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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Wild West
또다시 30분의 비행. 그리고 순간 이동.
"왔다!"
"찾았어? 아니면 더 찾아볼 거?"
"30분 더요!"
"오케이."
왜인지 몰라도 네 여자 중에서 승희가 대장을 하고 있다.
어…. 근데 자연스럽긴 하다.
승희가 대장. 미나는 책사. 세아는 돌격 대장. 안나는 암살자 겸 호위 같은 느낌이랄까?
하여간 승희는 자연스럽게 다른 여자들을 이끌고 있었고, 다들 잘 따르는 것 같아 그냥 놔뒀다.
저런 것까지 일일이 간섭할 필요는 없지.
다시 비행.
지금은 바다 위를 날아가는 거라 별로 볼 게 없다.
아니, 볼 게 있긴 있다.
배들. 조업을 하는 것 같은 배들.
분명 통신기기나 GPS가 없을 텐데 어떻게 조업을 하는 걸까? 옛날식으로 하는 걸까?
현재의 위치를 모르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장거리 항해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겠지. 아마 연안 근처에서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날다가 다시 30분이 지났다.
저장하고 백령도로 순간 이동.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
"더?"
"아뇨. 이제 고른 것 좀 봐줘요."
"그래."
여자들이 고른 곳은 셋 다 펜션이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세 곳이 어느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입지도 크게 차이가 없다. 동쪽이냐 북쪽이냐 서쪽이냐 그 차이.
최대한 입지를 따져봤지만, 그게 그거였기에 그냥 적당히 깔끔한 곳으로 정했다.
그나마 앞뒤로 가려지는 곳이 많은 곳. 거기로 선택하니 미나가 내심 좋아하는 게 보인다.
뭐지. 각자 밀었던 곳이 있던 건가. 후…. 민감해. 민감해.
"자. 이제. 그럼 여기를 우리의 베이스캠프로 쓰는 거로 하고."
일단 저장부터 하고 여자들을 보며 말한다.
"세아. 숙련 마스터 얼마나 걸리지?"
"나? 이미 했는데."
"아. 여기 둘러보면서 마스터 했나?"
"응."
"잘했네. 그럼 지금 승희, 미나, 세아. 전부 비행 스킬 마스터 한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세 여자.
"그럼, 일단 하나씩 해보자. 먼저 승희."
"네."
"폭발 배울 거야. 생각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지? 아니면 다른 좋은 생각이 있다던가?"
"없어요."
"좋아. 그럼 폭발 배우자. 지금 바로 선택해볼래?"
"네."
모두의 시선이 승희에게 쏠린다. 다들 새로운 스킬들을 구경할 수 있기에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은 모습.
"배웠어요."
"좋아. 그럼 바로 써보자. 일단…."
펜션의 마당. 바닥에 마른 연못이 하나 있었다. 그래. 여기가 좋겠네.
"자. 과녁은 여기야. 이 연못 바닥. 여기에 폭발을 쓰는 거야. 한번 해봐. 다들 물러나고."
폭발의 파괴력은 예전에 봤기에 약간 조심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갓 배운 수준이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
"폭발!"
퍼엉!
하급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폭발이 약한 건 아니었다.
충분히 무시무시한 파괴력. 땅이 조금 움푹 패였고 굉음도 제법 났다.
"오오오."
"이야."
다들 반응이 재밌다. 하긴, 공격 스킬들이 조금 자극적이긴 하지.
"자. 승희는 이제 포션을 먹으면서 이렇게 폭발 숙련을 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네."
"다음은 미나."
"네."
방금 승희의 폭발을 봐서 그런지 상당히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느낌이다.
"미나는 번개."
"네."
"그대로 해도 되겠지?"
"물론이죠."
참 착한 여자들. 아니, 스킬에 대해 잘 몰라서 저럴 수도 있지.
그래도 나를 믿고 있다는 저 태도가 너무 고맙다.
"자. 그럼 배워봐."
"네. 알겠어요. 잠시만요…."
미나가 그렇게 스킬을 배우는 동안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어? 어디 가요?"
"어. 스킬 찍고 있어 봐. 잠깐만."
나는 펜션과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적당한 쇠파이프 하나를 주워서 마당 한쪽에 푹 찔러 넣었다.
"찍었어요."
"자. 그럼…. 여기 파이프 보이지?"
"네."
"이걸 목표로 번개를 쓰면 되는 거야. 알겠지?"
"네."
"해봐."
나는 뒤로 물러났고, 미나는 심호흡을 하더니 쇠파이프를 노려보고 외쳤다.
"번개!"
