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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371화 (3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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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조심

일주일.

베이징과 백령도, 수원과 청주를 왔다 갔다 하니 시간은 금세 흐른다.

네 여자의 훈련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승희, 미나, 안나의 스킬은 고급 숙련이 되어 위력들이 한층 강력해졌다. 언제라도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

세아 역시 블링크가 반경이 100미터가 되면서 종횡무진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냐면 일상생활에서 걷는 일이 거의 없어졌을 정도?

한 세 걸음 움직일 거리도 블링크를 쓰고 있는걸 보면 제법 웃긴다.

그 정도는 비행으로 할 수도 있잖아? 뭐, 숙련을 할 수 있으니까 놔두고 있긴 하지만.

네 여자의 숙련이 잘 돼 가는 것과 반대로, 나는 별 진척이 없다.

그 넓은 땅덩이와 그 많은 인원을 훑어보기엔 일주일은 너무 짧다.

고작 베이징 주변의 동네만 잠깐 돌아다녔을 정도.

어쨌든 그렇게 일주일 동안 돌아다녀 보면서 그나마 얻은 정보들도 있긴 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약간 충격적이면서도 짱개들이 하니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짓들.

이놈들은 오가작통법을 쓰고 있었다.

아니 뭐…. 이 법이 원래 중국에서 넘어 온 거니 이놈들이 쓰는 거야 그러려니 했다.

인권이 없는 나라에서 이 정도는 애교라고 볼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처벌이다.

조사, 구속, 재판, 감금…. 이런 게 없다. 문제가 생기면 딱 봐도 간부인듯한 놈이 오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한다.

살려주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죽일 때는 한 가족을 전부 죽여버린다.

그야말로 극한의 연좌제.

죽은 놈의 코인은 밀고자, 혹은 감시자가 먹었다. 그리고 그 죽은 놈 가족의 코인은 간부 놈이 먹는다.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다.

간부 놈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코인을 버는 거잖아?

물론, 그렇게 해봐야 코인은 별로 안 들어오겠지. 하지만 이런 집이 많다. 인간이 너무 많아서 티가 안날뿐.

14억? 15억? 그중 반이 죽었다고 쳐도 7억이라고 잡으면 3500억 코인.

저런 간부 같은 놈이 얼마나 있을까? 만 명? 10만 명?

만 명이라고 해도 1인당 3500만 코인. 10만 명이라고 해도 350만 코인.

350만 코인이면 스킬 서너 개는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오 씨발…. 그럼 단순 계산으로도 스킬 서네 개 있는 놈들이 10만 명이라는 소리네.

이 계산이 맞아? 아니, 이렇게 단순하진 않겠지. 이래저래 오차는 많이 있을 거야.

하지만 가장 확실한 건 그거다. 이놈들은 코인으로 식량을 사지 않았다.

오롯하게 보관하고 있는 코인들.

몇억이 넘는 인구가 각자 500코인만 쓴다고 해도 증발해버리는 코인의 양은 엄청나다.

청주의 SG 시티가 그랬잖아. 몇억이 넘는 코인을 한순간에 증발시키는 방법.

하지만 이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코인은 권력.

열심히 공산당 놈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같이 묶여있는 가구의 부정을 꼰지르면 그 코인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10만, 20만을 모으면? 모을 수 있나? 힘들긴 하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닐 거다.

쓰지 않은 코인은 승계되니까.

어찌 됐든 상부로 진출할 수 있는 강한 동기가 된다.

포인트를 모으듯이 코인을 모으는 거다.

그렇게 스킬을 더 배울 수 있으면 자신의 위상도 높아지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거침없이 다른 가족의 부정을 감시하는 이들.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하다. 간단하고 효율적이야.

그래. 그런 제도니까 예로부터 썼던 거겠지. 비인도적인 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세상에서.

결국,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아는 게 없다.

자신의 목숨, 자기 가족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이들.

비닐하우스, 이들은 일광온실이라고 부른다.

다섯 가구가 공동으로 작업하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자신이 묶여있는 다른 네 가구의 동태를 살피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흠 잡히지 않게, 굶지 않게, 밉보이지 않게 그저 그렇게 살아가느라 바쁘다.

다른 것에 관심을 쏟을 여유 따위는 없어.

결국, 노리는 것은 간부가 되어야 하는데…. 간부 놈을 건드리기는 티가 너무 난다.

치는 순간 의심과 의혹이 생겨나겠지. 이놈들은 워낙 숫자가 많아서 간부 하나둘 죽는다고 티도 안 난다.

