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269화 (26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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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안나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든다.

거장의 조각상을 감정하거나 귀중한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느낌?

몸의 어떠한 부분을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발뒤꿈치나 정수리마저 이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안나가 머리끈으로 자신의 머리를 위로 틀어 묶었다.

포니테일. 남자를 설레게 하는 헤어스타일.

하얀 목덜미가 눈을 사로잡는다.

알몸의 여자를 눈앞에 두고 가슴이나 아래쪽이 아닌 다른 부위에 눈이 가는 게 신기할 정도.

유려한 목선과 거기에 난 투명한 것 같은 솜털.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본다.

그냥 보고만 있기가 아깝다.

어떻게 해야 하지? 손으로 만지나? 아니 손은 가슴을 만져야 하잖아.

입술을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간지러운 듯 웃으며 몸을 움츠리는 안나.

그런 반응이 재밌어서 조금 더 입술을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입술에 닿는 솜털. 간지러운 건 내 쪽이었잖아?

안나와 함께 있는 건 이런 기분이다. 장난스러운 기분, 즐거운 느낌.

둥둥 떠다니는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 내리쬐는 따듯한 햇살. 그리고 잘 말린 포근한 이불.

그런 그녀의 웃음이 살짝 야하게 바뀌었다.

약간 느끼고 있는 걸까? 나른하고 촉촉하게 변한 그녀의 웃음.

그런 안나가 누워있는 내 위에 올라탔다.

밑에서 위로 바라보는 안나는 정말…. 사기적이야.

한대 묶여 찰랑거리는 벌꿀 색 금발 머리. 시원시원하고 완벽한 얼굴. 극찬할만한 목선과 보기만 해도 묵직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큰 골반. 그리고 매끄럽고 잘빠진 허벅지.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타 있다는 것.

허리를 숙여 내 코앞까지 다가온 안나가 장난스럽게 내 입술을 핥았다.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려 내 어깨를 간지럽힌다. 뭐 하나 안 좋은 게 없네.

살짝 엉덩이를 들더니 잔뜩 서 있는 내 물건을 자신의 안쪽에 맞추고 집어넣는다.

매끄러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의 물건. 그렇게 받아들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안나.

눈앞의 이국적인 미녀가 나를 보고 애액을 흘리며 내 물건을 집어넣는다는 것 자체가 흥분될 수밖에 없다.

그녀만큼 나도 특별해진 느낌. 자신감이 오르는 기분이야. 그래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내 물건을 몸 안에 넣고 천천히 앞뒤로 몸을 움직이는 안나의 표정은 상당히 야하다.

천천히 감았다가 뜨는 눈과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

몸의 움직임과 함께 무겁게 출렁이는 두 개의 가슴. 팔로 내 가슴을 짚고 있어서 모인 그 가슴은 유난히 더 출렁인다.

절대 질리지 않는 움직임.

가슴은 만지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나다. 실제로도 집요하게 만지고 다니고 있고.

하지만 안나의 가슴은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채워진다.

아…. 그런거다.

게임을 하면서 내가 팟지를 먹고 펜타킬을 하는 것도 짜릿하지만, 프로게이머의 신들린 경기를 보면서 감탄하는…. 그런 느낌?

안나의 골반이 앞뒤로 움직이던 것에서 회전이 섞이게 됐다.

내 물건 온갖 곳을 자극하는 움직임. 격렬한 움직임이 없어도 넘치도록 자극이 온다.

가끔씩 몸을 숙여 내게 키스해준다. 내 가슴에 닿는 두 개의 가슴과 입술에 닿는 안나의 부드러운 입술.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몸을 돌려 안나를 눕혔다.

감상은 이제 그만, 서로가 즐거워질 시간.

허리를 움직이자 아까와는 다른 출렁임을 보이는 가슴. 살짝 벌어지는 입.

행복과 만족감이 어우러진 신음이 내 귀를 간지럽힌다.

둘이 함께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잔뜩 느끼는 안나와 한껏 고무된 나.

안쪽에 세차게 사정한다. 내거라고 새기듯이 깊숙하게 계속해서 사정한다.

임신이 되는 세상이었으면…. 어땠을까? 안나와 나의 아이라면 어떻게 생겼을까?

부디 엄마를 닮아야 할 텐데. 만약 딸인데 나를 닮았다면…. 아이에게 원망을 듣겠지?

침대에 같이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안나를 바라본다.

아직 말이 매끄럽게 통하지 않으니 별다른 대화는 못 하지만…. 그렇다고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은 있으니까.

