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상의 수면술사-124화 (12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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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백화점 다른 여자

키스하던 미나가 내 바지와 속옷을 내려준다.

역시 누군가 옷을 벗겨주는 건 느낌이 이상해.

약간 뻘쭘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 대해서 미나도 동의한다는 뜻이잖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미나를 뒤돌게 해서 가슴을 양손으로 포개듯 감쌌다.

탈의실 안에 거울이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거 같다.

내가 손으로 가슴을 잡고 있는 게 그대로 보였으니까.

남자는 시각으로 흥분하고 여자는 촉각으로 흥분한다고 했던가.

맞는 말인 거 같다.

그저 키스만 하고 가슴을 만졌을 뿐인데도 자지가 팽팽하게 부풀어있으니까.

미나의 허벅지 사이로 자지를 끼웠다.

허벅지와 음부에 생기는 역삼각형의 틈.

여자들 실루엣을 그리면 항상 꼴림포인트로 나오는 그 허벅지 틈에 자지를 끼우자 귀두가 보지에 닿는다.

허벅지 사이로 귀두가 빼꼼 나와 있는 게 거울로 보이니 웃기기도 하고 야하기도 하다.

게다가 가슴과 유두를 만지고 있으니 그걸 느끼고 있는 미나의 표정도 생생하게 보인다.

거울이 좋네. 거울 만세야.

미나가 손이 거울을 짚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거울에 짚은 손 주변이 몸의 열기 때문인지 뿌옇게 변한다.

거봐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준다고 그랬지?

어느새 미나의 몸에 돋았던 소름 같은 건 이미 다 사라졌다.

매끄러운 피부와 사락거리는 좋은 느낌만 남은 피부의 감촉.

허리를 숙여 엉덩이를 치켜든 미나.

손으로 미나의 보지를 덮어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만져준다.

잔뜩 젖어 드는 보지.

미나의 몸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손가락이 아니라고. 다른 걸 넣어달라고 애원하는 느낌이다.

조금 더 애태워 볼까?

자지를 잡고 보지 입구에 비비자 젖어있는 보지 살이 마치 내 자지를 잡아먹을 것처럼 덮는다.

하지만 넣지 않고 계속해서 귀두로 보지를 비볐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가슴을 주물렀다.

미나가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진다.

왜 바로 넣지 않고 애태우고 있는지 원망하는 듯한 신음.

한참을 그렇게 넣지 않고 입구만 자극하자 결국 미나가 자신의 손으로 내 자지를 안으로 인도해서 넣는다.

자지는 저항 없이 안쪽까지 쑤욱 들어갔고 미나는 작게 만족스러운 신음을 내며 몸을 구부린다.

안쪽에 자지를 깊게 넣은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미나의 가슴을 만졌다.

역시 거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래쪽에 내 물건이 들어있는 채로 가슴이 만져지는 미나의 모습.

거울…. 너무 좋은데? 집에도 어떻게 달 수 없나? 흥분이 두 배로 되는 느낌이야.

미나는 스스로 허리를 살짝씩 움직였다.

스스로 자극을 원하는 모습. 애태우는 건 그만해야겠다.

미나의 골반을 잡고 허리를 흔든다.

거울에 손을 대고 허리를 잔뜩 치켜든 채 나의 자지를 느끼고 있는 미나.

출렁이는 가슴과 잔뜩 느끼는 표정이 거울에 비쳐 보인다.

애태운 보람이 있는지 미나의 신음이 평소보다 야하다.

안쪽 깊숙이 자지가 찔릴 때마다 앙큼한 신음을 내며 쾌감을 만끽한다.

처음 미나와 섹스를 한 이후에도 섹스는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다.

다 해봐야 두세 번 정도? 미나는 아직 섹스라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섹스는 약간 좋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두려움을 떨치고 있다는 뜻이니까.

더는 과거에 얽매여 매몰되지 않는다는 거잖아?

