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29화 (129/703)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네 번째 스킬

어떤 자세로 자던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포즈가 똑같다.

승희를 팔베개해주고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내 모습.

음…. 가슴중독인가? 하긴 이걸 어떻게 참아.

큰 침대를 좀 가져와야 하는데 영 자신이 없다.

일단 매트리스를 옮겨야 하는데….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차로 실어야 한다.

근데 또 아무 차나 쓸 수가 없어. 트럭이 있어야 해.

게다가 벙커 입구로 매트리스가 들어오지도 않을 테고.

아침부터 가슴을 만지며 매트리스 생각이나 하다니. 참 느긋하구나.

자는 승희의 모습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이쁘다.

이런 여자가 왜 내 옆에서 이렇게 알몸으로 자고 있을까?

이 여자는 내가 어디가 좋은 걸까?

이 생활은 과연 맘에 드는가? 행복한가? 그런 의문들.

이런 씨발스러운 세상에서 이정도면 충분히 양호한 삶이라고 생각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게 자연스러운 거겠지? 당연한 거겠지?

손안에 가득 차게 들어오는 가슴. 이 가슴은 왜 이리 좋은 걸까?

남자 100명에게 가슴이 좋냐고 물어보면 100명 다 좋다고 할 거다.

남자 100명에게 가슴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100명 다 제대로 답을 못할 거다.

그냥 좋은 거야. 가슴은.

가슴도 좋고 감촉도 좋고 꼭지도 좋고 그냥 다 좋다.

정신이 나갔나 보네. 매트리스에 이어서 가슴예찬을 하고 있어.

"너무 열정적으로 만지는 거 아니에요…."

승희가 잠에서 깨며 내 쪽으로 돌아본다.

안돼…. 손에서 가슴이 떨어지고 있어.

내 품으로 안겨드는 승희.

나는 어떻게든 가슴에 손을 댄다.

"내 가슴 만지려고 날 곁에 두는 거예요…?"

하마터면 응이라고 대답할뻔했다.

위험했어. 뇌야. 정신 차려.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병신 머저리가 될뻔했잖니.

"무슨 소리야. 니가 좋은 거지."

꼭 안아주니 승희는 조금 더 내 품 안으로 파고든다.

등을 살살 쓸어주다가 자연스럽게 엉덩이로 손이 내려간다.

하여간…. 이놈의 손은 왜 주체가 안 되니.

"오늘도 나가요?"

눈을 감고 내 품 안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승희.

"응. 그래야지."

"겨울 되면 벙커에 콕 박혀서 안 나가겠다더니…. 맨날 나가네요."

"어쩔 수 없어. 죽지 않으려면 해야지."

"고생이 많네요…. 내가 도울 건 없고요?"

"힐은 계속 올리고 있지? 마스터 할 때 되지 않았어?"

"으음. 잠시만요. 스킬 창! 92퍼센트네요."

"그래? 얼마 남지 않았네. 역시 문제는 코인인가."

"코인…. 결국 사람을 죽여야 하는 거죠?"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는 승희.

"코인은 양도가 안 되니까."

"너무 걱정 마요. 나도 각오는 돼 있으니까. 나 살자고 남을 죽일 수는 없어요! 이런 멍청한 소리는 안 할 거예요. 그 순간이 닥친다고 빼지도 않을 거고요."

"그래. 현명한 생각이야."

만약 그런 소리를 했다면 내 쪽에서 정나미가 떨어졌겠지.

역시 승희는 사람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렇게 그녀를 믿고 잠을 잘 수 있는 거겠지.

"근데…. 나간다면서 이렇게 잔뜩 세우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내 물건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승희.

어젯밤에 그렇게 해댔는데도 아침이라 그런지 팔팔하게 서 있다.

"뭘 어떻게 해. 이렇게 하면 되지."

"꺅."

몸을 일으켜 승희의 다리를 벌렸다.

"이렇게 젖어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건 오빠가 계속 가슴을 만지고 있었으니까…. 읏!"

뭐라고 웅얼거리는 승희는 내가 그대로 삽입하니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입이 다물어졌다.

