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96화 (39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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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파견대

짱개들 테러하는 재미에 스킬 숙련이 조금 더뎌지는 게 약간 걱정이긴 하다.

파티 고급 74퍼센트. 한자리에서 마스터 하기엔 조금 빠듯한 양.

오늘 반, 내일 반 해서 마스터 해야겠다. 숙련을 게을리하면 안 되지.

"제군들. 다들 준비됐나?"

네 여자는 나를 보고 약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크게 신경 안 썼다.

준비만 됐으면 됐지. 그럼 또 출발해 볼까.

승미세안 네 여자와 파티를 하고 게이트를 연 뒤 어젯밤 저장해놓은 도시로 향했다.

오늘은 여기서 조금 거창하게 일을 벌일 생각이다.

지급 파견대 하나를 잡는 것. 그게 오늘의 목표다. 이제 어느 정도는 힘을 길렀으니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면대결을 할 생각은 없다. 정면대결은 바보 같은 짓이야.

언제나 매복과 기습. 그게 최고지.

"잠깐 여기 있어. 안나는 날아다니는 녀석들 있나 잘 살피고."

그렇게 말한 뒤 바로 도시 곳곳에다가 바닷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매복과 기습을 하려면 유인을 먼저 해야지. 게이트는 여섯 개. 녀석들이 과연 우르르 몰려올까?

흩어져서 온다면 하나씩 잘라낼 수 있을 텐데. 그건 크게 기대하면 안 되겠지.

그렇게 여자들에게 돌아온 뒤 지상으로 가서 기다렸다.

녀석들의 문제점은 이거다. 민간인과 섞여버리면 우리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

우리가 떠 있으면 수상하게 생각한 짱개들이 의심이라도 할 테지만 이렇게 지상에 있으면 답 없지 뭐.

바닷물이 퍼지기 시작한 지 약 20분. 드디어 하늘을 날아오는 녀석들이 보였다.

세 명. 딱 좋네. 이놈들 인원이 일곱 명에서 열 명 사이라고 했지? 세 명이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바로 잡아야지. 가장 중요한 건 녀석들이 뭔가를 하기 전에 잡아야 하는 거다.

상대가 무슨 스킬이든 스킬 쓸 틈 없이 잡아 죽이는 게 베스트다.

상대가 뭔가를 쓰기 시작하면 피곤해져.

말 그대로 순살 시키는 것. 그게 베스트야.

"준비됐지? 말해둔 것들, 훈련했던 것들 다 기억하고."

네 여자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렇게 보여도 스킬 아홉 개씩 있는 놈들이야. 방심하지 말고, 얕잡아 볼 생각하지 마. 녀석들이 빛이 될 때까지 긴장 풀면 안 돼. 아니 빛으로 만든 다음에도 긴장 풀지 마."

"아으. 정말. 알았으니까 빨리해. 하여간 잔소리는."

"세아."

내가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자 아차 싶은 표정으로 바뀌는 세아.

"나는 너희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을 적당히 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럴 거였으면 나 혼자 다 했지. 함께 뭔가를 하고 싶다면 신중하게 해. 절대 조급해 하지 마."

"알았어. 미안해."

"미안할 것까지는 없고. 자. 그럼 시작하자. 승희랑 미나. 시작해. 세아랑 안나도 준비하고."

승희가 바로 진동파를 썼다.

많은 연습과 테스트를 거쳐 진동파의 효과를 확실하게 깨우친 승희.

진동파도 수납이랑 게이트같이 상상력을 많이 타는 스킬이다.

굳이 앞으로 뿜어내듯이 쓸 필요가 없는 스킬.

벽에서 왔던 지급 파견대와 호텔에 있던 상해당 놈들이 싸웠을 때, 그때 본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좁은 영역에 모으듯이 쓸 수도 있고 넓은 지역에 뿌리듯이 쓸 수도 있다.

그리고 범위가 좁아질수록 위력이 세진다.

좁게 모은 진동파를 직빵으로 당하게 되면 정말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타격을 받지만 넓게 뿌린 진동파는 딱 비행과 블링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받는 것.

그렇게 뿌려진 진동파에 하늘에 떠 있던 짱개 둘이 그대로 주춤거리더니 두 명은 땅으로 슬금슬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놈은 멀쩡한 거 보니 보호막이 있나 보다.

하지만 짱개 바로 옆에 나타난 세아가 주먹을 휘둘렀고 보호막은 바로 깨졌다.

승희의 진동파는 계속 뿌려지고 있기에 녀석은 바로 비틀거린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무사히 땅에 착지했다고 안도할 무렵,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콰르르르릉!

우레 폭풍이 아닌 썬더 필드.

일부러 주변에 건물 같은 게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바닷물 게이트를 깐 이유다.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먼저 땅으로 내려온 짱개 둘에게 내리꽂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결국 빛이 되어버린 두 녀석.

마지막으로 떨어진 녀석 하나는 어지러운 도중에도 필사적으로 보호막을 켰다.

