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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49화 (49/813)

〈 49화 〉 048 산거북

* * *

비상식량의 이마에는 부리와 비슷한 굵기, 길이의 뿔이 하나 나 있었다.

생김새가 뿔이었기에 환인이 뿔이라고 하는 거지, 실제로 만져보면 뼈만큼 딱딱하지 않았고 살처럼 물렁물렁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거위만큼 자라난 비상식량의 뿔은 돌기 수준으로 작아져 있었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나 성분을 담은 그릇이었나.’

환인이 돌기 같은 뿔을 계속 만지자 간지러운지 눈을 감고 머리를 비틀던 비상식량이 응석 부리듯 환인의 품에 파고든다.

그 모습이 귀엽다며 난리 치는 여자들에게 비상식량을 넘겨준 환인은 크게 성장한 비상식량을 자세히 살폈다.

감수성이 삭막한 환인의 눈에도 성장한 비상식량은 꽤 귀여웠고 예뻤다.

까마귀과의 철새 중 파랑어치라는 새가 있는데 비상식량은 파랑어치를 초록색으로 팔레트 스왑한 느낌?

‘한 번으로 저만큼 성장했으니 앞으로 세 번, 네 번 정도 성장하면 타고 다닐 수도 있겠군.’

비상식량을 타고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며 앞으로 먹이를 더 잘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는 환인이었다.

산거북이 골목대장처럼 길을 막고 있는 숲을 지나 세 번째 능선에 올랐을 때였다.

휘이이이­…….

뒤에서 느닷없이 강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강하게 밀쳐냈다.

=꺄악.=

=으아~.=

여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날아가지 않으려 버틴다. 환인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찌푸렸다.

한여름 후덥지근한 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열을 머금은 불쾌한 바람이다.

‘또 다른 기상이변의 전조인가.’

짧은 시간에 홍수, 폭우, 한파와 열대야 등 온갖 기상변화를 겪은 환인이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 건가 살피던 환인은 입을 살짝 벌린 산거북의 머리가 이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저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숨 쉴 때 내뱉는 숨이 이만큼이나 강한 바람을 만들어낸다고?

잠시 상황을 파악하던 환인은 이게 산거북이 만들어낸 숨결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딱히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저 숨을 쉴 때 우연히 그쪽에 자신들이 있었을 뿐.

바람은 한참이나 일행의 몸을 흔들다가 사라졌다.

기가 막히는 일이었지만 덕분에 산거북의 근처가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만한 폐활량으로 지르는 포효를 근처에서 들으면 고막이 터질 테니까.

역시 산거북에게서 빨리 멀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옷매무새를 고친 환인은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후우…….”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세 번째 언덕을 오를 때부터 느낀 건데 역시 능선의 거리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던 게 맞았다.

언덕 아래에 숲이 하나 더 있고 그 너머에 자신이 본 높은 능선이 우뚝 서 있다.

착시 현상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이 가까이 보여 두 개의 언덕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보였던 거다.

능선의 색과 형태가 고만고만한데다 대기오염이 거의 없는 세상이라 거리감이 익숙하지 않아 저지른 실수였다.

쿠엑! 쾍쾍퀙! 쿠엑!

능선을 내려가려던 환인은 하늘을 날고 있던 비상식량의 경고음에 멈췄다.

숲에 짐승이 많다는 경고.

성장하며 연해졌던 성대가 자릴 잡았는지 울음소리가 자못 날카로워 못 들을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일간 이곳의 짐승은 호전성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을 체감했다.

영역 침범까지 곁들여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환인이었지만 진실은 모른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문제는 정신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

능선 세 개를 넘는 데 이틀이라는 시간을 소비했다. 2일간의 밀도 있는 전투, 흥분을 일으키는 전투가 아니라 그저 의무감과 필요성에 치른 학살과 훈기의 소비로 인한 오한과 한기는 환인을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더욱이…….

어쩔까 생각하던 환인은 고개를 젓고 여자들에게 말했다.

