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569화 (56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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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

마지막 여자. 코의 피어싱이 인상적인 갸루.

여자는 뇌제 녀석의 번개 주먹에 맞고 빛이 되었다.

이로써 탐지에 걸리는 건 오직 뇌제 녀석 하나뿐.

역시 녀석의 탐지에 내가 걸리진 않나 보다. 아니. 걸리긴 하겠지.

다만 너무 작아서 신경 쓰고 살펴봐도 찾기 힘들 뿐이지.

이제야 블링크를 그만두고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녀석.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건 불이 켜진 도시의 건물들. 그걸 한창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푹하고 내쉰다.

역시…. 불빛에 신경 쓰는 이유가 있는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녀석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씹…. 걸렸나? 아니…. 각도가 조금 다른데. 그래도 혹시 모른다. 연기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긴장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내 앞쪽 조금 떨어진 곳 화단 같은데 철퍼덕 앉았다.

그리고 여자들을 잡았던 곳을 하나씩 손으로 꼽는다.

위험…. 한가?

여자들은 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늘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자정에 만났으니까.

여자들의 움직임을 기억해내고 여자들이 이쪽에 모인다는 걸 눈치챈 거 같은데.

무효화와 수면이 나을까? 아니면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나을까.

평소 같으면 별로 고민하지 않을 내용이었다. 내게는 무효화와 수면이 언제나 1 옵션이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블링크를 자유자재로 쓴다. 무효화가 써지자마자 블링크로 튈 수도 있어.

그리고 한번 실패하면 저 녀석은 잔뜩 긴장하겠지? 그럼 더는 마주칠 수 없을 수도 있다.

귀찮네. 존나 귀찮아.

역시….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가장 안전하겠지? 범위도 넓고 일단 쓰기만 하면 끝이니까.

스킬이 몇 개가 있어도 민간인으로 만드는 스킬.

물론 폴터가이스트와 여왕, 신검 합일. 이 세 가지로 대응은 할 수 있겠지만…. 녀석은 번개에 미친 뇌절 새끼잖아?

그런 게 있을 확률은…. 모르겠다. 근데 없을거 같다. 없겠지. 없길 바라.

아…. 이상한데? 오늘따라 왜 이리 확신이 안 들지.

평소 같았으면 녀석을 벌써 재워놓고 테이프 질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아마…. 녀석이 혼자 다니는 놈이라서 일 거다.

녀석이 다른 놈들처럼 무리를 짓고 살면서 짐 덩이들을 잔뜩 안고 사는 멍청이였다면 이 정도로 신중하진 않았겠지.

기습이 실패해도 돌아올 걸 아니까. 짐 덩이들을 인질로 삼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니다. 철저하게 혼자인 녀석.

한번 놓치면 다시 잡기 위해선 상당히 고생해야 할 거야. 아니 영영 못 잡을 수도 있지.

그러니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한 번에.

일단 녀석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조금 떨어진 곳 화단 뒤에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축소가 풀린 나는 그대로 몸이 커졌고, 바로 몸을 돌려 녀석을 바라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뭐라고 중얼거리는 녀석.

하지만 스킬이 써질 리가 없다. 그런데…. 녀석의 표정은 그리 낭패라는 느낌이 아니다.

그렇게 폴터가이스트로 녀석을 잡기 위해 염력 촉수를 뻗는데…. 갑자기 뭔가가 파지직 하고 뿜어진다.

씨발…. 이건 뭐지?

파지직 거리는 연한 노란색의 무언가가 녀석을 기준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다행히 장애물은 넘지 못하는 듯 화단 뒤에 숨어있던 나는 피해를 받진 않았다.

하지만, 화단 위로 살짝 넘겨있던 머리카락 몇 가닥이 타버린 게 느껴진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뻗어갔던 염력 촉수도 전부 사라진 게 느껴졌고.

"캬하하하! 어떤 똥 같은 놈인지는 몰라도 뒤졌어! 감히 이런 짓을 해? 어디 당장 나와봐! 바로 구워주마!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쓰면 이 뇌제님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 줄 알았냐!?"

씨발….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네.

저건…. 연구소 소장 놈의 기억에서 본 적이 있다. 히든 스킬. 일렉트릭 에리어.

씨발. 왜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써지냐고. 좆같네. 이젠 뭐 개나 소나 무효 다 면역이야?

딴에는 히든 스킬이라 이건가? 하. 씨발….

그럼 설마 대화재랑 절대 영도도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영향을 안 받나?

이건 좀 거시기 한데.

게다가 범위는 왜 이리 넓어? 존나 넓잖아?

아무리 봐도 50미터는 넘어 보인다. 저것도 패시브의 영향을 받는 거겠지?

스킬 반경 증가 효과를 받을 테니까.

번개 파동이 몇 미터더라. 한 10미터 되던가.

그럼 50미터가 넘어 보이니 스킬 반경 증가 9 아니면 10. 그럼 티어15 아니면 16.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일단은 내가 지금 나갈 수가 없다는 게 문제지.