그런 녀석을 피해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들.

파티 플레이를 할 땐 광역 스킬 무효화를 쓸 수 없으니 저 녀석의 처리는 온전히 세아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주먹을 휘둘러서 보호막을 깨는 세아. 하지만 바로 보호막이 또 생긴다.

다시 또 파괴. 또 생기는 보호막. 짱개놈은 상당히 필사적이다.

보호막을 만드는 게 조금이라도 늦어버리면 떨어지는 벼락에 맞아버릴 운명이니까.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타이밍을 딱딱 맞춰서 보호막을 쓸 수는 없다.

게다가 포션을 먹을 여유 따위도 없고 체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세아의 주먹에 보호막이 깨지는 순간 벼락 하나가 녀석에게 적중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아가 주먹을 휘두른다.

빛이 되어버린 짱개. 좋아. 마무리 완료.

생각보다 잘 됐다.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게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걸 알면 당연히 기분 좋다.

사람의 입은 하나이기에 여러 개의 스킬을 동시에 쓸 수는 없잖아?

진동파로 비행과 블링크를 억제해 버린 다음 썬더 필드를 배경으로 깔아버리면 상대가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다.

죽거나, 보호막을 쓰거나.

하지만 결국 그건 피한다고 피한 길이 외통수로 몰리는 것과 다름없다.

보호막을 쓰다가 결국에는 벼락이나 주먹 둘 중 하나에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결국은 그거다. 진동파를 맞출 수 있느냐 없느냐.

보호막이 없거나, 보호막을 쓰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바로 블링크로 도망가지 않으면 바로 개미지옥처럼 죽음까지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어쨌든 세 명을 수월하게 처리했으니 일단 스타트는 깔끔하게 시작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겨야 한다는 것.

패배하면 죽는 세상. 상대가 끊임없이 매칭되는 토너먼트를 하는 느낌이다.

우승 아니면 죽음인 상황.

한 번의 패배로 끝나는 끔찍한 곳이잖아? 그나마 다행인 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다는 점?

그렇기에 나는 항상 언제든 내 여자들을 도망치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승리보단 생존이 우선이니까. 아니지. 생존이 승리지. 승부에서 이기는 게 승리가 아니야.

"코인은 차례대로 먹어. 먹고 바로 다음으로 가자."

블링크를 섞어가며 다음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세 명이 죽은 걸 알고 있을까?

녀석들도 파티는 하겠지?

한계 돌파는 티어 13에나 나오는 스킬이다. 녀석들은 파티라고 해봐야 다섯이 최대일 텐데.

일단 녀석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가정하면서 움직인다. 아마 남은 인원이 뭉쳐서 오지 않을까 싶은데.

아까 게이트를 열어놔서 물이 제법 흥건하게 차오른 주변.

일단 기다린다. 매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 초조해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 때, 미나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시계를 본 나는 그런 미나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이제 곧 곳곳의 게이트가 닫힐 거야. 그리고 여기에만 더 열 거고. 그럼 이쪽으로 오게 되겠지."

"아. 알겠어요."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리니 게이트가 닫혔다.

하늘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던 게이트가 닫히니 주변의 물소리가 사라지고 혼란스러운 짱개들의 외침만 주변에 가득해진다.

"잠깐 있어."

여자들에게 말하고 주변에 게이트를 다시 열었다.

이번엔 여섯 개를 전부 하늘에다가 열어버렸고, 쏟아지는 물의 양은 아까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하긴, 단순 계산으로 여섯 배잖아? 이 정도면 거의 홍수라고 봐도 되지.

그렇게 게이트를 열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녀석들의 기척은 느껴지질 않는다.

이상하네. 왜 안 오지?

그렇게 의아해하며 잠자코 있는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하늘 위로 바로 블링크 해봐. 나 따라서."

지금까지는 혼란스러운 짱개들 사이에 숨어있었지만 바로 하늘로 한참 올라가 지상을 내려다보니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지급 파견대 놈들은 안 온 게 아니었다.

이미 도착해 지켜보고 있는 거였어. 물 때문에 다들 정신없이 움직이는 기척 속에서도 멈춰서 꼼짝 않는 네 명의 기척이 있었다.

탐지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보자마자 알아챌 수 있었다. 딱 봐도 이질감이 느껴지잖아.

역시 이 짓도 많이 해봐야 는다니까.

우리를 알아챈 것 같지는 않고…. 저기서 게이트 쪽을 살펴보고 있는 건가?

넷이라. 아까 죽은 놈들이 셋이니 합치면 일곱. 지급 파견대 최소 숫자는 되는데.

녀석들도 매복하고 있는 건가? 근데…. 저렇게 땅에 있으면 날 잡아줍쇼라고 외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나 따라와 봐."

네 여자를 데리고 녀석들의 머리 위쪽으로 이동했다.

바로 머리 위쪽, 가장 방비가 허술한 위치.

