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성장
"허억."
깜짝 놀라는 유진이.
뭐, 저 반응은 이젠 신선하지도 않다. 생전 처음 보는 코인이 들어왔겠지.
"얼마?"
"12만…. 요."
"오우. 당첨. 자. 이쪽으로 오시고요. 스킬 창에서 원하는 식물 조종 선택해서 배우시고요. 이건 등급 업 선물 상자입니다."
내가 상점에서 회복 포션을 사서 유진이의 손과 주머니에 잔뜩 넣어주자 황당해하는 모습.
"으…. 으악. 이거 2,000코인 짜리 회복 포션!?"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승규 형에게 물어봐. 다음?"
내 말에 이번엔 연서와 미연이가 앞으로 나선다.
나를 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거 같은데…. 뭐, 나야 좋지.
아까 말을 하다 말긴 했지만…. 그래도 뜻은 전해진 것 같으니까.
"누구부터 할래?"
둘 다 나이가 나보다 많지만, 반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하긴, 뭐 내가 존대 하는 게 몇 명이나 있다고. 승규나 펜스의 정 부장 정도?
"저부터요."
동생인 미연이가 내게 다가온다.
마체테를 건네자 그걸 받으면서 일부러 내 손이 닿게 가져간다.
음…. 걱정 안 해도 되는 건가 봐.
"어떤 녀석이요?"
"맨 왼쪽."
내 말을 듣자 바로 가서 그대로 배를 쿡 찍어버린다.
오우. 목을 안 친다고?
그렇게 몇 번 쿡쿡 찌르니 남자는 금방 빛이 되어 버렸다.
하긴, 저 자매는 어디 붙잡힌걸 빼준 게 아니니까. 자기들 나름대로 이 세상에 맞서 싸우던 여자들이지.
"5만요."
"에이 꽝. 그럼 모자라겠네?"
"네."
"옆에 하나 더 죽여."
"알았어요."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또 탐지 있던 짱개의 배를 쿡쿡 찌른다.
흐음…. 왜 내 배가 아픈 기분이냐.
"9만 좀 넘네요."
"합쳐서 14만인가? 됐지?"
"네."
내게 다가오는 미연. 나는 그녀에게도 회복 포션을 사서 꾹꾹 담아줬다.
옅은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 흐음…. 보기 좋네.
"다음. 연서."
미연에게 돌려받은 마체테를 건네주자 살짝 심호흡하더니 고개를 가로젓는 연서.
"아니요. 테스트할 게 있어요."
"응?"
"저 짱개 좀 옮겨 주실 수 있으세요? 혼자는 무거워서."
"응? 어디로?"
"이쪽."
그러더니 나무 밑을 가리킨다.
"여기?"
내가 짱개를 질질 끌고 가서 내려놓자 고개를 끄덕이는 연서.
침을 꼴깍 삼키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조종."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가 뱀처럼 스르륵 움직였다.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가지의 끝이 짱개를 향하더니 제법 빠른 속도로 내리꽂힌다.
"으으읍!!"
살아있는 나뭇가지가 배를 관통한 모습.
가지에 찔린 짱개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지르지만, 테이프에 가려져 입안에서 맴돈다.
두번, 세 번 계속해서 배를 찌르는 나무.
그러다가 나뭇가지가 멈췄고 연서가 다시 스킬을 썼다.
"조종!"
나뭇가지가 쑥 뽑히고, 다시 내리꽂힌다. 네 번, 다섯 번.
"그거…. 한번 쓰는데 몇 초 지속이야?"
"20초요."
"마스터가?"
"네."
"그럼 5. 10, 15, 20초 이렇게 가나?"
"네."
배가 찔린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는 짱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빛이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코인을 주은 연서.
"24만이네요."
"압축분이라 그런지 꽤 되네. 성장한다고 했지? 근데 성장이 얼마지? 20만이었나?"
"잠시만요."
스킬창을 확인하는 듯 잠시 뭐라고뭐라고 하며 허공을 누른다.
"20만요."
"그치? 나는 이게 왜 30만짜리가 아닌지 항상 궁금해. 암튼. 자 너도 받아."
한가득 포션을 안겨주자 어버버 거리면서 하나씩 받아서 주섬주섬 챙기는 연서.
그렇게 연서까지 끝나고, 다음엔 민주가 나왔다.
"민주는 배우고 싶은 스킬 있어?"
"그…. 아니요.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 죽이는 거. 자신 없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민주.
그래. 이게 사실 정상이다.
세상이 미쳤다고 다 같이 미치라는 법은 없지.
물론 이러면 금세 도태당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 여자는 물류센터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왔다.
한번 들어왔으면…. 끝까지 지켜줘야지.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순수함을 지킨다는 건…. 미련하긴 하지만 존중은 해줄 수 있지.
