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164 히든 던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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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같은 게 떨어져 있어! 음.. 처음 보는 문양인데….”
뒤에 있던 다은이가 앞으로 나가 슬라임 위에 있던 동전을 들어 올렸다.
동전에는 처음 보는 문양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을 되새겨 보니 여기 들어올 때 사용했던 열쇠 뒷면에 있던 문양 같았다.
“열쇠에 있는 문양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아공간 팔찌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꺼내봤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걸까? 민지야 어떻게 생각해?”
“음.. 나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여기서 나온 거니까 어딘가는 쓸 곳이 있지 않을까.”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보상이니 분명 어딘가에 쓸 곳이 있을 거다. 아무리 봐도 동전처럼 생겼으니까 물건을 살 때 사용하지 않을까.
처음 시작했던 장소에 있는 도우미인 토요인지 타마인지 하는 녀석에게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은 동전을 챙겼다.
“시우야, 민지야 잠시만!”
앞으로 전진하려던 순간 다은이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 있어?”
“잠시만~ 우리 위치를 기록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해두면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탐험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은이는 꼼꼼하네. 나는 그런 거 생각 못 했는데….”
다은이 쪽을 확인해 보니, 가방에서 빈 종이를 꺼내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계단을 기점으로 위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부가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저렇게 꼼꼼하게 기록하는 게 좋겠지.
“기록 다 했어 다은아?”
“응!”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앞으로 갈게. 민지가 다은이 앞에서 보호좀 해줘.”
“…알았어. 괜히 다치지 말고 조심하기나 해.”
우리는 그렇게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위치를 기록하며 앞으로 나가던 중 또다시 슬라임이 나타났다.
민지의 공격한 방에 죽은 별 볼 일 없는 놈들, 이번에는 숫자가 좀 많아 보였다.
“10마리가 넘어 보이는데….”
“가까이 오기 전에 내가 공격해 볼게!”
다은이가 커다란 지팡이를 쥐고 앞으로 나가 스킬을 사용했다. 평소라면 전격 능력으로 한 번에 모두 쓸어버렸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민지가 도발 스킬을 사용한 것처럼, 다은이는 파이어볼 스킬을 사용했다.
테니스공 크기의 불덩이리가 다은이의 지팡이 앞에 생겨나더니 슬라임을 향해 날아갔다.
__펑!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슬라임 3마리가 일격에 터졌다. 다른 녀석들도 살짝 그을림이 생긴 게 나쁘지 않은 위력이었다.
“MP 3분의 1이 줄어들었어~! 많이는 못쓰게 되어 있나 봐.”
공격하기 힘든 만큼 위력이 강한 걸까. 나도 타로에게 지급 받았던 투척용 단검을 들어 올렸다.
‘투척 스킬을 안쓰고 던져 볼까.’
매번 훈련으로 하던 행위라서 그런지 단검을 던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단검이 슬라임에 맞았으나 위력이 좀 떨어져 보였다.
‘이번에는 투척 스킬로..’
투척 스킬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MP가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보다 더 빠르게 날아가는 단검.
아까는 박히는 거로 끝났으나, 이번 단검에 맞은 슬라임은 사방으로 폭발했다.
던지는 행위에 보정은 없지만, 단검에 특별한 힘이 담기는 것 같았다.
스킬에 적응하기 위해 몇 번 시도 하다 보니 어느새 슬라임 무리가 코앞까지 와 있었다.
철퍽 거리며 공격성을 들어내는 놈들, 하지만 이미 전투 훈련을 받은 우리에게는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민지가 기합 소리와 함께 검으로 내려치자 힘없이 터지는 모습이었다. 나도 단검으로 빠르게 찔러넣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드는 슬라임들.
“이 얍!”
뒤에 있던 다은이도 지팡이로 슬라임을 내려쳤다. 묵직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슬라임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타격에는 내성이 있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쉬운데…?”
“그건 민지가 검을 잘 써서 그런 게 아닐까~! 민지야 검을 처음 쓰는 거 아니었어?”
다은이가 높은 텐션으로 민지를 칭찬해 주자 쑥쓰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그래? 그냥 많이 상대해 보니까 감이 좀 잡혀 있나 봐..”
“완전 멋있는 거 같아!”
다은이가 계속 칭찬하자 민지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둘이 친해져서 나쁠 게 없으니 나는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중, 갑자기 슬라임에서 초록 구슬이 나와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단검으로 막아 보려 했는데, 검을 그냥 통과하더니 그대로 몸에 들어왔다.
‘뭐.. 달라진게 없는 거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계속 지도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나가면서 슬라임을 쓰러트리던 중이었다.
“삐꾹!”
“슬라임만 계속 나오네.. 질척거려서 기분 나쁜데.”
이번에도 우리 앞으로 초록색 구슬이 날아왔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레벨업?”
다은이가 눈앞에 뜬 알림창을 보고 중얼거렸고, 레벨 업이라는 알림창이 내 눈앞에도 떠올랐다.
“혹시 이것도 있으려나.. 스테이더스.”