가벼운 손장난,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맞닿은 온기…. 그런 거.

한참을 그렇게 같이 있다가 달콤한 키스를 한 번 더 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나. 이제 자."

"응. 썽철. 잘 자."

"그래. 안나도 잘 자."

그래도 제법 말이 많이 늘었다. 안나와 가볍게 대화하는 날도 그렇게 멀진 않은 거 같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게 되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꿈같은 시간. 비현실적인 느낌.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말도 안 되는 미녀와 섹스하는 세상.

게다가 어떤 원리인지도 모르는 스킬들.

과연 이게 진짜 삶이 맞을까? 우리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 가짜일까?

통속의 뇌. 옛날에는 공돌이들의 망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5년 전 그날,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른 순간부터 우리가 통속의 뇌가 맞았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다만…. 그게 어디까지냐는 게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전부 거짓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는 현실이고 어느 정도만 간섭되는 건가?

전부 거짓일 것 같지는 않다. 전부 거짓으로 만들어 놓기엔 효율이 별로야.

하다못해 게임에서도 일개 NPC들에게 하나하나 인생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건 용량 낭비고, 인력 낭비잖아.

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그런 걸 안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 거니까. 나는 존재하고 살아있는 한 그저 내 마음대로 살면 돼.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스킬 숙련이나 하기로 했다.

짱개들 처 잡는다고 숙련을 못 했으니 조금 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내일도 아무런 스케쥴은 없으니…. 뒤지기 직전까지 스킬 숙련이나 해야지.

그럼…. 이제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해보실까?

벙커 안이라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안 보이는 게 참 좋다.

어지럽지 말라고 방의 불을 모두 꺼놓아서 방안은 완전한 어둠 상태다.

아무런 빛이 없는 순수한 어둠.

안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방으로 들어와 스킬 숙련을 한 지 네 시간.

페이즈 아웃은 고급 22퍼센트가 됐다. 스킬을 거의 3천 번을 쓴 셈.

포션은 거의 70개를 넘게 먹었다. 덕분에…. 지금 완전 뒤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방의 불을 모두 꺼놔서 완벽한 어둠인 게 도움이 됐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어지러워도 시야를 어지럽힐 게 없으니까.

다만 내가 누워있는지 공중에 떠 있는지 모르겠다. 페이즈 아웃은 그게 문제야.

활성화된 상태에서 상상을 잘못해버리면 지구 내핵까지도 빨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무서워서 그런 상상은 못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미칠 것 같은 상태에서도 나는 나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으로 계속해서 스킬을 썼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제정신으로 돌아올 텐데…. 망가져 있을 때 계속해서 써야지.

그렇게 스킬을 쓰는데 방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왔다.

으으…. 눈부셔. 대체 이런 시간에 누가…. 승희?

"어…. 오빠 왜 안 자요…."

승희가 방문을 닫자 다시 방안은 칠흑 같은 어둠이 되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기척이 느껴진다. 저벅저벅 소리와 함께 내게 다가오는 발걸음.

침대 위로 올라오는 승희. 그리고 내 품에 파고든다.

어지러워 뒤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품에 안긴 승희의 온기가 똑똑하게 느껴진다.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

"아까 돌아와서 계속 숙련한 거예요?"

"응…."

"그럼…. 대체 몇 개나 먹은 거예요. 엄청 먹었겠네. 오늘은 그만 해요. 좀 자야죠."

평소 같으면 더 하겠다고 말하고 고집을 피웠겠지만…. 이상하게 승희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그래. 오늘 많이 하긴 했잖아. 그만해도 되겠지?

내 품에 안긴 승희의 몸을 돌려 나를 등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손은 당연히 가슴으로 파고든다.

"으…. 정말. 맨날 가슴이야."

"너도 좋아서 온 거잖아."

"칫…. 그건 맞지만."

솔직한 녀석. 그렇게 가만히 내 손길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승희의 가슴을 오래 만질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으니까.

눈을 뜨니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 생각보다 별로 안 잤다.

근데…. 분명히 나는 수면을 안 썼다. 승희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는데….

또 자연스럽게 잠을 잔 거야? 아무리 물약을 미친 듯이 처먹었다고 하더라도 수면 없이 잠을 자다니….

만난 지 고작 1년 정도 되는 여자애가 곁에 누워있다고…. 이렇게 잠들 수 있는 건가?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그런 걸 생각하면…. 불면증은 마음의 병이 맞는 건가? 승희의 몸에서 특수한 페로몬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닐 거 아냐.

