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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지구
"너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근데…."
"씨발 새끼야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해."
"악!"
남자의 배를 발로 밟자 남자가 비명을 지른다.
"소리도 지르지 말고."
"크크큭."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남자.
"웃어?"
"너 이 새끼 그냥 좀만이네. 큭큭."
"씨발아 닥치라니까?"
퍽
"흐윽."
이번엔 배를 찼는데 조금 위로 찼더니 남자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고통스러워한다.
"너…. 큭큭."
고통스러워하던 남자는 다시 웃는다. 뭐지 이 미친놈은?
"너! 이! 개새꺄! 세상살이가 니 맘대로 될꺼같냐!!!"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자.
나는 깜짝 놀라서 남자를 재워버렸다.
놀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바깥을 살펴봤다.
혹시라도 방금 남자의 외침을 듣고 누가 올까 봐 걱정했지만, 10분이 지나도 바깥은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온 나는 그제야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가오를 부려? 넌 오늘 뒤졌다. 아…. 원래 죽일 거였지. 넌 오늘 곱게 뒤질 생각은 말아라.
남자의 입을 테이프로 잔뜩 막았다.
몸도 다리도 팔도 한 번씩 더 감았다. 흡사 테이프 색 번데기 같은 모습.
그리고 석궁을 장전하고 다리를 겨눴다.
다리 맞고 바로 뒤지진 않겠지.
투칵!
퍽!
왠지 벙커 안에서 보다 소리가 더 큰 거 같다.
"으으으으으읍!"
볼트가 남자의 허벅지를 뚫고 벽에 박혔고 남자는 그 고통에 벌떡 깨더니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어디 계속 가오질 부려보지그래?"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
두 번째 볼트를 걸어 이번엔 허벅지를 맞췄다.
"으으으으으읍!!!!"
볼트는 허벅지에 박혔다. 종아리는 뚫더니 허벅지는 못 뚫어? 뼈에 막혔나?
고통에 몸부림을 치지만 꼼꼼하게 테이프 질을 해놔서 꼼짝도 못 하는 남자.
허벅지에 박힌 볼트를 잡아 뽑았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볼트도 챙겼다. 한정 수량이니 잘 챙겨야지. 암.
남자의 허벅지에서 피가 콸콸 뿜어져 나왔고 금방 바닥에 고인다.
이대로 둬도 죽을 것 같네? 빨리 더 쏴봐야겠다.
이번엔 배에다 대고 석궁을 갈겼더니 그대로 관통했다.
남자는 몸을 크게 튕기더니 그대로 드러누웠다.
와. 석궁 위력 엄청나구나? 이정도면 잘못 맞는 거 아닌 이상 몸에 박혀서 같이 사라질 리는 없겠네.
다만 즉사가 아니라서 피를 콸콸 흘리는 게 맘에 안 들었다.
어차피 죽으면 다 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 피 냄새와 바닥에 고이는 게 맘에 안 들었다.
머리를 쏴볼까? 머리는…. 아무래도 박힐 것 같은데. 그럼 볼트 하나 날아가는 거잖아?
머리 말고 목을 쏴볼까? 목은 뚫겠지? 아니다…. 목뼈랑 목 근육이 상당히 강하다는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남자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이런, 쓸데없는 고민이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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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못 얻은 게 아쉽다.
뭔 병신 새끼들이 가오만 잔뜩 있어서 뻗대고 지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조폭 새끼들인데. 아니지. 조폭은 씨발. 이런 새끼들은 걍 조폭인 척 하는 양아치지. 따까리나.
이미 죽어버린 놈을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지. 이제는 전리품을 옮길 시간이다.
여자와 차. 그리고 차에 실린 짐.
와. 맙소사. 갑자기 존나 럭셔리해진 기분이네.
근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저 차를 끌고 가는 게 잘하는 짓일까?
전기차면…. 그래도 조용하겠지. 기름 차처럼 시끄럽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고요한 세계에서 차는 너무 눈에 띈다.
게다가 여자. 여자를 들고 멀티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다. 아니 뭐 하면 하겠지만 중간에 아파트단지가 있는 게 걸린다.
고민고민고민.
생각해보니 의외로 답이 나왔다.
이 차가 운행된 게 처음은 아닐 거다. 여기 올 때도 타고 왔을 테니까.
이 새끼들이 조폭이고 운행을 여러 번 했다면, 그리고 주변에 감시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면 이차가 조폭 차라는 것을 알겠지?
그럼 내가 지금 한번 운전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거다. 다들 이놈들이 죽은 건 모를 테니까.
좋아. 끌고 가보자. 어차피 충전도 못 하니 두고두고 쓰는 건 무리라고 해도 일단은 한번 써보자.
뭐, 내가 면허 따고 도로 주행 한 번만 해본 게 운전 경력의 끝인 부분이 사소한 문제긴 하지만 그 정도야 뭐.
일단 트렁크를 열어서 여자의 수면을 초기화했다.
그리고 차에 실린 짐을 확인했다. 뭔데 이렇게 잔뜩 옮겼어?
살펴보니 옥수수 통조림과 토마토 통조림, 뭐 그런 것들이었다.
아…. 피자가게라고 해서 이런 게 있던 거야? 근데 이게 아직도 남아있다고? 신기하네.
일단 물건은 확인했으니 이제는 자리를 뜰 시간이다.