“능선을 따라 이동합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낮은 능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높은 능선과 합쳐지는 지점이 있다. 그곳을 통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주위 풍경이 다 보일 것이다.

듬성듬성 작은 나무가 자라는 흙투성이 능선을 걷고 있으니 푸른 하늘과 흑갈색 능선이 만나는 왼편, 녹색의 수해가 푸른 하늘하고 만나는 오른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름 모를 외국의 절경에서 오지 여행을 하는 기분이지만, 시야 한구석을 차지하는 산거북이 그런 감성을 대폭 깎아 먹는 것이 단점이다.

잠시 후 능선의 내리막에 도착한 환인은 저 아래, 협곡이라 해야 할 만큼 지대가 대폭 낮아지는 장소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옴을 느꼈다.

“협공당하기 적당한 지형이군요.”

=좌우 숲에서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건가요…….=

싸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류히도 읽어낼 수 있을 만큼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지형이다.

메마른 세수를 하니 류히가 무슨 일인가 싶어 환인을 조심스레 쳐다본다.

환인은 그 시선마저도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미간을 좁혔다.

‘문제군.’

환인은 가끔 이유 없이 만사가 귀찮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성가시다는 뜻의 귀찮음보다 의욕이 없는 데서 나오는 귀찮음이다.

초기는 의욕이 없어져 게을러지는 정도지만, 상태가 지속되면 사이코패스 성향의 본심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러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환인을 무서워하며 피하거나 극도의 적개심을 보이며 육체적인 다툼을 일으키거나.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유는 알고 있다.

환인의 사고방식은 평범하지 않다. 더욱이 혼자 행동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성향이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으레 사람은 다른 사람의 존재에 마음의 위안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환인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홀로 밀림에 떨어져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긴 커녕 어떻게 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태평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환인이니까.

환인은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타인과 마주하면 ‘평범한 사람’처럼 연기를 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때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대화할까,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자 넷과 하루 24시간, 보름 가까이 움직이며 적당히 좋은 사람 연기를 지속하다 보니 뇌의 리소스를 대폭 소비했고, 그 때문에 일종의 권태에 가까운 귀찮음이 찾아오고 말았다.

지구였다면 월차를 내든지 해서 머리를 비우고 홀로 지내며 기력과 정신력을 회복했을 것이다.

아니, 지구였다면 애초에 퇴근 이후 혼자 지내는 시간으로 매일매일 충전을 했을 테니 이런 상태가 되지도 않았을 테지.

하지만 여긴 다른 세상이고 괴물과 짐승이 가득한 미궁이다.

이곳에서 전투 능력이 없다시피 한 여자들을 ‘무사히’ 마을로 데려다주는 것이 목적이다.

“…….”

짝!

뺨을 세차게 두드린 환인은 눈에 걱정을 띄우기 시작한 여자들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갑시다. 혹시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고 달릴 준비도 하십시오.”

창을 꺼낸 환인은 주변에서 키득거리듯이 떠다니는 갈색 정령을 불러들여 일행에게 강령을 펼쳐주었다.

그리고 좌우 숲을 경계하며 비탈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협곡까지 700m, 600m, 500m…….

거리가 400m 정도 남았을 때였다.

“……?”

흑갈색과 초록색의 숲에서 황색이 얼핏 스쳐 지나간 것을 본 환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여자들도 덩달아 멈추며 무슨 일인가 하고 환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좌우 숲에 짐승이 매복 중입니다.”

나무와 수풀 사이로 숲과 어울리지 않는 황색이 웅크리고 있거나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을 확실히 봤다.

짐승의 체모가 황색이 아니라 영혼 시야로 본 색계통이 황색이었다.

눈에 띄는 것만 다섯. 실제 좌우 숲에 숨어있는 숫자는 몇 배나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근처에는 여자들이 숨을 곳도 없다. 넓게 트여있으니 어중간하게 물러나 있다간 오히려 환인을 지나쳐서 여자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저곳을 돌파하려 했다간 좌우에서 협공받을 것이고, 환인은 몰라도 여자들은 전원 사망 확정이다.