또 그런 주제에 서로 연결은 드럽게 잘 되어있다.

간부들끼리도 서로를 감시하니까.

하. 진짜 싫다. 어지간히 많아야지. 이건 진짜 한번 건드리면 얼마나 튀어나올지 모르니 손이 안나가네.

그렇다면…. 뭐 나도 방법이 있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게이트가 고급이 되면서 한꺼번에 열 수 있는 게이트는 네 개가 되었다.

그리고 게이트 크기도 가로세로 3.3미터가 되었다. 지속시간은 38분이 됐고.

이 정도 크기와 시간이면 내가 하려던 짓을 할 수 있어.

불을 지르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기름 구하기가 번거롭다.

펜스든 청평이든 달라면 얼마든지 내주겠지만, 이 넓은 땅을 다 태우려면 얼마나 많은 기름이 필요할지 감도 안 잡힌다.

게다가 신나게 불붙여봐야 크게 의미가 없다.

기반시설이 모두 살아있는 도시들. 봉쇄는 됐지만, 소방서 같은 인프라가 다 살아있다.

서울을 불태웠던 것처럼 쉽게 불태우기는 힘들 거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을 쓴다.

불이 아니면 물.

자고로 짱개들은 물로 쓸어야지. 그쵸? 을지문덕 장군님?

백령도로 순간 이동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잠수복.

후. 이 겨울에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그래도 고통은 잠깐이야. 잠시만 참자.

잠수복을 입고 바다 한복판 쪽으로 한참을 날아갔다.

수납에서 꺼낸 물안경, 그리고 수중 호흡기, 오리발을 공중에서 입고 바다 한복판에서 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부그르르르르

물에 들어온 다음,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강한 회의감이 들었지만, 춥고 지랄 같아도 한 번만 참으면 된다. 딱 한 번만.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필사적으로 저장을 외쳤다.

이건 집에 있는 욕조에 물 받아놓고 연습한 보람이 있다.

물 안에서 말하기.

겨우 저장 목록이 떴고, 청주 위치에다 덮어씌웠다.

됐어. 가장 힘든 고비를 넘겼어.

발을 놀려 수면 위로 열심히 올라갔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순간 이동을 써서 백령도로 갔고, 바로 잠수복과 잠수 장비들을 벗어서 던져버렸다.

"후아. 씨발. 얼어 죽겠네."

바로 집으로 순간 이동해서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인다. 됐어. 성공했으니 됐어. 이제 꼬장의 시간이다.

옷을 갖춰 입고 중국으로 순간 이동한다.

베이징 근처에 도시. 미리 봐둔 상수도 시설.

페이즈 아웃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물이 무제한으로 나오는 세상. 아무도 상수도 시설엔 관심이 없다.

무제한으로 나오는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전기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무제한이긴 하지만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는 나오지 않지.

이건 이미 몇 년 전에 확인한 일이다.

전기는 콘센트에서 나오지 않고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그 근원에는 닿아있어야 한다. 물이라면 상수도 시설에 연결이 돼 있어야 해.

그런 상수도가 오염되면? 과연 인간들은 살 수 있을까?

상수도 시설.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지만, 무제한으로 물이 공급되는 곳.

그 수조 같이 생긴 곳 안에 손을 깊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게이트."

최대크기인 가로세로 3.3미터의 네모난 게이트가 거꾸로 열렸고,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수조 안으로 뿜어져 나오는 게 눈에 보였다.

"크크크크크."

아. 너무 즐겁다. 너무 재밌는데?

어럽쇼. 물고기도 막 휩쓸려 나오네. 어우. 쓰레기도 있고, 해초들도 있고.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됐어. 했으면 됐다. 앞으로 38분간은 이 바닷물을 막을 방법은 없어.

이름 모를 짱개 도시 사람들은 이제 어처구니없는 봉변을 당하겠지.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잖아? 뭐가 됐든 고생 좀 할 거다.

한번 오염된 상수원을 너희가 계속 쓸 수 있을까?

무제한이라고 방심하고 있던 물. 한번 물 없이 살아봐라.

페이즈 아웃을 쓰면 게이트가 사라질 테니 비행만으로 건물을 나선다.

다음은? 봐둔 곳이 있다. 이 도시 근처의 댐.

댐이라는 건 물을 가두기 위한 용도다. 그리고 그 물은? 여러가지로 쓸 거다.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뭐든.

하지만 그들이 필요한 건 민물이다. 담수. 염분이 없는 맑은 물.

