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134 던전 탐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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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해 보이는 구를 중심으로 두 명의 괴한이 서 있었다.
이렇게 구석에 숨어 있으니 찾기가 힘들었지, 서아에게 특성을 빌리지 않았다면 찾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여인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그 옆에 있는 남자는 큰 반응은 없었다.
남자 쪽에서 저번에 상대했던 네크로맨서들만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 진하게 느껴졌다.
옆에 있는 여인은 마기 말고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시체들을 움직이는 건 남자 쪽인 게 분명했다.
‘어지럽네…. 이거..’
서아의 특성을 빌려 놈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급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두 가지 시점이 겹쳐서 보이는 느낌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금방 피곤해졌다.
나는 놈들을 찾았으니 천상의 투시자를 비활성화시켰다. 이제야 좀 눈이 편안해졌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나는 일부러 제국어를 사용해서 놈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국어를 사용하는 인물이라…. 혹시 제국에서 오셨습니까?”]
남자는 제국어를 알아들었는지, 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야 둘이서 뭐라고 하는거야?”
반면에 여인은 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옆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영생교가 여기에는 어떻게 넘어 온 거지?”
[“신기하네요. 저처럼 차원을 넘어온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놈은 내가 차원을 넘어왔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해서 그렇겠지.
“너희끼리 뭐라고 떠드는 거야!”
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지 옆에서 여인이 소리를 질렀다. 아까 서로 대화하고 있던 것처럼 보였는데, 아마 저 녀석도 나와 비슷하게 언어를 익혔을 거다.
“여기서 뭘 하려는 거냐?”
[ “인간은 너무 약합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고…. 물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죠.”]
놈은 그렇게 말하며 쓰고 있던 로브를 뒤로 넘겼다.
거기에 보이는 건 새하얀 뼈다귀, 내장과 장기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뼈다귀가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 “보이십니까? 이 완벽한 몸이?”]
사악한 사령술을 쓰는 해골, 놈은 더 인간이 아니었다.
[“당신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습니까?”]
내 마음에 꼭 드는 몸을 버리고 저런 해골이 되라고?
죽어도 싫었다. 머리털도 하나도 없는 놈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별로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렇습니까? 참으로 우둔한 자군요. 이렇게 완벽한 몸을 가질 기회가 있음에도 잡지 않으시다니.”]
“저 여자가 그렇게 만든 건가?”
[“음, 다른 남자였습니다. 참으로 전지전능해 보이는 인간이었죠.”]
다른 남자라면 교주가 분명했다. 저놈들의 옆에 떠 있는 저 구체는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민아와 다른 교관들이 놈에게 한 번에 달려들었을 때, 포탈이 저 구체와 똑같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른 말로는 저걸 부숴버리면 될 것 같았다.
“그런 걸 다 말해줘도 되는 거야?”
“야! 내 말 안 들려?”
[“이거 동류의 사람을 만나 말이 많아졌군요. 저희에 대해서 안다면 제가 뭘 할지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
놈이 허공에 손짓하자 놈의 앞에서 고블린 시체들의 손이 튀어나왔다.
이미 죽임을 당했는지 시체 썩은 냄새가 이쪽까지 풍겨왔다. 놈은 날 죽일 생각인지 시체들에게 명령을 내려 날 노리도록 만들었다.
기분 나쁜 기운을 뿜어내며 내게 달려왔으나, 너무 느렸다.
[ 엘레렌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이미 죽어 몸이 망가진 놈들의 움직임은 보잘것없었다. 아직 비전 검술을 익히지는 못했지만,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이걸로 충분했다.
물 흐르듯 깔끔하게 움직이는 검에 의해 고블린의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머리를 잘라도 죽지 않는다면, 팔다리를 잘라 기동력을 빼앗으면 해결될 문제였다.
[“혹시 기사셨습니까?”]
놈은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내 발밑에 있던 고블린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시체 폭발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 피할 수 있었다.
“말을 걸고 공격하다니 비겁한 놈.”
[“하하.. 그걸 당하지 않을..!”]
“뭐야!!”
시체가 일어나는 순간 조용하게 굴렸던 폭탄이 폭발했으나, 놈이 끈적거리는 베리어로 폭탄을 방어했다.