부스스 몸을 일으키니 어지러움 같은 것은 없다. 몸도 가볍고.

정말, 불면증으로 고생한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누가 이걸 이해할까?

적당히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갔다. 얼레. 아무도 없네.

탐지를 켜보니 다들 각자 방에 들어가 있다. 음…. 아직 자는 건가? 그럼 놔둬야지.

배가 고파서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미나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일어났어요? 배고프죠?"

"미나는 할머니 같네."

"에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자꾸 뭔가를 먹이려고 하잖아."

"아아…. 난 또…. 깜짝 놀랐잖아요."

"이렇게 이쁜 할머니가 어딨어."

미나를 끌어안고 가볍게 입 맞췄다. 자연스럽게 응하는 미나. 이런 꿈같은 삶이라니…. 통속의 뇌면 어때. 지금 이렇게 좋으면 됐지.

"밥 차려 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간단하게 줘. 그냥 밥에 남은 반찬 적당히 넣어서 비벼 먹기만 해도 충분해."

"알겠어요. 기다려봐요."

이것저것 능숙하게 꺼내서 내 식사를 준비하는 미나의 뒷모습.

보고 있기만 해도 아랫도리가 불끈불끈한다.

저렇게 이쁜 여자가 노브라에 민소매티, 반바지만 입고 있는데 반응이 없으면 그것도 문제지.

마음 같아서는 밥이고 뭐고 미나부터 먹고 싶지만…. 그냥 뒷모습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굳이 내 물건을 미나에게 넣고 허리를 흔드는 것만이 즐거운 건 아니니까.

나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걸.

간단하게 준비한다고 해놓고 결국은 이것저것 많이 내놓은 미나.

"결국, 잔뜩 내놨네."

"어차피 다 데우기만 한걸요. 아직도 먹을 게 많아서."

"식량…. 아직 안 모자라나? 슬슬 2주 된 거 같은데."

"네. 생각보다 많이 남았어요. 저희가 먹는 게 양이 별로 안돼서. 오빠도 계속 밖에 나가 있었고."

"하긴 그렇다. 게다가 이거 챙겨준 사람이 아주머니라서…. 우리랑 손 크기가 다르긴 할 거야."

내가 먹고 있는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미나.

나 같은 놈이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가 있다니…. 이 여자 나를 정말 좋아하나 봐.

밥을 모두 먹고 만족스러운 배를 두드리며 시원하게 물 한잔을 마셨다.

요즘 정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것 같아. 생활도, 식사도, 섹스도.

확실히 예전처럼 뭔가 결핍돼서 미친놈처럼 굴던 게 많이 사라지긴 했다.

역시 사람이란 건 환경이 중요한 게 맞아. 나 같은 놈도 마치 정상인처럼 보이게 살 수 있는 거 보니.

"다들 방에서 뭐해?"

"어제 조금 무리했나 봐요. 아까 일어나긴 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시 자더라고요."

"차라리 이럴 때 포션 더 들이키고 아예 기절하는 게 나은데. 안나는 어제 보니 멀쩡해 보이던데?"

"안나는 아까 저랑 한글 공부하고 혼자 공부한다고 들어갔고요."

"헤에. 열심이네. 미나는 안 힘들어?"

"그러게요. 그렇게 나쁜 정도는 아니에요. 저도 포션 먹는 게 익숙해지나 봐요."

"그건 좋네. 아. 맞다. 나는 질병 해제 써지나?"

"네? 한번 볼게요."

스킬 창을 열어놓고 나에게 질병 해제를 쓰는 미나.

"올라요."

"으. 나는 아직 질병이 많이 있나 봐."

"아무래도 오빠는 계속 밖에 있어서 제가 많이 못 했으니까요. 그럼…. 지금 좀 숙련 해도 돼요?"

"괜찮겠어? 힘들 텐데?"

"다들 저런 상태니…. 어차피 저도 그렇게 할 것도 없고요. 쓸 수 있을 만큼 쓴 다음에 차라리 누워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아. 그래. 그럼 해봐."

"여기서요? 제방에서 해요."

얼래. 이거 유혹하는 건가. 이러면 또 내가 참을 수가 없는데….

"흐음…. 오빠가 생각하는 건 안 할 거예요. 스킬 숙련할 거라고요."

"어…. 너무 티가 났나?"

"네."

"그래. 그럼 방으로 가자."

"네…. 근데…. 뭐…. 가슴은 만져도 돼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미나.

이거…. 하라는거야 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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