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73화 (47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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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469화 부터 업로드가 꼬인걸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상 기온

그렇게 이틀.

러시아로 가는 비행. 미국으로 가는 비행. 격리한 고성연의 체크. 최신영의 기억 삭제가 반복됐다.

안나는 번개 주먹을 마스터하고 테이밍을 배운 뒤 숙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제 미나 말고는 전부 테이밍을 배우게 됐다.

그거 말고는 딱히 특이한 건 없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기길 바랐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가 바로 급하게 머리에서 지웠다.

또또 입방정 떨고 있네. 꼭 이러다 무슨 일 터지고 지금 이런 생각 했던 걸 후회하지.

아. 3초 지나기 전에 취소했으니 아무 일 없겠지?

제발 이 취소가 제대로 먹혔기를.

네 여자와 다 같이 아침을 먹고 양쯔강에 물고기를 풀러 우한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렇게 물고기를 풀었는데도 아직 우한 근처다. 확실히 양쯔강이 크긴 커. 죽은 짱개놈들도 엄청 많고.

"준비됐지? 연다?"

바로 게이트를 넘어갔고 우리는 우한에서 조금 떨어진 양쯔강 위에 도착했다.

근데…. 뭔가 조금 다르다. 어…. 이건 뭐지? 추워?

"조금…. 아니, 많이 추운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 왜 이러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하는 승희.

나와 승희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미나랑 세아, 안나도 확실히 느껴지는 추위에 팔로 몸을 감싼다.

뭐지? 여기가 지금 이럴 날씨가 절대 아닌데?

"날씨가 흐린 거 치고는 조금 심한데? 일단 다시 돌아가자. 옷부터 챙겨와야겠어."

게이트를 닫지 않았기에 다들 우르르 들어가 점퍼 하나씩을 껴입고 왔다.

근데 바지는 안 갈아입나? 하긴, 여자들은 한겨울에도 맨다리를 내놓고 다닐 정도니 상반신만 따듯하면 되나?

그렇게 다시 우한으로 돌아온 우리들.

"와. 입김이 날 정도네. 여기 어제만 해도 이렇지 않았잖아요?"

"그러게. 진짜 이상하네."

신기한 듯 입김을 호호 부는 승희. 그래. 승희 말이 맞다. 여기는 어제까지만 해도 거의 초여름 날씨였다.

우한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남쪽에 위치한 곳. 이제 4월 말이긴 해도 조금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의 날씨까지 올라갔던 곳이다.

근데 춥다고? 이 정도로? 날씨가 흐리고 우리가 공중에 날고 있기에 지상의 온도보다 조금 떨어질 수는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다.

"안되겠다. 일단…. 테이밍 돌려놓고 다들 돌아가라."

"엥? 오빠는요? 바로 일하러 가게요?"

"음…. 그것도 급하지만, 일단 여기가 왜 이런지 이유를 알아보긴 해야지."

"그래요? 알겠어요."

승희의 대답을 들으며 지상으로 내려갔다.

강가로 내려온 우리.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안나가 동물 탐색을 돌렸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물고기들이 왜 다 저 밑에 있죠?"

"응?"

"물고기들이 강바닥 깊은 곳에 내려가 있어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그래? 물 깊숙한 곳이 덜 추운가? 하긴 그렇긴 하겠네. 잠깐. 그럼 이런 날은 물고기를 못 돌리려나?"

바로 승희와 세아, 안나에게 물고기를 테이밍 해보라고 했다.

승희와 세아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 테이밍을 하지 못했고 안나는 동물 탐지 때문인지 바로 테이밍을 했다.

그렇게 안나의 지시를 받은 물고기가 수면 가까이 나오는데…. 움직임이 영 시원치 않다.

저 정도면 내가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거 아냐?

"추워서 그런가? 되게 굼뜨네?"

"그런가 봐요. 이래서야 코인 주우라고 시키기 어려울 거 같은데요."

"으음. 날씨가 돌았나? 우리 집에서도 이렇게 추웠나? 그렇진 않았지?"

"네."

"잠깐 있어 봐."

네 여자 보고 잠시 있어 보라고 말한 뒤 벙커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가서 밖에 날씨를 확인해본다. 따듯한 봄날의 날씨. 온화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다.

모든 곳이 다 저 지랄인 건 아니란 소리지? 바로 베이징으로 가봤다.

벙커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날씨. 그래. 이게 정상이지.

다시 우한으로 가서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블링크 했다.

와. 진짜 적응 안 되네. 이렇게 온도 차이가 난다고?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나 봐. 일단 베이징으로 가자. 물고기는 안될 거 같으니까."

다 같이 베이징으로 넘어갔고 까마귀를 찾아 테이밍 하기 시작했다.

승희가 네 마리, 세아가 네 마리, 안나가 두 마리.

어쩌다 보니 합이 열 마리의 까마귀 부대가 되어버렸다.

음. 이건 생각보다 멋진 듯? 까마귀 떼라니. 짱개들에게 돌팔매 맞기 딱 좋네.

