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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412화 (41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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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날아가는 저 짱개 여덟은 왜 저렇게 빨리 돌아가는 걸까? 그것도 블링크까지 쓰면서.

보통 자신들을 테러한 놈들을 못 잡았으면 주변을 좀 더 확실하게 뒤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약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어디론가 가고 있다.

뭔가 정보가 있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그리고 그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연기가 나고 있는 건물. 딱 봐도 존나 중요한 것 같은 건물이다.

탐지에 걸리는 수많은 기척. 그리고 실시간으로 기척들이 꺼지고 있다.

이제야 알겠다. 아까 그 메테오 쓴 놈들은 시선 분산이구나.

성동격서라고 해야 하나? 그게 맞는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놓고 메테오를 싸갈길 필요는 없지. 그놈들은 시선을 분산하고 싶었던 거다.

진짜 목적은 여기였어. 여기를 치고 싶어서 지키고 있던 놈들을 다른 쪽으로 가게 한 거야.

흐음…. 그럼 몹시 궁금해지는데?

여기는 대체 뭐고 쳐들어간 놈들은 뭘까? 뭐가 됐든 서로 싸우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나 같은 제삼자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빈틈만 찌르면 되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잖아? 어부지리. 사실 이것보다 좋은 사냥방법은 없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타이밍을 포착하기 힘들 뿐이지.

내가 쫓아왔던 여덟은 바로 땅으로 내려가 건물 쪽으로 진입했다.

건물 내부에서 싸우는 건 정말 좋다. 광역 스킬 무효화를 마음껏 쓸 수 있잖아?

그리고 그건 녀석들도 알고 있는 내용일 거다.

게다가 아까 당했었으니 분명 저놈들도 그 스킬 있는 놈이 있다는 건데.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있겠어.

페이즈 아웃을 써야 할 수도 있으니 여기를 다른 저장 위치에 저장하고 수원으로 순간이동 했다.

테이프 질 돼 있는 한 놈과 뒤늦게 잡아 온 다른 세 놈.

세 놈도 빠르게 테이프 질 해놓는다. 새벽이긴 한데…. 이대로 놔도 죽거나 하진 않겠지?

날씨도 많이 따듯해졌으니까 뭐 괜찮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짱개 넷을 다른 곳에 옮겨 놔야겠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적당히 옮겨 놓긴 해야지.

적당히 블링크를 해서 비행장 끄트머리에 있는 격납고로 갔다.

여기쯤이면 되겠네. 게이트를 열어서 테이프 칠 돼 있는 짱개 넷을 게이트로 던져넣었다.

이쯤이면 됐고.

게이트를 닫고 아까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다시 순간이동 한다.

이제는 관음과 습격의 시간.

납치해올 수 있으면 좋고, 납치가 안 되더라도 죽여버리면 된다.

어쨌든 나만 안 죽으면 이득인 상황. 무엇을 해도 이익이잖아? 완전 개꿀이지.

주변을 탐지로 살펴보니 건물 주변에 기척들이 제법 있다.

완전히 무인지역은 아니라는 소리. 적당히 가까이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상황을 보지 못하고 기척만으로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보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게임의 종족.

미니맵에 움직이는 점만 보고도 무슨 상황인지 대충 파악하는 건 많이 단련했잖아?

이것도 똑같다. 상세한 상황을 알 필요는 없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면 되는 거야.

공격 측은 두 방향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양이다. 12시 방향과 4시 방향.

기척이 둘 다 다섯인 거로 봐선 파티인 거 같다. 그래. 파티는 효과가 좋지.

어쨌든 저런 공간에서도 광역 스킬을 펑펑 쓸 수 있게 되니까.

방어 측의 인원은 상당히 많다.

근데 전부 전투원은 아닌거 같네. 도망가는 놈들이 조금 있어.

공격 측이 생각보다 잘 싸우고 있는 것 같다. 기척이 사라지는 쪽은 거의 방어 측이야.

공격하고 있는 열 명은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뭐 하는 놈들일까? 빨리 알고 싶네.

근데…. 저 공격하는 놈들은 왜 저길 기어들어 갔을까?

누굴 죽이려면 조용하게 암살하는 게 나을 거다.

건물의 파괴가 목적이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이런 세상에서 뭔가 중요한 물건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고 해도 페이즈 아웃과 수납이 있는 놈이 슬쩍 침투하는 게 더 나을 거다.

구출? 구출도 마찬가지 아닌가? 페이즈 아웃으로 안쪽까지 침투해서 좌표 찍고 게이트 여는 게 빠를 텐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아. 궁금하다 궁금해. 한번 페이즈 아웃으로 쓱 둘러볼까?