"그럼…. 대신 죽여줘?"
"아니에요. 죽이는 게 자신 없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당하고 살수만은 없죠."
그러면서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는 민주.
음…. 내가 너무 나약하게 봤네. 내 실수야.
"좋아. 자."
"후우."
마체테를 움켜잡고 짱개에게 다가가는 민주.
그러더니 그대로 목을 푹 찍었다.
으이그. 저렇게 찌르면 목뼈에 칼날이 걸리는데.
본인도 그걸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떤다.
칼날에 뼈가 걸리는 느낌은…. 솔직히 별로다.
영 좋지 않은 기분이거든. 저 기분 잘 알지.
하지만 느낌이 어떻든 간에 칼날이 목뼈까지 닿았으면 그건 빼도 박도 못하고 치명상이다.
케륵거리면서 입을 틀어막은 테이프 사이로 피거품이 새어 나오는 짱개.
결국, 그 역시 착한 빛이 되었고 가까이 있던 민주에게 코인이 들어갔다.
"32만…."
"오우. 걔한테 많이 몰렸었나 보네. 축하해. 뭐든 찍을 수 있겠네. 스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승규에게 물어봐. 내가 있을 때는 나한테 물어봐도 되고."
"네…."
"자. 그리고 선물."
민주에게도 포션을 전부 챙겨주고 짱개들을 바라보았다.
압축 짱개 둘, 한국말 할 줄 아는 짱개 하나.
으음…. 남은건 셋인데.
"승규 형?"
"응?"
내게로 다가오는 승규.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물었다.
"마스터는 더 없는 거잖아요?"
"응."
"그럼…. 음…. 아. 이런 기회가 잘 없는데. 남은 건 내 맘대로 합니다?"
"어. 당연하지. 네가 잡아 왔는데."
"아니, 뭐 좋은 생각 있나 해서."
그렇게 나는 모여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으음…. 어쩐다.
"너…. 파이어 볼."
"지원이요."
"미안해."
"으…. 정말. 아직도 이름을 제대로 못 외워요?”
"어쩔 수 없어. 암튼, 너 파이어 볼 숙련도는?"
"고급 82퍼요."
"얼…. 많이 올렸네?
"날마다 20번씩 쓰니까요. 더 쓰는 날도 있고."
"그래. 그건 잘하는 거야. 그럼 너 앞으로 나오고. 다음은…."
계속해서 남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현정이. 진영이 동생. 쟤가…. 뭐였지? 아. 그래. 힐. 행정관. 그래 힐이었어. 근데 쟤는 좀…. 여려.
서현이. 쟤는 보호막이었지? 근데 쟤도 아직 여리다. 쟤도 일단은 패스.
유정과 하율. 둘은 뭐…. 일단 지금 당장은 안 해도 될 것 같고.
"지연?"
"어."
"너 스킬은?"
"고급 89퍼."
"얼래? 너도 많이 올랐네?"
"물류센터 사람들은 날마다 자기 전에 한계까지 스킬 쓰고 자니까."
하긴…. 내가 이들을 모아 놓은 지도 꽤 됐지. 날마다 풀로 쓰면 스킬 하나 마스터하는데 자연빵으로 300일이니까. 얼추 다들 마스터 하는게 맞지.
"좋아. 너도 나오고. 다음은…."
미래. 그리고 어린 친구들 둘. 뭐였지? 남자애들 이름은 정말 입에 안 붙네.
암튼 어리다고 해봐야 따지고 보면 승희, 세아랑 한두살정도 차이 밖에 안 난다.
근데 쟤들은 왜 이리 어려 보이냐. 잘 모르겠어. 정말.
암튼 쟤들은 조금 천천히 하자. 너무 어린애들한테 일찍 짐을 지울 필요는 없지.
"어…. 소희? 보호막이지?"
"네."
"숙련은?"
"고급 67퍼요."
"그래. 소희도 나와."
"네."
기왕 하는거 고르게고르게 분배하는게 좋겠지. 어차피 다들 평생 이러고 살건 아니니까.
"저는 누구요?"
"너는 여기 이놈. 아. 너 파이어 볼. 이놈한테 써봐."
"네."
그렇게 자리를 잡더니 스킬을 쓴다.
"파이어 볼!"
휘이익 펑!
"얼래?"
제법 빠르게 날아간 불덩이. 그리고 한방에 빛을 만들어 버리는 위력.
"뭐야? 왜 이리 강해졌어?"
"어…. 숙련 올릴수록 확확 강해지더라고요."
"그래? 이거…. 예전에 보던 거랑 완전 다른데. 너 나 처음 봤을 때 그때 숙련이 몇이였냐?"
"그때…. 하급? 중급? 아. 하급이었겠네요."
"뭐야. 너 그때 하급이었다고? 250번도 안 썼었나?"
