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백마촌
4시가 가까워지자 백마촌 안쪽이 약간 부산스러워졌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척들. 이제 시마이 하려고 그러나?
그렇게 움직이는 기척에 신경을 쓰면서 몸을 숨기고 입구를 지켜봤다.
안쪽에서 올라오는 기척들.
남자와 여자가 줄지어서 밖으로 나오더니 입구 앞에 서 있다.
진짜 백마촌이 맞았네.
여자들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키도 머리카락 색도 나이도 다 달라 보였지만 어쨌든 외국인이란 건 확실해 보였다.
웃긴 건 여자들이 그다지 강압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거 같다.
구속되어있다던가 감금당하고 있는 느낌이 아니다. 밖에 서 있으면서 자기들끼리는 웃고 떠들기까지 하고 있으니까.
내가 이런 쪽은 전혀 몰라서 분위기가 저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착취당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공생하는 느낌이랄까?
뭐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다 죽을 건데.
남자 여덟. 여자 여덟.
멀리서 보면 그냥 무슨 동아리 모임 같아 보인다.
한 남자가 뭐라고 소리 지르니 다들 자유분방하게 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나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 현주와 지혜에게 말을 했고, 그녀들은 나를 따르기 시작했다.
백마촌 일행들은 상당히 속도가 더뎠기에 멀리서 따라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따라갔을까? 그들은 한 비즈니스호텔로 우르르 들어갔다.
호텔 안에도 기척이 다섯 명 느껴진다. 그럼 다 합쳐서 스물하나?
생각보다 규모가 있다. 적은 수가 아니네.
뭐, 숫자가 많을수록 좋지. 다 코인들이라고 생각하면 짭짤하잖아?
대충 알아볼 건 다 알아봤다. 이제 현주랑 지혜를 좀 재워야지.
마침 오다가 좋은 곳을 발견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생각했던 걸 한번 해봐야겠다.
"경찰서?"
현주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본다.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상당히 엉망진창인 경찰서 안.
이것저것 뒤진 흔적이 보인다. 아무래도 경찰서에는 털어갈 만한 게 제법 있겠지.
테이저건이라던가 총이라던가 방검복, 삼단봉 뭐 그런 것들.
나도 예전에 뒤져봐서 안다. 물론 얻은건 없었지만.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내가 필요한 건 유치장. 잠금장치가 확실하고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감금장소. 게다가 화장실도 있다.
열쇠는…. 다행히 있다. 제대로 문이 잠기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현주와 지혜에게 말했다.
"들어가."
"엥? 여길?"
"여기를요…?"
"현주는 이쪽, 지혜는 저쪽."
이 여자들은 나를 거부할 수 없다. 투덜거리면서 각각 지정해준 유치장 안으로 들어가는 두 여자.
적당히 상점에서 식량을 사서 안에다가 넣어줬다. 이러면 내일까진 문제없겠지.
문을 확실히 잠그고 둘 다 수면으로 재웠다.
피곤한 상태 같으니 이래 놓으면 안 깨고 푹 자겠지.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자고 일어난 다음인데….
매혹이 풀린 두 여자가 어떤 지랄을 할지 모르겠다.
서로 벽에 가려져 있어서 서로 공격은 못할 거고, 현주도 이런 좁은 곳에서는 자살할 게 아니면 폭발은 못 쓸 테니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원한에 빡친 여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뭐. 별일 없겠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바깥에서 누군가 여자들을 발견하고 온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폭발과 기절 스킬인 여자들이니 섣불리 접근하면 오히려 다가온 놈들이 뒤질 거다.
이만하면 훌륭하잖아?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세팅이야.
이제 내가 문젠데….
이런 바깥에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일단 하루 버틴다. 버티고 내일 한숨 자야지. 하루 정도 안 잔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경찰서의 서장실. 그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리고 반사 스킬의 숙련도를 올린다.
반사와 해제를 반복하고 회복 포션 마시는 걸 반복한다. 다행인 것은 회복 포션을 마신다고 배가 부르진 않는다는 거다.
마신만큼 오줌이 나왔다면 아마 나는 변기 위에서 숙련을 올려야 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두 여자가 잘 동안 미친듯한 숙련도 쌓기를 했다.