저 안에도 페이즈 아웃을 쓰는 놈이 있을까? 스킬도 못 쓰는 세상에서 마주치면 상당히 귀찮은데.

그래도 그나마 부담은 덜하잖아?

공격하는 놈들은 방어하는 쪽이라고 생각할 거고, 방어하는 놈들은 공격하는 놈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래. 가보자. 어차피 페이즈 아웃 상태에선 벽을 너머서 볼 수는 없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서 안쪽을 살펴보는 건 크게 문제없겠지.

사람이 가장 없는 쪽을 확인하고 바로 블링크를 하려는데…. 안된다.

뭐지? 왜 안 되지? 진동파? 모래?

아니다. 없다. 비행은 잘 되고 있고 모래 같은 건 주변에 없다.

설마 투명화된 모래인가 싶어서 주변을 휘휘 저어봤지만, 손에 걸리는 건 없다.

뭐지? 왜 안돼?

뭔가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의 가까운 곳으로 블링크 해봤다.

잘된다. 블링크가 안 되는 건 아냐.

그렇다면…. 이유는 한가지다. 저 지역으로 블링크를 쓸 수 없다는 것.

저기 건물 주변에만 뭔가가 돼 있다는 거다. 블링크를 할 수 없는 조치가 되어있다는 것.

투명화된 벽? 아니지. 아까 그 여덟 명은 그냥 쑥 들어갔잖아?

가장 그럴 듯한 건 딱 하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스킬 사용 불가 지역.

광역 스킬 무효화로도 지워지지 않고 일정 범위 자체를 아예 스킬을 못 쓰는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스킬.

그래. 그거라면 이해가 된다. 저 안쪽은 피지컬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지역이라는 거지.

하…. 끔찍하네. 나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잖아.

패시브는 적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신체 능력 증가를 찍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저 약간 힘이 센 20대 중반의 남자일 뿐이다.

무기술? 격투술? 아무것도 모른다. 배운 적도 없고 배울 기회도 없었다.

하…. 이거 지랄이네.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잖아?

일단,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되는지 확인해보자. 그건 알아야 어느 정도 대책을 세우지.

어차피 저 안에 들어가 있는 놈들은 탐지고 뭐고 아무것도 못 쓸 테니 크게 신경은 안 써도 될 것 같다.

아니지. 밖에서 여길 지켜보는 놈이 있을까? 있겠지? 저놈들이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다면 그게 맞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튀어나오는 놈들이 적이라면 바로 싸잡아 먹는 게 정석이잖아.

어차피 저 안에서 나오는 놈들은 스킬을 못 쓰니 완전 맨몸이랑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일단 정해졌다.

안에 있는 놈들은 지들끼리 싸우든지 말든지 놔두고 주변에 있는 놈들부터 조지는 것.

대충 100미터 안쪽에 있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어차피 안쪽에 있는 놈들은 바깥 상황을 모를 테니 마음껏 죽여도 되는 거고?

생각했으면 바로 실행한다. 망설일 필요 없지.

탐지를 돌려 근처에 있는 녀석들을 살펴본다.

일단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놈. 너부터야.

녀석이 있는 건물 가까이 블링크 한 다음 바로 페이즈 아웃을 썼다.

탐지로 봤었던 위치를 기억하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다.

얼래? 뭐야. 자고 있네. 그럼 얘는 아니라는 소리네.

그래도 방심할 수 없지. 페이즈 아웃을 풀고 무효화와 수면을 건 다음 테이프 질 해놓는다.

반경 내에 사람이 모두 사라지면 당연히 지켜보는 놈들도 의심할 테니 마구 죽일 수는 없다.

죽이는 건 나중에 모든 상황을 다 처리하고 나서야.

그렇게 주변에 있는 놈들을 하나씩 테이프 질 한다.

대부분이 그냥 평범한 짱개였다. 아파트도 있고 멘션도 있고 주택도 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게 다행이다. 다 합쳐도 서른 명은 안 되는 거 같다.

그렇게 열 명 정도 제압했을 때 평범한 짱개 같지 않은 놈이 두 놈 같이 있는 곳이 나왔다.

오오. 좋아. 그럴듯한 놈들이네. 하지만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은 그냥 밥이지.

근데 녀석들의 귀에 뭔가가 꼽혀있다. 아. 저거 아무리 봐도 통신기기 같은데.

