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162 히든 던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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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던전 입구야?”
“뭔가 조금 으스스한 것 같아. 우리끼리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지도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내 뒤에서 민지와 다은이가 중얼거렸다. 여기에 지도를 내려놓고 마력을 흘러 넣으면 이제 던전 입구가 열린다.
민지와 다은이를 데려오기 전 먼저 들어가서 던전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던전과는 다른 특수 던전으로, 성장과 관련된 던전이었다. 능력치가 떨어질 수록 효과가 좋고, 능력치가 높을 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던전이라 민지와 다은이를 선택했다.
입장 인원수의 제한이 없었다면 더 많은 인원을 애들을 데려왔겠지만, 어쩔 수 없지.
저번 회차의 기억을 더듬어 지도를 내려놓고 마력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민아가 알려준 데로 마력을 컨트롤 하며 순서에 맞게 마력을 움직였다. 지도에 그려진 그림에 보이지 않는 순서를 따라 마력을 움직이자 지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오른 지도가 서서히 변형되더니 푸른색 빚을 내는 거대한 기둥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이랑 들어가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랑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어?”
“와…. 특수 게이트는 처음 봐.”
신기한 광경에 다은이가 놀란 표정으로 포탈을 감상했다. 거울같이 생긴 게이트에는 우리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단순히 게이트로 불리는 차원 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각 게이트마다 어느 정도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게이트의 경우는 보통 특수 던전과 연결되어 있다.
흔히 함정과 보물 상자가 숨겨져 있는 던전이 일반적이다.
이미 내부를 확인했기 때문에 어떤 장소가 있는지 알고 있긴 하지만, 둘에게 말했다가는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나는 미리 챙겨왔던 물품들을 확인했다.
사실 나도 끝까지 진행했던 건 아니라 이 정도로 충분할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식량 말고는 의미가 없었으니까.’
비상용으로 먹을 전투식량들을 인벤토리에 가득 채워 왔다. 다른 아이템들은 던전의 규칙에 따라서 무력화되기 때문에 챙기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안에 들어가서 창조 스킬로 만들면 되는 일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김시우. 아무리 그래도 저쪽 너머가 어떤지도 모르고 우리끼리 들어가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
걱정 많은 민지가 날 말리듯 중얼거렸다. 뭐 어떤 게이트인지 판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가는 건 위험한 일이다.
어떤 환경이 나타날지 모르니, 함부로 들어가는 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감정사에게 확인했는데,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다가 전리품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던전에 들어갔다가 전리품을 두고 싸우는 일은 흔하게 일어났으니까.
“그래도 이건 위험한데..”
“나 먼저 들어간다?”
“야! 김시우!”
“같이가~ 시우야!”
“다은이까지! 진짜 김시우 항상 이럴 거야!!”
내가 앞장서서 들어가자 놀란 민지와 다은이가 서둘러서 따라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따라서 와 주네.’
이런 식으로 들어온 게 잘못 된 건 알고 있지만, 민지를 설득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았을까.
어지러움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아 있자. 목재로 된 장소가 나타났다.
둥그런 의자 식탁, 목재 바닥과 목재로 된 벽까지 흔히 소설 속에서 보는 여관이 이런 풍경일까.
뒤에서 쿵 소리와 함께 민지와 다은이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어지러워..”
“김시우 이 멍청이가!”
이동하면서 느낀 괴리감 때문에 다은이나 민지 둘 다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도 고개를 털어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어딘가로 이동하는 건 어지럽다 해야 하나.
목재로 된 문이 열리고 도우미 로봇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 시우야! 민지야! 앞에 이상한 게..!”
“위험한 일 없다고 했으면서!”
도우미 로봇을 처음 보는 민지와 다은이가 서둘러서 전투준비를 하기 시작했으나, 둘 다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게, 여기서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각성자의 몸이 일반인보다 더 튼튼하긴 하지만, 마력이 없으면 조금 강한 인간에 불과하다.
“둘 다 진정해봐. 적의가 없어 보이잖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까 조금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 되는 거 몰라?”
나는 녀석을 이전에 미리 만났기 때문에 민지와 서아의 어깨를 잡고 둘 다 진정시켰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느낌이 드는 로봇, 길쭉한 몸통과 동그란 머리에는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홀로그램이 떠 있었다.
이모티콘이 웃은 표정으로 변하더니 귀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삐빅!”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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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을 향해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삐빅!”
“정말로 이걸 쓰면 돌아올 수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모험가님! 삐빅!”
귀환서를 들고 있는 민지가 도우미 로봇에게 몇 번이고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력이 없다는 게 이렇게 불편한지 몰랐어….”
의자에 앉아 있는 다은이가 중얼거렸다.
다은이는 키를 넘어서는 거대한 지팡이와 함께, 발목까지 내려오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연한 보라색 빚을 내는 로브, 딱히 수수한 장식도 없이 허리 끝이 전부였으나, 거대한 가슴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시선이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이게 도움이 될까?”
우리가 들어온 던전에는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RPG 게임에서 볼법한 장비들을 착용하고 지하층으로 계속해서 내려가는 게 이 던전의 목적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마력을 통한 능력은 사용할 수 없고, 여기서 경험치를 쌓아서 능력치를 올려야 했다.
