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612화 (6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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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반

허브. 장룡이 남겨놓은 마지막 선물.

아직도 곳곳에 열려있는 게이트에서 특수 파견대와 지급 파견대 녀석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와씨. 존나 많네.

저놈들은 무슨 짓을 해도 숫자가 많아. 징그러워.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오늘 이후로는 짱개를 보기 힘들어지겠지. 물론 모든 짱개가 말살됐을 리는 없다.

어딘가에서 소규모로 살아 남아있거나 운 좋게 도망간 놈들이 있긴 있을 거야.

뭐…. 그건 살아도 산 게 아니니 신경 쓰지 말자.

내가 가장 신기해하는 건…. 저놈들이 순순히 허브에 모인다는 거다.

분명 녀석들 특성상 배신하거나 모인 코인들을 탈취해서 자기 영달을 누리려는 놈들이 분명 있을 텐데.

지금 지급 파견대 녀석들 개개인이 가진 코인 양은 절대 적지 않을 거다.

견물생심이라고…. 그정도 코인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유혹이 심해질 텐데.

신기하네. 그걸 참아?

그만큼 장룡 녀석의 영향력이 컸던 걸까?

하긴…. 녀석의 무력을 보면 무섭긴 무서웠을 거야. 근데 고작 지급 파견대 녀석들이 그걸 알까? 장룡을 본적이 있기는 할까?

아니지. 장룡보다는 오히려 특수 파견대가 무섭겠지.

초딩 애들은 조폭보다는 중학생 노는 형들이 더 무서울 테니까.

아무튼, 뭐 상관없다. 이제 남은 게이트는 거의 열 개 정도.

저기에 있는 녀석들만 모두 모이면 바로 시작해야지. 짱개 말살 프로토콜을.

"저들을 모두 잡는 건가요?"

궁금한 듯 나에게 물어보는 승희. 아. 그러고 보니 그냥 대기하라고만 했지 제대로 설명은 안 해줬네.

"응. 저놈들은…."

녀석들이 한 짓들을 설명해주자 네 여자의 표정은 조금 이상하게 변했다

.

하긴, 그 커다란 중국의 모든 짱개들을 말살했다는 걸 들었으면 저런 반응은 당연하겠지.

게다가 승미세안 네 여자는 짱개놈들을 직접 잡아봐서 더 잘 알거다.

아무리 죽이고 죽어도 티가 안 나던 놈들. 그런 놈들이 다 죽었다고 하니 당연히 믿기지 않겠지.

"그럼…. 저기 모여있는 코인이…."

"가늠이 안 돼. 세상이 망하기 전에 중국 인구가 몇이었지? 14억?"

"어…. 그쯤으로 들었는데요."

"그럼 7천억 코인이네. 근데 분명 로스가 많겠지. 그 코인들이 온전하게 다 남아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최소한 1퍼센트는 남아있다고 치면…. 70억이네."

"1퍼센트가 남았다? 1퍼센트 줄어든 게 아니고, 1퍼센트가 남았다?"

"뭔소리야."

"아니에요. 옛날에 있었던 드립인데…."

"승희 니가 그런 소리 하는 건 처음 보네."

"너무 황당해서요. 그만큼 황당하다는 거죠. 1퍼센트 남았는데 70억이라니."

"적어도 그 정도까진 아닐 거야. 모르겠어. 일단 잡아보면 알겠지."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예요?"

"저 마지막 게이트에서 녀석들이 나오면."

내 말에 다들 게이트를 바라본다. 남은 게이트는 여섯.

우리가 보고 있는 중에도 게이트 하나에서 특수 파견대 하나랑 그 뒤를 지급 파견대 여섯이 나와 짱개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간다.

게이트가 닫히고 이제 남은 건 다섯이 된다.

"그럼 저 사람들이 지금 중국 사람들을 닷새 동안 돌아다니면서 다 죽인 현급 파견대를 정리하고 온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겠지. 잠깐만 여기 있어. 금방 올게."

"어디 가게요?"

"확인."

나는 축소를 쓰고 블링크를 쓴 뒤 열려있는 게이트를 바로 넘어갔다.

게이트를 넘어가자 진하게 풍기는 술 냄새.

씨발. 가만히 있어도 취하는 느낌이네.

술 냄새가 진동하는 야외. 장작불에 구워지고 있는 통돼지 바비큐, 잔뜩 늘어져 있는 요리들, 술병, 술잔.

그리고 쓰러져있는 현급 파견대.

지급 파견대 녀석들이 그런 녀석들을 하나하나 찍어 죽이고 있기에 곳곳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탐지를 돌리니 아직도 기척이 엄청 남아있는 기척.

그래도 줄어드는 숫자가 제법 빠르다. 금방 정리 되겠네. 이정도면.

다시 허브로 순간 이동하자 어느새 게이트는 네 개가 남았다.

방금 게이트에서 나왔는지 짱개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지급 파견대 한팀도 보인다.

