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490화 (490/813)

〈 490화 〉 484+ 현친왕과 성제

* * *

환인의 직업명이 된 성제??, 혹은 성체라고 읽을 수 있는 두 글자는 대성녀와 영성들이 의논 끝에 내놓은 것이었다.

정확히는 의논 끝에 나온 다섯 개의 직업명을 본 대성녀가 독단으로 강행했다.

처음에는 200여 종이 넘는 무수한 직업명 어느 것과도 중복되지 않고, 중의어가 없어야 하며, 음운과 음률이 영도의 규율에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지으려 하였다.

영성들과 머릴 맞대고 60여 개의 직업명을 내놓은 대성녀는 그들과 함께 추스르고 추슬러 5개로 줄였고, 그 결과물에 대성녀는 실망의 한숨을 폭 내쉬었다.

60여 개 중 그나마 낫다 싶은 걸 뽑아놓았는데, 이렇게 뽑고 보니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던 것.

직업명이란 직관적이면서도 이해가 쉽고 발음하기 좋아야 하며 글귀 또한 수려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좋은 예시가 바로 검희다.

그런데 뽑는다고 뽑아놓은 직업명은 글자 수가 네댓 글자를 넘는다. 음률마저도 10점 만점에 5~6점을 오가는 것들 뿐이며 음률에 맞춘다고 의미가 모호해진 것도 있다.

글자 수가 늘수록 뜻에 음을 맞추기 어렵고 매끄럽게 읽어지지 않는 법이라지만…….

알노르의 지안신주. 에쉬누르의 신위난천. 영도제불성. 대지평의 성광휘열무.

대성녀는 심각하고 무거운 얼굴로 영성들과 추슬러낸 직업명을 전부 지우고 자신의 권한으로 선언했다.

《환인 성자님의 직업명은 알노르의 성제로 하지.》

우려는 당연히 나왔다.

동음이의어로 성술 직업군 중 희귀 직업으로 성제??가 있으며 각국에는 성제??라고 불리는 이들이 역사에 몇 명이나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대성녀는 그런 우려를 일축했다.

《성자, 성녀는 본디 사대 교단이 최고위 성직자에게 부여하는 칭호요. 그러던 것이 혼재를 발견하여 물리치고 억제해 사람들을 구한 영혼사에게 주어지는 칭호로 알려졌지. 이유가 무엇이겠소.》

《대성자, 그리고 대성녀 또한 현재는 영도의 수장인 영성의 칭호가 된 지 오래.》

《카락스의 암살자도 마찬가지요. 그에게 시달리고 살해당한 호족, 귀족, 족장들이 원한을 담아 낮잡아보기 위해 암살자라 부르기 시작했으나 현재는 엽사들의 정점으로 여겨지고 있소.》

《성자님의 활약에 따라 성제 또한 영혼술의 유일 직업자, 환인 성자님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것이오.》

오히려 그래서 더욱 좋다. 그의 뜻에 따라 유명세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러한 이유로 영혼 계통의 유일 직업명은 성제가 되었다.

그리고 알노르의 성제가 된 환인은 그 시각, 스스로 찾아오는 여체에 파묻혀 지내고 있었다.

처음은 샤페=메이로, 영사교육기관을 맡은 인록족의 영성이었다.

약간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에 약간 작은 사슴 귀가 조그마한 뿔과 함께 난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여자.

=……그리해서 성제님의 직업명이 알노르의 성제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랬군요.”

=대회의장에서도 느꼈지만 성제님께서는 자신의 직업에 별다른 감흥이 없으시군요?=

“제가 그런 면이 있습니다.”

두 차례 뜨거운 정사를 끝낸 환인은 샤페 영성에게 팔베개를 내어준 뒤 자신의 직업명이 정해지게 된 중간 과정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환인은 직업명을 정식으로 통보하는 과정을 궁금해했고, 내정사무기관에서 이미 아드지에 있는 사대 교단 지부를 찾아가 관련 사실을 알렸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 내에 각 교단의 본단에 연락이 들어가 정식으로 등록된 뒤 일주일에 걸쳐 전 대륙으로 퍼져나가겠지요. 성제님의 외모에 대한 것도 같이 알려질 테니 이전처럼 정체를 감추고 암행을 하시겠다면 좀 더 정체를 감추는 수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안면인식저해 마도구로는 부족할까요.”

=한동안 도시와 마을 위주로 얼굴을 숨긴 파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지요. 다른 수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에 관한 것은 저 다음에 찾아올 아야빗 영성에게 물어보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할까요.”

=네, 네? 벌써 두 번이나 하셨는데 또……?=

샤페는 조금 얼얼한 보지에 닿는 남자의 굵은 손가락을 느끼곤 시선을 내렸다가, 마치 강철 기둥처럼 발기해있는 자지를 발견하곤 입을 다물었다.