하지만 나는 바닷물을 선물할 거야. 무제한으로 끌어 쓸 수 있는 물. 아무리 게이트를 열어서 물을 끌어다 써도 티도 안 나는 물.

댐으로 막힌 호수로 가서 수면 위에 섰다.

그리고 게이트를 거꾸로 열었다. 미친 듯이 호수 안쪽으로 뿜어지는 바닷물.

하나의 저장 위치에 다른 곳에서 다수의 포탈을 열 수 있는 것은 확인했다. 네 개까지 열 수 있으니 아직 여유 있다.

룰룰루. 저수지가 바닷물에 의해 오염되는 모습. 흥미진진하다. 이 물들을 쓰는 곳이 많아야 할 텐데.

나머지 하나는 근처 다른 댐에 있는 저수지에 열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무엇보다 지켜볼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테니까.

그동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게다가 숙련도 되잖아? 물론 찔끔 이긴 하지만 그래도 헛되이 쓰는 건 아니니까.

세 개의 게이트가 유지되는 동안, 나는 다른 도시로 날아간다. 블링크를 섞어서 흥겹게.

도시를 발견하면 푸른색부터 찾아본다. 저수지, 댐, 수도시설, 아니면 수원지처럼 보이는 곳.

나는 서해 바닷물을 중국 땅에 모두 퍼부어버릴 거다.

비록 그 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적은 양은 아니겠지.

무엇보다 모든 물을 바닷물로 채울 필요도 없다. 염분이라는 건 상당히 치명적이다.

물에 염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그 물은 아예 통째로 못 쓰게 된다.

이보다 더 큰 오염이 없지. 게다가 티도 잘 안나.

구정물이든 폐수든 섞으면 티가 난다. 색이 바뀌고 탁해지겠지.

하지만 바닷물은? 그냥 소금물일 뿐이다. 아. 서해니까…. 짱개놈들이 그간 뿌려댔던 중금속도 조금 들어있겠네.

어쨌든 티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원인도 모른다.

게이트를 이렇게 쓰는 놈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유추할 수 있는 놈이 있을까?

뭐, 있으면 어쩌겠어. 이미 상황은 끝났는데.

녀석들이 이 방법을 확인하고 알아챈 다음 그 방법을 중국 전역에 알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그사이에 과연 몇 개의 도시가 박살 날까?

두고 보자고. 고생 좀 할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이거 너무 신나는 거 아냐?

그렇게 일주일. 베이징 주변의 도시들을 철저하게 돌면서 상수원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특히 베이징 위쪽에는 커다란 호수들이 있었다. 북서쪽에 하나, 북동쪽에 하나, 동쪽에 하나.

그곳에 가니 댐도 있고 상수도 어쩌구라고 쓰여 있는 팻말도 있다. 크. 너무 좋아. 잘 찾아왔네.

여기는 특별히 한 호수에 포탈 네 개를 몽땅 써봤다.

아. 이거 공식 좀 알았으면 좋겠다. 38분 동안 가로세로 3.3 민터의 바닷물이 얼마나 뿜어져 나오는지.

사실 알아도 별 의미 없지만.

그렇게 주변 도시들을 돌며 상수원을 조져버리자 효과는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내가 들렀던 도시마다 다들 난리가 난 모습.

미치고 팔딱 뛰겠지. 왜 갑자기 수도꼭지에서 짠물이 나오는지.

얼마나 짠가 해서 한번 직접 틀어봐 맛을 보기도 했다.

솔직히 짠 정도는 아니었다. 음? 조금 이상한데? 이 정도였지.

하지만 그정도로 충분하다.

아무 걱정 안하던 물. 무제한이라 마음 놓고 있었던 물.

그런 물에게 배신당했으니까. 이유도 모른다. 원인은 알 리가 없고.

돌아다니면서 들어보니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진 못하는 것 같다.

하긴, 일부러 그렇게 했으니까. 베이징 주변 도시만. 집중적으로.

아마 머리 좋은 놈들은 대가리 터지게 고민할 거다.

온갖 지랄 같은 학설과 자연 현상을 검토할까? 모르겠다. 거기까지는.

나는 그냥 계속 바닷물을 퍼다 나르기만 하면 되니까.

게이트가 이런 스킬이라서 고맙다. 생각한 걸 전부 이뤄주다니.

과연 이 짓이 얼마나 통하는지 지켜봐야지.

충분히 관찰하고 데이터를 얻은 다음은 다른 지방으로 가야겠다.

중국은 넓고 괴롭혀줄 놈들은 많으니까.

게다가 이건 고작 1단계다.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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