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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
안나와 미나, 세아의 반응을 봤기에 민희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몹시 즐거워할 줄 알았는데.
지금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굉장히…. 차분한 모습.
"당신과 함께 있는 친구들, 나이가 어떻게 돼요?"
동요 하나 없이 잔잔한 반응. 그리고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동자.
"스물 둘, 스물 넷, 스물 둘, 스물 다섯. 맞나?"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가볍게 웃는 민희. 그러더니 수납에서 담배를 꺼내고 나에게 물어본다.
"피워도 되겠죠?"
"전에 말했잖아. 상관없다니까. 담배는 별로 안 좋아해도 니가 피는 모습은 보기 좋아. 매력적이거든."
"신기한 사람이야."
가느다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으로 한 모금 들이마시는 민희는 언제 봐도 좋다.
저 여자가 피우는 담배는 담배가 아닌거 같은 느낌?
그저 그녀의 매력을 올려주는 하나의 소품 같다.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 끼인 가느다랗고 하얀 담배.
입술에 닿는 모습과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까지.
확실해. 저건 담배가 아니고 액세서리야. 그렇게 보여.
"상처…. 아프죠. 그리고 아직 그렇게 젊다면 그런 아픔은 빠르게 잊고 싶을 거예요. 이해해요. 나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허공을 향해 떠도는 말.
저건 누구한테 하는 이야기일까? 나에게? 아니면 자신에게?
어쨌든 그녀의 말은 살짝 공허하다. 그리고…. 진하다.
알지 못하는 자의 뜬구름 같은 말이 아니다. 이미 겪어보고 난 이의 경험담.
그렇기에 그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상하기도 하지. 공허한데 무게감이 있다니.
"비록 그 기억이 즐겁고 유쾌하진 않아도…. 그걸 겪은 건 저예요. 아픔, 슬픔, 괴로움, 분노, 상처. 그것들이 있기에 내가 되죠. 그렇기에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몸을 돌린다고 해도 저는 크게 달라지는 걸 못 느낄 거라고."
"그런가."
"그렇다고 그녀가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그녀도 알 거예요. 안나라고 했던가요? 러시아 아가씨? 그녀 역시 몸이 회귀했다고 해서 자신의 아픈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다시 한 모금. 그리고 가늘게 뿜어지는 연기.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될 거에요. 그녀의 생각. 깨끗한 몸으로 당신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 그걸로 충분하죠."
"그래. 나도 그렇고 안나도 그렇고 그 정도는 알고 있지."
"방주를 나와서 함께 살자고 했죠?"
"응."
"그 제안은 거절할게요. 지금은."
거절이라는 말에 살짝 놀랐다가 뒤에 따라붙는 지금은 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은?"
"당신이 나를 생각해주는 것.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철부지 소녀처럼 복잡한 건 내던지고 당신에게 안겨 따라가고 싶다는 것도 알아두고요."
"그렇게 해도 되는데."
내 말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말한다.
"지금은 그럴 수는 없죠. 저는 어른인걸요."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 다 피운 담배를 집어넣고 수납 안에 넣는다.
그리고 나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향수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
역한 기색은 전혀 없고 그녀 말대로 어른의 향기가 난다.
"방주에서 할 일이 많아요. 그리고 도현이와 하은이도 있고요. 그 애들은 저를 이모처럼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그 애들을 놓고 방주에서 나가 당신에게 가기는 힘들죠."
"그렇네. 그 애들을 생각 못 하고 있었어."
"자기가 데려와 놓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렇게 따지면 여기 방주에 내가 데려오지 않은 사람이 있나?"
"그렇긴 하네요."
"게다가 나는 그렇게 데려온 사람들을 항상 내팽개치지."
"데려온 거로 충분하죠. 구해준 사람들의 보따리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어요."
"민희 너는 나에게 너무 관대해."
"그게 아량이라는 거죠. 마음의 크기랄까?"
"가슴 크기는 아는데."
민희의 어깨에 팔을 걸고 블라우스 단추를 푼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옷 사이로 파고드는 나의 손은 민희의 브라 사이로 들어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잡는다.
