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15화 (41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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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C

비행속도가 빨라진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집에서 펜스까지는 정말 순식간이니까.

시속 80킬로의 속도로 하늘을 난다는 건 그런 거다. 게다가 블링크를 섞으면 더 말도 안 되게 금방 도착할 수 있어.

그렇게 펜스에 도착하자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없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 많던 인간들이 하나도 없어졌다. 밖에도 안에도 아무도 없다.

탐지에 걸리는 게 아무도 없어.

급하게 정 부장의 방으로 가본다. 그런데 책상 위에 뭐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성철 씨 방 책상 위에 편지가 있어요?"

바로 내 방으로 가본다. 그러니까 원래 이사장 놈의 방.

"이게 뭐야. 우리는 DDC로 갑니다? DDC가 뭐야? 아. 동두천?"

어휴. 씨발. 깜짝 놀랐잖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이 사람들은 펜스를 비운 거야. 가진 모든 것을 옮겨서 동두천으로 간 거였어.

정 부장이 남긴 듯한 편지를 보며 마음이 놓이긴 하는데…. 그래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

바로 바깥으로 나와 북쪽을 향해 날아간다.

탐지를 켜고 날아가며 주변을 살핀다. 역시 아무도 없는 기척. 뭐, 당연한 일이다.

펜스가 북진했다면 이곳에 인간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금방 도착한 동두천. 그리고 느껴지는 사람의 기척.

이 사람들도 다 펜스 사람인가? 그렇다면 함부로 죽일 수는 없지.

사람들을 무시하며 간판을 따라 미군 부대가 있던 곳으로 향한다.

캠프 케이시라고 돼 있는 간판.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바글바글한 기척들.

아니, 바글바글 하다는 말을 쓰긴 좀 그렇다. 바글바글은 짱개놈들에게나 쓰는 거지.

여기는 귀여운 수준 정도?

그래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렇게 안쪽을 둘러보는데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였다.

"정현?"

"어어! 대장!? 하도 못 봐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그러면서 와락 안기는 정현. 어우. 얘는 주변에 사람도 많은데 왜 이러는 거야.

"사람 많은 데서 이러는 거 아냐."

그렇게 말해도 정현이는 나를 꼭 끌어안고 놔주질 않는다.

무작정 떼어내기보단 살살 다독이며 정현이를 토닥여줬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그녀를 겨우 달랬다.

"일단, 이럴 게 아니고 들어가자. 정 부장님 있는 곳으로 안내 좀 해줄래?"

"훌쩍. 알겠어요."

코를 훌쩍이면서 겨우 진정한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건물 쪽으로 향한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온 거예요. 그리고 여기로 온건 어떻게 알았어요."

서운함과 반가움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한 목소리.

"바빴어."

사실 그거 말고는 해줄 말이 없다. 그래도 그걸로 다 설명이 됐는지 더는 말이 없다.

근데, 이걸로 설명되긴 한 거야? 희한하네.

한 건물 안쪽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는 정현.

군부대였던 건물인 거 같은데 뭐 하는 곳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지하로 내려갔고,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향한다.

"이쪽이야? 여기 쪽엔 아무도 없는데?"

"따라오세요. 이쪽 맞아요."

"뭐지? 그사이에 페이즈 아웃이라도 배웠나?"

문 하나를 열고 내 손을 꼭 잡고 들어가는 정현이. 그렇게 들어가자 갑자기 문을 닫아 잠그고 나에게 안긴다.

"뭐 하는 거…. 읍."

거칠게 키스하는 정현. 그 기세가 너무 강렬해서 압도당하고 말았다.

벽까지 밀린 나는 결국 그녀의 혀를 받아주었고, 정현이는 나와 격렬하게 키스한다.

뭔가 어설픈데 왠지 필사적인 느낌이다. 하긴…. 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녀였지.

키스 경험이 많지는 않았을 거야.

키스를 원하는 그녀에게 나 역시 정성껏 키스를 해줬다.

나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얘보단 잘한다.

그렇게 진하게 키스를 하고 나서 서로의 얼굴이 떨어졌고 뭐라고 말하려 했는데 정현이가 먼저 입을 연다.

"안아줘요."

"어?"

"안아달라고요. 지금 당장."

그러더니 내 바지춤을 잡고 허리띠를 푼다.

"잠깐잠깐잠깐."

"안아달라고요!"