스킬 20번을 쓰는데 1분도 안 걸린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고 회복 포션을 마시면 그 솜을 짜버리는 것처럼 다시 가벼워진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점점 머리가 이상해지는 느낌이 난다.
솜뭉치를 짜낼 때 내 머리도 같이 짜내는 느낌이랄까?
매스껍고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아무튼 끔찍한 상태가 되지만 숙련도 올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쉬어도 또 저렇게 될 거면 저렇게 된 상태에서 계속하는 게 낫잖아?
미련하고 멍청한 짓일 수도 있지만, 그냥 계속했다.
단기간에 숙련도를 올리려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올릴 방법이 있는 게 어디야.
스킬은 금방 고급이 됐다. 고급까지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게 아니니까.
고급에서 마스터 가는 게 조오오오올라 짜증 나는 거지.
하급에서 중급으로 갈때 250번. 중급에서 고급으로 갈때 1,000번. 고급에서 마스터 될 때 5,000번.
경험치 테이블은 생각할수록 정말 좇같다. 진짜로.
스킬 3개를 마스터 했지만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그래도 반사는 대상이 없어서 다행이지. 다음에 올릴 스킬 광역 무효화는…. 벌써 머리 아프네.
점심 정도 된 거 같다.
시계를 보니 2시 40분.
숙련도는 고급에 42퍼.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은 느낌에 쉬고 있지만 그리 나아지진 않는다.
거의 35만 코인어치 회복 포션을 처먹었으니 당연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다. 체력 회복에 다른 방법은 없나?
힐을 받으면 체력 회복이 됐으면 좋겠다.
하긴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럼 힐은 무제한으로 스킬을 숙련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이거 참….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회복 포션으로 체력이 회복되는 게 어디야. 그것도 아니었으면 아직 탐지도 마스터 못 했을 텐데.
그렇게 맛탱이가 간 상태로 서장실 소파에서 늘어져 있는데 잠에서 깼는지 현주의 절규 같은 게 들렸다.
바로 탐지를 돌렸지만, 현주와 지혜로 보이는 기척 말고는 느껴지는 게 없다.
뭐 저럴 만하지.
폭발 소리만 나지 않으면 상관없다. 소리를 지르든지 비명을 지르든지 신경 쓸 필요 없지.
한참을 그렇게 소리치던 현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었더니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아직 9시가 되려면 멀었기에 다시 스킬 숙련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야. 그래도 분명히 어딘가엔 나 같은 짓을 하는 놈들이 많이 있겠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놈은 아닐 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모한 놈도 아닐 거고.
분명 어딘가에는 나보다 미친놈이 널리고 넘치게 있을 거다. 내가 한 짓들은 애교로 보일 정도인 놈들…. 분명히 있다.
봐봐. 정종찬 그 새끼도 벌써 스킬이 최소 세 개잖아.
어디선가 한가락 하는 놈들은 다 그런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아직은 어중이떠중이들이 많긴 하지만 결국에는 한가락 하는 놈들만 남게 될 거다. 그놈들을 상대할 방법을 찾아야 해.
반사와 스킬 광역 무효화의 존재는 많은 것을 편향되게 해준다.
지금 생각했을 때는 가장 무난하고 압도적인 조합이다.
스킬 광역 무효화의 존재를 아는 놈들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걸 쓰는 놈이 얼마나 될까?
다행인 건 그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반사가 있으니 반사가 꺼지는지 안 꺼지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물론…. 먼저 선공을 안 당하는 게 가장 좋지.
정당한 대결? 남자다운 1:1 전투? 지랄 같은 소리다.
상대의 시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다. 정정당당한 게 밥 먹여 주는 게 아니고 여벌의 목숨을 주는 게 아니잖아.
얍삽하고 치밀하게 뒤통수를 쳐서 상대방을 죽이는 게 현명한 거다.
애초에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놈들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
멍청한 짓이야.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상대가 나의 존재를 모르는 게 가장 좋은 승리의 방법이라고.
지금 있는 스킬들을 아무리 조합해봐도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스킬들 보다 더 나은 조합은 생각할 수가 없다.