[ 이름 : 김시우 ]
[ 직업 : 도적 ]
[ 힘 : 5 ]
[ 민첩 : 5 ]
[ 채력 : 5 ]
[ 마력 : 5 ]
[ 스테미나 : 5 ]
[ 남은 스텟 : 1 ]
“이거…. 완전 게임이랑 똑같잖아?”
*
계속해서 슬라임을 처리하며 진행하다 보니 레벨이 5까지 상승했다.
다은이나 민지도 똑같이 레벨이 오르는 걸 보면, 경험치 수치는 똑같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냥을 할 때마다 강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몬스터를 잡으면 반드시 보상이 있어서 그런지 사냥이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
다은이가 그리기 시작한 지도의 크기가 점점 커지던 중, 왠지 수상한 느낌이 드는 긴 통로가 나타났다.
“잠시만.”
지금까지 본 던전의 풍경하고는 뭔가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횃불의 배치도 좀 많이 떨어져 있어 무언가 튀어나온다면, 이곳이 딱 좋아 보였다.
“왜…. 뭔가 있어?”
“시우야, 혹시 뭘 발견했어?”
“그런 건 아닌데, 감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그러면 확실히 확인해 보고 지나가자! 숨겨져 있는 게 없다고 해도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다은이 말처럼 그렇게 해. 나오는 몬스터 들이 형편없긴 해도 던전은 던전이니까.”
그래, 그동안 쉽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민지랑 들어갔던 던전에서 고생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처음 마키나 능력을 각성했을 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레벨업을 하면서 투척 스킬옆에 함정 감지 스킬이 생겨 났다.
‘한번 써 볼까?’
갑자기 야간 조명을 킨 것처럼 시야가 밝아지더니 아까보다 앞이 선명하게 보였다.
어두운 통로에 얇은 실 하나가 살짝 빛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함정의 위치를 알려주는 건가.
“잠깐만 기다려 봐.”
딱 봐도 함정으로 의심되는 상황, 주변을 찾아보니 적당히 던질 만한 돌덩어리가 있었다.
“저기에 뭔가 있는 거 같아서.”
“뭐가 보이는 거야? 우리는 하나도 안 보이는 데?”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와이어 줄에 돌을 던졌고, 양 벽 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들었다.
“시우야 나이스~!”
“미리 발견해서 다행이네.”
“그럼 앞으로 나가보자.”
중간중간 함정을 해제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함정 감지 스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정된 MP 때문에 그건 힘들었다.
‘MP가 좀 부족한데..’
오른쪽 발이 푹 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고, 벽면에서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흡!”
반사적으로 구르고 나니 뒤에 화살들이 박히기 시작했다.
빠르게 반응하긴 했지만, 화살 하나를 맞아 버렸다. 살짝 줄어든 HP와 조금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시우야!!”
“이 멍청이가 야! 괜찮아?”
“그렇게 아프진 않아. HP도 조금 밖에 안 깎였고.”
“지금 그게 할 말이야? 조심 좀 하라고 했지 이 멍청아!” 빨리 이쪽으로 와봐!”
괜히 괜찮다고 했다가 민지에게 한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다은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화살을 뽑아냈다.
“피 좀 봐…. 어떻게 해.. 시우야 정말 괜찮아? 많이 다친 건 아니지?”
“진짜 괜찮아.”
“조용히 하고 어깨나 보여봐. 멍청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깨를 민지에게 보여줬고, 민지는 포션을 상처 부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어?”
포션을 어깨에 뿌리는 순간 초록색 빚을 내더니 이내 상처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따끔 거리는 느낌도 사라졌다.
“다 나았어….”
“하나도 안 아픈데?”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응.”
함정이 생각한 것보다는 위험하진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한발만 맞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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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들 때문에 조금 걸리긴 했으나 아직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이라 좀 긴장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진 기분이다.
그나마 보상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어디에 쓸지 모를 코인들뿐이었다. 레벨업도 어느 순간 부터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중이고.
그렇게 지쳐가던 중, 특별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열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크기의 거대한 문.
뭔가 반드시 있을 것 같은 문이 나타나자 다은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 뒤에 보스가 있는 걸까?”
“뭐가 있어도 확실히 있을 것처럼 생긴 거 같아.”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공간이었다.
“이건 어떻게 열어야 할까?”
다은이가 문 앞으로가 몸으로 밀어봤으나, 전혀 미동도 없었다.
민지와 나도 다은이를 도와서 같이 밀어봤지만, 사람의 힘으로 밀기에는 너무 큰 문이었다.
“여는 방법이 있을 건데….”
일단은 주변을 수색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변을 수색하던 중 다은이가 뭔갈 발견했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어…. 시우야! 여기 열쇠 구멍이 있어!”
“열쇠 구멍?”
다은이의 말대로, 열쇠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열쇠라고 한다면 역시 들어올 때 사용했던 그것밖에는 없으려나.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꺼내 구멍에 넣는 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전투 준비해!”
“응!”
거대한 문이 열리자 다른 공간보다 훨씬 더 넓어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슬라임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핑크 슬라임…?”
뭔가 오묘해 보이는 분홍색, 거기에 3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 딱 봐도 평범하지 않은 느낌의 몬스터.
“삐꾸우우욱!!!!!”
울음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이제 좀 싸워 볼 만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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