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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스킬
"아…. 좋네…."
민희와 함께 몸에 묻은 오일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함께 욕조에 들어와 느긋하게 누워있다.
따듯한 물 안에서 민희를 안고 있으니 컴퍼니고 나발이고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은 기분.
화장을 지운 민희는 조금 순진한 모습의 여자가 되었다.
지난번에는 완전히 지운 것까진 못 봤는데…. 오늘 보니 인상이 확 달라 보인다.
"맨 얼굴을 보여주다니. 신뢰가 확 가는데."
"정말! 그런 거로 사람을 믿지 말라고요!"
조금 부끄러운지 계속해서 앞만 보고 있는 민희.
하이고. 이러니 또 귀엽네. 미치겠어. 이 여자한테 너무 푹 빠지는 거 아냐?
"근데 왜 자꾸 숨겨. 맨 얼굴도 충분히 이쁜데."
내가 장난스럽게 계속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려 하자 나를 째려보는 민희.
그 모습도 이뻐 보여 그대로 입술에 키스했다.
한번 튕기다가 내가 계속 키스하니 마지못해 입 맞추는 민희.
하지만 막상 또 하니까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여자. 하여간…. 밀당이 기본 패시브네 아주.
뜨거운 욕조 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으니 약간 아찔한 기분이다.
머리에 열기가 너무 많은가 봐. 핑핑 도는 느낌이네.
그렇게 키스를 마치자 민희가 약간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건 또 왜 커졌어요."
"어쩔 수 없잖아. 커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못살아 정말. 이제 나가요. 너무 오래 있었어."
그러고 몸을 일으키는 민희.
가슴과 엉덩이가 눈앞에서 솟아오르자 왠지 야한 기분이 배로 드는 느낌이다.
또 할까? 아직 여력이 남았는데.
아니다. 그만하자. 무슨 섹스에 미친것도 아니고.
게다가 빨리 나가서 스킬 찍어야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마저 몸을 씻고 밖으로 나오니 민희가 침대 시트를 걷고 있었다.
하긴…. 오일 투성이가 됐으니 저기에 누워있을 수는 없겠지.
"시트를 가져와야 하나?"
"복도에 가면 리넨실이 있을 거예요."
"알았어. 내가 가져올게."
어차피 누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당하게 알몸으로 복도에 나왔다.
리넨실…. 안 보이는데? 어디 있으려나?
잠깐 돌아다니니 리넨실이 있었고 안에서 시트처럼 생긴 것들을 발견했다.
시트와 수건을 몇 개 더 챙겨 돌아오니 민희가 시트를 받아 능숙하게 깔기 시작한다.
"굉장히 능숙하네?"
"전 거의 호텔에서 자니까요."
"아. 따로 아지트는 없어?"
"있었는데 거기도 호텔이었어요. 수납 스킬이 생긴 이후로는 이제 아지트라고 할만한 곳은 따로 없고."
새로 시트를 깐 침대에 눕자 민희가 옆에 자연스럽게 눕는다.
젖은 머리에 수건을 감고 있는 알몸의 여자.
음…. 역시 좋아. 알몸의 여자는 언제나 좋지.
"이제 스킬 배울 거에요?"
"응. 아. 맞다. 종이."
배낭에서 종이와 펜을 가져와 옆의 탁자에 놓고 스킬 창을 열었다.
어디…. 얼마나 개사기 스킬이 또 나왔나 볼까?
종이와 대조하며 무슨 스킬이 나왔나 확인해봤고, 이번엔 패시브 하나와 보조 스킬 네 개, 트랩 하나, 뭔지 모르겠는 스킬 하나가 나왔다.
패시브는 예상했던 대로 스킬 반경 증가 2.
스킬 지속시간 증가 2가 나오지 않은 건 1을 안 찍어서 그런가 보다.
뭐 이번에 찍을 거니까 이건 뭐 그렇다 치고.
보조 스킬. 감정, 마리오네트, 기억 읽기, 공유.
감정…. 이제야 나오네.
게임이라면 진작에 나왔어야 할 스킬 아닌가? 이게 이렇게 늦게 나와?
이건 대충 뭔지 알 것 같다. 말 그대로 뭔가를 감정하겠지. 그럼 정보가 나올 거고.
근데…. 의미가 있나? 사람에게 쓰면 이름이나 성별, 나이 이런 게 나올 텐데? 아니면 혹시 가지고 있는 스킬이라도 뜨려나?
