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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연구소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까 시간을 확인했던 것처럼 지키고 있는 특수 파견대와 연구원들을 다 죽이는데 10분 정도.
감옥에 갇혀있는 여자들을 다 죽이는데 10분 조금 넘는다. 총 20분에서 25분이면 끝나는 작업.
게다가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깔려있기에 게이트가 있는 놈들이 지원도 못 온다.
그냥 처맞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
이놈들은 제1,2,3 연구소가 당한 것 치고는 상당히 대응이 허술하다.
뭐,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대응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이 정도면 거의 무대응 수준.
그게 약간 찝찝하긴 했다. 왜 대응을 하지 않을까?
이 정도로 코인이 잔뜩 있는 곳이면 조금 더 삼엄해야 할 텐데.
게다가 웃긴 건 아까 내가 아키에게 보여주려고 전멸시켰던 연구소도 제1 연구소다.
그리고 지금 잡은 연구소도 제1 연구소고. 아키가 싸우고 있는 곳은 제3 연구소.
마지막 남은 한군데는 제2 연구소. 이것도 조금 이상해. 왜 같은 숫자를 또 쓰는 거지?
결국, 나는 제1 연구소를 세 군데나 전멸시킨 게 된다.
물론 내가 제일 처음 잡은 제1연구소가 사라지고 새로운 연구소가 제1 연구소로 바뀐 거면 이해라도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
대체 제1 연구소가 몇 개나 있는 거야? 게다가 내가 모르는 제2 연구소와 제3 연구소도 하나씩은 더 있을 수 있다는 소린데.
게다가 그걸 또 관리하는 위원회들도 있을 수 있다는 소리고.
이런 걸 종합하면 몇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게 있다.
연구소가 존나 많다는 것. 그래서 전부 다 경비를 강화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
아니면…. 이런 연구소들은 더 경비를 강화할 필요 없을 정도로 잔챙이일 수도 있다는 것?
아니야…. 코인이 천만 단위로 있는 곳을 잔챙이 취급할 리는 없어.
아무리 스케일이 큰 짱개놈들이라도 그건 아닐 거야. 이건 내가 오바하는 거겠지.
다만 이런 연구소가 훨씬 더 많이 있을 수는 있을 거 같다.
인도랑 동남아에서 온 인간들을 전부 처리하기에는 연구소 숫자가 너무 적어.
그리고 그런 코인을 소수의 몇 군데에 집중할 리도 없지. 여러 군데로 분산하는 게 맞을 거 아냐.
어쨌든 내가 파악한 네 개의 연구소 중 두 개는 전멸시켰고, 한군데는 아키가 공략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연구소에 가야 하는데…. 음. 잠시 아키가 잘 하고 있나 보고 올까?
순간이동. 그리고 탐지를 돌리고 천리안과 투시로 아키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빠르게 기척이 지워지고 있는 곳, 그곳에 있었으니까.
절멸. 기억에서 봤던 스킬. 절멸의 위력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다.
아키는 연구소 바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그저 절멸로 연구소 각층을 한 번씩 그었을 뿐이다.
검을 한번 휘두르자 한 층에 있는 모든 연구원이 다 죽어버리는 모습.
근데 또 건물은 멀쩡하다. 뭐지? 저게 말이 되는 거야?
아…. 저래서 스킬에 페이즈 아웃이 들어가나? 공간을 뛰어넘어서 검격만 목표에 도달하는 거야?
연구동의 층수는 총 5층. 아키가 절멸을 쓴 것도 딱 다섯 번.
그 다섯 번 만에 연구소 안에 있는 모든 연구원을 비롯한 제복 짱개들도 다 죽었다.
와. 무섭네. 인식만 되면 그냥 다 쓸려나가는 건가.
선행 스킬이 지랄같은 이유가 있었네. 효과는 정말 확실해.
그렇게 모든 인간을 다 정리하고 코인을 주우러 가는 아키.
쟤는 싸우는 것보다 코인 줍는 게 더 일이겠네. 코인이 있던 자리는 다 기억하려나 몰라.
어쨌든 여기도 이제 감옥에 갇힌 여자들만 남았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다. 그럼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일단 레나가 있는 연구소로 순간 이동했다. 음? 없네? 코인 벌써 다 주웠나?
구덩이로 가보니 코인들은 하나도 없었다. 음…. 제법 빨리 주웠네? 그럼 또 다음 일을 시켜야지.
도쿄로 순간이동. 그러자 신영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레나가 환한 표정으로 나를 반긴다.
"주인니임! 시킨 일 다 했어요! 헤헤."
"잘했어. 또 있으니까 따라와. 아 참. 저 남자들 코인 얼마나 먹었는지 물어봐. 만 단위만."
"너희 가진 코인 양 말씀 드려. 만 단위만."
"1,245만 입니다."
"1,330만 입니다."
"1,294만입니다."
