈이 있었네.
언노운. 그놈이 있었지?
녀석은 이미 영국에 있던 놈들과 미국에 있던 크라켄 본부까지 전멸시켰었잖아?
그놈이 괌까지 와서 싹 전멸시켰다고 한다면?
게다가 호라이즌 이놈들은 언노운이 죽었는지 모르니까.
음…. 나쁘지 않네. 게다가 이것저것 쓸 방법도 많이 있어.
그럼…. 생각난 걸 조금 다듬어보자.
시간이 없으니까 머뭇거릴 틈은 없으니 빨리 생각해야 해.
어느 정도 머리속에서 계획을 정리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일단 무조건 죽어야 하는 필립 녀석은 재워뒀다. 다른 놈은 몰라도 이놈은 꼭 죽어야지.
그리고 생존자가 될 녀석들을 추린다.
아는 게 거의 없는 일반인에 가까운 녀석들.
녀석들은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끝까지 살아남아 내 모습을 호라이즌 놈들에게 증언해야 해.
이제 여기 있는 놈들은 전부 죽일 차례.
혹시라도 그랜드마스터 녀석이 이곳으로 직접 와서 사물 기억 읽기를 할 수 있으니 죽이는 것도 그럴듯하게 죽여야 한다.
몰랐으면 모르겠는데, 알고 있는 한 대비를 해야지. 방심할 수는 없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걸고 봉인을 건다.
그런 다음 환영 제작으로 언노운 녀석의 환영을 만들어 축소를 쓴 내 위에 덮어씌웠다.
거울을 보니…. 이정도면 제법 리얼하다. 암만 봐도 환영이란 건 알아채기 힘들 거야.
이제 학살 시작.
먼저 필립 녀석부터 염력 촉수로 찍어 죽였다.
불쌍한 녀석. 그러니까 왜 쓸데없는 것까지 알아내서 명을 재촉하니.
하긴, 녀석을 보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이놈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이니까.
그저 서로 입장이 달랐을 뿐, 녀석은 호라이즌에서 봤을 땐 일 잘하는 훌륭한 인재였어.
뭐…. 그러거나 말거나 바로 코인을 먹는다.
지금의 나는 언노운. 이놈들에게 원한이나 증오 같은 건 없다.
그저 철저하게 코인을 노리고 녀석들을 죽이는 것처럼 해야 해.
게다가 봉인과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콤보를 알려줄 수도 없으니 다른 스킬은 아예 쓰지 않는다.
탐지는 쓰고 있지만 못 쓰는 척 해야 하니 일부러 헤매는 척도 한다.
위치를 다 알고 있는데 헤매는 것도 존나 웃기네.
아. 그랜드마스터 그놈이 사물 기억 읽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알면 좋을 텐데.
그럼 이 짓거리까지는 안 해도 되잖아?
근데 어쩔 수 없다. 기왕 하는 거면 확실하게 하자.
어차피 시간은 많다. 이렇게 해도 다 잡아 죽일 수는 있어.
마치 거미처럼 호텔 벽면을 폴터가이스트로 타고 내려오며 유리창을 부수고 방 안에 있는 인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찔러죽인다.
거의 아침이 됐기에 하나둘씩 일어난 놈들도 있다.
그리고 내가 낸 소음으로 깬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스킬을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당황해 하는 녀석들.
그런 연놈들을 하나하나 잡아 죽인다. 시간은 좀 걸려도 이렇게 해야 해.
답답하지만 참자. 지금 조금 귀찮다고 내 밑천을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
근데 씨발 존나 번거롭긴 하네. 젠장.
고룡의 여자들, 왕룡의 여자, 파견대였던 걸로 보이는 짱개, 미국에서 넘어온 거 같은 호라이즌 녀석들.
스킬을 쓸 수 없으니 녀석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차례차례 내 공격에 죽어 나갈 뿐.
간혹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쓸 수 있는 히든 스킬을 가진 놈들이 호기롭게 덤벼들긴 했지만, 녀석들이 뭘 할 수는 없다.
나는 스킬을 못 쓰는 척하고 있을 뿐이지 못 쓰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데미지 감소가 패시브 화 되어있어서 기습을 당해도 한 방에 죽지도 않고.
일렉트릭 에리어를 키고 나에게 달려오는 놈.
용기는 가상하긴 했지만…. 목이 염력 촉수에 꿰뚫려 바로 사망했다.
고작 그걸로 개길 거였으면 차라리 숨어있지 그랬니. 바보같이.
폴터가이스트가 있는지 내 환영의 머리 부분을 뭔가가 팍하고 쳐내는 한 녀석.
하지만 이미 머리엔 염력을 둘러놨다. 이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지.
아무리 환영이라고 해도 머리가 터졌는데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잖아?
녀석과 염력 대결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몰래 수면을 섞어 쓰면서 염력 촉수를 날렸다.
순간 무방비해지며 머리가 날아가고 바로 빛이 되어버리는 녀석.
쯔쯔. 내가 너랑 같다고 생각했으면 정말 오산이야. 바보 같은 놈.
그렇게 아침 해가 어느 정도 완전히 떴을 무렵에는 생존자로 지정해 놨던 몇 놈만 남기고 괌섬에 있는 모든 인간은 전부 죽었다.
내가 남겨두겠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그나마 머리가 있는 놈들인가보다.
꼭꼭 숨어서 가만히 숨죽이고 내가 가기만을 기다리는 녀석들.