그러면 좋기야 하겠지만…. 사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차피 다 지워버리고 재워버리면 되는데.
음. 모르겠다. 보통 게임이나 만화에선 감정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유용한 스킬중에 하난데…. 지금 여기 세상에선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어. 일단 패스.
마리오네트.
내가 아는 것과 같은 거라면…. 이건 뭔가를 조종하는 걸 텐데.
그리고 보통은 인형을 조종하는 거지만…. 지금 세상에선 아마도 사람을 조종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정말 씹싸기 스킬 아닌가? 그냥 무작정 조종해버린다고? 말이 되나?
스킬치고는 너무 강력한데…. 하긴 한 방에 죽이는 스킬도 있는데 조종하는 게 뭐가 대수긴 하겠느냐마는.
일단 좋아. 이것도 그렇다 치고.
기억 읽기.
씨발. 이번 티어는 인권침해가 모티브인가? 감정으로 개인정보 수집에 마리오네트로 조종, 기억 읽기로 기억까지 뒤지는 거야?
아니 뭐…. 사람 죽이는 것만큼 나쁜 게 없으니 그보다 덜한 것들 가지고 이러는 것도 우습지만…. 조금 어이가 없다.
이건 그냥 죽이는 것보다 조금 더 악랄한 기분인데.
여기에서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놈들의 진의가 살짝 엿보이는 것 같다.
그냥 죽이는 건 지루하다 이거지. 미친 싸이코 새끼들.
기억 읽기라…. 이건 대체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 걸까?
공유.
하아. 이 새끼들 이번에도 욕을 안 할 수가 없네.
뭘 공유하냐고? 미치겠네.
가진 코인을 공유하는 거야? 아니면 스킬? 아니면 감각?
아. 됐어. 깊게 생각 안 하련다. 패스.
접근 금지 트랩.
씨발. 이건 그래도 이름만 보고 뭔지는 알겠네.
접근 금지라니. 말 그대로 못 오게 하는 거잖아?
으음…. 이건 나름 쓸만해 보인다. 벙커 같은데 설치해 놓으면…. 못 들어간다는 거잖아?
근데 문제는 설치한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다 못 들어가는 거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는데.
나처럼 여러 명이 같이 사는데 이걸 깔아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오갈 수 없는 거잖아?
혼자 사는 사람 쓰라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땡인가?
뭐…. 그렇다 치자. 이것도 패스.
심연.
하아…. 이 씨발 새끼들. 진짜 성의 없네. 진심으로 줘패고 싶다.
심연. 그래. 심연. 뭐. 어쩌라고?
내가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 또한 나를 바라본다. 그거야?
정말…. 이름만 보고는 절대 뭔지 감도 안 잡힌다. 이름은 존나 멋진데 말이지.
어비스라니. 씨발. 이름이 멋있어서라도 한번 찍어보고 싶네.
그렇게 스킬들을 전부 적어놓고 민희에게도 보여줬다.
스킬 이름을 본 민희도 나와 비슷한 반응이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
"심연. 뭘까요? 굉장히 철학적인데?"
"몰라. 이 썅놈 새끼들이 뭔 스킬이라고 만들어 놨는지 절대 이해를 못 하겠어."
"차라투스트라에게 감동했나?"
"차라…. 뭐?"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어…. 너무 어려운 말 하지 마."
"아니에요. 그냥 생각 나서."
"그게 뭐야? 차라…. 뭐시기 그건 들어본 거 같은데. 이름이지?"
"음….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사람 이름이죠. 제가 말한 건 책에 나온 거고. 작가는 니체."
"아…. 그래? 음. 니체도 들어보긴 했지. 신은 죽었다. 근데 심연이라는 단어만 보고 게임 던전이나 생각하고 있던 나랑은 너무 다르네. 암튼 넘어가자. 이런 설명 하나 없는 스킬로 골머리 썩이는 건 질색이야."
"정말…. 스킬들이 불친절하기 끝이 없네요. 게다가 이번에 나온 스킬들은 다들 조금…. 악의가 섞여 있는데요?"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하면 잘 박살 낼지 고민한 흔적이 보여."
"그래서…. 뭘 찍는다고요?"
"페이즈 아웃."
"그건…. 한참 위의 스킬이잖아요?"
"일단 이게 가장 좋아. 이거보다 훨씬 사기 같은 스킬이 있었으면 모를까…. 정확한 효과를 모르니 일단은 아는 스킬부터 찍어야지."