밖에 나오는 것도, 이런 섹스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둘 다 절정에 도달했고, 나는 자지를 뽑아내어 미나의 등에 사정했다.

얼마나 세차게 사정을 했는지 정액이 거의 날개뼈까지 발사됐다.

신기록이네. 그 정도로 좋았던 거야?

나는 나가서 아무 면티를 하나 가져와 미나를 닦아주고 내 물건도 마저 닦았다.

섹스가 끝나자 따듯해졌던 몸이 식는지 몸을 부르르 떠는 미나.

"옷 입어. 춥겠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 미나.

약간 루즈한 핏의 회색 맨투맨, 그리고 발목이 보이는 검은 레깅스.

역시 외모가 좋으니 뭘 입어도 어울리네.

적당히 입는 것들이 모두 공항패션이 돼버리잖아?

"신발도 필요하겠네."

"있으면 좋죠."

"가자. 위에 많으니까."

6층. 영 앤 스포츠, 아웃도어용품 파는 곳으로 올라가 신발도 두어 켤레 골랐다.

본인은 나갈 일이 거의 없다고 두 켤레나 필요 없다고 했지만, 혹시 모르니 하나는 바로 신고 한 켤레를 더 챙겼다.

"저…. 잠시만요."

"응?"

"잠깐 여기 있어요."

속옷 매장으로 들어가는 미나.

아. 여기는 세아가 죄다 뒤집어 놨던 곳인데.

미나는 그런 매장을 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세아와는 다르게 금방 찾을 수 있었는지 바로 몇 개를 챙겨서 나오는 미나.

"가요. 이제 어지간한 건 다 구했어요."

"그래.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또 나오면 되니까."

내 말에 환하게 웃는 미나.

밖에 나오는 게 그렇게 좋은가? 하긴.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면 그럴 수 있지.

집에 돌아가면서 미나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한다.

"그…. 동생분이요."

"응?"

"미안해요. 말해도 돼요?"

아. 무슨 말인가 했네. 아파트에 있었던 지연이의 흔적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까 봐 동생이 살았었다고 대충 둘러댔던 그 이야기인가.

"해봐."

"동생분…. 물건이 조금 있던데 그건 어떻게 할까요? 한곳에 잘 모아두긴 했는데."

"아아. 그거. 그건 아마 동생 거 아닐 거야. 동생 말고도 다른 애들도 있었으니까. 동생 물건은 몇 개 없었어. 그건 내가 다 처분했고. 그 집에 있는 건 다 정리해도 돼. 솔직히 말해서 나도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니까."

거짓말은 적당히 해야지 너무 복잡하게 하면 나중에 골치 아프다. 전부 기억할 자신도 없고.

"아…. 알겠어요."

괜한 걸 물어봤다고 생각했는지 약간 풀이 죽은 미나.

나는 그런 미나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 집은 너 살라고 준 거니까 세세한 거 신경 안 써도 돼."

"괜히 제가 쓸데없는 걸 물어본 거 같아서."

"괜찮아."

그제야 미나는 다시 내게 팔짱을 낀다.

옷들을 잔뜩 들고 가느라 모습은 조금 이상했지만, 어쨌든 미나가 팔짱을 끼워주는 것은 기분이 좋다.

"어. 잠시만요."

아파트 근처의 상가 주변을 걷는데 미나가 내게 말한다.

"왜?"

"저기, 저기 저 가게 가보면 안 돼요?"

"어디?"

"저기 뜨개방이라고 돼 있는 가게."

"뜨개방?"

"네. 가봐요. 저기."

"그래. 그럼."

상가 2층에 있는 가게.

가게 이름만 보고 대충 그럴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직접 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와. 진짜 해보고 싶었던 거에요.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스웨터 같은 거 손으로 만드는 그런 거지?"

"네. 맞아요. 목도리나 그런 거요."

"그렇구나."

벽 한가득 놓여있는 색색의 털실. 곳곳에 만들어져있는 털실로 짠 제품들.