"미나야. 역병 상황은?"

"천 백만요."

"이야…."

죽은 놈이 잔뜩 있을 텐데 아직 걸려있는 놈이 천 백만이라고? 근데 아직 짱개들 숫자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숫자야?

대단하네. 대단해. 여윽시 대륙이다.

"일단, 까마귀들은 가서 코인 찾아보라고 하고 우린 돌아가자."

바로 게이트를 열어 벙커로 돌아왔다. 그러자 미나가 우리에게 질병 해제를 잔뜩 쓴다.

"아. 나는 다시 우한에 갈 거라서. 돌아오면 부탁할게."

"괜찮겠어요? 괜히 내가 걸어놓은 역병에 걸리면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니가 다시 치료해 주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아 참. 그리고 혹시라도 파티가 해제돼도 까마귀들은 그냥 계속 코인 주우라고 해. 미나 니가 코인을 못 먹게 되겠지만, 금방 돌아올 거니까."

그렇게 말해주고 온도계 기능이 있는 탁상시계를 집어 들어 수납에 넣었다.

얼마나 추워졌는지 온도는 재봐야지.

그리고 미나를 보고 한번 씨익 웃은 뒤 다시 우한으로 순간이동 했다.

마지막까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던 미나. 그 모습이 계속 잔상처럼 남는다.

아차. 이런 것도 안 되는데. 존나 개고생하는 플레그잖아. 씨발. 그래서는 안 되지. 암.

순간이동을 하자마자 수납에 넣어놓은 탁상시계와 방독면을 꺼냈다.

민희를 처음 만난 날 받았던 그 방독면.

이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호흡기로 감염되는 역병은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방독면을 쓰자 상당히 불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도 안 하고 짱개들을 살펴볼 수는 없다.

하루 만에 날씨가 이렇게 된 이유를 짱개들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게 갑자기 이렇게 된 건지 아니면 매년 있는 연례행사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자. 그리고…. 몇 도인지 한번 볼까?

한참을 기다려서 온도가 제대로 측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3도. 와. 3도라고? 추운 게 맞네. 생각보다 제법 추운 거였어.

그렇게 온도를 확인한 나는 우한을 향해 날아간다.

비행 속도가 빨라졌기에 금방 도착했고, 바로 탐지를 돌려서 짱개들이 있는 곳을 살펴본다.

역병의 효과가 좋았는지 우한에는 사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산샤댐 붕괴로 인해 물에 휩쓸리고 역병에 추가로 당해버린 놈들.

우한 폐렴의 복수다. 씹새끼들아. 그러니까 박쥐 같은 건 좀 작작 처먹지 그랬어.

러시아랑 미국으로 가는 비행도 해야 하는데. 사실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역시 아까 재미있는 일 같은 걸 바란 내가 잘못이었어. 씨발. 3초 안에 취소했는데…. 내가 늦었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살피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사람이 안 보인다.

우한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이어지는 길들을 이동하면서 주변을 좀 더 살펴본다.

이렇게 사람이 없나? 확실히 재난 이 연타는 조금 치명적이긴 했지?

한참 만에 발견한 사람의 기척. 숫자는 셋. 남자 하나에 여자 둘.

생각보다 상태는 좋아 보인다. 기적적으로 물난리와 역병을 모두 피한 건가? 운이 좋네. 물론 그 운도 오늘까지지만.

바로 근처로 날아가 바로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텃밭에서 밭작물을 살펴보다가 그대로 쓰러진 짱개 셋. 얘들도 몰랐겠지. 자신들이 마지막이 이런 식일 거라는 걸.

일단 기억 읽기를 먼저 해본다. 키워드는 이상 기온, 그리고 한파.

기억은 몇몇 개 떠오르는 데 오늘 기억은 아니다. 음. 차라리 깨워서 물어보는 게 빠르겠네.

여자 둘만 매혹을 걸고 한 여자를 발로 걷어찼다.

만지고 싶지도 않고 만지고 싶은 외모도 아니다. 아니, 짱개는 아무리 이뻐도 손대고 싶은 생각은 안들지.

감정을 실어서 제법 아프게 발로 걷어찼더니 발길질 여섯 번 만에 잠에서 깨어난다.

전투화 발에 차여서 일어났으면서도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여자.

"웃지 마. 기분 나빠."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온다.

그게 위협적으로 들렸는지 바로 얼굴을 굳히는 모습. 그래. 한결 났네. 이게 차라리 낫지.

그런 여자 짱개에게 오늘의 이상한 추위에 관해서 물어본다. 이 짱개 년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 듯 아는 게 없다.

자신들도 갑자기 닥쳐온 한파에 걱정이 돼서 밭작물을 보러 나왔다고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줄줄 이야기하기에 입을 다물게 한 다음 바로 다음 여자 역시 발로 차서 깨우고 물어본다.

역시 아는 게 없는 모습. 이러면 남자 놈도 마찬가지겠지.