파즈즈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면서 번개 한줄기가 쇠파이프에 꽂혔다.
"오오오!"
이번에도 다들 놀란다. 하긴, 처음 보면 신기하긴 하지.
근데 확실히 하급이라 그런지 번개가 비실비실한 느낌이다.
예전에 정종찬이 새끼가 썼던 번개는 정말 맞으면 뒤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벼락은 맞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해도 맞을 생각은 없지만.
"미나는 여기 쇠막대기에 계속 번개를 쓰면서 숙련하면 돼. 알았지?"
"네."
상기된 미나의 모습. 이쁘네. 표정이 다채로워지니 참 보기 좋아.
"다음은 안나."
"네? 저요?"
"응. 너도 이 사이에서 바람 칼날 연습해. 혼자 구경하면 심심하잖아. 그치?"
씨익하고 웃는 안나. 그리고 나는 여자들을 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자. 중요한 건, 너희 셋이 가지고 있는 스킬들은 상대를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스킬들이야. 그러니 정말 주의해야 해. 알겠지?"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 진지한 표정이 되는 여자들.
"승희는 만약 무슨 일 나면 바로 힐을 써. 그리고 다들 승희의 힐을 기다릴 거 없이 일단 포션부터 부어.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들을 보며 나는 수납에서 바구니 같은 걸 하나 꺼냈다.
그리고 상점에서 포션을 산다. 하염없이 쌓이는 포션.
그리고 이제는 그걸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자들.
"나는?"
세아가 나를 보고 물었고 나는 포션을 계속 사면서 말했다.
"세아는 이제 네 가지 스킬 마스터가 됐지. 너는 이제 회복 포션 소 안 먹어도 돼. 중으로 업그레이드 될 거야."
"오오오! 맞아! 그랬어!"
"스킬 중에 체력 증가. 있을 거야. 50만 코인짜리."
"어. 있어. 와. 50만."
"배워 일단."
세아가 꼼지락거리더니 나를 보고 말한다.
"배웠어."
"너는 이제 스킬 40번을 쓸 수 있어."
"오오."
"그리고 이제…. 선택의 시간이야."
"어? 왜? 수납 하는 거 아냐?"
"수납. 그래. 수납도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탐지나 블링크를 먼저 배웠으면 하는데."
"탐지랑 블링크."
"둘 다 뭔지 알지?"
"알지. 아는데…."
나는 블링크를 써서 세아의 뒤로 가 손가락으로 허리를 찔렀다.
"흐기약!?"
얼래? 이건 또 뭐래. 왜 허리를 찔렀는데 이런 반응이야? 어…. 혹시?
"뭐…. 뭐야. 왜 찔러!? 그리고 그 표정은 뭔데?"
오호라. 좋은 걸 알았네. 이건 다음번에 써먹도록 하고….
"지금 네 스킬은 충분히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어. 근데…. 체력 증가 까지 배워서 스킬 사용 횟수가 늘었으니 탐지나 블링크 정도는 있어야 체력 소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단 말이지."
"어…. 그런가. 체력은 안 쓰는 게 좋지 않아?"
"그렇긴 하지만, 포션을 쓸 수 있는데 마냥 아낄 필요는 없다는 거지. 게다가 탐지나 블링크 두 개다 있어야 너도 위력이 몇 배로 증가할 테니까."
"으음…."
예전 같았으면 수납을 하겠다고 바락바락 우겼을 테지만, 이제는 탐지와 블링크의 사기성을 알고 있기에 고민하는 모습.
"어차피 이제는 스킬 숙련이 상당히 편해질 거야. 그러니 수납은 천천히 해도 돼. 어차피 지금 수납이 그렇게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렇긴 한데…."
잠시 고민하는 세아. 그러더니 나를 보고 물어본다.
"오빠는 뭐가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탐지랑 블링크 중에서?"
"블링크."
"왜?"
"나랑 같이 가면 탐지는 내가 서포트 해줄 수 있으니까."
"흐음…."
그렇게 고민하더니 결국은 결정한 듯 말한다.
"블링크 먼저 하는 게 낫겠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허공에 손짓하더니 스킬을 배운 듯한 세아.
"블링크."
"으익."
그러더니 내 뒤에 나타나 내 허리를 움켜잡았다.
"오홍…. 이런 느낌이구나?"
"잘 쓰는데?"
"본 게 있으니까. 으음. 그럼 나는 여기서 다들 스킬 쓰는 동안 블링크 연습하면 되는 거지?"
"응. 블링크 고급 되면 그때부터 실전 나가자."
"알겠어."
