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3화 〉 437 호반 도시 알소프
* * *
동물원에서 사육당하는 것처럼 뒤룩뒤룩 살찐 하마 인간, 카드람의 환영 인사에 환인은 주변을 파악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모른 척 잡아떼려고 하다니.
그걸 확신하게 되는 이유는 카드람의 좌우로 배치된 인물들의 면면 때문이었다.
카드람이 앉아있는 옥좌 근처에는 위치상 비슷하지만 교묘하게 상석으로 느껴지는 배치로 몇 명의 자리가 마련되어있었는데.
‘저들은 알소프 땅신 교단의 고위층인가.’
한쪽에는 황갈색 사제복 비슷한 차림, 안느의 교단 예장??과 비슷하지만, 장삼 같은 것을 한 겹 더 걸친 남녀 두 명이 좌식에 단정히 앉아있었다.
둘 다 5급을 넘는 직업자로 자신의 지위와 신분에 종교적 믿음이 느껴지는 자세의 사람들.
그러한 교단 인물들의 반대쪽에는 환인이 자초지종과 카드람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 원인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빛 내림 현상처럼 빛이 은은히 내려오는 아우라의 두 명 남녀.
빛 내림 아우라가 영혼사의 아우라라는 것은 파르히스트에서 이엘카타를 보며 알게 되었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영혼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터.
즉, 저들이 저 자리에 있는 이유는 카드람이 영도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증거이며 자신을 공격한 사실을 오해라고 잡아떼기 위한 포석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회색 삽살개 머리의 남자와 실눈 보라색 머리카락 여자, 두 영혼사는 어째서 자신을 향해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들개 전사단이 카드람을 보자마자 날뛸까 싶어 그녀들의 영혼은 백려강과 함께 연회장 밖에 대기시켜놓았다.
저 영혼사들의 시야각으로는 그녀들의 혼이 보이지 않을 텐데…….
‘적개심은 없는듯하니 상관없겠지.’
환인은 카드람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물끄러미 뒤룩뒤룩 살찐 하마 인간을 응시했다.
그 행동에 웅성거림이 연회장을 뒤덮어나간다.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영주를 응시하는 환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좋은 뜻으로 찾아온 모양새가 아니었던 것이다.
카드람 또한 찜찜함을 느끼며 환인을 응시했다.
그와 전략전술가의 예측에는 성자가 화를 낼 경우, 웃을 경우, 따질 경우에 대한 대응책이 전부 마련되어있었다. 그런데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다니, 이런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쩔 수 없지. 최선은 안되고 차선책을 꺼낼 수밖에.’
카드람은 본인 생각에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관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시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성자께서는 본관을 의심 중이신듯하오. 연회에는 맞지 않는 차림에 호위인 영혼 기사까지 대동하였으니 말이오.=
=의심? 의심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지?=
=이번 축제의 이름을 영성제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영성이라 알려진 성자님을 환영하기 위한 축제가 아니었나?=
연회 참석자들의 웅성임에 카드람이 미소에 더해 곤란한 표정을 띄웠다.
=실은, 본관과 성자공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소.=
착실히 오해로 인한 사고라는 빌드업을 쌓아나가는 카드람의 발언에 환인은 작게 웃었다.
어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해보라는 태도.
카드람은 태연한 성자의 반응에 불안감이 스멀거리며 심장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영도에서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찾아온 두 상급 영혼사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 굳어있는 것도 불안을 부채질한다.
=……성자께서 프라버를 방문하여 그곳의 우환을 해결해주었다는 소식은 여러분들도 들으셨을 것이오. 그뿐만 아니라 프라버 북쪽에서 벌어진 타락한 바르둘의 태동마저도 해결하여 알류겔 호수에 닥칠 수도 있었던 거대한 재해마저 막아내셨지.=
몰랐던 이들은 커다란 탄성을,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던 이들은 영웅을 보는 시선으로 음음, 고개를 주억인다.
