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72화 (47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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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469화 부터 업로드가 꼬인걸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메모리

잠든 여자가 리얼돌과 다른 점은 반응을 한다는 거다.

분명 잠들어있지만, 몸은 반응한다. 그 점이 좋은 거지.

사실 나는 리얼돌을 안 써봐서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없다. 대충 그럴 거 같다는 추측이지.

리얼돌이라. 궁금하긴 한데. 어떤 느낌인지.

근데 솔직히 필요 없잖아? 더 좋은 게 이렇게 있는데.

신영의 따듯한질 안을 마음껏 들락날락하는 나의 자지.

손가락으로 꼭지를 잡고 힘을 주면 보지가 꽉 조여진다.

안 그래도 좋은 느낌인데 이러면…. 어휴. 장난 아니지.

이 여자도 제법 느껴지는지 잠들어있으면서도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움찔거리는 몸. 계속해서 조여지는 보지.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 이러고 싶다. 근데 그럴 수는 없잖아? 아직 할 게 많다고. 느긋하게 이럴 때가 아냐.

아. 왜 남자는 쌀 때만 느끼는 거야. 존나 불공평하네.

진짜로 이럴 때면 한 번 정도는 여자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진짜 궁금하잖아. 그 궁금증은 풀어보고 싶다고.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올려서 조금 거칠게 질 속을 헤집는다.

이래도 안 깨네. 역시…. 수면 스킬의 효과는 확실하다니까.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사정감을 느끼고 스퍼트를 올린다.

그러면서 드는 고민. 안에다 쌀까? 아니면 밖에다 쌀까?

안에다 싸면 이 여자를 깨워서 뒤처리를 시켜야 한다.

밖에다 싸면 내가 물티슈로 적당히 닦기만 하면 되고.

근데 그렇게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에이 씨발. 글렀네. 그냥 안에다 싸자.

기왕 이렇게 된 거 안쪽 깊숙한 곳에다가 왕창 싸질렀다.

어차피 그래 봐야 시간 지나면 흘러나올 테니 별 의미는 없지만 말이지.

그렇게 안에 넣은 채로 신영의 벌려진 다리를 잡고 그대로 조금 있었다.

아직 강직도가 남아있는 내 자지. 한 번 더 할 수 있을 정도지만…. 관둔다.

한번 했으면 됐지. 뭘 더해. 번거롭게.

신영의 몸에서 자지를 빼내고 화장실로 가서 적당히 물로 닦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신영을 바라봤다.

깨워서 씻으라고 해야 하는데…. 귀찮네.

그냥 놔두자. 뭐 내 몸에 묻는 거도 아니고, 상관없겠지.

신영의 옆에 누웠다.

침대가 작아서 불안하지만 뭐, 몸부림칠 것도 아닌데 그냥 이러고 있어도 괜찮지.

그렇게 누운 나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바로 기억 삭제를 썼다.

한 발 빼고 났더니 머리가 조금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일단 기억을 지워보자. 이 여자도 성연과 똑같이 해봐야 해.

어떤 포인트에서 매혹을 썼을 때 머리가 아픈지 확인해 봐야 한다.

그래야 이 스킬을 제대로 쓸 수 있어. 중요한 순간에 괜히 어설프게 썼다가 일이 꼬이면 귀찮다.

이렇게 후환이 없는 사람에게 잔뜩 써보고 페널티나 부작용이 어떻게 생기는지 확실히 알아둬야 해.

신영의 기억을 지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종일 멍하니 인공정원만 바라보고 있던 여자다. 내가 볼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없을 때도 패턴이 거의 비슷했다.

신기하네. 어떻게 그렇게 거기 가만히 앉아서 죽은 듯이 있을 수 있지?

하긴, 몇 날 며칠 동안 밖에서 매복 같은 걸 했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쓱쓱 기억을 지워나간다.

이건 종이에 쓰여 있는 글씨를 지우개로 지워버리는 개념이 아니다.

종이 자체를 뜯어버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행위.

그렇기에 일일이 지우개질을 할 필요 따위는 없다. 그냥 종이를 한 장씩 뜯어서 버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하나하나 뜯겨나가는 신영의 기억들. 그렇게 한참을 했더니 슬슬 몸이 축나는 게 느껴진다.

아. 번거롭네. 진짜. 대체 언제쯤 이 포션 멀미에서 해발 될 수 있을까.

적당히 기억 삭제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지.

좀비처럼 느릿느릿하게 기다시피 해서 옷을 집어 들고 입는다.

그리고 일어나 수납을 열고 방 안에 있는 냉장고 안에 음식을 채워 넣는다.

MRE. 최고의 보존 음식.

어차피 내일도 올 거지만 냉장고에 MRE를 넉넉하게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여유가 있으면 여유를 부리는 게 맞지.

방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웠다.

꼼꼼하게 확인한 뒤 아직 열려있는 게이트를 탔다.