각 층에는 보상들이 숨겨져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보상이 커지는 모양이다.
“아까 확인해 봤잖아.”
“응.. 그렇긴 한데. 이런 던전은 처음 들어와봐서 조금 떨려.”
실제 게임처럼 우리는 직업을 선택한 상태였다. 다은이는 흔히 볼 수 있는 마법사를 선택했다.
기존처럼 전격 능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고, 정해진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괜찮아 귀환서도 있고,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했잖아.”
“응 그렇지만 다시 들어 올 수 없다고 했으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나가야지.”
“그래도 괜찮을까? 시우가 힘들게 찾은 던전인데..”
“괜찮아 너희들이 안전한 게 최우선이니까.”
다은이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고, 도우미 로봇에게 몇 번이고 확인을 끝낸 민지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민지의 경우는 무투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검과 방패를 든 모습이었다.
평범한 의상에 가죽으로 된 방어구를 끼고 있었는데, 가슴 부분이 특히 답답해 보였다.
“민지야.. 불편해 보이는데 괜찮아~?”
“이거밖에 없다는 데 어떻게 해. 김시우 너는 뭐야?”
“도적으로 선택했어.”
“도적? 평소에도 검을 쓰는 거면 전사가 좋지 않아?”
“전사는 민지 네가 선택했으니까. 그리고 함정을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도적이 함정 해제에 보너스가 있어서 한 명쯤은 도적을 선택하는 게 좋아 보였다.
마력을 이용한 기술은 적용이 안 되긴 하지만, 패시브 류 스킬들은 어느 정도 적용이 되는 중이다.
투척 스킬과 인큐버스의 손길 때문에 손재주 보정이 있어서 도적도 나쁘지는 않았다.
민지의 경우는 검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검을 쥐고 있는 동작이 어색해 보였다.
“그렇게 잡지 말고…. 손을 이쪽으로 놓고….”
그래도 검을 좀 오래 사용해 본 입장에서 민지의 자세를 고쳐 주기 시작했다. 건틀릿을 방패처럼 사용했으니, 방패 쪽은 민지가 더 잘 알겠지.
민지의 팔과 다리를 건드리며 자세를 고쳐 주고 있자 다은이가 이쪽을 뻔히 보고 있었다.
“왜.. 뭐 할 말 있어 다은아?”
민지가 괜히 쑥스러운지 다은이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다은이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낸 우리는 여관을 나가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섰다.
“후우…. 여기 밑에 몬스터가 있는 거지?”
“그런 것 같아…. 나도 조금 떨리는 기분이야!”
민지와 다은이를 데려오기 전에 혼자서 1층은 진행해봤다. 흔히 슬라임이라 부르는 녀석들만 나와서 딱히 위험한 건 없었다.
그리고 위험하다 해도 귀환서를 이용하면 안전지대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확인한 상태였다.
혼자서 확인했을 때에는 1층에는 하급 영약이 전부긴 했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보상이 커지겠지.
“그럼 내가 앞장설게.”
“내가 먼저 갈게…. 방패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방패를 세우고 아래로 내려가는 민지였다. 둘 다 던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받은 훈련 때문인지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마력이 없어진 게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석재로 된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높이가 한 10m는 넘어 보이는 천장과 함께 벽면에는 빚을 내는 전등들이 일정 간격으로 달려 있었다.
“저번에 4인조 그룹 평가에서 봤던 곳 하고 비슷하네.”
“동굴보다는 신전? 신전에 가까운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야!”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다은이는 주변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둘러 보기 시작했다.
“일단은 앞으로 가볼까?”
“응!”
“알았어.”
석재로 된 벽을 따라 앞으로 걸어가자 슬라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물방울처럼 생긴 녀석은 통통거리며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저거.. 슬라임이지~?”
“둘 다 내 뒤로 와.”
앞으로 걸어나간 민지가 방패를 검으로 두들기자 슬라임의 어그로가 민지에게 끌렸다.
“민지야. 그것도 스킬이야?”
“응 도발 스킬인데.. 일단은 써지는 것 같아. 그 로봇이 헛소리를 한건 아닌 것 같아.”
잠깐 한눈 판 사이 슬라임이 민지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뭐 저건 별 볼 일 없으니까.’
내가 잡을 수도 있지만, 둘이 이곳에 적응하려면 역시 직접 사냥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뒤에서 방관하기로 했다.
민지가 방패를 앞에 세우고 한 발짝 앞으로 나가더니 점프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검을 휘둘렀다.
검을 처음 사용하면 저런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 텐데, 그래도 그동안 전투 훈련을 받은 감각이 있는지 한 번에 공격을 성공시켰다.
“삐꾹!”
민지의 공격 한방에 나가떨어진 슬라임은 그대로 쓰러졌다.
“한 방이네..?”
민지는 칼끝을 타고 들어온 묵직한 손맛을 느꼈는지 자신의 칼과 슬라임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알지. 저 느낌.’
검을 휘두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느낌.
“어.. 민지야! 저기 뭔가가 떨어져 있어!”
“어? 어디에?”
쓰러진 슬라임 위에는 전리품들이 떨어져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탐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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