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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79화 (179/235)

〈 179화 〉 179 정수아 (4)

* * *

*

신광호는 묶여 있는 정수아를 보고 지루한 표정으로 도끼를 위로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내 취향이 애새끼가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

“…”

정력이 한정된 만큼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신광호는 정수아를 덮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슴도 작고, 체형이 작은 정수아에게는 크게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다른 두 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강민지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터질 것 같은 허벅지에 도도해 보이는 얼굴.

굴복시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발… 이렇게 기다리니까 지루해서 못 참겠네.”

입구에서 3명의 이름을 들었던 신광호는 정수아를 협박해 3명에 대한 정보를 들은 상태였다.

협박에 못이긴 정수아는 3명에 대한 정보를 털어놨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싸우는지는 대충 들었다.

물론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할 생각은 없었다. 목숨이 걸려있으면 달라지는 게 사람이니까.

“이 새끼는 왜 이렇게 늦게 와. 나름대로 선물도 보내줬는데.”

나머지 두 명이 김시우와 가깝다고 했으니, 김시우를 죽이고 핸드폰을 뺏을 수 있다면 나머지 두 명을 유인하는 건 더 쉽겠지.

아까 잠깐 봤던 김시우의 얼굴을 떠올리자 기분이 팍 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잘난 얼굴로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후리고 살았겠지, 누구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불공평하지 않은가?

나중에 만난다면 그 잘난 얼굴을 뭉개줄 생각이었다.

“그래 수아? 수아라고 했나. 그래서 김시우가 언제 올 거 같아? 내가 특별히 선물도 보내줬는데.”

“닥쳐! 개새끼야!”

“왜 시우한테 몇 장 더 보내줄까?”

“하지 마! 시발 하지 말라고!!”

“낄낄.”

신광호가 들고 있는 정수아의 스마트폰에는 김시우와의 채팅방이 열려 있었다. 방금 보낸 사진을 보여주니 발작하듯 소리를 질렀다.

“괜찮을까요? 형님? 그 새끼가 신고라도 하면….”

“그러면 인터넷에 다 올려야지 뭐.”

“이…. 이!!! 개새끼야!!”

“네가 싫어하는 김시우한테 빌어. 제발 혼자 와달라고~”

“흑…. 흐으윽…”

서러운 표정으로 우는 정수아를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 오려나…. 야 대호야 뭐 재밌는 거 없냐?”

“재밌는 거 말씀입니까?”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신광호는 전리품을 처리하면서 구매했던 물건이 떠올랐다. 양대호에게 신호를 주자 양대호는 구석에 있는 가방에서 분홍색 액체가 담겨 있는 병을 꺼내 들었다.

“효과나 한번 볼까?”

신광호는 의자에 묶여 발버둥 치는 정수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손에는 분홍색 액체가 담긴 병이 들려 있었다.

“하지마!”

“쉿.”

“…”

정수아는 자신의 목덜미 밑에 들어온 도끼날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까. 자신의 부모님 얼굴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항상 자신에게 웃어 주던 다은이도 놈들의 표적이라는 걸 들었을 때 그 기분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거기에 자신이 당한 수모로 인한 치욕 때문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옳지그래 입 벌려야지?”

자신이 조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강주원에게 줄 선물을 산다고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간 게 문제였다.

그때 다은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갔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주원아…’

정수아는 그저 묶인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시발… 어떤 새끼가….”

한 번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 없던 정수아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조금 놀랐다.

같은 반이다 보니 연락처는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었는데, 첫 연락으로 그런 게 올 줄 상상도 못 했다.

다른 사람에게 이걸 알리거나, 혼자 오지 않으면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는 협박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공장으로 달려왔다.

일단 숨을 고르며 주변 공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길이 끊긴 것처럼 보이는 폐공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다 깨진 유리창, 여기저기 녹슬어 있는 철문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범죄 영화에서나 볼법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새끼지?’

정수아와는 사이가 좋지 않긴 하지만 다은이의 소꿉친구가 아닌가. 그런 취급을 받도록 방치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유일하게 빛이 보이는 공장, 아마 저기에 정수아가 있겠지.

‘착검.’

팔찌로 변해 있던 청운검이 검으로 변했다. 마치 지금의 내 감정에 반응하듯 검신이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최대한 주변에 집중하며 공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__끼이익.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 멀리 조명 밑에 의자에 묶여 있는 정수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하마터면 이년한테 낭비할 뻔했잖아~”

“넌 누구지?”

“낄낄 왜 그렇게 진지해? 응? 혹시 이년한테 마음이 있어?”

“읍!! 읍!!”

의자에 묶여 있는 정수아가 날 보자 놀란 듯 소리를 질렀으나 입이 막혀 있는 탓에 뭐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굴은 놈에게 맞았는지 살짝 부어 있었고, 입술 부분이 찢어져 피가 흐리고 있었다.

“정수아 건드리지 마! 새끼야!”

