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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80화 (180/235)

〈 180화 〉 180 정수아 (5)

* * *

*

놈은 그 말을 끝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단순한 공격이 계속 이어진다.

단순하고 별거 없어 보이는 공격임에도, 그 공격에 담겨있는 힘과 속도는 절대로 평범하지 않았다.

__쾅! 쾅! 쾅!!

계속해서 내려치는 도끼를 받아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신광호는 도끼의 사거리가 짧다는 걸 알고 절대로 거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좁은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에 충격이 누적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광호의 마력이 내 마력을 뚫지 못한다는 점일까.

항마의 힘 때문인지 단순히 마력과 마력의 힘 싸움에서는 내가 우위에 서 있었다. 그걸 신광호도 알고 있기에 이렇게 밀어붙이는 거겠지.

내 마력이 우위에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저 도끼에 목이 달아났을 거다.

놈의 공격을 막으면서 어떻게든 반격을 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너무나 가볍게 피하는 모습이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고 이어지는 반격.

오히려 공격하려 검을 휘두른 게 빈틈이 되어 버렸다.

황급히 검을 휘둘러 신광호를 떼어내긴 했으나 그 짧은 틈에 신광호의 공격에 왼쪽 어깨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반쯤 박혔다가 빠진 도끼 때문인지 왼쪽 어깨가 욱신욱신 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크윽..”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완전히 잘려나간 것도 아니고, 고통 내성이 있어서 아직은 움직일 만했다.

무리해서 움직였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많이 아픈가 봐?”

몇 번의 공방을 하다 보니 신광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저 새끼의 전투 스타일은 나와 닮아 있었다. 생과 사의 경계를 수 십 번 넘어본 인간이라는 것.

마치 내가 어떻게 움직일 걸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치 자체도 나보다 앞서는데, 전투 감각까지 비슷한 수준, 싸우면 싸울수록 패색이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나….’

“뭐 생도치고는 잘 싸우긴 하는데, 별거 없네…. 좀 더 발버둥 칠 수 있지?”

신광호는 혈흔이 묻은 도끼날을 핥으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소름 끼치는 새끼. 저런 새끼가 정수아를 건드리게 둘 수는 없었다.

이런 실력자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너희들이 먼저 내 부하들을 다 죽였잖아.”

“부하…?”

최근에 범죄자 놈들을 죽이긴 했다. 히든 던전에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이상한 새끼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니까.

명백한 적의를 띄고 다은이와 민지에게 욕망을 드러내고 있었던 거 같은데. 공격도 그 새끼들이 먼저 한 걸 받아 친 거밖에는 없었다.

“그건 정당방위였어.”

“그래서?”

신광호는 그게 어떻냐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긴, 범죄자 새끼를 이해하려고 한 게 내 잘못이었다. 사이코 같아 보이는 놈을 이해하려 한 게 잘못이지.

“왜? 이제 무서워졌어??”

“전혀.”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긴 하지만, 그렇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은 아니다.

마력에서는 내가 우위에 있는 이상, 내 공격도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겠지.

불리해 보이긴 하지만, 단 한번만 성공시키면 역전 시킬 수 있다.

신광호는 내가 고유 영역을 전개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으니, 그걸로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1학년밖에 안 된 생도의 수준이 그 정도 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지.

“언제까지 여유로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볼까!!!”

내가 긴장하는 표정을 짓자 신광호가 다시 달려들어 소나기처럼 도끼를 내려친다.

아까 당한 공격 때문인지 방어할수록 왼쪽 통증이 심해졌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나는 고통 내성으로 어떻게든 통각을 참으며 신광호의 공격을 받아쳤다.

아직 아니다.

__쾅! 쾅! 콰앙!!

도끼를 내려칠 때마다 폭탄이 터지듯 충격파가 일어났다.

욱신거리는 어깨가 한계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약한 곳만 의도적으로 노리기 위해서인지, 왼쪽 어깨 쪽을 반복적으로 노리는 신광호.

전투가 이어질수록 왼쪽 어깨의 상태가 안 좋아 지는 게 느껴졌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좀 더 놈이 방심한 순간에.

놈이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그때를 노리는 거다.

계속되는 놈의 공격에 왼쪽 어깨가 맛이 갔는지 올라가지 않았다.

“이런~ 어떻게 해?”

내 어깨를 확인한 신광호가 아까보다 더 높이 도끼를 들어 올렸다. 아까와는 차이가 날 정도로 모여드는 대량의 마력.

아마 저 공격으로 끝장낼 생각이겠지.