=본관은 그러한 영웅적인 성자공께서 알소프를 향하고 있으시단 소식에 하루라도 일찍 뵙고 싶어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소. 해서 아랫것들에게 명령했지. 성자 공을 정중히 모시라고……. 그런데 그것이 실태였던 거요.=
=어째서…… 아, 설마?=
옥좌와 가까운 자리의 인물이 깨달은 바가 있어 카드람을 돌아본다. 그런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카드람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침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소. 프라버와 우리 알소프는…… 근래에 큰 마찰을 빚었고 현재에도 사이가 결코 좋다고 말 못하는 수준이지. 반 프라버 분위기가 팽배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 저어할 지경이오.=
=아……!=
=그 일이구만.=
뒤늦게 사정을 눈치챈 참석객들의 맞장구에 카드람은 속으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한 마당에 지시를 받은 자가 그만 과잉 충성하여 확대해석해 그만…… 프라버를 구원한 성자 공을 습격하고 말았던 것이오. 그것도 완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전송 스크롤까지 챙겨서는…….=
저런!
허어…….
어찌 그런…!
곳곳에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환인은 바람잡이들, 특히 카드람의 발언에 가장 먼저 추임새를 넣은 인간에게 차가운 시선을 한 번씩 주었다.
그간 기이한 경험을 해오며 독특한 기백으로 변한 환인의 투기, 거기에 날 것 그대로의 살기가 섞이자 패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 그들에게 쏟아진다.
그러자 흡, 헙,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좌중이 조용해졌다.
환인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둘러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변론은 잘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자리에 계신 분들께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겠습니다. 2년 전, 우연히 빛의 강을 걸으며 영혼사로 각성하여 모자라지만 성불행을 이어나가고 있는 환인이라 합니다.”
스윽, 후드를 벗고 작게 고개 숙여 인사한 환인은 자신의 외모에 다시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카드람을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논리에 가득한 허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카드람 영주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이 궁금하시오.=
“그런 식으로 당신에게 충성해온 전사들을 이때까지 몇 명이나 처리하셨습니까.”
순간 연회장을 뒤덮는 정적.
몇 초 후 서까래를 흔들 정도의 고성이 벌게진 얼굴의 카드람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 무슨 망발을!? 녹색 성자는 지금 본관을 모욕하려는 거요?! 이 모욕, 본관은 절대 좌시할 수 없소!!=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처리해야 할 일을 완수한 부하들을 그러한 핑계로 몇 번이나 처리하셨습니까.”
=그만!! 본관을 음해하지 않는다면 그분의 이름에 맹세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그분은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짐승신이십니까, 아니면 당신의 선조입니까.”
환인은 뒤에 서 있는 유르파에게 손을 내밀어 전송 두루마리를 받아 말문이 막혀 푸들푸들 떨고 있는 카드람의 단상 앞으로 툭 집어 던졌다.
=…어? 저, 저건…….=
=저 테두리 장식과 낙인 무늬, 영주님 전용 두루마리잖아.=
“절 습격한 자들은 들개 전사단으로 그들의 영혼에 대고 물은 결과, 알소프 영주의 명령을 받아 더럽고 혐오스러운 일을 해결해온 사냥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자는 영주의 머나먼 방계 혈족이라더군요. 그들이 받은 명령은…….”
설마 여기서 두루마리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는지 카드람의 두 눈이 흡 떠졌다가 당황을 숨기듯 더 큰 목소리로 고함쳤다.
=거짓말!! 지금 땅신 교단의 주교와 영도에서 오신 영혼 심문관 앞에서 본관을 우롱하고 죽은 자를 모욕하는 궤변을 내놓을 생각인가!!=
환인은 자신의 말을 끊고 꾸엑꾸엑거리며 고성을 지르는 카드람의 행동에 살짝 짜증을 느꼈다.