=은인님. 저희도 싸울 수 있어요.=

멈춰선 환인의 우려를 꿰뚫어 본 류히가 가시 철퇴를 들어 보이며 결연한 어조로 말한다. 에프니스도 옆에서 똑같은 무기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인님이 싸우실 때 신경을 안 쓰시도록 저희끼리 뭉쳐있을게요!=

=네. 저희가 언니들을 지킬게요.=

환인은 고민에 빠졌다.

능선에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차라리 되돌아가서 숲으로 내려간 뒤에 여자들을 나무 위에 피신시켜놓고 싸우는 쪽이 더 편할……?

“……후.”

이쪽의 동태를 읽었는지 좌우 숲에서 얼룩덜룩한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면서 걸어 나왔다.

한 두 마리가 아니다. 10마리, 20마리, 30마리…… 끊임없이 나온다.

선택지가 사라졌다.

40마리가 넘는 얼룩 늑대들을 주시하며 침을 꼴깍 삼키는 여자들에게 말했다.

“죽지 마십시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환인은 여자 중에 사망자가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켜주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적은 많으니까.

자신에게 다시 강령을 펼친 환인은 창을 움켜쥐고 얼룩 늑대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르르르르­

크르르르­

환인의 행동에 얼룩 늑대들이 자극받았는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화선만 당겨주면 일제히 돌격해올 모양새다.

얼룩 늑대들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주변 지리를 빠르게 훑는다.

‘능선의 좌우 폭은 12m 정도…….’

능선의 가장자리는 경사가 급격하다. 경사라기보다 벼랑이라고 해야 할 정도. 저 아래로 떨어진 짐승은 쉽게 복귀하지 못할 것이다.

한 가지 계책을 떠올린 환인은 입꼬리를 작게 들어 올리며 눈에 보이는 정령이란 정령은 모조리 불러들였다.

멀리 있는 몇몇 정령은 부름이 들리지 않는지 오지 않았지만, 왼팔에 맺은 14개의 영혼 구슬을 제외하고도 열셋이 주변을 떠다닌다.

그 순간이었다.

아우우우우우­!!

“……?!”

엄청난 성량의 하울링이 숲에서 터져 나옴과 동시에 얼룩 늑대들이 눈을 까뒤집고 죄다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컹컹컹!!

‘우두머리가 따로 있다.’

포효 소리만 들어도 개체의 크기가 짐작될 정도.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 환인은 몰려오는 마흔이 넘는 얼룩 늑대를 향해 창을 곧추세우고 3겹 영혼 방패 두 장을 생성, 날개처럼 좌우로 펼쳤다.

덕분에 비교적 좁은 폭을 틀어막을 수 있게 되었다.

정면으로 벽을 세운 게 아니라 비탈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모양새.

마음 같아서는 4장을 펼쳐 완전히 틀어막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은 방패를 두 장 밖에 못 불러낸다.

해일처럼 앞뒤로 빼곡히 달려오는 얼룩 늑대들을 보며 심호흡한 환인은…….

퍼벙­ 펑!

깨갱!

깨애앵……!

그 한복판에 영혼 폭발 세 번을 연달아 일으켰다. 충격파에 밀려난 늑대 몇 마리가 경사로 굴러떨어진다.

그리고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늑대가 환인에게 쏟아졌다.

“합!”

푸푹! 푸푸퓩!

케엑!

끄겅!!

환인은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얼룩 늑대의 가슴, 머리를 사정없이 찔렀다.

아가리를 꿰뚫린 늑대는 즉사해서 널브러지고 가슴을 찔린 늑대는 땅을 뒹굴다 뒤에 몰려드는 늑대들에게 짓밟힌다.

나머지, 환인을 덮치지 않은 늑대들은 그 옆을 지나쳐 여자들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컹?!

크아앙!

깨갱!?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닿은 늑대들은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비스듬히 펼쳐진 영혼 방패를 따라 주르륵 미끄러지며 벼랑 아래로 추락했다.

