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364화 (364/615)

[단톡방]

한채아 : 일단 아영이 픽업한 다음에 우진이랑 혜윤이 태우러 갈게.

한채아 : 모두 8시까지 집밖에 나와있어~

신아영 : 네~

윤혜윤 : 알았어요.

박우진 : 네.

현재 시각.

7시 50분.

지금쯤이면 아영이를 태우고 오고 있을 것이다.

준비는 아까 다 했으니 슬슬 나가볼까.

나는 가방 속에서 덜그럭거리는 걸 느끼며 문밖으로 나갔다.

예쁘게 꾸민 혜윤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이야. 근데 다크 서클 좀 있는 것 같다?"

"아... 그게 오늘이 너무 기대돼서 조금 잠을 설쳤어요."

"그 정도로?"

"그래도 이따 버스에서 자면 사라질 거예요. 부끄러우니까 너무 쳐다보지 마요."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나랑 밤새 섹스한 다음날에는 저것보다 더 심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솔직히 자세히 봐서 알아챈 거지, 대충 보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다.

저래도 예쁘기도 했고.

"근데 혹시 어디 가는지 들은 거라도 있어? 난 아직도 모르는데."

"그거 비밀로 하랬어요."

"나만 또 왕따 시키는 거야? 너네 몰래 단톡 따로 팠지?"

"....아니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팠네.

그냥 찔러본 건데 진짜였냐.

나는 삐질거리는 표정으로 눈치를 흘끗 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어차피 뭐 깜짝 이벤트 준비나 뭐 챙겨오라 그런 걸 테니 모른 척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팔을 감았다.

"놓고 온 거 없지? 갈까?"

"네에~"

1층으로 내려오니 채아 누나의 차가 도착해있었다.

앞뒤 유리창이 한꺼번에 스르륵 내려왔다.

운전석에는 당연히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자가.

뒷좌석에는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놀러 가는 거 맞지? 왜 다들 비밀요원처럼 선글라스 끼고 있어?"

"에이, 선글라스는 기본 아이템 아니겠어요? 오빠가 뭘 모르네."

아영이가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맞인사를 해주자 이번엔 채아 누나가 입을 열었다.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 짐은 트렁크에 넣어두고 얼른 타렴."

"네에."

트렁크를 열자 여행용 가방이나 캐리어가 인원수대로 들어가 있었다.

옆에 보관한 뒤 뒷문을 열었다.

"하아..."

코를 확 뚫고 들어오는 달콤한 향기.

세상의 좋은 냄새란 냄새는 전부 모아 놓은 듯한 농도에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냄새만으로도 발기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타자마자 레이저를 쏘아내는 3명의 눈빛에 머리가 아찔했다.

"왜 그리 쳐다봐요. 부담스럽게."

"잘 생겼으니까 쳐다보지."

"반가우니까."

"꼴려서요."

대답한 순서대로 눈을 맞췄다.

운전대를 잡고 있어 한층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채아 누나.

커다란 가슴 사이를 안전벨트가 누르고 있어 시선을 잡아끌었다.

내 눈동자의 방향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안전벨트를 고치는 척 가슴을 쓰윽 내밀었다.

옷이 밀려 내려가 깊은 골짜기가 드러났다.

훌륭한 광경에 입꼬리가 올라가려던 참, 조수석에 있던 희진이가 말을 툭 내뱉었다.

"저 변태. 오자마자 언니 가슴 보는 것 봐."

"솔직히 안 보는 게 이상하잖아. 저렇게나 봐달라고 튀어나와 있는데."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

"변명은 아니고 본능이지. 나도 어쩔 수 없다니까."

푸른 눈을 마주치며 웃자 그녀는 살짝 홍조를 띄우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안전벨트 사이로 똑같이 상체를 내밀었다.

귀엽기도 하지.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희진이의 볼을 쿡 찔렀다.

"오늘도 예쁘게 입고 왔네."

"고마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진심이야."

"알고 있어."

입가가 실룩거리는 걸 확인한 뒤 이번엔 옆자리에 앉은 아영이를 쳐다봤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는 보자마자 꼴리다고 하는 게 어딨냐."

"그러게요. 근데 저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너무 솔직해도 탈이다."

"어차피 오빠 앞에서만 이러는 건데요 뭘. 일단 이거나 먹으면서 진정하세요."

미리 준비해놨는지 사탕의 껍질을 까기 시작한 그녀.

얼굴 앞에 내용물을 내밀었다.

"아~ 해보세요."

시키는 대로 하자 붉은 사탕이 입안에 쏘옥 들어왔다.

딸기맛이었다.

"이따가 그것보다 더 맛있고 진한 걸로 드릴게요...♡"

씨익 웃으며 윙크를 날리는 신아영.

진짜 요물이 따로 없다.

그렇게 혜윤이까지 탑승을 완료하자 채아 누나가 시동을 걸었다.

"그럼 다들 안전벨트 확인하고... 출발할게."

"네에~"

중후한 배기음과 함께 나아갔다.

바로 차에서 야한 짓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4명 모두 조용했다.

무언가 짜고 친 것 같긴 한데 물어봐도 도통 말해주질 않으니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여행 계획 정도는 괜찮겠지?'

일단 대장 격인 채아 누나한테 물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음... 9시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반 동안 갈 거야. 그럼 11시 반쯤에 도착하겠지?"

"네."