"이 밑에 뭉쳐있는 네 명이 있을 거야. 이대로 내려가서 친다. 내가 먼저 광역 스킬 무효화 뿌릴 테니까 승희는 바로 진동파 쓰고."

"네."

"모래 결계 같은 게 있을 수 있으니 블링크가 안 먹히면 바로 이 자리까지 올라와야 해. 절대 무리하지 말고."

"알겠어요."

모두가 대답했고, 나는 바로 말했다.

"녀석들의 투명화가 풀리면 바로 공격해. 가자."

한 번에 적당한 거리까지 블링크. 무사히 블링크가 되는 거 보니 모래 결계 같은 건 없다.

일단 바로 광역 스킬 무효화를 걸었다. 그러자 녀석들이 있던 자리에 천막 같은 게 생겨났다.

저건 또 뭐야. 천막을 투명화해서 위를 가려 놓은 거야? 바로 수면이나 기절 같은 게 타겟 안되게?

새끼들. 머리는 좋네.

하지만 투명화가 풀린 데다가 승희의 진동파가 녀석들을 덮쳤기에 녀석들은 도망도 못가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녀석들을 덮치는 번개 구체와 바람 칼날.

진동파 때문에 어지러운 와중에도 보호막을 켜보지만 세아의 주먹에 바로 박살 난다.

기습이 이래서 좋아. 상대가 뭘 하기 전에 끝낼 수 있으니까.

스킬이 잔뜩 있는 놈들이라 뭘 할지 모르니 풀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러니 시작부터 외통수로 몰아넣고 패야 해. 그래야 승률이 올라가지.

보호막이 깨진 녀석들은 바람 칼날과 번개 구체를 맞았지만 죽진 않았다.

데미지 감소인가? 한방에 안 죽는 거 보니 그거겠지? 역시…. 진짜 좋네.

무효화를 맞아도 바로 데미지 감소부터 써버리면 적어도 한 방에 죽지는 않는다는 거잖아?

내 여자들도 저건 배우라고 해야겠어. 적어도 갑작스럽게 잃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승희의 폭발이 연속으로 터지자 데미지 감소고 나발이고 넷 다 천막과 함께 폭사해버렸다.

깔끔한 마무리. 그러니까 왜 땅에 있었니. 바보같이.

"다들 문제 있는 거 없지?"

승희, 미나, 세아, 안나를 한 번씩 둘러봤다. 음. 다들 무사하군.

"코인 순서대로 먹고 이제 여기 뜨자."

여자들이 상의해가면서 코인을 먹는 동안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기 전까진 끝난 게 아냐. 긴장을 늦추면 안 되지.

그렇게 탐지를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지만 별다른 것은 없다.

폭발 소리에 놀란 짱개들이 이곳을 멀리 벗어나려는 기척만 느껴질 뿐 특별한 건 없어.

부우우웅

그때 귓가에 뭔가 날갯짓 소리 같은 게 들리며 소름이 쫙 돋았다.

이건 뭐야 씨발. 벌? 이 계절에?

나도 모르게 블링크를 썼다. 아니 웬 씨발 벌이 사람에게 달라붙고 지랄이야…. 어!? 뭐야!

승희와 미나, 세아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깜짝 놀라는 안나.

나는 바로 블링크를 써서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따로 생각할 것 없이 바로 게이트를 열고 가까이 있는 세아부터 게이트로 빠르게 밀어 넣었다.

그걸 본 안나도 바로 미나를 번쩍 들어서 게이트로 들어간다.

나는 바로 승희를 안은 다음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 바로 게이트로 들어간 다음 닫아버렸다.

"허억…. 허억…. 승희야! 왜 그래!? 미나야! 세아야!"

"다들 왜 이러는 거예요!? 갑자기 쓰러졌어요! 앗! 썽철! 여기!"

세아를 살피던 안나가 나를 부르더니 세아의 목덜미를 가리킨다.

거의 주먹만큼 퉁퉁 부어버린 목덜미. 나는 그걸 보고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쩍하고 생각났다.

"벌!"

"네!?"

"미나야! 미나! 정신 차려! 안나! 너는 승희에게 포션 먹이고 벌에 쏘인 부분 살펴봐!"

나는 급하게 회복 포션 중을 사서 한 모금 마시고 미나의 입에 밀어 넣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포션. 그러자 인상을 쓰더니 미나가 작게 신음을 낸다.

"으으으…."

"미나야! 정신 차려! 질병 해제 써! 너한테 빨리!"

"으…. 질병…. 해제…."

겨우 말을 이은 미나가 질병 해제를 썼고,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연달아서 자신에게 질병 해제를 쓰는 미나. 나는 포션을 하나 더 사서 미나에게 건네줬다.

힘없는 웃음으로 포션을 마시더니 승희와 세아에게 질병 해제를 쓰기 시작하는 미나.

승희와 세아도 표정이 편해진다. 그걸 보고 나서 나는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와. 씨발. 힘 빠지네. 수명이 몇 년은 줄어든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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