감이 좋은지 급제동을 하려는 개체도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동족에게 깔려 죽지 않으려면 기세에 떠밀려 다이빙할 수밖에 없다.

깨애애애앵……!

아련한 비명을 남기며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늑대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환인은 덮쳐드는 늑대를 향해 번개같이 찌르고 베었다.

“후우웁!”

푸욱! 푸푸푹! 팟!

크륵!

커걱?!

켁!

더불어 쌓여가는 동족의 시체를 밟고 자신을 뛰어넘는 늑대가 나오지 않도록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새로운 공간도 만들고 부서지는 영혼 방패를 재빨리 생성해 다시 자릴 채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만한 숫자를 홀로 틀어막기란 무리였다.

오른쪽 앞발을 베인 한 마리, 옆구리와 뒷다리까지 크게 베인 한 마리 해서 두 마리가 환인과 영혼 방패 사이의 작은 틈으로 빠져나가 여자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환인은 눈앞의 얼룩 늑대들에게 신경을 쏟았다.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창을 섬전같이 휘두르고 번개같이 찌른다.

얼룩 늑대들과 환인이 격돌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8마리가 죽고 10마리가 넘는 늑대가 비스듬히 펼쳐진 영혼 방패로 인해 좌우 벼랑으로 떨어졌다.

이제 늑대들도 좌우에 안 보이는 뭔가가 있어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늑대들은 병목현상이 일어난 고속도로의 자동차처럼 환인의 앞에서 뭉쳐져 아우성치기 시작한다.

환인은 싸우며 준비해둔 트랩을 발동시켰다.

“뻥.”

퍼버버버벙!!!

천천히 물러나며 땅에 깔아둔 영혼 구슬이 일시에 폭발을 일으키며 얼룩 늑대들을 집어삼켰다.

최하급 영혼 구슬로 일으킨 폭발은 폭 12m의 좁은 통로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늑대들에게 충분한 재앙이 되었다.

몇 번이나 투명한 폭발에 휩쓸린 늑대들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 피를 토하며 널브러졌고, 가장자리에 있어 운 좋게도 충격파만 살짝 맞은 몇 마리는 폭발의 규모에 놀라 꼬랑지를 내리고 깨갱거리며 도망쳤다.

상황이 반전되었다.

광기에 전염된 것처럼 달려들던 늑대들은 폭발로 절반에 가까운 동족이 나뒹구는 모습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환인에게 달려드는 늑대는 없었다. 오히려 깨갱거리며 환인에게 멀어지려고 애쓴다.

환인이 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다가가자 그나마 다리가 멀쩡하던 늑대는 어마 뜨거라 하면서 재빨리 뒤돌아서 도망간다.

상황 파악이 느렸던 늑대 몇 마리는 윙윙윙윙­ 매섭게 회전하는 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 벼랑으로 뛰어내리거나, 혹은 실족해서 굴러떨어졌다.

그러지 못한 늑대는 모두 환인의 창에 찔려 죽었다.

40마리가 넘던 얼룩 늑대 떼는 고작 5분도 지나지 않아 달궈진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와해되었다.

7발의 영혼 폭발로 죽은 늑대는 3마리.

여러 번 폭발에 휘말려 걸레짝이 되었다가 환인의 창에 찔려 죽은 늑대는 9마리.

정면에서 덮쳤다가 찔리거나 베여 죽은 늑대는 11마리.

좌우 벼랑으로 굴러떨어진 늑대는 약 20마리.

그리고 자신을 지나친 늑대 2마리.

“…….”

환인은 최악을 가정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쓰러져 죽어있는 늑대 두 마리와 각자 무기를 쥐고 멀쩡히 서있는 네 명의 여자가 있었다.

=은인님~!=

=저희는 괜찮아요~!=

환인이 돌아보자 그제야 두 팔을 흔들며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소리치는 류히와 후이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환인은 창을 비틀어 잡으며 아래쪽 협곡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서 두 다리로 선 거대한 모래색 늑대가 다른 얼룩 늑대들과 함께 사람처럼 걸어 나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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