"거절은 했지만, 당신의 그녀들은 보고 싶어요."
"왜?"
"초대를 받았으니까요. 답변은 직접 해야죠. 그게 예의인걸요."
"그런가? 어렵네."
"그게 맞아요. 그리고…. 저는 지금 당장 가는 걸 거절한 거지 안 간다는 뜻이 아니에요. 방주의 일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고, 도현이와 하은이가 이쪽에 있는 많은 사람과 조금 더 편하게 어울리게 되면, 그때는 나도 조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겠죠."
그렇게 말하고 내 손길을 느끼며 몸을 한번 움찔거린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연다.
"자리를 만들어 줘요. 나는 그녀들과 좋은 관계가 되고 싶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여자들이고 당신을 좋아하는 여자들이잖아요? 거기에 나도 끼고 싶은 건 당연한 거죠."
"알았어. 그렇게 할게. 나 혼자서는 엄청 고민했는데. 너랑 이야기하니 금방 해결되는구나."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고민했다고요?"
"어. 어떻게 하면 너를 방주에서 쏙 빼 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지."
"재밌는 사람이야."
그러면서 내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저 옷 위를 쓰다듬을 뿐인데 그 손길이 무척 야하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진짜 신기하네. 신기해.
"그리고…."
"음?"
"아까 말한 상태 회귀? 그거요."
"응."
"관심은 있네요. 당신이 말한 안나 씨와 같은 이유는 아니에요. 그저…. 그런 거죠. 젊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아."
"아. 안나 씨와 같은 마음도 있네요. 나도 당신에게 박히면서 순결을 잃는 건 짜릿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여자.
미치겠네. 이 요물 같은 여자가.
방금 그렇게 속삭여 놓고 아무 말도 안 한 척 시치미를 뚝 떼는 모습.
그렇게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곁눈질로 나를 힐끔 본다. 그리고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너는 너무 자극이 강해."
"흐음…. 스무 살의 내 몸을 보는 게 자극이 더 클 텐데."
아…. 상상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발기해버렸어.
"이 아이도 잔뜩 기대가 되나 봐요."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나의 물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옷 위로 닿는 손길이지만 확실히 야한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그녀. 드러난 나의 물건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지면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는 돌아올 수 있나요?"
"아직은 없어. 근데 방법은 있을 거 같아. 해봐야 알겠지만."
"그럼….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될 때 써줘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으니까."
내 물건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이 조금 더 야해졌다.
기둥을 잡고 귀두를 손가락으로 만지는 손놀림. 별로 많이 만진 것도 아닌데 당장이라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워요. 나를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해줘서."
"나야말로 고맙지. 이렇게 제멋대로인 놈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했잖아요. 저는 마음이 넓다고."
그러면서 몸을 숙이고 자신의 가슴으로 내 물건을 비빈다.
특히…. 유두로 내 귀두를 살살 비비는 건 굉장히 야하다.
실제로 닿는 느낌은 크게 자극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러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음란한 느낌이야.
"근데…. 괜찮겠어요? 그녀들은?"
"왜?"
"말했잖아요. 당신에게 여러 여자가 있는 건 상관없어요. 나는 자신 있으니까."
가슴에 들어있는 내 손을 잡고 옆으로 내려놓는 민희.
그러고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치마 안쪽으로 두 손을 넣고 팬티를 벗더니 그걸 내 손에 쥐여준다.
내가 손에 쥐어진 팬티를 보고 약간 당황해하는 사이 그녀는 내 몸 위로 올라탔다.
치마를 위로 올리고 내 물건을 잡더니 자신의 아래쪽에 가져가 그대로 몸을 내린다.
이미 잔뜩 젖어있는 그녀의 안쪽에 내 물건이 끝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내 입술을 덮치는 민희의 입술.
진하고 야한 어른의 키스가 나를 덮쳤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골반을 움직이며 나를 자극한다.
짧고 강렬한 키스. 얼떨결에 당한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요염한 미소를 한번 지어주고는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는다.
말랑말랑한 가슴의 감촉이 얼굴을 덮쳤고, 아래쪽에서는 여전히 자극이 느껴진다.