정수아가 저런 모습인 걸 알만 마음 약한 다은이가 울겠지.

“아주 정의 사도가 납시셨네?”

오른쪽 눈가에 자상이 깊게 나 있는 남자가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며 걸어왔다.

지저분해 보이는 겉모습과 낡아서 해진 옷차림, 거지 같아 보이는 모습이었으나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흉터 자국, 거기에 팔뚝에 선명하게 보이는 핏줄과 근육이 놈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말은….’

둘 중 하나겠지, 마력을 사용할 수 없거나, 아니면 내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제어 능력을 갖추고 있던가.

아마 후자에 해당하겠지. 정수아가 치유 계열 헌터긴 해도 각성자는 각성자다.

일반인에게 저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래도 약속은 지켰네? 혼자 온걸 보면 선물이 맘에 들었나 봐?”

“뭘 원하는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수아는 풀어줘.”

“응? 풉..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남자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과장된 몸짓을 하며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크게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이 신광호 님을 이렇게 웃긴 건 오랜만이네, 그래 저년이 이쁘긴 해. 가슴만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가슴 작은 년이 취향이야?”

“대화할 가치가 없는 놈이군…”

가벼워 보이는 동작과 말투,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놈이지만, 저건 연기일지도 모른다.

오랜 전투로 인해 쌓인 경험들이 놈이 위험하다는 걸 알려왔다.

“그래, 딱 너 같은 놈들이 무서울 게 없는 시기긴 하지. 갑자기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다들 인정해 주면…. 본인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

“…”

대화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아 나는 놈에게 대꾸하지 않고 검을 들어 올렸다. 저 멀리 의자에 묶여 있던 정수아가 내게 할 말이 있는지 아등바등하기 시작했다.

“읍!! 읍!!”

뭔가 내게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인생은 실전이거든…. 병신아!!”

[ 위험이 감지 되었습니다. ]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바로 몸을 숙이자 머리 위로 단검 하나가 휙 하고 지나갔다.

정확하게 목이 있던 위치를 노린 공격, 가볍게 피한 다음 바로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 항마 : 활성화 ]

__푸확!!

마력을 밀어 넣어 한 방에 죽일 생각이었으나, 남성이 반응하면서 죽이는 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치명상을 입히는 데에는 성공했다. 나는 바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앞발을 땠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

몸을 돌리자 본인을 신광호라고 소개했던 남자가 도끼로 내려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검으로 방어하는 순간,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팔목이 시큰시큰할 정도로 강한 공격, 하지만 그걸로 공격의 끝이 아니었다.

__쾅! 쾅! 쾅! 쾅!!!!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남자의 공격, 난잡한 공격이었으나 공격 한 방 한방에 실린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거만한 태도와는 다르게 전력을 담은 공격이었다.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마치 작은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맹수처럼, 놈의 무자비한 공격에는 빈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위협이 감지되었습니다. ]

나는 어쩔 수 없이 놈의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방어를 하고 있음에도 팔에 데미지가 축적되는 기분이다.

‘일단은 뒤로 피하자!’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두르자 놈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계속되는 묵직한 일격에 팔이 떨릴 정도였다. 이 정도 능력치면 A랭커 수준일까.

“오호? 이놈 봐라?”

신광호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내 검을 맞고 상처 부위를 지혈하고 있는 남자에게 걸어갔다. 무방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호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생도 새끼 하나 못 잡아서 어디다 쓰겠냐?”

“죄…. 죄송합니다…. 쿨럭….”

“하여간 쓸모없는 새끼.”

신광호는 남자를 신랄하게 평가하고는 포션을 뿌렸다. 상처가 치유되긴 하지만 당장은 일어나긴 힘들어 보였다.

“흠…. 생도 새끼 주제에 날 평가하고 있네?”

내 시선을 읽은 듯 신광호의 입가가 살인귀처럼 찢어졌다.

“그래,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가 처음으로 레이드에 나갔을 때였지. 그때는 보잘것없는 인간이라 짐꾼으로 있었거든, 돈은 좆같이 적게 받으면서 위험은 큰 짐꾼 말이야.”

“…”

“나는 열심히 할 생각이었는데 그놈들이 글쎄 보험료를 노리고 짐꾼들을 미끼로 쓸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고? 몬스터를 폭주시켜서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놈은 내 대답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폭주시켰지. 무방비한 헌터들이 몬스터에게 당하는 틈을 타서 어떻게든 도망쳤지.. 그런데 그 새끼들이 하는 건 괜찮은데, 내가 하는 건 범죄더라?”

놈의 도끼날이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든지 다 썰어버릴 것처럼 선명하게 빛나는 마력.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내 앞길을 막는 놈들, 거슬리는 놈들, 날 죽이려고 찾아오는 놈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놈이 도끼를 들어 날 겨누기 시작했다.

“다 죽여 버렸어… 그러니까, 말 안 해도 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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