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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런날이 있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힘든 일도 없이 컨디션은 참 좋았다.
근데 안 서는 날.
야동을 보든 망가를 보든 여자를 재워 벗겨놓고 뭔 생지랄 염병을 다 떨어도 빳빳하게 서지 않고 흐물텅거리는 날.
또 다른 날도 있다.
챙겨 먹는 것도 부실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컨디션이 엉망진창인데…. 존나 잘 서는 날.
이런 날은…. 정말 장난 아니다.
이게 정말 인간의 육신이 맞는지, 피와 살로 이루어졌는데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게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인 날.
그날이 오늘이다.
진짜 진심으로 내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오늘의 내 자지는…. 장난이 아니다.
"하악, 아읏, 아아…. 오빠 오늘 왜 이래…."
벌써 사정을 네 번 하고 다섯 번째 섹스다.
눈이 와서 그런가? 습기가 자지의 강직도와 연관이 있나? 아니면 미나가 찌개에 뭔가를 탔거나…. 아. 모르겠다.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정말로 '육봉' 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 자지로 미나를 보내버리는 일만 생각하자.
이제는 체위 같은 것을 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누워있는 미나는 내 자지가 박힐 때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헛바람을 들이킨다.
자지가 끓어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느낌도 없다.
아. 느낌은 있다. 어딘가 쓸려서 약간 따끔거리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지금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깊게, 조금 위로, 다시 깊게, 이번엔 약간 아래로.
찌를 때마다 미세하게 위치를 바꿔서 박아본다.
그럴 때마다 미나는 움찔거리는 모습이 달라진다. 어떨 때는 몸을 움츠리고 어떨 때는 허리가 쭈욱 펴진다.
삼 일간 세아와 함께 있으며 하루에 한 번이나 두번씩은 해서 막 굶주린 상태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야? 트리거가 있을 텐데. 알고 싶다. 필요할 때마다 좀 활성화해보게.
어쨌든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미나의 몸에 새겨놔야 한다. 오늘 나의 대단한 이 모습을. 영원히.
사정감이 올라오지만 나올 정액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미 그 정액들은 미나의 몸 안에다 다 싸질러버렸는데 말이지.
나올 게 있든 없든 다섯 번째 사정을 마치고 자지를 빼냈다.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자지. 그리고 소파.
가죽 재질이라 다행이야. 패브릭이였으면…. 골치 아팠을 거야.
쉬지 않고 계속해서 절정에 머물러 있던 미나는 소파에 파묻혀 있다시피 했다.
휴지를 가져와서 미나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과 소파에 묻은 것들을 닦았다.
근데…. 이거 휴지는 이렇게 오래 써도 상관없나? 괜찮은 거지?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가늘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미나.
그런 그녀의 뺨을 한번 만져주고 가슴을 한번 쓰다듬었다.
그런 나의 손을 꼭 잡는 미나, 나를 보고 말한다.
"일으켜줘요. 씻게."
함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
샤워기로 몸을 씻으면서 안쪽에 손가락을 넣으려 하자 미나가 만류한다.
"지금 조금 따가워요. 살살해야 해…. 내가 할게요. 샤워기 줘봐요."
"응."
샤워기를 주자 쪼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아래를 닦아내는 미나.
너무 격렬하게 했나? 하긴. 나도 자세히 보니 기둥에 약간 까진 부분이 있었다.
이게 계속 따가웠구나? 금방 낫겠지 뭐.
다 씻고 알몸으로밖에 나오자 창밖에는 아직도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와. 얼마 만에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장난 아니네."
내가 말하자 미나가 쪼르르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디가?"
이불을 가지고 나오는 미나. 그러더니 내 팔을 잡고 베란다로 향한다.
"이거 들어봐요."
이불을 나에게 쥐여주더니 나에게 말한다.
“뒤집어써 봐요.”
"이렇게?"
"아뇨. 그렇게 말고 머리는 내놔야죠. 망토 두르듯이. 네. 그렇게. 그리고 거기 앉아봐요."
내가 거실 바닥에 앉자 미나가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으. 추워."
그러더니 내 품으로 쏙 들어와 아빠 다리를 하고 있는 내 다리 사이에 앉더니 이불을 여민다.
"아. 좋다."
"이런 건 뭔가 한옥 툇마루 같은 데서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런 곳이 없잖아요. 이렇게라도 해야지. 아. 밤이면 더 멋있었을 텐데."