그럼 어쩔 수 없지. 노출이 되긴 하겠지만, 어차피 내 포지션이 드러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조금 서두르긴 해야겠다. 그리고 녀석들의 위치를 전부 파악해서 한 번에 침묵시켜야겠네.

아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구나? 나에겐 승희가 있지?

바로 그 자리에서 이탈한 다음 하늘로 높게 올라가서 자리를 저장했다.

그리고 벙커로 순간이동.

"승희야. 승희야."

잠든 승희를 깨운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으음…. 오빠?"

그러면서 나를 끌어당겨 품에 꼭 안는 승희.

따듯한 몸과 말랑한 가슴의 감촉에 잠시 멍해졌지만, 바로 정신 차리고 승희를 깨운다.

"승희야. 일어나봐. 할 일이 있어. 어서."

그래도 승희는 이런 쪽에는 항상 준비되어서 그런가? 바로 일어난다.

내 설명을 들으며 부지런히 옷을 입고 내가 연 게이트를 탄다.

"으으. 그러니까 여기 주변에 EMP를 뿌리란 말이죠?“

따듯한 이불에서 나와 밤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팔로 몸을 감싸고 부르르 떠는 승희.

"어. 저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에다가 막 난사해도 돼. 될 수 있으면 넓은 범위로."

"알겠어요. 그럼 바로 할게요?"

"응."

승희는 바로 스킬을 쓴다. 건물을 기준으로 신나게 EMP를 뿌리는 승희.

좋아.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녀석들은 통신기기를 못 쓰게 됐을 거야.

"고마워. 수고했어."

게이트를 다시 열어줬고, 승희는 나를 안아주더니 짧고 찐하게 키스한다.

어휴. 이렇게 전투가 벌어지는 상공에서 이러는 것도 좋네. 스릴 있고.

승희가 게이트를 타고 넘어갔고, 게이트를 닫았다.

자. 그럼 남은 녀석들을 모두 마무리 지어볼까.

탐지를 돌려본다. 아직도 건물 안에서는 본격적인 전투가 일어나진 않고 있는 거 같다.

인원이 별로 안 줄었네. 그럼 됐지 뭐.

다시 아까 두 녀석이 있던 건물로 가서 페이즈 아웃을 썼고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자신들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손으로 만지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통신기기를 눌러보고 있는 놈들.

늘 하던 짓을 반복한다. 페이즈 아웃 해제. 투명화, 비행, 반사, 무효화에 수면 두 방.

좋아. 끝. 빠르게 테이프 질을 해놓고 다음 녀석들을 향해 간다.

그렇게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놈들은 전부 테이프로 제압해버렸다.

아이고. 이 테이프도 더 구해야겠네. 슬슬 바닥을 보여가고 있어.

자. 이제 주변 정리는 끝났으니 안에 있는 놈들만 처리하면 되는데.

그렇다고 안에 들어갈 수는 없다. 언제 다른 녀석들이 또 증원해서 올지 모르니까.

게다가 어차피 내가 안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에휴.

어…. 아니네? 있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게 있어.

물론 나는 무기술도 격투술도 모른다. 하지만 더 기똥찬 걸 가지고 있잖아?

수납에서 공기총을 꺼냈다. 그리고 탄환이랑 그런 것들도.

대호 그룹이 뻘짓하며 양성해낸 특수 부대 놈들. 그놈들에게 빼앗은 약탈품.

이것만 있으면 솔직히 무적이잖아? 게다가 이건 맞춘다고 무조건 죽는 것도 아냐. 기절도 시킬 수 있다.

그래. 이게 스킬이고 이게 마법이지.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기가 막힌 명언이야.

뭐, 공기총을 들었다고 해서 바로 침투할 생각은 없다.

녀석들이 충돌할 때 뒤를 치는 것이 좋지만 그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녀석들이 아직 스킬 사용 불가 지대에서 나오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그 밖에서 스킬 효과를 모두 받으며 튀어나오는 놈들을 한 번에 무력화시키는 게 가장 좋다.

결국은 인내심의 싸움.

하. 참기 싸움이라. 내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나는 잠도 안 자고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놈인데?

녀석들이 어디로 나오려고 하든지 나는 밖에만 있다면 얼마든지 녀석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뿔뿔이 흩어져서 튀어나온다고 해도 다잡을 수 있고.

탐지로 보고 있는 데다가 블링크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짧은 순간에도 각개격파가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놈들이 증원만 되지 않는다면 이곳은 저 녀석들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

저 안에서는 어떠한 스킬도 못 쓰잖아? 자신들이 만든 올가미에 스스로 목을 걸은 거랑 마찬가지라는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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