"어…. 그때까지는 솔직히 스킬 배운 이후로 거의 쓴 적이 없었죠…."
하긴…. 쐈는데 맞지도 않는 스킬을 써봐야 체력낭비긴 하다. 그렇긴 한데…. 이건 차이가 너무 큰데?
그때 어디냐…. 대학교 기숙사에서 짱개 새끼가 썼던 파이어 볼도 별로긴 했는데…. 그럼 그건 중급이었나?
"암튼…. 완전 쓰레기 스킬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재활용 정도는 되네."
"으…. 저도 후회하고 있어요."
"아냐. 한 방에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됐지. 근데 이거 범위도 넓어진 거 같다?"
"네…. 공이 조금 커져서."
"음…. 암튼 일단 코인부터 먹어라."
"네."
코인을 먹은 지원이는 역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히익…. 28만."
"압축분이니까. 너는 포션 안 준다."
"윽…. 알겠어요. 날마다 연습할게요."
그렇게 물러나는 지원이. 음…. 펜스에도 지원이가 있지? 하긴 흔한 이름이긴 하니까.
아…. 거기도 한번 가긴 해야 하는데….
근데 생각보다 파이어 볼이 숙련도 간 격차가 제법 크다. 게다가 범위도 있는 거 같고.
음…. 물론 절대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음?"
내 말에 웃으며 지연이가 다가온다.
으…. 그래. 찝찝한 게 사라진 건 다행인데…. 아직 좀 그래.
"어느 거 죽여요?"
어느 거라니…. 너무 살벌한 거 아니냐.
"왼쪽 거."
적당히 거리를 벌린 지연. 그러더니 바로 스킬을 쓴다.
"번개!"
지연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번개 파동.
그 화려한 모습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이다.
뭐지? 날마다 연습한다던데 본적은 없는 건가?
바로 새카맣게 타버리며 죽어버리는 왼쪽 거.
여유 있게 다가가 코인을 줍고는 나를 보며 말한다.
"35만."
"오우. 오늘의 1등이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지연이.
으음…. 저 스킬 참 좋긴 한데 저걸 어떻게 써먹지?
반사를 두르고 비행으로? 아니다…. 가속화를 쓰고 냅다 달리면서 지워버리는 게 낫겠구나.
그럼 대량학살이 가능하겠어.
타겟만 안 잡히면…. 상대방은 뭐 막을 방법이 없네.
다들 얼이 빠져있기에 나는 바로 소희를 불렀다.
"다음 소희."
내게 다가와 마체테를 받아가려는 소희.
"아. 잠시만. 지연이 다시 나와봐."
내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나오는 지연이.
"자…. 지연이 너 번개 파동 범위에 딱 그 새끼가 닿게 서봐."
자리를 잡고 서는 지연이.
"소희 너 보호막 앞에다 써봐. 그러니까 지연이랑 짱개 사이에."
"보호막."
반구 모양으로 보호막이 생겼고, 나는 지연이 보고 말했다.
"번개 파동. 써봐."
"번개!"
파즈즈즈즈
번개 폭풍이 퍼져나갔지만, 보호막의 반구 모양 안쪽으로는 번개가 퍼져나가지 못한다.
역시…. 광역기는 보호막으로 막히는구나. 물리만 막는 게 아니었어.
아니지…. 잠깐만...
"지연이 들어가고…. 승규 형 나와봐요."
"응."
"지연이 섰던 자리에서 짱개놈 감전 써봐요."
"감전!"
그대로 구워지는 짱개.
아…. 맞구나. 보호막 안쪽이라도 단일 타겟은 맞아.
"아…. 됐어요. 소희한테는 미안하네. 죽일 기회를 빼앗아버려서."
"아. 아직 안 죽었으니까요."
그러더니 내게 마체테를 받아가 아직 죽지 않고 까맣게 탄 짱개를 푹 찌른다.
바로 죽어버리는 녀석.
나에게 마체테를 돌려주며 소희가 말한다.
"14만요."
"좀 적네. 다음에 더 챙겨줄게."
고개를 한번 끄덕하고 돌아 들어가는 소희.
음…. 보호막이 어쨌든 모든 광역을 막아준다는 거네.
그런 생각보다 쓰레기는 아냐. 반사랑 보호막이면 어쨌든 모든 스킬은 다 막을 수 있다고 봐야 하는 거잖아?
어차피 무효화 한방이긴 한데…. 무효화는 뭐 날고 있으면 맞지 않으니까.
아. 그럼 비행 반사 보호막이면 거의 무적이네. 수비로는.
"다 끝났지?"
"아. 네. 다들 돌아가도 돼요. 제 볼일은 끝났어요. 그리고…. 승규 형 저랑 이야기 좀 합시다."
"그래. 회의실 가 있어라. 다들 돌려보내고 정리하고 바로 갈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