있다면 가속화를 베이스로 하는 물리 타격 쪽?
아무리 나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는 이길 수 없다.
탐지로 기척을 확인한다고 해도 그 상대가 내 인지보다 빠르게 다가와 후려치면 끝이잖아.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탐지 스킬을 가진 복수 스킬 보유자.
그리고 가속화와 물리 공격을 베이스로 하는 놈들.
농담 아니고 가속화 가지고 있는 놈이 나를 먼저 발견한다면 야구 빠따 하나만 들고 멀리에서 다가와 후려치기만 해도 내가 질 수 있다. 물론 한방에 나를 보내지 못하면 뒤지는 건 그놈이 되겠지만.
역시 가장 좋은 대응법은 투명화다.
투명화는 많은 것들을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컴퍼니의 최 과장인지 그 아저씨도 투명화 하나로 정종찬이와 박빙으로 싸웠잖아?
물론 그땐 정종찬이 가속화를 안 쓰긴 했다지만.
스킬 광역 무효화 다음 스킬은 투명화를 찍어야 해. 그래야 안전함이 공고해진다.
근데…. 찍고 싶은 스킬이 너무 많다. 일단 수납은 꼭 배우고 싶은데. 가속화도 좋아 보이고.
모르겠다. 이건 좀 더 고민해봐야지. 문제는 반사를 마스터했을 때 또 좋아 보이는 스킬이 나올 거라는 거다.
정말 욕심이 한도 끝도 없이 생기게 하는 시스템이야.
이 욕심을 채우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건지.
다시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오고 또다시 물약을 처먹으며 스킬을 올린다.
몸에 피 대신 회복 포션이 흐르는 느낌이다. 지금은 상처가 나도 막 저절로 아물지 않을까?
거의 재생 인간이라고 봐도 될 거 같은데.
느긋하게 누워있다가 5시가 되었다.
이제 현주와 지혜를 보러 가야지.
이제는 조용해진 유치장. 처음에 다가갈 때 폭발 맞지 않으면 된다.
시발. 폭발은 반사로도 안 튕겨질 거 같은데.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동료들을 전부 죽인 남자와 섹스를 하고 그 이후에 강간도 당했는데 또 살갑게 같이 다녔다.
게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유치장 안에 감금되어있다.
무슨 기분일까?
매혹의 존재를 안다면 크게 혼동은 없을 거다.
자신이 매혹을 당했으니 그런 거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면 끝이니까. 아마 그만큼 나에대한 증오심만 높아지겠지.
근데 매혹의 존재를 모르면? 모를 리는 없을 것 같지만…. 만약 모른다면?
그럼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할까?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겠지? 뭔가 조종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겠지?
어차피 이곳은 시야가 탁 트여있어서 조용히 다가가면 현주가 나를 먼저 발견할 방법은 없다.
들어오는 문을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으면 모를까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나를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겠지.
조용히 유치장이 보이는 곳으로 다가가 현주와 지혜에게 매혹을 썼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친근하게 말을 건다.
"잠은 잘 잤어?"
"바닥이 너무 딱딱했어…. 이불도 하나 없고."
"조금 건조했어요. 가습기 같은 거라도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아까까지만 해도 소리치며 절규하던 여자와 우울하게 앉아있던 여자라고 볼 수 없는 두 여자.
살짝 토라진 표정으로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그녀들.
매혹이 걸려 분노와 증오가 순식간에 거세된 모습.
"그래. 오늘 밤은 그런 것들 챙겨."
"뭐야. 오늘 밤도 여기서 자야 해?"
"싫은데…."
"어쩔 수 없어. 여기보다 안전한 곳이 없으니까. 참아."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결국 이 여자들은 내 말에 거역할 수 없다.
참으라면 참아야 하는 여자들.
"찝찝해서 좀 씻고 싶은데."
"저도요."
"그래? 그럼 씻으러 가자. 아직 시간은 널널하니까."
유치장 문을 열어주고 열쇠는 내가 챙겼다.
오늘 밤에도 쓰려면 잘 간수 하는 게 낫지.
유치장에서 나와 내 양쪽 팔에 팔짱을 끼는 두 여자.
나는 그런 여자들을 데리고 경찰서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