"이러고 밤까지 있으면 되지."
"으. 얼어 죽으려고요?"
"따듯하잖아?"
이불 안은 미나와 맞닿은 온기 덕분에 따듯했다.
이러고 있으라면 몇 시간이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차가운 공기, 따듯한 온기, 맞닿은 살결. 손에 잡히는 가슴.
기승 전 가슴으로 이어지는 나의 취향.
"그래도 이러고 오래 있으면 감기 걸릴 거에요."
"무슨 걱정이야. 니 스킬이 질병 치료인데."
"아. 그렇네요."
그렇다.
미나의 스킬은 질병 치료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스킬이긴 하지만…. 숙련도 올리는 데는 끔찍한 스킬.
힐은 승희처럼 상처를 억지로 내고 쓰면 숙련이라도 올릴 수 있지.
질병 해제는 억지로 질병을 걸 수도 없다. 대체 숙련도를 어떻게 올리라는 거야?
"미나야."
"네?"
"질병 치료 숙련도가 어떻게 돼?"
"저…. 24프로요."
"24프로? 100퍼센트 된 적 한 번도 없지?"
"네."
그럼 하급인데. 한 번에 0.4프로 오르니까 24프로면 60번밖에 안 썼네.
어휴. 정말…. 암울하다. 올릴 수는 있는 거야?
"그래도 60번이나 썼네?"
"감금됐을 때…. 감기 걸리거나 막 그러면 쓰라고 해서…."
"아. 미안."
"아니에요. 이미 다 죽어버린 놈들인데요. 뭐. 오빠가 죽여줬잖아요. 이젠 신경 안 써요."
복수라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효과다.
승희나 미나, 세아 모두 나와 이런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에는 그 밑바닥에 복수해준 사람이라는 게 깔렸기 때문이다.
물론 미나와 세아는 매혹의 효과를 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복수가 없었으면 매혹이 끝나고 지금과 같은 관계는 아니었을 거다.
복수해준 사람이란 것은 여자들이 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안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비록 말이 안 통해서 물류센터에 보내놨지만, 다행히 하율이 엄마가 러시아어를 안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 거다.
그럼 그때 가서 손을 써봐야지.
안나는 그런 여자다. 그냥 두기엔 절대 아까운 여자.
이런. 또 여자를 안고 있으면서 다른 여자 생각을 하고 있네.
"질병 해제라. 어떻게 숙련도를 올리지."
"감기 걸려봐요. 내가 치료해줄게요."
"근데 감기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르니까. 콧물이 나거나 기침이 나오거나 해야 감기 걸린 줄 알지."
"음. 그럼 힘들지 않아요?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요? 아픈 몸 이끌고 여기까지 오긴 힘들 거 아니에요."
"그래도 와야지. 의사도 약국도 없는데. 여기로 오기만 하면 나을 수 있으니까."
"그럼 혹시 모르니까 이따 가기 전에 미리 써줄게요. 만약 지금 걸렸다고 하더라도 나가기 전에 쓰면 낫겠죠."
"아. 그렇겠네. 똑똑하네."
내가 칭찬으로 꼭지를 살짝 비틀자 움찔하며 느끼는 미나.
"어휴. 정말…."
말은 그렇게 해도 싫은 표정은 아니다.
이불 안에서 그렇게 미나의 가슴을 향한 공방을 벌였지만, 이번엔 밑으로 손이 갈 수가 없어서 번번이 미나에게 손이 막혔다.
"에잇!"
공격에 실패한 내가 이불을 한번 펄럭이자 찬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추워요!"
"으. 그러게. 괜히 펄럭였네. 안에 온기가 다 날아갔어."
"정말! 이러다가 감기 걸리는 거라고요."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나도 후회하고 있다고."
"으휴. 하여간. 가끔 보면 애 같아요. 덩치만 큰 애."
“애 맞지. 남자는 원래 다 커도 애야.”
내말에 작게 웃는 미나.
잠깐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연다.
"어디 한번 써볼까요? 방금 감기에 걸렸을지?"
"그렇게 금방 걸리나?"
"모르죠. 아까 그…. 할 때 이미 걸렸을지도. 한번 써보면 알겠죠. 질병 해제."
미나가 나에게 스킬을 썼다.
처음 받아보는 스킬이다. 그동안 아픈 적도 없었고 질병 해제가 있는 사람도 본 적이 없으니까.