현명한 대처야. 괜히 도망가겠다고 나서면 명을 재촉할 뿐이지.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썼으니 나도 탐지를 못 쓴다고 판단한 거잖아?
똑똑한 거야. 저게 맞지.
이제 조금 연극을 해볼까?
생존자 녀석들이 있는 쪽에서 완전히 반대 방향 쪽으로 걸어간다.
하나하나 주변을 살피면서 점점 녀석들에게 멀어졌고 아예 시야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그러자 탐지에서 느껴지는 녀석들의 움직임.
나는 그런 걸 전혀 모른 척하면서 생존자 놈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내가 멀리 사라지자 빠르게 내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는 생존자 넷.
녀석들이 제법 멀어지자 나는 일부러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없애줬다.
그러자 한참 뒤에 그걸 알고 바로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는 녀석들.
아. 웃겨. 마지막에 보인 녀석들의 표정은…. 정말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순간이동이 써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기쁜 표정.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한 얼굴.
아마 자신들이 열심히 뛰어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범위 바깥까지 무사히 나왔다고 생각했겠지?
내가 일부러 해제해줬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할 거다.
제약 해제가 없으면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를테니까.
그래. 가서 다른 놈들에게 언노운에 대해서 잘 말해줘라.
너희들의 증언이 있어야 방주가 편해지니 상세하게 잘 말해야 할 거야.
이제…. 됐다. 할 건 다 했고.
다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쓴 다음 녀석들이 갔던 방향 반대로 한참을 걸었다
일정 범위까지 나갔다가 탐지를 쓰고 돌아오는 짓을 몇 번 한 다음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걷는다.
마치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바깥을 빙 돌아 걸으면서 탐지를 쓰는 척하는 모습.
그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런 짓을 몇 번 반복한 다음 하늘 위로 순간이동 했다.
후우. 이제 이런 싸구려 연기는 그만해도 되고…. 이제는 후처리를 해야 하는데.
바로 벙커로 돌아간 다음 세아를 찾아간다.
승미세안 중에서 지금은 가장 티어가 낮은 게 세아니까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세아가 원했던 괌이잖아? 그러니 지금은 무조건 걔를 데려가야 해.
"세아!"
"왜?"
담배를 생성한 다음 탁자에 쌓아놓다가 나를 보고 살짝 움찔하는 세아.
"뭐야? 담배 생성 골랐어? 니가 그러고 있으니 완전 불량청소년이네."
"어쩔 수 없잖아! 생성 스킬엔 고를 게 없어!"
"맞아. 그건 나도 인정해. 근데 왜 담배냐. 쓸모도 없는걸. 암튼 세아 너 나 좀 따라와라."
"왜? 어디 가게?"
"괌."
"괌?"
내 말에 승희와 미나, 안나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놀러 가는 거 아냐. 거긴 지금 놀 수도 없고."
"에잉…."
그러면서 다시 자리에 앉는 승희.
미나와 안나도 아쉽다는 듯 슬쩍 앉는 게 웃긴다.
"근데 왜 나를?"
"가보면 알아. 어차피 가서 1분 만에 돌아올 거야. 투명이랑 비행 쓰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 봉인 걸고."
"뭐가 뭔지 모르겠네."
그러면서 갈 준비를 하는 세아.
나는 바로 게이트를 열었고 세아와 나는 바로 게이트를 넘어간다.
"자. 여기서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써."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스킬을 쓰는 세아.
내가 지정해주는 곳에 몇 번 더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깐다. 이제 이러면 됐지.
만약 조사하러 오는 놈이 있다면 남아있는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흔적을 살피고 그 넓이로 수준을 알 수 있을 거다.
세아는 티어는 23. 아마 반경을 측정한 놈들은 정말 어처구니없을 거야.
고작 이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이 괌의 모든 인원을 몰살했다는 걸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증거가 남아있으니 어쩔 수 없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지속시간은 2시간이지만 패시브 빨을 받으면 이틀씩도 유지된다.
적어도 그 안에는 조사하러 와야 할 텐데.
그래야 생존자를 살려둔 보람이 있지.
"잘했어. 이제 돌아가도 돼."
"대체 이게 뭐 하는 건에?"
"그런 게 있어. 설명은 이따 가서 해줄게."
"하여간…."
그러면서 바로 순간이동 하는 세아.
그녀의 위치가 승희와 미나, 안나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 탐지를 쓰고 혹시 모를 남아있는 놈들이 있나 찾아본다.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주변.
적어도 탐지 범위에는 아무도 없다. 하긴, 방금 도망갔으니 바로 다시 나타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사람 셋의 기척이 나타났다.
뭐지? 민망하게 왜 바로 나타나고 지랄이야.
나타난 세 명은 바로 저 멀리 블링크 했다.
블링크 한 위치도 내 탐지 범위 안쪽이기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
그런 걸 보면 그리 대단한 놈들은 아닌 거 같은데….
녀석들은 낮게 날며 아까 내가 있던 곳을 살펴본다.
아. 저 새끼들 천리안 있나 보네? 나를 찾는 거겠지?
지금은 축소를 쓰고 있으니 쉽게 발각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녀석들의 머리 위쪽 한참 높은 곳으로 블링크 했다.
아무리 신중한 놈들도 자기들 머리 위에 누가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하겠지.
그럼…. 녀석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한번 지켜봐야겠네.
벌써 대응팀이나 조사반이 온 거면 호라이즌 이놈들도 정말 대단하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