자기가 소리를 높여놓고 흠칫하며 놀라는 모습.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응?"

하지만 정현이는 바로 윗옷을 벗어버렸다.

브라까지 한 번에 벗어버리자 새하얀 가슴이 출렁이며 눈앞에 드러난다.

그리고 뭐라고 말릴 새도 없이 바지와 팬티까지 한 번에 벗어버린다. 그리고 내게 안기는 정현이.

"안아달라고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요!"

그러더니 내 바지를 다시 벗긴다.

졸지에 바지와 팬티가 벗겨진 나는 얼떨결에 정현이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자지는 눈치 없이 빨딱 서 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입에 무는 정현이.

"어…."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안의 감촉이 자지에 그대로 느껴진다.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지는 느낌.

정현이가 한 말이 있기에 뭐라고 말리기도 힘들다.

그렇게 내 자지를 빨던 정현이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내 어깨를 누르며 말한다.

"앉아요."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은 나.

정현이는 다리에 걸려있는 내 바지와 팬티를 완전히 벗겨버리더니 내 몸 위에 섰다.

눈앞에 보이는 정현이의 음모. 그리고 그 밑에 살짝 모습을 보이는 보지.

몸을 숙이는 정현이는 그대로 내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 입구에 맞추더니 그대로 쑥 앉아버렸다.

"아으…."

그러면서 내게 안기는 여자.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혹시 매혹을 당했나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닌거 같다.

누군가가 정현이에게 매혹을 걸었으면 다른 남자와 섹스하라는 명령을 들을 리가 없다.

아무리 매혹이라도 그런 지시까지는 불가능하니까.

여자에 대해 잘 모르는 나지만…. 지금 상황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거 같다.

그냥….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거야. 보고 싶었고, 하고 싶었기에 이러는 거야.

"으응…."

나를 안고 어설프게 골반을 움직이는 모습.

내 목을 꼭 끌어안고 있기에 그녀의 미약한 신음이 귓가에 그대로 들린다.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니?"

내가 말하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현이.

하아. 신기한 일이야. 있기 힘든 일이지. 세상이 망하기 전이었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럼 조금 부드럽게 말하지 그랬어. 그렇게 말해도 다 들어줄 텐데."

"또…. 우리 안보고 도망갈 거잖아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을 거고."

그래. 한동안 무심하긴 했다. 펜스에 와도 정 부장만 슬쩍 보고 식량만 받아갔었지.

솔직히 말해서 캠프에 있던 여자들, 이제는 펜스의 외부조가 된 이 여자들은 조금씩 정을 떼려고 한 것도 있긴 하다.

어떻게 보면 일은 벌여놓고 뒤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내버려 둬놓은 것과 마찬가지였던 상황.

물론 이런 건 이 여자들뿐만이 아니다. 청평에도 많잖아. 그런 여자들.

하지만 이런 정현이의 모습을 보니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참나. 나에게 아직도 양심 같은 게 남아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네.

"곁에 있어 달라고도 안 해요. 맨날 보러오라고도 안 해요. 그냥 자주, 잠깐이라도 보고 갔으면 됐잖아요. 왜 피해요. 왜 외면하냐고요. 나는…. 나는 대장이 좋은데."

이런 종류의 공격엔 당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방어 체계를 가동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여자가 자신의 자존심을 모두 다 버리고 구걸하듯이 매달리는 상황.

꿈도 못 꾸던 일이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미안해."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한심한 대답. 한심한 대처.

"아니에요. 대장이 미안해할 필요 없죠. 내가 욕심부린 건데."

그러더니 나를 살짝 밀치듯 하며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몸 안에서 쑥 빠져나오는 자지.

나는 그런 정현이의 손을 반사적으로 잡았다.

"놔요."

"미안해."

"미안해할 거 없어요. 그러니 놔요. 놔줘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안았다. 알몸의 여자를 바지 벗고 있는 남자가 안는 건 별로 아름다운 그림은 아닐 거다.

하지만 나는 지금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꼴이 우습더라도 내 진심을 전해야 해.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사실…. 아주 바빴어. 근데 그건 핑계지. 나는…. 너희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인생을 살게 하고 싶었어. 나 같은 놈에게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가만히 내게 안겨 내 이야기를 듣는 정현.

그녀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다. 4월이 한참 지난 지금은 그정도로 춥진 않다.