그들을 인솔했었던 특수 파견대 녀석은 자신들의 동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웃고 있는 모습.

임무를 마무리했다 이거지? 하지만 너희들이 기다리는 장룡은 오지 않아. 이미 죽었거든.

또 한팀이 게이트를 넘어온다. 닫히는 게이트. 이제 남은 건 세 개.

조금 있다가 내가 넘어갔었던 게이트에서도 한팀이 나온다. 이제 남은 게이트는 두 개.

그리고 남은 게이트 두 개에서 거의 동시에 짱개들이 나왔다.

그렇게 게이트에서 나온 녀석들은 짱개들이 모인 곳으로 가다가 자신들이 게이트를 닫자 남아있는 게이트가 없는 걸 알고는 잠시 멈춘다.

"미나야. 준비하자."

"네."

그렇게 말하는데…. 갑자기 특수 파견대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왜?"

"으아아악!"

어디선가 들린 비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번쩍하고 번개 구체가 지급 파견대 놈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에이. 씨발. 그럼 그렇지. 짱개 새끼들이 신의가 어딨어. 저 병신 새끼들.

녀석들도 역시 딴 맘을 가지고 있던 거다. 이 순간을 위해서 기다렸던 건 나 같은 놈만 있었던 건 아닌거야.

다들 마음속에 음흉한 생각을 하나씩 품고 있던 거지. 거지 같은 새끼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내가 스킬을 쓰자 녀석들이 썼던 모든 스킬들은 그대로 사라졌다.

갑자기 써지지 않은 스킬. 그리고 특수 파견대 놈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미 공격받았던 지급 파견대 녀석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그대로 특수 파견대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특수 파견대라고 해봐야 고작 300명, 그리고 지급 파견대의 숫자는 적어도 열 배는 넘는다.

스킬을 쓰지 못하게 된 공간.

고함과 욕설을 내지르는 짱개의 파도가 특수 파견대 놈들에게 몰아쳤다.

"어…. 오빠가 먼저 스킬을 써버려서 제가 뭘 할 수는 없네요."

"가만둬도 지들끼리 죽이긴 할 거 같은데…. 저런 너저분한 꼴은 보고 싶지 않네. 빨리 끝내는 게 낫지. 내가 해제할 테니 그때 바로 천국의 문 써. 알겠지?"

"네."

"셋 세고 시작할게."

"알겠어요."

"셋. 둘. 하나. 해제."

"천국의 문!"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내가 해제하자 미나가 바로 천국의 문을 썼고, 하늘에 구름이 생기며 빛의 틈이 만들어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다시 썼다.

자기들끼리 싸우던 놈들이나 사방으로 도망가려던 녀석들은 갑자기 땅에 발이 붙어버린 것처럼 멈춰버린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일제히 하나도 빠지는 놈이 없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스킬 만든 놈은 직접 보고 싶단 말이지."

하늘에 생겨난 구름, 거기에 거대하게 벌어진 빛의 틈.

그리고…. 수많은 천사들이 거기에서 쏟아져 내렸다.

정말 어색하네. 짱개 천사라니. 이게 그 처녀 비치인가 뭔가 그거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짱개 천사든 비건 티라노사우루스든 상관없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것들은 확실한 죽음이니까.

거의 땅에 내려온 천사들은 각자 손에 긴 창 하나씩을 들고 자신이 찔러야 할 상대를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둘씩 지워지는 짱개들.

그 숫자는 수십 수백으로 늘어났고 공항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시원하긴 하네.

짱개 천사라고 생각하니 천사가 내려와서 자신을 죽인 이를 단죄한다는 모습보다는 그냥 커다란 조류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효과는 확실하다.

넓게 잡힌 탐지 범위 안에서 기척이 빠르게 사라졌고, 죽음은 지급 파견대와 특수 파견대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모든 걸 휩쓸었다.

나와 승미세안 네 여자. 이렇게만 남고 아무도 없어진 곳.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덕분에 블링크나 순간 이동으로 도망간 놈은 없을 거다.

아까 특수 파견대가 습격할 때랑 천국의 문을 쓰기 위해 잠시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풀었을 때, 그때 혹시 도망간 놈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놈은 살아날 운명이겠지. 그 정도 감 좋은 놈이면 살 자격이 있어.

"끝난 거예요?"

"어. 끝났네. 근데 이제 또 시작이지."

공항 바닥에 어지러이 떨어져있는 코인들. 그걸 보여주니 네 여자가 가볍게 헛웃음을 짓는다.

"저건 언제 다 줍냐. 어휴. 그래도 구덩이 같은 건 아니니 금방 줍겠지. 한자리에 뭉쳐있기도 하고. 테이밍을 하고 올까? 아니다. 그냥 쓱 돌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 같네. 그럼 주우러 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승희는 갑자기 미나와 세아, 안나를 부르더니 자기들끼리 뭔가를 쑥덕거린다.