나는 당당하게 운전석에 앉았다.
와. 두근두근하는데?
시동키를 누르자 차에 시동이 걸렸다. 의외로 생각보다 조용하다.
어디 보자…. 이렇게 하면 앞으로 가는 거지? 오오오 간다.
차가 움직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뭐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삶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
어차피 일회용이긴 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잖아?
비록 속도는 느리게 가고 있지만 걷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르다.
게다가 남의 시선이나 눈치 신경 안 쓰고 막 간다는 해방감 같은 것도 있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문제가 생겼다.
내가…. 도로를 잘 몰라.
걸어서 가는 거라면 머릿속에 지도가 딱 그려지는데 차를 타니 막막했다.
하지만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움직이는 차 하나도 없는데 굳이 제대로 도로 타고 갈 필요 없잖아?
나는 멀쩡한 세상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기상천외한 주행으로 도로를 달렸다.
아마 옆자리에 운전 잘하는 사람이 타고 있으면 반응은 둘 중 하나였을 거다.
내 죽빵을 때렸거나, 아니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거나.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과연 차를 타고 어디까지 가야 할 것인가.
멀티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은 내 멀티는 여기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 될 텐데.
어떻게 할까? 고민이다. 아니 일단은 멀티까지 차를 운전하는 건 가능한가?
한참 시간이 지난 거 같아서 시계를 보니 아직 10분밖에 운전을 안 했다.
와…. 진짜로? 한 30분은 운전한 느낌인데.
앞으로 10분 안에 도착해야 하는데…. 아니면 여자에게 수면을 한 번 더 걸던가.
차도는 생각보다 차가 없다.
중간중간에 사고가 나 있거나 길이 막힌 곳은 몇 군데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차를 운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진 않았다.
내가 아예 골목을 안 들어간 게 크긴 했지만…. 골목이라니. 자신 없다. 차 엄청 긁어먹을 거 같은데.
어라? 차 긁어도 상관 없는 거 아니냐? 어차피 내차도 아닌데. 생각해보니 그렇네.
5분 정도를 더 운전하니 드디어 아는 길이 나왔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주택단지가 나오겠지?
주택단지에 들어선 뒤 멀티가 있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리고 빠르게 트렁크를 열고 여자를 문 열린 집안 정원에 내려놨다.
설마 이 날씨에 얼어 죽지는 않겠지? 옷도 챙겨입고 있는데?
수면을 한 번 더 걸고 빠르게 차를 탔다. 이제 이 차를 어디에다가 놓느냐가 문제인데.
집 근처에 놓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뜨려 놓기도 조금 모호했다. 차 위치 확인 같은 게 될 수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시야 안쪽에 놓고 싶은데.
일단은 CCTV 끝자락에 걸릴 수 있게 해놓아 봐야겠다. 그래야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나름 열심히 주차를 해봤는데 영 어설프다. 이건 주차한 게 아니고 차 버리고 간 느낌이잖아.
아니지….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차를 버리고 간 것처럼 해놔야 조금 자연스러울까?
차를 다시 움직여 카메라가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가장 큰길 한복판에 세워놨다.
그리고 문을 열어놨다. 방전되라고.
음. 이정도면 자연스러운가? 어차피 시체가 남지 않는 세상이니 이렇게 해놓으면 이 차 본 놈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겠지?
통조림들은 어떻게 하나. 옥수수랑 토마토랑 이런 게 필요 있나? 먹을 수는 있고?
씨발…. 귀찮다. 내가 코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여기다 놓는 게 자연스럽겠지.
그렇게 차를 놓고 여자를 데리러 가려다가 머릿속에 퍼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아. 블랙박스!
차로 돌아가 블랙박스의 메모리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왜 블랙박스를 생각 못 했지?
이거면 블랙박스에 들어있는 영상도 볼 수 있잖아? 오…. 씨발. 나는 천재야.
근데 뭐로 봐야 하지? 이거 메모리 보는 걸 어떻게 하더라? 메모리 리더기만 있으면 되나? PC도 있어야 하네.
뭐…. 그런건 천천히 확인해보도록 하고.
여자를 눕혀놓은 집으로 갔다.
아직 얌전히 누워있는 여자.
여자를 들쳐 안았지만, 힘이 하나도 안 든다. 오히려 다른 쪽에 힘이 불끈불끈 들어간다.
즐거운 일이야.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기분은.
흥겨운 기분으로 여자를 안고 멀티가 있는 집 쪽으로 향했다.
이럴 때일 수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내가 숨어서 지켜본다면 딱 이 타이밍에 습격할 테니까.
쫄보의 심정으로 신중하게 주변을 경계하며 결국 벙커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이 뛴다.
하지만 밀려오는 성취감에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씨발! 해냈어! 해냈다고!
여자의 수면이 3분 남았기에 고민을 좀 했다.
이대로 깨울까? 한 번 더 재울까?
아냐. 잠은 그만 재우자. 일단은 묶어 놓자.
빠르게 테이프를 꺼내 여자의 팔과 다리를 둘둘 감고 눈과 입을 막았다.
이제 일어나겠지? 그럼 잠시 이러고 있으라고.
일단 몸을 좀 씻어야겠다. 내 땀 냄새지만 내가 못 참겠네.
여자가 깨어난 것 같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옷을 훌훌 벗었고 콧노래를 부르며 씻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