시선을 돌리자 마침 적당한게 눈에 들어온다. 환인은 가까운 연회 참석자에게 다가갔다.
흠칫 놀라는 그녀의 앞에 놓인 상, 그곳에서 주먹보다 더 큰 배를 집어 들며 “실례하겠습니다.” 말한 뒤 말을 이어나간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제 일행을 살해하고, 저는 전송 두루마리로…….”
=헛소리!! 말도 안 되는 헛소리요!! 정말 참을 수 없군! 오해라고 사과하는 본관을 무시 하다못해 좌중을 계속 현혹하려 들다니!!=
살이 푸들푸들 떨릴 정도로 허연 침을 튀기며 버럭거리는 카드람.
환인은 계속 말을 끊는 카드람의 면상에 중급 정령 강령으로 증폭된 힘을 사용, 배를 집어던졌다.
=이러면 본관도 명예를 지키기 위해 힘을 아끼지 않을…… 꾸억!=
퍽석!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카드람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진다. 이어 하얗게 비산하는 배의 파편들.
쿵, 콰자작.
뒤로 넘어지는 카드람의 육중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옥좌가 산산이 부서진다.
사람들은 숨을 흡 삼켰다. 배를 던져 영주의 면상에 맞췄다는 사실보다,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 때문.
………….
다시 대청에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환인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제 기사들을 살해한 뒤, 저는 전송 두루마리로 알소프의 지하 감옥에 납치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영혼 기사이자 연인 중에는 마도구와 마도기 제작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분석 결과 저 전송 두루마리의 전이 목적지는 알소프 성 지하 감옥이 아닌…….”
카드람의 왼편에 앉아있던 땅신 교단 사제들 중 한 명, 치파오와 흡사한 황갈색 색조의 예복을 입은 황금 여우귀 여자가 단상을 내려와 전송 두루마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알류겔 호수 심해로군요.=
“……그렇습니다.”
=성자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약간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우귀 여자의 이야기에 같은 땅신 교단 사제, 소 머리의 남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영주께서 말씀하시기로, 과잉 충성하는 수하가 저지른 일이라 하였습니다. 영주께서는 그 사실을 밝히시며 저희에게 화해와 중재 요청을 하셨고요.=
“저도 들었습니다.”
=제반 사항을 따져본다면 그 들개 전사단이라는 자들의 확대해석과 과잉 충성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가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성자님의 말씀에 한가지 의구심도 있습니다.=
소머리 남자 사제는 누구 하나를 편들고자 하는 기색은 없었다. 정말로 공명정대하게 사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의지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환인은 그러한 점을 읽으며 물었다.
“어떤 의구심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그에 대하여 해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질문은 소머리 남자가 아니라 먼저 내려와 두루마리를 유심히 살펴보던 여우귀의 여자에게 나왔다.
=성자님께서는 들개 전사단의 영혼에 대고 물어보셨다 하셨지요? 그 말씀은…… 습격해온 자에게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일 테구요.=
“예.”
=끄으…… 것, 보시오. 성자는…… 프라버와 한통속…….=
옆에서 위병들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던 카드람이 고통에 허덕이는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 점에 연회장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카드람 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환인은 여자 사제에게 물었다.
“그점이 어떻게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요점을 정확히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에 대한 것은 저보다, 영도에서 오신 영혼 심문관님들께서 대답해주시는 것이 좋을 거 같네요. ……아지에라 영혼 심문관님?=
여우귀 여자의 호출에 흠칫, 눈에 보일 만큼 어깨를 떤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허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아… 그, 그것… 그것이…….=
평소 침착하고 조용하면서도 지적인 모습은 어디 가고, 당황해서 어휘력마저 증발한 것처럼 허둥거리는 아지에라 영혼 심문관의 행동에 좌중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보랏빛 눈동자가 반짝이는 게 보일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성자를 보고 있었다는 걸.