얼래. 생각보다 많네. 처음 잡았던 연구소에서 먹은 코인이 1,500만 정도 됐으니까 7,500만이고.
저놈들 다 합치면 4천만 정도 되나? 그럼 1억 1,500만? 기대 수익이 연구소 하나당 7천만이었는데.
음…. 뭐, 코인 많으면 나야 좋지. 암튼 그건 됐고.
"수면."
남자 하나를 재우고 내가 두번째로 쓸어버린 연구소의 게이트를 열었다.
"어? 주인님? 저 남자는 왜…."
"여기 들어가서 아까처럼 구덩이에 있는 코인 다 주워. 그리고 끝나면 또 여기로 돌아와."
"이 둘만 데리고요오?"
"어."
"알겠습니다아."
군말 없이 바로 남자들을 이끌고 게이트로 들어가는 레나. 됐어. 뭐 이정도면 됐고.
게이트를 닫은 뒤 잠들어 있는 남자를 염력 촉수로 들어 테이프 질 했다.
1,300만 코인을 먹은 남자. 이놈은 민희 몫이야. 이정도면 당분간은 코인 걱정 안 해도 되겠지.
테이프에 돌돌 말린 남자를 그대로 수원 게이트를 열어서 던져놨다.
자. 이제 됐고…. 아. 바쁘다 바빠. 정신없네.
마지막 남은 연구소. 거기를 빨리 처리해야지. 오늘의 목표는 거기까지가 끝이니까.
바로 순간이동. 그리고 탐지.
얼래? 뭐지? 뭐가 좀 많다?
하늘에 떠 있는 놈들이 조금 많다. 연구소를 기준으로 주변을 빙 둘러서 지키고 있는 놈들.
복장을 보아하니 특수 파견대다. 아…. 위급 신호랑 핫라인? 그게 전달 됐나 보네?
하긴, 연구소 두 군데를 전멸시키고 레나에게 왔다 갔다 해서 거의 한 시간 정도가 지나긴 했지.
그래서 저놈들이 출동해서 저렇게 추가로 지키러 온 거고?
근데 녀석들은 상대가 어떤 놈이었는 지까진 몰랐나 보네.
저렇게 둥둥 떠 있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뜻이잖아?
이래서 내가 정체를 안 들키려고 하는 거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저렇게 떠 있는 식의 멍청한 짓은 안 하고 있겠지.
축소를 비롯한 모든 버프를 걸었다. 그리고 탐지에 봉인.
이러면 뭐 발각당할 일은 없으니 일단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살피는 특수 파견대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 음. 쟤들은 연구 자료를 폐기하는 건가?
구덩이 쪽에서는 감옥에 있던 여자들을 데려와 코인을 먹게 하고 있다.
이건 뭐 아무리 봐도 연구소를 버릴 생각인가 본데
하늘에서 삼엄하게 주변을 살피는 특수 파견대 숫자는 어림잡아도 30명.
그럼 거의 네 팀은 된다는 소린데.
어지간히 급하긴 했나 보네. 쟤들은 상당히 고급인력이잖아?
자꾸 어디서 저런 놈들이 계속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고맙지 뭐.
아마 여기 놈들을 다 잡으면 녀석들도 한동안 잔뜩 경계하지 싶다.
짱개 놈들도 계속해서 당해줄 만큼 멍청하진 않을 테니까.
그럼…. 어쨌든 회수하러 가보자. 아직 놈들은 살아있잖아? 내게 코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것이 아니지.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멍청한 짓이야.
녀석들이 조금 더 높게 떠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저 정도 높이면 떨어졌을 때 가벼운 경상으로 끝나진 않을 거다.
연구소 최상층 높이보다 조금 높은 정도니까 한 20미터는 되겠네. 아파트 6층이나 7층 정도?
탐지에 걸려있던 봉인을 스킬 사용 불가 지대로 바꿨다.
그리고 바로 연구소 중앙으로 블링크.
그런 다음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좆되게 하는 마법의 주문을 외친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곳곳에서 으아악 소리가 들려온다.
솔직히 다른 것들도 다 좋지만, 날고 있던 놈들이 손도 못 쓰고 떨어지는 모습이 가장 즐겁다.
그동안 비행은 카운터가 없던 스킬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비행은 필수 스킬이 되었고, 없으면 반푼이 취급당해도 마땅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믿음을 박살 내는 짓이다.
가장 믿고 있던 스킬, 가장 유용하고 필수라고 생각했던 스킬에 배신당하는 것.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잖아?
그래서 이 짓을 멈출 수가 없어. 항상 짜릿해. 늘 새로워.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연구소. 위험한 놈들부터 빠르게 처리한다.
연구소 주변을 빙 둘러서 지키고 있던 특수 파견대 놈들.
죽은 놈도 있고 아직 안 죽었지만 죽기 직전인 놈들도 있다.