이 방도 뭐하던 곳인지 모르지만, 그냥 포근한 정도는 된다.

그러니 지금 그녀가 떠는 건 추워서 그런 게 아닐 거다.

이 작은 몸 안에서 갖가지 생각들이 소용돌이치고 있기에 그런 거겠지.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건 맞아. 너희들의 감정 같은 건 내가 전혀 생각 못 하고 내 마음대로 너희들을 취급한 거니까. 그러니 사과할게. 그건 내가 정말 잘못한 거라고."

"사과…. 할 필요 없어요."

그런 정현이의 말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새하얀 머릿속.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부디 정현이가 다음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거기에 맞춰서 대답이라도 해볼 텐데.

"놔줘요. 싫은 사람을 억지로 이렇게 안아줄 필요 없어요."

"나는 니가 싫지 않아."

"그렇게 말할 필요 없어요. 나도…. 나도 내가 이러는 거 싫어요. 대장이 내 처음을 가져갔다고 해서 나를 책임 져야 할 이유는 없는 거 나도 알아요. 그냥 내 욕심이었고 내 이기적인 마음이었어요. 그러니 더는…."

나는 그냥 그런 그녀의 입을 입술로 막아버렸다.

굳이 말로 뭘 어떻게 할 자신은 없었다.

진한 키스.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것처럼 그냥 그녀의 머릿속도 하얗게 만들어 주기로 했다.

몸을 틀면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정현이의 완력 정도는 내가 이길 수 있다.

그대로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 키스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벽으로 붙였다.

벽에 등을 기대게 된 정현. 그런 정현이의 가슴을 입으로 빨았다.

"으으…. 억지로 할 필요 없어요…. 왜 자꾸…. 하악…."

내 손가락이 그녀의 질 안쪽으로 쑥 들어가자 정현이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손가락을 꿈틀거리고 입으로 가슴을 빨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신음을 낸다.

"읏…. 진짜. 뭐에요. 하읏…. 정말…."

가슴에서 입을 떼고 손가락도 뺐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 한쪽을 들고 안쪽으로 팔을 걸어 몸을 받쳤다.

다른 손으론 다시 빳빳해진 자지를 잡고 그녀의 아래쪽에 맞춘 뒤 바로 밀어 넣었다.

"허억…."

아까 자신이 직접 넣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에 신음을 크게 내는 정현이.

높이가 살짝 안맞아서 무릎을 조금 구부려야 했지만, 상관없다. 이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지금은 그냥 그녀의 몸 안에다가 내 자지를 문지르는 생각만 한다.

정현이가 아무 생각 못 하도록. 쓸데없는 오해나 자책 같은 건 신경도 못 쓰도록.

"아아. 아으…. 으응…. 나빠. 나쁜 사람. 하윽. 대장은 나빠요…. 흐윽…."

다소 격렬하게 움직였기에 정현이는 끊임없이 신음을 낸다.

그러면서도 나에 대해 말하며…. 눈물 흘린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어떤 눈물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건 나중에 신경 쓰자.

지금은 그저 정현이 머릿속에 절정만 가득 차게 만드는 것만 생각하자.

처음 해보는 엉성한 자세였지만 어쨌든 그녀를 만족하게 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나에게 매달리듯 안겨서 야한 숨을 뱉어내는 정현이.

그렇게 그녀를 잔뜩 만족하게 한 나는 그녀의 질 안쪽에다가 잔뜩 사정했다.

들었던 다리를 놓아주자 힘이 빠진 듯 나에게 더욱 깊게 안기는 모습.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 등을 천천히 쓸어줬다.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녀의 몸.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그녀의 귀에 조용하게 속삭였다.

"부족하지?"

내 말에 가만히 있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현.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투명화 써."

내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투명화를 쓰는 정현이.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옷과 내 옷을 수납에 담았다. 그리고 투명화. 거기에 게이트.

"어어!?"

나는 정현이를 안고 그대로 게이트를 넘었다. 그리고 바로 게이트 해제.

내가 온 곳은 수원. 탐지로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벙커에 있는 두 여자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곳.

"춥진 않을 테지만 잠시 참아."

그런 그녀를 안고 하늘을 날았다. 갑자기 날아오르자 깜짝 놀라 나를 바짝 끌어안는 정현이.

나는 그렇게 하늘을 날아 주변에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모텔 간판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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