셋 다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토박이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처음인 거 보면 역시 자연적인 현상은 아닌거 같다.

더 알아낼 게 없으니 이제 쓸모없잖아? 바로 재우고 셋 다 죽였다.

오? 이것 봐라?

셋이 합쳐서 14만. 분명 이들은 일반인들이었다. 근데 셋이 14만이라는 건 280명분의 코인을 회수했다는 소리잖아?

제법 고생했네?

아. 이미 스킬 하나씩을 배우고 남은 것일 수도 있겠네. 그걸 좀 읽어볼걸.

근데 뭐 이미 죽었는데 뭐 어쩌겠어.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주변을 더 돌아본다.

우한을 조금 벗어난 곳으로 가니 그나마 사람들이 조금씩 더 나온다.

역시 하나하나 제압해서 남자는 기억을 읽고 여자는 매혹으로 질문했다.

하지만 이 현상에 대해 아는 녀석이 하나도 없다.

그래. 뭐 이 정도면 됐어. 더 알아보는 건 시간 낭비겠네.

근데 조금 더 추워진 거 같다? 느낌인가? 아닌데. 확실히 추워졌어. 어디, 온도를 한번 재봐야겠다.

수납에 넣어두었던 탁상시계. 온도는 영하 2도를 찍었다.

뭐지? 5도나 떨어졌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이쪽으로 올수록 추워진 거잖아? 어디 보자. 우한이 어느 방향이지? 저쪽인가?

천리안으로도 저 멀리 보이는 우한 시내. 그럼 이 반대편으로 더 가보자. 더 추워지려나?

그렇게 비행을 계속해서 날아가 본다.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확인해보니 북동쪽이다.

음. 북동쪽? 우한에서 북동쪽이면 뭐가 있나?

계속해서 비행하는데 확실히 추워지는 게 체감이 된다.

탁상시계는 어느새 영하 5도를 찍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물들이 얼어있는 것도 보이고.

미쳤네? 지금 4월인데? 이제 내일모레면 5월이라고.

아무리 봐도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자연 현상이 아니라면 스킬이겠지. 그럼 스킬중에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눈보라.

눈보라를 왕창 쓰면 주변이 이렇게 추워지지 않을까?

근데 솔직히 말이 안 된다. 메테오와 우레 폭풍을 봤잖아?

그것들은 5분만 지속하는 광역 스킬이지 이렇게 오랫동안 영향을 주는 스킬은 아니었다.

혹시 눈보라만 이런 효과가 있는 걸까? 그럼 씨발…. 존나 사기 스킬이면서도 폐급이네.

주변을 이렇게 바꿔놓으면 엉망진창 되는 게 한두 개가 아닐 텐데.

음. 눈보라 말고 뭐가 있지? 또 생각나는 건 티어10의 날씨 변환.

티어10 스킬이면 이 정도 효과는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일단 지금으로선 가장 의심되는 스킬.

근데 한파도 날씨로 치나? 아니, 날씨는 맞지. 근데 이 정도면 재난 급 아닌가?

온도는 이미 영하 7도를 찍었는데?

성능이 너무 좋은 거 아냐? 이 근처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였다. 거의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였다고.

20도였다고 생각하면 거의 27도 이상을 낮춘 셈이다. 얼래. 더 떨어지네. 이거…. 괜찮은거야?

이미 침낭을 뒤집어쓴 지는 오래. 솔직히 더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다.

그렇긴 하지만 호기심도 분명히 있다. 이만큼 알아보고 그냥 돌아가긴 아깝지.

이미 생각했던 한 시간은 넘은 지 오래고.

그렇게 더 날아가는데 저 멀리 보이는 도시가 보인다. 그리고 온도는 영하 12도를 찍었다.

미쳤네. 미쳤어. 이젠 이게 무슨 스킬인지 꼭 알아내고 싶다.

스킬 하나로 이렇게 광범위한 곳에 영향을 준다고?

이정도 효과면 그 지역 일대를 싹 다 동사시켜버리는 것도 가능한 거잖아?

그리고 만약 날씨 변환이라면 소름 돋는 게…. 이정도 한파를 만들었다면 반대도 가능할 거다.

막 쪄 죽을 듯한 폭염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씨발…. 진짜 끔찍하네.

추위를 무릅쓰고 도시에 들어섰다. 도로 표지판에 보이는 지명. 번역 스킬을 찍어서 이제는 이런 것들을 읽기가 편하다.

이곳의 도시 이름은 허베이. 크. 여기가 그 유명한 합비란 말이지?

삼국지를 아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장료가 떠오르는 지명이잖아? 암튼,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갑작스럽게 덮친 한파에 사람들의 기척은 죄다 건물 안쪽에서 잡힌다.

밖에 나와 있는 놈들은 없나? 끄응. 이러면 페이즈 아웃을 써야 하는데.

뭐, 아까 말해주고 왔으니 크게 걱정은 안 하겠지. 금방 확인만 하고 돌아가자.

잠깐 코인 못 먹는 건 상관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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