안 죽은 놈들은 수납을, 죽은 놈들의 자리에서는 코인을 주우며 연구소를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러는 도중 의외로 멀쩡한 놈이 하나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녀석의 몸이 둥실 떠오르더니 연구소 옥상 쪽으로 올라간다.
비행치고는 살짝 어색한 움직임. 근데 나는 저 움직임을 알고 있지.
저놈은 폴터가이스트가 있나 보네.
염력으로 연구소 벽을 잡고 올라가려는 거야.
근데 뭐…. 그걸로 끝이다. 바로 수면. 잠들어 버린 녀석은 연구소 옥상에 발을 닿지도 못하고 그대로 떨어진다.
블링크로 가서 녀석이 떨어지는 바닥에 수납을 열었고 녀석은 그대로 골인했다.
이제 그럼 특수 파견대는 됐고….
연구소 놈들은 생각보다 머리 회전이 빠른가 보다.
서둘러 차량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달려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시동을 걸고 연구소를 빠져나가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시도야.
다만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되면 공격하는 쪽도 스킬을 못 쓸 거라고 생각한 게 상상력 부족이지.
블링크. 그리고 도망가는 차들을 그대로 수납으로 먹었다.
눈앞에서 차 한 대가 사라지는 걸 본 뒤차는 그대로 핸들을 꺾는다.
근데 내가 더 빨라. 미안해. 게다가 수납이 좀 큰 게 아니라서.
탈출하는 차를 계속 먹어치우고 수납 안에 들어온 차들을 연구소 입구에 뱉어버렸다.
차를 타고 도망가려던 녀석들은 그걸 보며 소리 지르더니 그대로 차에서 뛰쳐내린다.
아. 데스 윈드 마렵네. 안나가 빨리 봉인을 배웠으면 좋겠어.
그런 게 없는 나는 하나하나 먹어치울 뿐이다.
하나씩 하나씩. 가까이 있는 놈들부터 차례로 블링크와 수납으로 먹어치운다.
얼마 뒤.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들 넷 말고는 탐지에 걸리는 놈들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맘에 들어. 이 깔끔함. 이 정적.
역시 섬멸전이 최고야. 기습과 섬멸. 그것만큼 확실한 게 없지.
여자들 네 명을 염력 촉수로 붙잡았고 구덩이에 하나씩 담그기 시작했다.
인권 따위는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는 모습.
여자들은 이리저리 치이며 구덩이 안에 있는 코인을 먹고 다음 구덩이로 들어가 진다.
무슨 화성 침공에 나오는 외계인 같네. 촉수 끝에 인간 넷을 매달고 구덩이를 걸어가는 외계인.
구덩이가 100개 밖에 없기에 코인을 줍는 건 금방 끝났다.
그렇게 피떡이 된 여자들 넷을 끌어올려 마무리 짓고 나온 코인을 마저 먹는다.
짭짤하네. 총 얼마나 들어온 거야?
구덩이가 적긴 했지만, 특수 파견대 놈들이 많아서 상당히 짭짤했네.
나에게 들어온 게 3,100만 정도니까 1억 5천500? 그 정도 되나 보네.
무엇보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 아직 아키가 있던 곳의 코인은 건들지도 않았다.
게다가 레나도 남은 코인들을 마저 주웠을 테고. 크. 수금만 남은 상황이라니. 즐겁네. 이렇게 즐거울 수가.
먼저 아키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 했다.
순간이동 하자마자 보이는 아키. 아마 다른 곳을 다 정리하고 여기 서 있는 거겠지?
"마무리했어?"
"어."
"고생했네.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 근데."
"응?"
"코인….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거야?"
"얼마나 먹었는데?"
"6천5백만 정도…. 대체 이 녀석들은 뭔데 코인이 이렇게 많은 거야!? 특히 그 감옥에 있던 여자들!"
"괜찮아. 그건 내가 천천히 이야기해줄게. 일단은 고생했으니까 하루카에게 가 있어."
"나는…. 정말 이게 뭐가 뭔지 모르겠어."
"다 이야기 해준데도. 고생 많았어. 돌아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순간이동을 쓰는 아키.
뭐, 됐어. 아키는 됐고, 이제 레나 쪽을 가서 다 끝났는지 보고 여기 구덩이 코인도 다 주워야겠네.
레나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 하자 뭔가 생소한 상황이 나를 반긴다.
레나는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특수 파견대.
그리고 웃긴 건 특수 파견대 한 놈은 매혹당해서 자신의 편이었던 놈과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2대 6으로 싸우고 있는 것.
으음. 레나도 대단하네. 특수 파견대 일곱이 왔으면 그걸 도망가야지. 안 도망가고 싸울 생각을 하네?
그래도 일본의 절대강자였다 이건가? 제법 대단하네.
아차. 이럴 게 아니지. 레나는 죽으면 안 돼. 앞으로 부려먹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데서 잃을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