"뭐야? 뭔데? 왜 나는 안 끼워줘?"

"잠깐만 기다려요."

그러더니 뭔가를 서로 이야기하고 각자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나도 궁금해. 파티 풀고 누가 가장 많이 먹나 시합이라도 하려는 거야?"

"오빠."

"엉?"

진지한 표정의 승희. 그러더니 나를 보고 계속 말한다.

"파티 푸는 건 맞아요. 그리고 오빠가 다 주워요."

"엥?"

"우리는 이미 30억 넘는 코인이 들어왔잖아요? 솔직히…. 이거면 충분할 거 같아요. 우리는 이것보다 더 많이 코인을 가지는 게 의미가 없어 보여요."

"아니. 왜? 코인은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게다가 너희도 원트랑 이런 걸 배워야 할 거 아냐."

"지금 있는 코인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우리는 오빠 덕분에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오빠는 앞으로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거고요? 그럼 오빠가 일단 다 가지는 게 맞아요. 그리고 이것저것 다 해본 다음에 우리에게 알려주는 게 맞죠."

"으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한번 가지면 양도하는 방법이 없는 코인. 물론 소소한 편법이 있긴 한데….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승희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진 이해가 된다.

결국, 막상 필요할 때 자기들에게는 코인이 넘치는데 나에게는 코인이 없는 경우를 걱정하는 거겠지.

"그러니 가서 오빠가 다 주워요. 그게 맞는 거 같아."

뒤에서 미나와 세아, 안나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표정에서는 아까움이나 아쉬움, 탐욕 같은 것은 조금도 보이질 않는다.

하하. 나는 정말 운이 좋네. 이렇게 대단한 여자들을 곁에 둘 수 있었다니.

"그래. 그럼 거절하지 않겠어."

"우리는 그럼 돌아가도 되겠죠?"

"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느라 고생했어. 가서 푹 쉬어. 나는 그럼 마무리 짓고 들어갈게."

"알겠어요. 그럼 게이트 좀 열어줘요."

"게이트."

웃으면서 게이트로 들어가는 네 여자.

"줍기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지?"

내 어설픈 농담에 승희가 피식하며 눈웃음을 짓는다.

게이트가 닫혔고, 나는 파티를 해제했다.

공항. 아무런 기척도 없는 곳에서 반짝거리는 코인 주머니들.

어떻게 보면 마치 밤하늘 같다. 어두운 밤일수록 더욱더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

어휴. 참. 나도 쓸데없이 감성적이 되네. 로또 1등 당첨된 사람이 받는 곳 앞에서 이런 느낌이 드려나?

하늘을 날아 염력 촉수를 뻗어 공항에 있는 조명들을 전부 박살 내기 시작했다.

전부 꺼진 조명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더욱 반짝이는 코인 주머니들.

그걸 하나씩 줍기 시작한다. 가만히 걸어가기만 해도 빨려 들어오는 코인들.

주머니 하나당…. 들어오는 코인의 양이 장난 아니다.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기 힘든 코인들이 우르르 들어오며 메시지 창이 계속해서 뜬다.

세상의 반.

과장이 심하긴 했어도 얼추 맞는 말이지.

한국, 일본, 동남아, 중국, 인도.

이 정도를 쓸었으면 세상의 반이 맞겠지. 지리적으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인구 숫자로는 얼추 반 정도 되잖아?

어찌어찌해서 결국, 여기까지는 왔다.

강력한 녀석들을 쓰러뜨리고 정보를 얻었고, 막대한 코인도 얻었어.

이제…. 이걸 가지고 나머지 반을 정리하면 되겠지.

적어도 지금까지 해온 것보단 쉬울 거다. 아닌가? 아니지. 쉬운 게 어딨어.

이런 순간에도 방심은 하면 안 돼. 방심은 금물이지.

일본의 절대 강자 놈들이나 짱개 삼룡이 같은 놈들도 방심하다 죽은 거니까.

눈에 보이는 코인들을 거의 다 주웠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코인들. 싸움이고 뭐고 일단 도망가려고 하던 놈들이 죽으면서 떨군 것들.

하늘을 날아 그런 코인들마저 모두 주웠다.

완벽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공항. 이제 남은 코인은 전혀 없다.

왕룡과 장룡 녀석을 잡고 얻은 32억, 그리고 가지고 있었던 17억.

여기 코인을 먹기 전에 가지고 있던 코인이 51억이다.

그리고…. 지금 내 코인은 275억이 되었다. 이 공항에서 얻은 코인만 224억 코인.

"크크크. 미치겠네. 진짜."

1퍼센트를 예상하고 70억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수율이 높네.

미치겠어. 정말. 이제는 천만 단위는 계산 안 해도 될 거 같네. 나 참.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공항에서, 나는 실성한 듯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웃고 나니 뭔가 속이 개운해진다.

이제 돌아가자. 돌아가서…. 일단 한숨 자고 나서 생각하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계획을 짤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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