=음…… 아지에라 영혼 심문관께서 말씀하실 여유가 없으신 듯하니 제가 대신 답해드리겠어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의 영혼은 영혼사라 하여도 볼 수 없습니다. 고로 습격자를 성자님이 해치우셨다 하여도 그들 영혼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는 것은 위증 요소가 강하다고밖에 볼 수 없단 이야기예요.=
“……?”
=조금 나아가서 이야기하자면, 그 습격자들의 품에서 저 두루마리를 발견한 성자님께서 그것을 습득하시곤 이야기를 꾸며내어 카드람 영주님을 음해하고 있다……고 해도 설명이 된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의문은 그게 아닌데.
죽은 직후의 시체에서 영혼을 볼 수 없다고?
미간을 살짝 좁힌 환인은 여우귀 여자의 안색을 살폈다. 거짓말하는 기색은 아니다.
자신의 여자친구들은 이 사실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으니 이건 사회 고위층만 알고 있는 이야기인가.
=크윽! 거짓말이 들통나자 그럴 리 없다는 것처럼 시치미 떼는 모습 좀 보라지!! 저게 어딜 봐서 성자란 말이오?! 말도 안 되는!!=
부축받아 겨우 몸을 일으킨 카드람이 코피를 줄줄 흘리는 얼굴로 환인을 손가락질하며 버럭 고함을 지른다.
환인은 한숨을 쉬며 이번에는 사과를 집어 들고…….
=힉… 꾸억!=
파삭!
재차 카드람을 침묵시켰다.
그리고 여우귀 여자에게 말했다.
“영혼사라고 해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영혼은 볼 수 없으며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게 그, 당신의 말씀이십니까.”
=제 이름은 르니, 땅신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알소프 지부를 책임지는 자입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해드리자면…… 네, 그 말씀대로예요.=
“조금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죽은 자의 시체에서 영혼이 일어서는 것을 보아왔기에 다른 분들도 전부 보시는 줄 알았습니다.”
=……예?=
=허?=
주변으로 번져가는 놀란 기색과 의문에 찬 반응들.
환인은 잘됐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청 입구로 돌아나갔다.
그즈음 잠에서 깨어난 위병들이 어버버하다가 환인의 앞을 비켜선다.
환인은 그녀들이 비켜선 자리에서 더더욱 분노해 숫제 불타는 것처럼 붉은 아우라를 퍼트리는 들개 전사단의 영혼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팔꿈치 어림까지 차 있던 검은 기운은 젖가슴을 뒤덮을 정도였고 허벅지 부근까지 차 있던 검은 기운은 음부를 뒤덮고 배꼽에 닿을 정도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폭주할듯한 모습.
‘카드람의 목소리도 컸고 소리가 잘 울리는 구조였으니 다 들렸겠지.’
자신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나아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게 카드람의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1시간 전, VVIP용 접객실에 머무르고 있을 때 환인은 여자 영혼들을 보내 가족을 찾으라고 시켰었다.
만약 인질로 삼았던 그녀들의 가족이 멀쩡히 살아있고 카드람이 보살피고 있었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20분 정도 뒤에 돌아온 영혼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의 흔적이, 집이 사라졌다 이야기했었다.
그 뒤로 살기에 정신을 잃으려는 여자들을 정신 차리게 만드느라 조금 귀찮았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다니.’
환인은 그녀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강제력으로 명령한 뒤 손짓해서 불러들였다.
이어 대청으로 돌아온 환인은 사람들과 르니가 ‘뭘 하는 거지?’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는 것에 말없이 손을 모아 영기 혼합 평온의 파동을 쏘아냈다.
파아앗—
좀 더 황금빛에 가까운 회백색 평온의 파동이 대청을 포근히 감싸다 사라진 직후.
=……헉! 호, 혼재다!!=
=으아악! 혼재, 혼재가!!=
사람들은 붉게 물든 여덟 영혼의 모습에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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