아직 잠들어있는 성연. 아마 이 여자는 수면이 끝나고 일어나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을 거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지만 왜 아무도 없는지는 절대 모르겠지.

그리고 아마 여길 나가려고 시도하겠지?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다 막아놨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거고.

음…. 뭐 또 생각할 거 있나? 없지? 그래. 어차피 지금까지 잘 감금돼있었잖아?

따로 뭐가 달라진 것은 없다. 이 여자도 금방 포기하고 계속 러닝머신이나 뛰겠지.

아마 그럴 거다. 이 여자는 그런 여자니까.

게이트를 닫고 바로 내 집으로 순간 이동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침대.

자야지. 자야 내일도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지. 아. 이대로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 크으하고 잠들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그러면 그게 불면증이 아니지.

아까 신영이랑 하고 적당히 씻었으니 그냥 바로 옷을 훌훌 벗고 누웠다.

자. 이제 수면의 시간. 오늘은 스킬 몇 번 만에 잠이 들 수 있을까?

그렇게 나를 향해 수면을 쓰기 시작한 나는 일곱 번째를 세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고 비어있는 옆자리를 보면서 살짝 아쉬움을 느낀다.

쩝. 그래.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사실 이런 날이 더 많긴 하지만.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시간.

이상하게 점점 수면으로 잠드는 시간이 짧아지는 느낌이다.

밤샘을 안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 불면증 새끼가 수면 스킬에도 익숙해지나?

어쨌든 아무도 안 깼으니 굳이 깨울 필요는 없지.

바로 러시아 쪽으로 순간 이동해서 오늘의 비행을 시작한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기척들. 신경 쓰지 않고 일단은 그냥 간다.

마피아라고 그랬지? 마피아라. 야쿠자와 마피아. 과연 어떤 놈들이 더 무서울까?

둘 다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뭐, 만만치 않은 쓰레기들이지.

어느 놈이 더 나쁘다, 어느 놈이 더 쓰레기다 라는 것을 비교하기 힘들 정도.

내가 아는 마피아의 이미지는 중절모를 쓰고 권총과 기관총을 쏴 재끼는 놈들이었는데.

총이 없어진 지금 마피아 놈들은 어떻게 하고 다닐까? 공기총이라도 들고 다니려나?

궁금하네. 녀석들은 어떤 스킬을 쓰고 다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총이 없는 마파아는 쉽게 연상이 안 된다.

근데 어차피 마주치긴 하겠지? 안나의 복수를 해야 하는 그놈. 이름이…. 어. 그래. 이고르.

이고르…. 이고르…. 트미트렌코. 그래. 이 이름이 맞는 거 같네.

암튼 그 녀석. 딱 봐도 불법적인 일들과 잔뜩 엮여있는 것 같은 놈이었다.

음. 아직 살아있을까?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죽어버리면 시체가 사라지는 특성상 죽음을 직접 본 게 아니라면 원하는 사람의 행방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미국에 있었던 성연의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해서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찾기 힘든데 어디선가 죽어버렸다면 진짜 답이 없다.

내가 성연을 뉴욕에 떨궈놓는다 하더라도 문제다.

어디서 아들을 찾을 것이며 어떻게 다닐 것인가.

잘하면 행방불명이 된 아들을 찾아 죽을 때까지 돌아다닐 수도 있다. 아. 잘하면 이 아니지.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농후하지.

어쨌든 사람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살아있고 여기저기 행적이 노출됐다면 기억 읽기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진 않을 거다.

그건 성연의 아들이든 이고르라는 놈이든 마찬가지지.

모르겠다. 일단은 가보자. 가서 생각해야지. 지금은 러시아 모스크바와 미국의 상태가 어떤지도 정확하게 모르니까.

한참을 날아가면서 도시가 보이면 한 번씩 내려가 간판들을 읽었다.

번역 스킬을 배워서 눈에 보이는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하는 짓.

번역 패시브는 참 신기한 스킬이다.

분명 그 좆같은 키릴 문자로 적혀있지만, 나는 그게 뭐라고 쓰여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말도 가능하고 읽기도 가능한 상황. 근데…. 쓰는 건 되나? 그것까진 안 해봐서 모르겠네.

세상에는 100가지가 넘는 언어가 있다던데. 그럼 나는 100개국어를 할 수 있는 건가?

아프리카의 원시 부족이나 저기 이상한 소수민족의 말도 할 수 있는 거겠지?

크. 훌륭한 일이야. 아마 통역과 번역 스킬이 없었다면 나는 한국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났을 거다.

언어의 장벽이란 그만큼 높고 무서운 거니까.

아. 아니지. 나가긴 나갔겠네. 다만 정보 수집이나 매혹은 힘들었겠지. 그냥 보이는 대로 족족 죽였을 거야.

간판들을 보니 확실히 러시아에 온 기분이 났다.

도시의 이름들에 -스크 가 붙는 곳들이 많아졌으니까.