나도 거기에 맞춰 검을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오른쪽 손으로 검을 잡고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놈의 도끼가 내려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휘두른 검,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심법을 발동시켰다.

[ 고유 영역 : 활성화 ]

주위를 잠식시키는 마력,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탓인지 검을 휘두르는 동작과 동시에 잠식이 일어났다.

파직, 푸른색 기운들이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감과 동시에, 내 검을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력은 내가 우위다. 그러니까 이 공격으로 놈을 배어버리면 되는 거다.

온몸에 있는 마력을 이 일격에 담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게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끼도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집중이 끝나고 검이 움직이는 순간, 신광호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병신.”

“…!”

허공의 가르는 내 최후의 일격, 신광호는 처음부터 내가 공격할 걸 알고 있다는 것처럼 몸을 숙여 내 공격을 피했다.

내 공격은 그대로 날아가 뒤에 있던 벽을 찢어 버렸다. 무참하게 찢겨 나가는 벽 앞에는 신광호가 여유롭게 서있었다.

“맞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어?”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__촤악!!!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나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제야 느껴지는 불쾌한 마력들, 신광호 역시 고유 영역을 전개했는지 내 마력과 충돌을 일으키며 허공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방금 공격도 고유 영역을 통해 마력을 움직인 걸까. 통증이 심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했습니다. ]

“A급도 다 A급이 아니라 급이 있는 거야 병신아. 그렇게 대놓고 공격하면 누가 맞아주냐?”

“시발…”

“위력은 강한데 빈틈이 크거든, 그래서 랭커들이 싸울 때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야.”

이제 막 A급에 발을 걸친 나와는 다르게, 놈은 이미 숙달된 전투 프로였다. 당연히 운용능력에 있어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나이에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거면 대단하긴 한데…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

“개새끼가…”

그래 고유 영역을 이용한 전투 경험이 적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한 건 내 잘못이겠지.

다시 하면 된다.

“이제 슬슬 그만하자. 나 민지하고 다은이랑 놀고 싶거든?”

나를 죽이고 민지와 다은이까지 건드릴 생각인가?

용서할 수 없는 새끼였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개새끼야.”

“뭐야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 병신아?”

그래, 이미 전투 불능상태에서 이런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왼쪽 어깨는 박살 나서 올라가지도 않고, 등 뒤에 상처 때문인지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거기에 방금 일격으로 마력까지 낭비한 최악의 상황,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신광호는 눈빛이 꺾이지 않는 날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도끼를 들어 올리고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로드하면 그만이야!”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

솔직히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이가 없이 졌기 때문일까 손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신광호라…”

폐공장 앞, 나는 아까의 전투를 떠올리며 폰을 들어 올렸다.

범죄자라 했으니 혹시 현상 수배범에 나올까 해서 검색했더니, B등급 수배범 놈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순박해 보이는 남성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마지막 날짜가 몇 년 전인 걸 보면, 그동안 걸리지 않고 잘 숨어 지내던 모양이다.

실력만 따진다면, 진짜 헌터라고 봐도 무방했다.

단순히 능력치만 높은 헌터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을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역으로 죽여 버리며 실전 경험을 쌓은 진짜 헌터.

나보다 더 강해 보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다 죽이면 그만이지.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려고 해?’

반드시 죽여 버린다.

나는 만발의 준비를 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녹슨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정수아 옆에 있던 신광호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하마터면 이년한테 낭비할 뻔했잖아~”

짜증 나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놈의 말은 무시하고 등 뒤에 감각을 집중했다.

한 놈이 더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일까 아까 느껴지지 않았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일단 한 놈.’

나는 바로 도약해 놈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__푸욱!!!

“크..억?!”

기습에만 집중했는지 전혀 자신이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놈이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졌다.

__쿵!

등 뒤에 있던 남성이 쓰러지자 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신광호가 곧장 달려 들어왔다. 분명 여기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끼를 휘두르겠지?

“…?!”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반대쪽으로 공격이 이어졌다.

항상 당연하다는 듯 공격을 움직여서일까, 너무나 쉽게 허용한 공격.

놈의 도끼가 아까처럼 내 어깨에 박혔다. 너무 방심했나?

‘로드하면 그만이야.’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__푸확!!

“…?”

그러나 이번에도, 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당연히 똑같이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반대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반대쪽에서 올 거라는 생각을 배제한 탓에 또다시 어이없게 허용한 공격.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뭔가 이상하다…’

그러고 보면, 처음 싸웠을 때도 내 공격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

마치 내 움직임을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도, 그게 가능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의문.

‘잠깐… 알고 있다는 것처럼? 설마…’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가?

내 앞에 있던 신광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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