아. 있긴 있구나. 하율이 엄마도 스킬이 질병 해제랬는데.
"어?"
"왜?"
"숙련도가 올랐어요."
"헐. 정말 나 감기 걸렸었던 거야?"
"그런가 봐요? 아니면 혹시 지병 있어요?"
"지병? 모르겠는데."
잠깐.
지병…. 지병이라고.
있다. 지병. 독한 놈으로.
불면증.
그 씨발 좇같고 끔찍하고 지랄 같은 불면증.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도움이 안 되다가 세상이 이 꼴이 나서야 그나마 덕을 본 불면증.
불면증도 질병 아닌가? 맞잖아. 분명 질병일 텐데?
"미나야."
"네?"
"또 써봐."
"네?"
"나한테 또 써보라고."
"질병 해제."
"숙련도. 올랐어?"
"네. 어라라? 진짜 뭐 지병 있는 거 있었어요?"
"맙소사."
진짜 맙소사 다.
맙소사라고!!!
불면증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방금 나는 불면증을 치료 받은 게 된다.
진짜야? 정말로? 나 그럼 앞으로 불면증이 없는 거야?
"맙소사!"
"왜…. 왜요? 무슨 일인데요."
"나…. 불면증이 있어."
"불면증요?"
"어. 지독한 불면증. 근데…. 불면증도 질병이 맞겠지? 그래서 지금 그게 치료되고 불면증이 나은 거지?"
"모르겠네요. 혹시 그거 징후 같은 게 있어요?"
"있지. 잠을 못 자는 거."
"어…. 그거 말고는요?"
"글쎄. 그거 말고는 전부 잠을 못 잤을 때 생기는 거라 잘 모르겠다."
"근데…. 불면증이면 상당히 난해한 병 아니에요? 게다가 지독하다면…. 그런데 스킬 한 번으로 낫는다고요?"
"모르겠어. 나도 얼떨떨해."
"잠깐만요. 질병 해제."
자신에게 스킬을 쓰는 미나.
그러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 저도 뭔가 있었나 봐요. 숙련도가 올랐는데?"
"엥?"
"잠시만요. 더 써볼게요."
그러더니 자신에게 계속해서 스킬을 써보는 미나.
한참을 쓰더니 황당한 표정으로 말한다.
"계속…. 숙련이 오르는 데요?"
"숙련이 오른다고? 그럼 나는? 나한테도 해봐."
계속해서 스킬을 쓰는 미나.
한참 쓰더니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말한다.
"헉…. 헉…. 더는 힘들어서 못 하겠는데요. 근데 숙련은 계속 올라요."
"뭐라고? 말도 안 돼. 잠깐만."
바로 회복 포션을 사서 미나에게 건네줬다.
"마셔."
"이거…. 회복 포션이죠? 2,000코인짜리?"
"어."
"엄청 비싼 거네요. 막 마셔도 되는 거예요?"
"아직 200개는 넘게 더 살 수 있어. 일단 마셔."
"200개…. 대단하네요."
"암튼 마셔. 그리고 또 써봐."
미나가 포션을 마시고 다시 스킬을 쓰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는 거 보니 숙련도가 오르나 보다.
나는 그런 미나를 끌어안고 있는 채로 잠자코 기다렸다.
스무 번 정도를 다 쓴 미나가 또 기진맥진한 상태로 내게 말한다.
"다…. 숙련도가 올랐어요. 숙련이 37.4 퍼센트가 됐어요."
"다 올랐다고? 뭐지? 이상하네? 원래 스킬이 실패하면 숙련이 안 오려야 하는데…. 결국 다 성공했다는 소리잖아? 미나 너 지금까지 스킬 몇 번 썼지? 잠깐. 아까 24퍼센트라 그랬나? 그럼 지금 37.4 퍼센트면…. 34번 쓴 건가?"
"와. 계산 빠르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34번…. 처음에는 너한테 쓰고 포션 먹고는 다 나한테 썼지?"
"네."
"뭐지…. 너랑 나랑 무슨 종합병동이야? 무슨 병이 이렇게 많이 있어?"
"어…? 그렇네요. 내가 몸이 그렇게 안 좋았었나? 아닌데…."
도저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이 씨발 스킬 만든 새끼들…. 진짜 귀 안 간지럽나? 대체 무슨 스킬을 이딴 식으로 만든 거야?
어우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