아침부터 굳이 요란하게 할 필요 없지.

부드럽게 천천히 승희의 몸을 느낀다.

격렬하고 거칠게 해야만 절정을 느끼는 게 아니잖아? 완만한 속도로 해도 안쪽이 천천히 자극되어 더 크게 느낄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승희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너무 길게 할 필요는 없다.

어제도 그제도 잔뜩 했기에 너무 오래 하면 쓰라릴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속도를 높이고 나도 사정한다.

"하아…. 지치지도 않나 봐."

"당연하지.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할 수 있다고. 씻자."

승희와 몸을 씻고 나와서 나갈 준비를 한다.

준비를 마치고 벙커 입구 앞에 서자 승희는 잘 다녀오라고 키스해준다.

이러고 보면 출근하는 신혼부부 같단 말이야.

뭐….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전동 휠을 타고 물류센터로 향한다.

12월의 바람은 너무 차갑다.

페이스가드와 고글, 귀마개와 비니를 썼는데도 틈으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파고들어 할퀸다.

물류센터에 도착했을 때 즈음엔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거 같다.

입이 얼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

게다가 바람만 차가운 게 아니다.

정종찬. 그리고 알 수 없는 적들.

갑자기 휙 하고 나타나 스킬을 갈길까 봐 걱정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속화도 사기다.

가속화에 감전 같은 스킬이 있다면 범위 밖에 있는 몇십 명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물론 반사가 없다면 말이지.

"왔어요?"

패딩을 과하게 입은 진영이가 나를 반긴다.

"별일 없지?"

"네. 늘 똑같죠."

"그래. 고생해라."

"고생은요. 그냥 멀뚱멀뚱 앉아있을 뿐인데."

"그거 드론 한다는 건 잘 돼 가고?"

"네. 이미 날리고 있어요. 지금은 충전 중이지만."

"그래. 알겠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진영이와 두어 번 바깥에 나갔다 왔었다.

CCTV를 동작시키는 데 필요한 자재와 그 외의 부자재들을 잔뜩 구하면서 드론도 몇 개 구해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주변 탐색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을테니까.

물론 너무 눈에 띌 수도 있지만, 성능이 좋은 드론은 높이 날 수 있고 멀리 볼 수 있으니 어느 정도는 괜찮을 거다.

평상시에는 살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의 드론들을 마음껏 들고 올 수 있기에 진영이는 상당히 신났었다.

어차피 비행금지 구역도 없고…. 좋을 만하지.

물류센터 안 텃밭은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되었다.

겨울 동안 땅을 놀리는 것은 낭비니까. 어떻게든 끊임없이 식량 생산을 해야 마음이 놓일 테지.

덕분에 매혹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엔 상당히 편해졌다.

여자들이 잔뜩 비닐하우스에 와있어서 일부러 모으지 않아도 됐으니까.

"어. 왔어요?"

"일찍왔네요!"

"요즘 맨날 오네요?"

자매와 미래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올 때마다 매혹을 걸기에 이 여자 셋은 나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높다.

셋 다 한 번도 안 했는데…. 호감도는 높아진 상황.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매혹 마스터 할 때까지만 참자.

"할 일 되게 없나 봐요? 맨날 오고?"

말은 저렇게 해도 얼굴에 반가운 표정이 드러나는 세아.

잠시 쉬는 척하며 내 곁에 자연스럽게 섰고 그걸 보는 자매와 미래의 표정이 살짝 새초롬해진다.

아무리 스킬 때문이라지만 나를 두고 질투하는 여자들이라니…. 참 비현실적이야.

"왜? 싫어?"

"흥.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있다 가요."

그러면서 다시 일을 하러 가는 세아.

어휴. 아까 승희와 하고 오지만 않았어도 그대로 덮쳐버리는 건데.

근데 또 그게 쉽진 않다.

여기에선 세아랑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결국은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소리.

세아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자매와 미래의 표정이 변하는 건 조금 무섭다.

여자는 무서워. 저런 것들을 일일이 신경써야하는 것도 귀찮고.

매혹의 숙련도는 고급 89퍼센트.