"거기서 20분 정도 쉬고 있으면 목적지까지 손님을 싣고 나르는 전속 버스가 올 거야. 그것만 타면 끝. 12시 전에 체크인하고, 그때부터 마음껏 노는 게 전부야."

술술 읊는 걸 보면 준비를 꽤나 철저하게 한 듯하다.

열심히 운전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한층 더 믿음직스러워졌다.

그렇게 얌전한 4명과 함께 터미널에 도착했다.

"후우... 역시 연휴의 시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네. 아주 미어터질 지경이야."

"그보다 다들 이쪽을 쳐다 보고 있는데요?"

"안 쳐다보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니?"

"그렇긴 해요."

다들 연예인이라도 본듯한 얼굴로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해는 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동물원 철창 안쪽의 구경거리라도 된듯한 느낌.

나는 그녀들의 뒤에 딱 서며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놈들을 째려봤다.

하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다.

이런 걸로 막을 수 있는 외모의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야, 저기 뭐냐? 아이돌 그룹이라도 온 것 같은데?"

"뒤지게 예쁘다... 근데 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인인가?"

"어디 예능 촬영하러 가나 보다. 뒤에 매니저도 있잖아."

"저 근육 보면 보디가드 같은데?  한 대 맞으면 뼈 부러지게 생겼네."

"연예인을 지키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방에서 몰려들어오는 칭찬 일색.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채아 누나와 희진이가 선글라스를 썼다.

혜윤이도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혹시 뭐 싸인해달라거나 몰래 만지러 온다거나. 그런 사람들은 없겠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차할 땐 아바타도 꺼낼 준비도 했다.

그 와중에 아영이만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째 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이제야 좀 실감나요? 저희들의 파워가?"

"그건 언제나 느끼고 있었어. 그보다 괜히 웃지 마라. 오해 받을라."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걱정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는 신아영.

그녀라면 알아서 잘하겠지만 이유 정도는 들어보고 싶었다.

"그럼 뭔데?"

"절망을 주는 거죠. 너넨 평생 말도 못 걸 레벨의 여자들을 보고 있다. 거기 얌전히 찌그러져서 구경이나 해라. 이런 메시지?"

"...진짜 악취미네."

"그리고 그 4명을 몰고 다니는 남자 한 명한테 질투심 유발하는 것도 있고요."

"넌 진짜 못됐다."

"오빠의 콧대를 높여주는 거죠."

불순한 의도에 헛웃음만 나왔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소악마가 빙의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20분을 지내자 드디어 기다리던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ㅇㅇ로 가는 9시행 버스를 타는 손님들께서는 3번 출구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누구 할 것 없이 동시에 몸을 틀었다.

출구로 나가자 버스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기사님으로 보이는 분의 인사를 받으며 첫 번째로 버스 안에 들어왔다.

왼쪽 줄은 2칸, 오른쪽 줄은 1칸으로 되어 있는 내부 좌석.

평소에 보던 구조랑 달라 잠깐 당황했지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에 충전기나 그런 것도 다 있고 1인 커튼도 있네요?"

"그리고 의자도 엄청 편하고 자리도 넓어. 어때? 좋지?"

"최고예요."

따봉을 날리자 채아 누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이 사람이 일반 버스를 예약했을 리가 없다.

"우리 자리는 여기야. 어떻게 앉을래?"

"오빠 혼자 앉게 하고 나머지는 둘둘 짝지어서 앉죠. 이게 제일 공평한 거 같은데."

"으음... 그게 가장 좋아 보이긴 하네요."

뭐야.

나 또 왕따야?

아쉽긴 해도 한 명을 저 멀리 1인석에 보내는 것보단 내가 가는 게 낫긴 하다.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채아 누나와 희진이, 아영이와 혜윤이가 짝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들어왔고,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안녕하십니까. 승객 여러분. 저희 버스는 2시간 30분 동안 운행을 하며,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릴 예정입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출발인가.

오늘부터 야간작업이 많을 것 같으니 미리 눈 좀 붙여놓자.

커튼을 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오빠...오빠...!"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잠이 깼다.

흐릿한 시야를 비비며 옆을 보자 희진이가 있었다.

"휴게소 왔는데 내릴 거야? 맛있는 거 사줄 테니 가자."

"으음... 그래."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언니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나머지는... 직접 확인해봐."

흘끗 아영이와 혜윤이가 있는 쪽으로 턱짓을 하는 그녀.

가려져있는 커튼을 조심히 치워봤다.

"새액...새액...."

"흐으응...."

서로 머리를 맞대고 깊이 잠에 빠져 있는 아영이와 혜윤이.

너무나도 사이좋은 모습에 깨울 수가 없었다.

"오빠도 못 깨우겠지?"

"영원히 저대로 두고 싶긴 하네."

나는 절로 나오는 미소와 함께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찰칵.

"이거 나중에 보여주면 좋아하겠다."

"자는 얼굴을 몰래 찍기나 하고. 진짜 변태야 변태."

"네 것도 많으니까 걱정마. 딱 가버렸을 때의 얼굴도 있고, 혀를 쭉 내빼고 딜도 자위하는 얼굴도 있.."

"뒤질래? 빨리 지워."

"보면서 딸치라고 보내준 건 너잖아."

"마음 바뀌었어. 지워."

"나중에."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앞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뭐 사줄 거야?"

"알아서 사먹어."

"치사하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데. 난 오빠가 대머리 되는 거 싫어."

실실 웃으며 같이 밖으로 나갔다.

방금 찍은 사진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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