여기도 스크. 저기도 스크. 스크스크스크. 하여간 러시아 놈들 스크 참 좋아해.

그렇게 도시들을 지나치며 오늘의 할당된 러시아 쪽 비행을 마친다.

어느새 반 정도 온 상황. 그래도 제법 빨리 왔네.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아.

공격이 오거나 나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없다는 게 가장 좋은 거 같다.

하긴 어떤 미친놈이 저 극동의 땅에서 이곳까지 올 생각을 할까?

비행 속도 50킬로인 놈들에겐 엄두가 안 나는 행보일 거다.

나같이 미친놈이나 가능한 일이니 하는 거지.

현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이번엔 동쪽으로 간다.

바다 위. 진짜로 재미없는 곳.

아차. 하루카 부터 보고 와야지. 정신이 없네.

바로 홋카이도로 순간 이동한다. 그리고 탐지. 바로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본다.

얼래? 저건 뭐 하는 짓이야.

하루카는 양을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축을 하고 있다.

이야. 저게 된다고? 아. 괴력을 배워서 그런가?

근데 발골 하는 솜씨가 심상치 않다. 저건 지금 처음 하는 솜씨가 아냐.

약간 머뭇머뭇하긴 하는데 뼈와 살을 가르는 저 손놀림은 초보의 실력이 아니다.

아마 원래 경험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지금은 괴력이 생겨서 더 수월하게 하는 거 같고.

잠깐만 지켜보고 가려고 했는데 도축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조금 더 지켜본다.

양털만 깎는 게 아니고 저런 것도 해야 할 줄 아는 건가? 와. 양치기 기준 컷 상당히 높네.

그냥 막대기 들고 훠이훠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옆에 널어져 있는 양가죽. 그리고 커다란 대접에 담긴 내장들.

으음. 하긴 저런 것들도 다 먹을 수 있는 거겠지. 하긴 뭔들 못 먹겠어. 개 사료도 먹는 세상인데.

게다가 저것들은 세상이 망하기 전에도 원래 먹던 것들이었잖아? 당연히 먹어야지. 구우면 맛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소 곱창이 먹고 싶어졌다.

아. 소 곱창. 진짜 맛있는데. 비싸서 그렇지 정말 원 없이 먹어보고 싶던 음식이었잖아.

소라. 아. 청평에 소가 있지? 가면 잡아먹을 수 있나? 모르겠네. 다음에 가면 넌지시 한번 물어볼까.

그러고 보니 그 BFV 녀석들. 춘천에 있다는 놈들.

그놈들이 돼지랑 소를 취급하는 곳이라 그랬는데. 거기 가면 고기들을 원 없이 얻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으음. 일리가 있어. 곱창이고 뭐고 다 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무제한 소 곱창구이를 위해서 한번 쳐들어가 봐?

하루카의 손질은 능숙하긴 했지만 그렇게 손이 빠른 편은 아닌거 같다.

더 보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 그냥 가자. 잘살고 있는 걸 확인했으면 됐지.

그렇게 다시 비행을 나선다.

바다 위의 비행. 지루하고 지루한 비행.

아. 멍청하긴. 스마트 폰에 영화 넣고 온다는 걸 깜빡했네.

하여간….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둘렀을까. 진작 좀 넣고 나올걸.

얼래? 생각해보니 돌아갔다 오면 되잖아? 어려울 게 없네?

순간 이동이 있으니 언제든지 갔다 올 수 있잖아. 나 진짜 머리가 굳었나 봐. 하는 짓이 진짜 웃기네.

현 위치를 저장하고 바로 벙커로 순간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노트북을 가져와 스마트 폰을 영화를 옮겼다.

자막을 보고 가기는 쉽지 않을 테니 일단 한국 영화로 넣는다. 어디 보자. 그럼 됐고.

그렇게 옆을 봤는데 외장 하드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아. 내 방주. 신나게 구하러 가서 결국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물건.

음. 그래. 이것도 안에서 야동 몇 개만 골라서 넣어가자.

야동을 보면서 비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데 야동은 처음부터 진득하게 보는 게 아니고 스킵이 대부분인데.

넣는 의미가 있나? 음. 잘 모르겠다.

감상이라기보단 선별이라고 생각하자. 차라리 그게 맞지.

그렇게 야동도 몇 개 넣고 옮기는 걸 마친 다음 무선 이어폰도 챙기고 다시 아까 바다로 순간 이동했다.

자. 이제 조금 덜 지루한 비행을 해볼까?

무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으면서 참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습격을 당할지 모르는 데 귀를 틀어막는 이어폰이라니. 그건 정말 나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렇게 사람과 만날 확률이 0.0001퍼센트도 없는 바다 한복판이니 가능한 짓.

그렇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장 눈이 가는 제목을 찾아 영화를 틀었다.

오오. 잘되네. 문제도 없고. 이러면 하루에 영화 두 편은 꼭꼭 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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