한 번 하면 지쳐서 반나절은 서지 않는 동족 남자와는 정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절륜한 정력.

거기다 나이 먹은 자신의 몸을 이렇게나 탐하는 그의 모습에 여자로서 알게 모르게 마음이 흡족해진 그녀는 허벅지를 살짝 벌려 보지를 내어주면서 그의 귀에 속삭였다.

=성제님은 정말 수컷으로서도 뛰어난 분이시군요……. 샤페는 마음 깊이 감복하였습니다.=

“그건 샤페 영성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무지 다섯 자녀의 어머니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지셨으니까요.”

=말씀만이라도 감사…… 하흑.=

그저 성제의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한 샤페와 다르게 환인은 내심을 그대로 입 밖에 냈을 뿐이었다.

최상급 직업자에다 젊고 예쁜 여자친구들과 몸매 관리에 필사적인 유르파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상위 5%에 들 정도의 몸매였으니까.

하지만 속궁합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는지 울부짖고 흐느끼며 온몸의 수분을 내보낼 것처럼 흥분하고 느끼던 샤페와 다르게 환인은 그렇게 기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섹스 경험이 많지 않았는지 보지를 잘 조여주지도 못했고 속도 꽤 넓은 편이어서 약간 헐렁한 느낌이었던 것.

그럼에도 그녀를 세 번이나 안은 것은 전적으로 영기 때문이었다.

일반인의 영기는 자궁에 주먹 정도만 맺혀있다. 이건 직업자와 비 직업자도 동일하다. 온몸이 영기로 가득 차 있는 안느가 비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영혼사는 다르다. 일반 영혼사인 이엘카타마저도 자궁을 넘어 아랫배 전체를 영기가 뒤덮고 있었고 상급 영혼사인 아지에라는 명치부터 치골까지 뒤덮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영성인 샤페는 몸통을 넘어 팔다리까지 영기가 뻗어나가는 중.

게다가 영기의 질 또한 조금 달라서, 그저 몸 안에 쌓이는 느낌인 일반 영기와 다르게 영성의 것은 부드럽게 흡수되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역시 정화 효과는 대성녀의 종족 때문이었군.’

그렇게 약 한 시간 반 동안 열심히 샤페를 안아 그녀의 하루치 영기를 전부 흡수한 환인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던 그녀의 외모가 단번에 20대 중반까지 젊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쩐지…… 몸이 매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명상해보아야 알겠지만, 대성녀님의 말씀이 맞았군요.=

주위에 거울이 없어 자신의 외모 변화를 알지 못한 샤페는 세정 마도구로 몸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정화한 뒤 옷을 입고 감사 인사를 남긴 뒤 떠나갔다.

그녀의 다음으로 찾아온 인물은 샤페가 말했던 대로 아야빗=우마크레, 술식연구기관의 기관장이었다.

=오는 길에 샤페 영성을 뵈었는데, 괜찮을까요? 힘에 부친다면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야빗은 몸과 마음 양쪽 다 건강한 여자의 표본 같은 사람이었다.

머리 위로 베이지색 토끼 귀가 길게 나 있는 그녀의 키는 안느와 버금갈 정도로 크다.

비율 또한 그에 맞춰져 있었고 몸 곳곳에 단련한 여성의 흔적이 베어나오고 있어 가녀리고 연약함보다는 강인함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여자다.

흔히 같은 여자에게 사랑받는 타입.

“직업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하루종일도 가능합니다.”

=온종일인가요. 음… 혹시 인토족 남자들처럼 결합 시간이 짧나요?=

“그건 직접 확인해보시면 되겠군요.”

환인의 여상한 대답에 아야빗은 걸크러시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영혼불길 로브가 아닌 연구원 가운 같은 것을 벗었다. 그리고 큰 가슴을 고정하느라 묶어놓은 붕대를 풀며 호기심이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샤페 영성이 눈에 띄게 젊어졌던데, 혹시 그것이 성제님의 특성일까요?=

“제가 이때까지 확인한 효과는 신체가 젊어지는 것, 신체가 최적화되어 미모가 향상되는 것 두 가지였습니다. 대성녀님의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젊어진다니 그것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다 못해 연구 욕심이 날 정도군요. 견본은 몇 명 정도인지?=

직업이 연구자와 비슷해서인지 질문도 섹스보다 특성 분석에 초점이 잡힌 듯한 모습.

환인은 알몸이 된 아야빗의 베이지색 단발과 그와 같은 색인 무성한 보지털을 보며 대답했다.

“400명 정도입니다.”

얼마나 무성한지 서서는 보지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것은 색과 머리카락보다 몇 배나 가는 탓이겠지.