와. 씨. 어떻게…. 이러지?
"빨아줘도 되는데."
민희의 말에 나는 홀린 듯이 가슴을 빨았다.
그러자 아래쪽이 꽉 조이기 시작한다.
보지 않아도 안쪽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해보니…. 내가 더 흥분되는 거 있죠? 어렸을 때의 몸으로 당신에게 안길 수 있다니. 기대되네요. 빨리했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이제는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녀.
한참을 그렇게 야한 몸짓을 하던 그녀는 다시 내 귓가에 속삭인다.
"이제는 당신 차례에요. 세게 박아줘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민희의 등을 받치고 일어나 소파에 앉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단정한 옷차림의 보안 실장이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지금은 잔뜩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나를 유혹하는 요물이 되어있다.
소파가 뒤로 밀릴 정도로 강하게 허리를 흔들자 민희는 잔뜩 느끼면서 농익은 미소를 짓는다.
그 표정만 봐도 아랫도리에 힘이 바짝 들어갈 정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
한번, 두번, 그리고 세 번.
1초도 쉬지 않고 그녀의 몸에 내 물건을 박아 넣으며 세 번을 사정했다.
아니 1초도 쉬지 않은 건 아니네. 중간에 두어 번 자세는 바꾸긴 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잔뜩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는 민희.
하. 심장에 안 좋아. 내가 평범한 남자였다면 아마 이 여자에게 잡아먹혔을 거야.
"더 이야기해야 하는데 빠뜨린 거 있어요?"
몸을 일으키고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나에게 물어본다.
아까 소파 위에 놨던 팬티를 집어 든 그녀는 우아한 자세로 속옷을 입었고,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본다.
"음…. 없는 거 같은데."
"있어요.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빠뜨렸어."
옷을 다 입은 그녀는 이번엔 내 옷을 추슬러줬고, 다시 내 무릎 위에 앉는다.
그리고 들을 준비가 됐다는 듯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 사랑해."
"후후. 당신은 조금 더 감정 표현을 할 필요가 있어요."
"민망하게."
"다른 건 뻔뻔하면서 이런 건 또 부끄러워하는 거. 너무 귀여운 거 알아요?."
"살면서 귀엽다는 말 같은 거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난 귀엽다고 생각하는 데."
그러면서 내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천천히 어루만진다.
"있잖아요."
"응."
"난 당신이 좋아요."
"음. 그거 고맙네."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거 있죠?"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
"말한 적 있을 거예요. 고영준 그놈에게 잡혔을 때, 나는 내 남자친구와 함께였었어요."
그래. 들었었다. 예전에 이야기 한 적 있지.
"나는 내가 사랑하던 남자친구를 잃었어요. 그 후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만,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내 안에 남아있어요. 웃기죠?"
"그게 왜 웃겨.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나는 지금 당신에게 안겨있는 것요."
으….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이거 좀 어려운데.
"저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해요. 이미 떠난 사람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아마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마음이 지워지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민희의 표정은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거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감정.
그리고 나는 그런 그 남자에게 질투보다는 부러움이 느껴졌다.
얼마나 잘해줬으면 이 여자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이렇게 마음속에 품고 있을까.
"그런데…. 이제는 덮어두려고요. 당신에게 들은 사랑한다는 말. 그걸로 덮어놓을 생각이에요.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하고 싶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할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아서."
"그래. 잘 생각했어. 내가 그런 거로 시기나 질투할 사람은 아니니까."
"정말 그럴까요?"
"응. 그렇게 옹졸할 정도는 아니라서. 시기나 질투 같은 감정보다는 오히려 본받고 싶은 느낌이 더 크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처럼 너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게 제대로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할 뿐이다.
남들이 말하는 연애나 사랑은 나에겐 너무 먼일이니까.
그저 솔직하게 말했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다행히 민희는 그게 맘에 들었나 보다.
나를 꼭 끌어안고 나에게 작게 속삭이는 그녀.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그리고 당신은 뭔가를 따로 할 필요 없어요. 이대로만 있어 주면 돼요."
그리고 작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물기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다시 한번 속삭였다.
"사랑해요. 성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