옷, 가방, 모자, 인형…. 별의별 것들이 다 있다.

"이것들 좀 챙겨가도 되죠?"

"물론이지. 주인 허락 받을 것도 아니고. 근데 이거 챙겨갈 게 좀 많겠지?"

"네. 아무래도 부피가 있으니까…. 게다가 저 책들도 좀 챙겨가야 할 거 같아서."

"그럼 여기 잠깐 있을래? 집에다가 옷 가져온 거 놓고 올게."

"어…. 혼자요?"

"왜? 무서워?"

"네…. 혼자는 조금."

"그럼 집에 같이 갔다가 오자."

"알겠어요. 급한 거 아니니까."

그렇게 집에 가서 물건을 전부 놓고 뜨개방으로 돌아왔다.

신나서 잔뜩 물건들을 담는 미나.

"어차피 집 앞인데 그렇게 많이 가져갈 필요가 있어?"

"오빠가 없는데 실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하긴. 나야 탐지가 있으니 마음 놓고 다니는 거지 탐지가 없다면 문 바깥의 세상은 함부로 나다니기 힘들긴 하지.

드러나 있는 위협보다는 미지의 공포가 더 무서운 법이니까.

"알았어. 어차피 집이랑 가까우니 아예 여기 있는걸 다 가져가 버려도 돼."

"고마워요."

가게에 있는 커다란 봉지들을 챙겨 정말로 털실 같은 것들을 잔뜩 챙기는 미나.

특이한 색의 털실 같은 것들은 놔두고 정말 가게에 있는 물품들을 전부 다 가져갈 기세다.

뭐. 이런 거로 심심함을 줄일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챙겨가도 되지.

내가 늘 같이 있어 주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물건을 챙기는 미나를 보며 잠시 생각했다.

승희와 미나를 함께 두는 것은…. 멍청한 짓이겠지?

아무리 세상이 이렇게 되었다 치더라도 두 여자를 함께 두는 것은 얻는 이득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

번거롭고 귀찮아도 철저히 분리해 놓는 게 일을 깔끔하게 하는 데는 훨씬 낫지.

그래도…. 욕심은 생긴다.

승희와 미나, 세아를 한곳에 모아놓고 함께 사는 모습.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좋긴 할 텐데.

쩝. 무슨 방법이 없을까.

다 같이 모아 놓으면 얻게 되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일단 내가 덜 번거로워지겠지. 지금처럼 두 집 살림을 안 해도 되니까.

게다가 여자들도 조금 덜 심심할 거다.

게다가 보안도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겠지.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불안하긴 하다.

승희든 미나든 탐지 스킬을 가진 놈이 근처로 오기만 하면 위치가 발각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무런 방어능력이 없다.

벙커의 문과 아파트의 현관문이 쉽게 돌파당하진 않겠지만 완벽한 방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

다만…. 가장 문제인 것은 셋을 모아놨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된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사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할렘 같은 건 여자들의 질투심을 전혀 무시한 환상과 같은 일이다.

하물며 조선 시대 때 왕도 후궁들의 시기와 질투에 그 지랄 염병을 떨었는데….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약하진 않을 거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다 같이 사이좋은 포썸? 그건 망가나 야동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뭔가 계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그럴만한 절대적인 이유라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떠오르는 게 없다.

어쩔 수 없지. 떠오를 때까지 지금 생활을 이어가는 수밖에.

"다 챙겼어요."

"그래?"

미나가 챙긴 것을 보니 양이 엄청 많았다.

게다가 박스 같은 것도 몇 개나 있다. 이건 뭐야…. 털실 들어있는 박스네.

"평생 뜨개질할 수 있겠네."

"하하…. 모자란 것보단 낫겠죠."

"그래. 그럼 일단 옮기자. 몇 번은 왔다 갔다 해야겠네."

그렇게 말한 나는 미나와 함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분명 이런 삶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해보자.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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