"아. 그리고 넌 이제부터 중급 포션 먹고."
그러면서 회복 포션 중을 잔뜩 사서 세아에게 안겨준다.
포션 효율이 두 배로 높아지는 시기. 이제부터 세아는 스킬 올리는 게 탄력이 붙을 거야.
자…. 그럼 훈련 기틀은 다 잡았고.
"그럼 이제…. 여기서 훈련하고 있어. 나는 하던 일 마저 하고 올 테니까. 30분에 한 번씩은 와서 상황 볼 거야. 자유롭게 눈치 보지 말고 훈련하도록 해. 안나는 번거로워도 탐지 돌리는 거 잊지 말고."
"걱정 마요."
"그래. 그럼 간다."
그렇게 다시 중국 쪽으로 순간 이동했다.
이제 당분간은 걱정 없겠지. 각자 숙련에 힘쓰면 되는 거고…. 나는 중국 쪽 탐색에 전념할 수 있어.
다시 바다 위를 날아간다.
30분 비행, 백령도로 가서 상황 확인 겸 짧은 휴식. 다시 돌아와서 비행.
비행은 육지 쪽으로 다시 올라갔고, 바닥에 다시 수많은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끔찍한 숫자야. 볼 때마다 소름 돋네.
대체 이 많은 인간을 어떻게 통제하는 거지? 정말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야. 놀라워. 정말.
그렇게 해 질 무렵까지 비행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아는 이름이 나왔다.
텐진. 들어본 도시 이름이다.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항구.
이제 세 시간 정도면 드디어 베이징으로 들어가 볼 수 있어.
다시 30분이 되어 훈련장으로 돌아가니 다들 느긋하게 쉬고 있다.
아니 느긋하다는 말은 잘못됐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있다고 해야 하나?
집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어주자 다들 좀비처럼 포탈로 걸어 들어간다.
보기 웃기네. 하긴, 포션 먹는 게 힘들긴 하지.
"오빠는…. 안 와요?"
포탈 건너편에서 승희가 물어본다.
베이징이 코 앞인데 이대로 들어가긴 조금 아깝다. 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추긴 좀 그렇지.
"먼저 자. 나는 좀 더 있다가 갈게."
"알겠어요. 무리하지 말고요."
포탈 건너편에서 손을 흔드는 네 여자.
나는 게이트를 닫고 다시 텐진 상공으로 순간 이동했다.
앞으로 세 시간. 세 시간 뒤면 이 재미없는 비행도 끝이다.
물론 베이징에 간다고 뭔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다. 일단 아는 게 너무 없으니까.
정보 수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빌어먹을 비행은 그만할 수는 있겠지.
추위에 벌벌 떨어가면서 꾸역꾸역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도 다행인 건 길을 헤맬 필요는 없다는 게 좋다.
땅을 불태우는 듯한 불빛. 저 불빛들이 모여 있는 곳이 베이징이겠지.
그렇게 세 시간. 나는 내 발밑에 있는 자금성을 보았다.
크…. 드디어. 드디어 왔다. 비행기 같은 것을 안타고 맨몸으로 날아서.
아.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정말 쉽지 않아.
아니. 바로 옆 나라인 중국에 오는 것도 이 지랄인데…. 다른 데는 어떻게 가지?
하다못해 유럽이나 미국…. 이런데 갈 수 있긴 한 거야?
돌아버리겠네. 암튼….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고.
베이징. 자금성.
아.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음흉한 생각이 잔뜩 든다.
기름을 잔뜩 가져와서 불 지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속이 시원할 거 같은데. 음…. 상징적인 일이잖아? 나름 중국의 상징 아냐?
정보 수집이고 나발이고 일단 불 질러보고 생각할까?
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을 거다. 드럽게 많은 인간, 멀쩡한 인프라들.
망해버린 서울과는 다를 거다. 불을 지른다고 그렇게 활활 탈 리가 없어.
태우려면 제대로 태워야지. 어설프게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으음…. 막상 오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이런 망상만 하고 있네.
일단…. 빈틈을 찾아야겠지?
그리고 이 많은 인간을 효율적으로 죽일 방법을 찾아봐야지.
미리 생각해 놓은 것은 꽤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하고.
무엇보다 여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어휴. 뭔 죄다 확인할 거 투성이네.
한국에서야 좆밥같은 새끼들밖에 없었지만, 여기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잖아?
그게 먼저다. 확인. 정보 수집. 탐색.
아니, 그것보다 먼저 할 게 있구나. 일단 뜨거운 물로 샤워부터 해야겠어.
발끝에 감각이 없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