=그 정도면 입증에 충분한 숫자네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지금 이건 성제님에게도 이득이 있는 거지요?=

대답 대신 작게 웃은 환인은 완전히 알몸이 된 아야빗에게 다가가 세월 탓인지 조금 처진 그녀의 수박만 한 가슴을 밑에서 받쳐보았다.

흡사 물풍선처럼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살결이 일품이다.

그 가슴을 한 입 베어 물면서 그녀를 밀어 벽에 기대게 한 환인은 잠시 젖을 빨고 만지다가 그녀를 쪼그려 앉게 한 뒤 입에 자지를 물렸다.

그녀의 입을 가만히 내버려 두자 쉬지않고 특성의 분석과 소감을 내놓으며 계속 떠들었기 때문.

=믕흣! …조, 조금 크네요. 하지만 확실히 형태가 루크랑 여자에게 알맞은, 우웁.=

빨면서도 떠드는 그 입에 자지를 좀 더 찔러넣은 환인은 그녀의 뜨거운 혓바닥에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젖가슴을 베어 물때 느꼈던 거지만, 체온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1~2도 정도 더 높다.

보지도 똑같이 뜨거울까.

=후으윽…!=

정답이었다. 일으켜 세워 벽을 짚고 서도록 한 뒤 들어간 보지는 입에 못지않아 마치 열탕에 들어간 것처럼 뜨겁고 눅진눅진했다.

그렇게 입식으로 한차례 정사를 끝낸 환인은 침대로 자리를 옮기며 샤페에게 조언받은 것을 물었다.

=확실히 샤페 영성의 말대로예요. 앞으로 안면인식장애 후드보다 변장 마도구를 쓰는 게 좋겠죠. 머리카락 색을 자연색으로 바꾸고 귀만 플뢰처럼 길게 늘여도 의심 사지 않을 걸요.=

“그럼 그걸 구해야겠군요.”

=오늘 일의 답례라고 하기에 약소하지만, 성제님과 영혼 기사분들의 것까지 준비해드리겠어요.=

“기왕이면 유르파에게 제작법도 전수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러니까…….=

아야빗은 이번엔 개처럼 엎드린 뒤 짧고 복실복실한 토끼 꼬리를 좌우로 살랑거리며 환인에게 보지를 훤히 드러냈다.

=한 번만 더 해주시겠어요?=

“바라마지 않던 제안이군요.”

환인은 키에 걸맞지 않게 좁기 그지없는 그녀의 보지를 탐색 & 탐험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100세 기준 49세) 아이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었다.

=결혼보다 연구가 더 좋아서요. 결혼하면 남편도 돌봐야 하고 아이도 낳고 키워야 하고…… 연구 시간을 빼앗기는 건 사양이었거든요.=

“오랫동안 연구 생활을 하기 위해 몸도 관리한 겁니까.”

=맞아요. 건강한 연구는 건강한 몸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으흑. 기, 깊어요.=

“의외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신비인 만큼 그것도 경험해보고 싶었을 듯한데.”

=사실이에요. 섹스도 어떤 건지 궁금했고요. 하지만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하는 것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손익이 맞질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이야기에 환인은 복숭아처럼 토실토실한 엉덩이골 사이로 자지를 꽉 물고 딸려 나오는 보짓살을 보았다.

처녀 같은 조임이지만 사이로 투명한 애액만 흐를 뿐, 혈흔은 보이지 않는다.

=흐으으… 막대기로 자위하면서 처녀막을 찢어서 그래요. 몸의 절정 반응은 궁금한데 남자와 교배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흑!=

두 번째 절정에 올라 고양이처럼 엎드려 엉덩이만 부르르 떠는 아야빗.

흠칫거리는 허리와 주기적으로 꼭꼭 자지를 무는 보지 감각이 처녀처럼 어색하지만 색다른 맛이다.

절정에 허덕이는 걸 보며 몇 번 더 찔러주니 팔을 뒤로 허우적거리며 잠깐만 멈춰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꼴리게 하는 부분.

그 뒤로 30분간 대화와 섹스를 반복한 아야빗은 3번 더 절정에 오른 뒤 자신의 몸에 벌어진 변화를 손거울로 확인하곤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오랫동안 연구할 연구 과제가 생겼다면서 말이다.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족히 30년은 젊어진 듯한 느낌이네요. 몸 안의 영기가 성제님에게 흘러 들어가며 제법 감소했는데 그게 연관이 있는 거겠죠? 영기와 신체의 유사성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 경험이 매우 도움이 될 거 같군요.=

“이 일은…….”

=아, 대성녀님께도 주의와 당부를 받았어요. 성제님의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아야빗은 그리 말하면서 옷을 챙겨입고 떠나갔고, 그 뒤로는 트라프로넨과 비마르, 내정사무기관장인 나스카른=오브 영성의 손녀, 자녀가 찾아와 환인과 몸을 섞는 시간이 이틀이나 이어졌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