화단 뒤에 숨어있기에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저기 노출되면 나는 그냥 지져지고 뒤질 거다.

아…. 감전은 싫어. 감전은 싫다고. 더는 당하기 싫어. 저거 존나 아프단 말야.

씨발…. 역시 절대 강자 이름은 야바위로 얻은게 아니라는 건가?

무효화나 스킬 사용 불가 지대 대비는 해놨다 이거지?

생각해보니 이게 다 그 야쿠자의 왕 그 새끼 때문인 거 같은데.

그 새끼들이 이 스킬을 너무 남발했어. 그래서 이놈들이 대비책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염력 촉수가 녀석에게 접근 안 된다는 게 가장 크다. 저 전기에 닿으면 사라져버리다니.

일렉트릭 에리어. 개똥 같은 히든 스킬인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상성이 생길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바로 스킬을 풀어버리고 싶다.

저 녀석이 스킬 사용 불가 지대가 해제할 수 있다는 걸 알까?

그렇다면 내가 녀석의 빈틈을 찌를 수 있을 거다. 녀석은 지금 자기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으니까.

근데 그럴 수는 없다. 녀석이 한번 블링크를 쓰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

절대 풀어선 안돼.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쓴 사람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녀석. 근데 녀석의 표정이 의아해진다.

그러더니 한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뭐지? 왜?

덕분에 녀석의 일렉트릭 에리어 범위 바깥으로는 나올 수 있었지만, 의문이 생긴다.

저놈 갑자기 왜 저러지? 왜 뛰는 거야? 씨발. 이유라도 좀 알자!

한참을 뛰던 녀석은 표정이 이상해진다.

화단에서 나온 나는 바로 건물 쪽으로 숨으며 녀석을 쫓아갔다.

그렇게 가던 녀석은 다시 이번엔 이쪽으로 다가온다. 아. 씨발. 오지마. 새끼야.

다행히 내가 숨어있는 곳을 지나쳐서 아까 내가 숨었던 곳으로 가는 녀석.

이번에는 90도로 꺾어서 한참을 또 달린다.

그제야 나는 저 녀석이 왜 저러는지 알 거 같았다.

생각보다 범위가 넓은 거지. 자기가 봐왔던 것보다 더.

그거야. 그거 말고는 저럴 이유가 없어.

녀석이 당해본 스킬 사용 불가 지대는 보통 30미터였을 거다.

아마 야쿠자의 왕 그 새끼랑 붙었어도 100미터 안팎이었겠지.

하지만 내 범위는 반경이 486미터. 그러니 아찔한 느낌일 거다.

아무리 한쪽으로 뛰어가도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공포.

스킬에 의존하는 녀석이라면 그 공포감은 더더욱 클 테고.

분명 녀석이 더 유리하지만, 본인은 모르는 상황.

그래도 녀석의 주변을 두르고 있는 일렉트릭 에리어 때문인지 아직 패닉까지는 안오는 거 같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에는 확실히 공포가 깃들어있다.

아마 내가 지금 이렇게 쥐죽은 듯이 숨어있는 것도 녀석에겐 자신을 농락하는 것으로 느껴지겠지?

"축생! 어서 튀어나와! 아둔한 놈 같으니라고! 뭐가 무서워서 숨어있는 거지!? 썩 나와라! 이 촌놈아!"

그러네. 알 거 같다.

겁에 질린 개가 왈왈 짖는 거지. 진짜라면 오히려 입 다물고 주변을 둘러볼 거야.

녀석은…. 학살에는 익숙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녀석과의 경험이 별로 없는 게 분명해.

절대 강자니 뭐니 해도 결국 일본 내에서 지들끼리 가져다 붙인 이름이다.

우물 안 개구리 새끼들. 섬나라 놈들이 다 그렇지.

그럼…. 이제 저놈을 어떻게 잡아볼까? 문제는 그건데.

염력이 안 되는 건 조금 충격이다.

저 일렉트릭 에리어가 켜있는 한 폴터가이스트로 조종하는 염력들은 저 녀석에게 닿을 수 없다는 소리니까.

그렇다면…. 염력으로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닌 다른 걸 써야 한다는 소린데.

내가 지금 염력으로 들 수 있는 무게는 150킬로그램 정도.

뭔가를 던지는 건 되겠지? 다행히 지금은 녀석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으니까.

문제는…. 제구가 되냐 이건데. 게다가 뭘 던질지도 모르겠고.

아직도 소리를 왁왁 지르며 개새끼처럼 짖어대는 녀석.

일단…. 주변을 살피며 뭘 던질지 찾아본다.

아. 이거 좋네. 보도블록. 이걸 뜯어서 던져보자. 이거라면 맞았을 때 조금 아프겠지.

제대로 머리에 맞추면 뭐…. 대가리 깨지는 거고.

염력 촉수 15개에 보도블록을 하나씩 들고 슬금슬금 움직인다.