"이게…. 그 부장이 썼던 그 스킬인가요?"
"응. 맞아."
"흐음…. 그렇군요. 효과가 정확하게 뭔데요?"
"글쎄. 일단 나도 들은 것만으론 확실하지 않으니까. 일단 찍고 써 봐야지."
"그래요. 알겠어요."
내가 스킬 찍는 걸 방해 하지 않겠다는 듯 조용히 입을 다무는 민희.
그럼 어서 스킬을 찍어야겠지?
나는 스킬 창을 열었다.
일단 당연히 패시브부터다. 코인은 넘쳐나니까.
['스킬 반경 증가2'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 일단 이건 됐고.
다시 스킬 창을 열어 이번엔 스킬 지속시간 증가1을 선택했다.
['스킬 지속시간 증가1' 스킬을 배우는데 1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역시 예스. 어디 그리고 다음엔…. 오. 역시 생겼군.
['스킬 지속시간 증가2'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예스를 누르고 스킬 창을 확인했다.
근데…. 이거 패시브가 어떻게 적용 되는 거지? 범위를 확인해 봐야 하는데.
패시브2를 배웠으니 1은 무시되나? 패시브2는 20퍼센트 일 텐데. 그럼 10퍼센트랑 20퍼센트가 다 적용 되서 30퍼센트 적용인가?
합 연산인지 곱 연산인지 모르겠네. 범위를 재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줄자가 없어.
아. 지속시간 증가로 확인해보면 되겠구나. 일단 그건 조금 있다가 하고.
['페이즈 아웃' 스킬을 배우는데 20만 코인이 소모됩니다. 배우시겠습니까?]
예스를 눌렀다.
스킬 창에 당당하게 올라가 있는 페이즈 아웃. 당연히 바로 써봐야지.
"페이즈 아웃."
나는 스킬을 사용했고, 세상이 뿌옇게 변했다.
"와…."
마치 꿈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뿌옇다는 느낌은…. 그런 느낌이다.
모든 것이 선명하지 않고 불확실한 느낌. 이야…. 술 진탕 먹고 뻗은 다음 날 아침 느낌이네.
나는 분명 침대에 누워있지만, 침대에 누워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옆에 누워있는 민희를 만져봤지만 내 몸이 그녀를 뚫고 지나갔다.
하…. 이건 뭐야. 진짜 신기하네. 몸을 뚫었어?
민희는 내가 있던 자리를 보며 신기해하면서 손을 뻗는 게 보인다.
하하…. 다들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가 봐.
벽을 뚫을 수 있다고 했지? 민희의 몸을 지나쳐봤으니 벽 정도는 일도 아닐 것 같다.
그대로 일어나 호텔 방문으로 향했다.
자…. 어디 한번 해볼까?
몸은 그대로 문을 지나쳐 복도로 나왔다.
와…. 씨발. 개사기다! 개사기야! 이런 씹싸기 스킬이 있나!
이거라면 뭐 두려울 게 없네. 상대가 어디에 틀어박혀 있던지 그대로 침입할 수 있다는 거잖아? 탐지 걱정 없이?
그렇게 다시 한번 문을 통과해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근데…. 이거 시간은 몇 초지?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지속시간이 다 끝났는데 문을 통과하는 중이면?
어…. 어떻게 되지? 문에 끼이나? 그럼…. 바로 뒤지는 거 아냐?
오싹하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네. 그거부터 테스트해야겠어.
"해제."
"깜짝이야!"
문 앞에 내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는 민희.
"아. 미안. 놀랐지?"
"아니…. 사라졌으니 다시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거기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근데…. 내 말 안 들렸어요?"
"어. 이거 쓰면 소리가 안 들려. 그게 단점이긴 하네."
"아아…. 그렇군요. 괜히 나 혼자 열심히 떠들었네."
"왜? 걱정했어?"
"걱정은요….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봐."
"하하. 아무튼…. 스킬을 배웠으니 이제 테스트를 좀 할 거야. 지루해 보일 수도 있으니 피곤하면 먼저 자."
"흐음…. 아니에요. 지켜볼래요. 딱히 졸리지도 않고."
"그래? 그래 그럼."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 민희를 보면서 나는 테스트 준비를 했다.
확실하게 효과를 알아야 내일 제대로 써먹지.
그럼…. 뭐부터 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