앞으로 남은 건 550번 정도. 앞으로 포션 스물 일곱 개 정도만 더 마시면 마스터를 찍을 수 있다.

가능하면 오늘 찍었으면 좋겠는데…. 스물 일곱 개라. 먹고 안 죽으려나?

여자가 넷 있기에 스킬을 쓰는 건 순식간이다.

결국은 포션을 먹고 몸이 버티느냐 하는 문제.

열 개 정도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몸에 확실히 부담이 가기 시작한다.

한 병 한 병을 마실 때마다 몸이 박살 나는 느낌이랄까.

그래. 섹스를 많이 해서 불알이 당길 때…. 그런 느낌이 온몸에 든다.

그리고 그걸 포션으로 회복시켜버리고 또 반복하는 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포션을 마시면 다들 눈치챌 테니 텀블러에 한 병씩 따라서 홀짝이며 마신다.

남들이 보면 다들 일하는데 앉아서 음료나 마시며 구경하는 놈팡이로 보이겠지.

뭐 어쩌겠어. 어차피 내가 일해야 할 필요는 없는걸.

내가 한 게 얼만데 밭일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 캐슬이란 곳도 이런 구조일 거다.

공격과 방어에 유리한 스킬은 치안을 맡고 불리한 스킬을 가진 이들이 식량 생산을 하는 구조.

그래. 이론상으로는 훌륭하지. 문제는 변질 가능성이 엄청나게 크다.

자고로 인간의 역사상 힘 있는 자들은 힘없는 자들을 착취해오면서 발전했다.

그 뜻과 의도가 훌륭하더라도 결국에는 힘 있는 자들의 욕심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욕심. 결국, 그게 문제다.

욕심은 형평성을 부수고, 부서진 형평성은 불만을 야기한다.

그렇게 발생한 불만은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점점 더 골이 깊어지고 다시는 메울 수 없어진다.

과연 그 캐슬이란 곳은 어떨까?

과연 공명정대하게 자신의 목숨과 평안을 보장받는 대신 노동으로 그 값어치를 지급하는 건전한 사회일까?

아니면 정말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마지못해 살아있기만 할 수 있는 인세 지옥일까?

남양주라. 거긴 또 어떻게 가보나.

크…. 스물 두 병째.

회복 포션을 먹지만 회복이 되는 건지 나를 죽이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죽으면 사인은 약물중독일 거다. 씨발. 그런 볼썽사나운 꼴로 죽을 수는 없지.

스킬 스무 번 사용 하는 것은 금방이다.

여자들이 전부 범위 내에 있으므로 얼마든지 돌아가면서 쓸 수 있으니까.

또다시 스무 번을 쓰고 포션을 텀블러에 따라 한 번에 마신다.

스물 세 병째.

좀만 쉴까? 아니다. 나약한 소리 하지 말고 마저 하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쉬기는 개뿔이.

후아. 그렇게 마저 포션을 처먹으면서 결국 매혹 스킬까지 마스터 했다.

매혹 인원 네 명. 시간은…. 두 시간.

미쳤어. 진짜 두 시간이 되네. 잠만 쪽잠을 잘 수 있다면 여자 네 명을 무한하게 매혹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린데.

아마 세희 년이 그러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지금 왜 또 세희 그년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에휴 병신.

"안색이 왜 이리 안 좋아? 뭐 잘못 먹었어?"

세아가 내게로 와 나를 보며 툭 던지듯 말한다.

그러자 자매와 미래도 내 곁으로 다가와 나를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매혹 씨발. 어쩌지?

지금 이 상황…. 그다지 좋진 않아 보인다.

내 상태가 안 좋은 것보다 여자들에게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별거 아냐. 화장실 갈 거야. 다들 일 봐."

도망치듯이 화장실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다들 일보라는 말도 명령으로 인지가 돼서 그런지 다들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시 하던 일을 하러 간다.

어우 씨발. 매혹 진짜…. 당분간은 봉인이다.

망가뜨려도 되는 사람한테만 써야지…. 이거 몹쓸 스킬이야. 내 취향은 아니라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