이제는 입을 다물고 주변을 잔뜩 경계하면서 몸을 숙인 채 걸어가는 녀석.

자신의 일렉트릭 에리어에 걸린 사물들이 파직! 하면서 튀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

씨발…. 그냥 해제하고 바로 수면 날릴까?

근데 한순간이라도 녀석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고 싶지는 않다.

만약 그랬다가 놓치면 아마 평생 후회하겠지. 두고두고 뼈아픈 실패로 느낄거야.

됐어. 이 유리함을 끌고 가자. 녀석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일렉트릭 에리어만 믿으며 스킬 사용 불가 지대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이니까.

물론…. 아직도 몇백 미터는 남았지만 말이지.

보도블록을 연달아 날리기 시작했다.

맞추면 좋겠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바닥에 보도블록은 많고 염력 촉수는 열다섯 개나 된다.

끝도 없이 던지다 보면 언젠간 맞겠지. 아무리 내가 제구력이 형편없다고 해도 말이지.

처음 날아간 보도블록. 녀석의 발 앞에 떨어지고 콱! 하고 반으로 쪼개진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란 녀석. 보도블록이 날아오는 곳을 바라보지만, 그쪽이 아니다.

촉수는 길어. 얼마든지 길게 늘일 수 있다. 160미터 정도로.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또 던진 보도블록. 역시 맞지는 않았지만, 녀석에게 혼란을 줄 수는 있었다.

또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하나를 던졌다. 이번엔 녀석에게 맞는가 했는데 용케 피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열다섯 방향에서 날아들기 시작하는 보도블록.

근데…. 저 녀석의 표정이 그리 암담하진 않다. 왜지? 어째서?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안건 보도블록을 거의 100개는 넘게 던진 다음이었다.

내 제구가 병신같은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 개씹막손은 아니다.

적어도 스무 개 정도는 녀석을 맞출 뻔했으니까.

아니. 분명 맞췄다. 맞췄는데…. 녀석이 피했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뇌제 저 놈은 크게 움직이지도 않고 날아오는 보도블록들을 피하고 있다.

머리로 날아오는 보도블록은 그저 머리를 슬쩍 옆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한다.

다리도 그렇고 몸도 그렇다. 최소한의 움직임. 보도블록이 녀석을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해. 지금도 녀석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벗어나기엔 아직 멀었지만, 그렇다고 맞지 않는 걸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지.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러다 내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바로 전봇대와 전선.

전선이라…. 그래 저거면 되겠지? 씨발. 어디 전선으로 묶여도 피할 수 있나 보자.

염력 촉수 네 개를 빼서 공중에 떠 있는 전봇대의 전선을 썩둑 하고 잘라냈다.

감전이고 뭐고 어차피 염력으로 하는 거라 신경 쓸 필요 없잖아?

그렇게 제법 긴 전선을 두 개 잘라낸 나는 계속해서 보도블록을 던지며 전선 한쪽 끝을 잡고 크게 녀석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두 가닥의 전선을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게 완전히 두른 나는 보도블록 던지는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그런데도 하나도 맞지 않는 녀석.

하지만 그건 훼이크. 바로 전선을 양쪽에서 잡아당긴다.

"억!!"

허리 높이에서 교차하여 녀석의 허리를 한번 감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두번째 전선도 녀석을 감쌌다.

재빨리 손을 써서 전선을 벗어나려고 하는 녀석이지만 상관없다. 나는 잠깐의 빈틈만 만들면 됐으니까.

퍽!

드디어 맞은 보도블록. 운 좋게도 녀석의 머리에 맞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두번째, 세 번째 보도블록도 녀석의 몸에 맞는다. 타격이 꽤 있는 듯 전혀 피하지 못하는 녀석.

순식간에 보도블록 여러 개가 녀석의 온몸을 맞추고 결국 머리에 또다시 보도블록 하나가 정통으로 맞았다.

"커헉…."

그대로 쓰러지는 녀석.

그렇다고 내가 투척을 멈출 리가 없다.

거의 몇십 방의 보도블록을 녀석에게 더 맞췄고, 더 맞으면 죽을 지경이 돼서야 촉수를 멈춘다.

저 새끼…. 기절한 척하는 건 아니지?

몸을 뒤집어 보고 싶은데 일렉트릭 에리어가 아직 켜있어서 염력을 뻗을 수가 없다.

결국, 녀석의 몸에 감긴 전선을 이리저리 당겨보고 나서야 녀석의 몸이 뒤집혔고,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했다는 것을 확신한다.

후우. 씨발. 힘들었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해제, 그리고 수면.

녀석의 머리 위에 수면시간이 뜬다. 됐어. 씨발. 문제는…. 녀석이 잠들었어도 저 일렉트릭 에리어가 안 꺼진다는 건데.

혹시 몰라서 무효화와 수면을 다시 걸어봤지만, 역시 안 사라진다.

제길. 결국은 자연스럽게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네.

근데…. 언제 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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