[“이거 제가 당해보니 꽤 기분이 나쁘군요.”]
“반응이 좋네?”
자신이 많이 사용하는 공격방식이라서 익숙한 걸까, 놈은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평탄해 보였다.
“여기로 시선이 끌리면 안 되니까, 빨리 처리해!”
[“알겠습니다. 신의 사자 시여.”]
“너 저 녀석하고 무슨 말을 한 거야?”
[“딱히 중요한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해골 안쪽에서 타오르는 안광이 희어졌다. 마치 그 모습은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비웃음?’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대로 옆으로 몸을 굴렸고 발밑에서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걸 반응하실 줄이야?”]
아까도 땅에서 시체가 튀어나와서 설마 했는데, 설마 이 바닥에 시체들이 가득한 건가?
[“이곳의 사람들은 마수들을 사냥해서 전리품이나 마석들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수들의 종류에 따라서는 마석 말고는 가치가 없는 놈들이 있다고 합니다. 사냥이 끝나고 나면 당연히 시체가 남는데…. 가치가 없는 놈들을 어떻게 할까요?”]
“설마?..”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 위협이 감지 되었습니다. ]
“시발..”
*
로이, 그는 다른 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농노 출신의 부모를 두고 있었기에 그는 농노로써 살게 될 것이 당연했다.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도 불만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물이 흘러가듯 주위에 있는 이들도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에게도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이들과 비교한다면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다른 노예들보다 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영주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나도 영주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절대로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고 했던가.
나의 세계는 어머니와 주변인들이 전부였고, 나는 그걸 지키면서 살았다.
주위에 있는 이들은 자신과 어머니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래,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은 달이 유달리 붉은 날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뜨는 피의 보름달.
붉은 달이 뜨는 날이면, 모든 마수가 이성을 잃어버리는 날이었다.
어떻게든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큰 무서움은 없었다.
비록 노예이긴 하나, 자신의 주인인 영주가 자신을 보호해 줄 거로 생각했으니까.
매년 그렇게 지나오던 날이 아닌가.
자신의 어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게 착각이라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당연히 우리를 지켜줄 거라 생각했던 기사들은, 생각보다 많은 마수에 숫자에 어머니와 나를 버리고 도망쳤다.
나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그래도 사람을 믿으려 했다. 비록 기사들은 도망쳤지만, 평소에 그렇게 친절하던 이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겠는가.
그래, 그마저도 착각이었다.
평소에 친절했던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그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항상 친절하게 웃던 남자들의 표정은 욕망에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잘 못 되었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고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여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 영주가 주위에 시선을 피해 찾아오지 않았던가.
놈들에게 나의 어미가 어떻게 보였을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선을 넘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놈들의 주먹에 맞아 쓰러졌다.
나를 보며 우는 어미를 보며 생각했다. 내 목숨으로 어머니를 협박하는 남자들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나 추악했던가.
그걸 지켜보던 루이는 인간에 대한 혐오에 빠졌다.
믿을 수 있는 인간이 없었다.
인간은 쓰레기였다. 놈들은 즐거움을 위해 자신을 때리고 괴롭혔다.
팔다리가 부러졌는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년 아주 죽여주는 데?”
“영주가 자꾸 찾는 이유가 있었구먼!!”
“새끼 우냐? 울어??”
어차피 마지막이라는 걸까. 놈들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고 놈들의 폭력을 버티지 못하는 어미가 눈앞에서 죽었다.
다 죽이고 싶었다. 인간들을 세상을 지워 버리고 싶었으나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 순간, 마수들이 나타나 그가 살던 집의 벽을 부숴버렸다.
이제 죽는구나, 자신의 어미를 짓밟던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자신이 복수하진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죽는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가 있지 않을까.
‘아니…. 저걸로는 부족해..’
저놈들은 더 고통받아야 했다.
억울했다. 저놈들이 저렇게 평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게.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버렸던 영주에게 복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때 이상한 로브를 뒤집어쓴 인간이 루이의 앞에 나타났다.
“마음에 드는 눈을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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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령 술사가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주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사령술사가 되었으나, 재능이 없던 루이는 아직까지 복수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기적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모든 사령술사가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 불사의 몸, 엘리치가 되어 있었다.
그 남자는 신과 같았다. 처음 이곳으로 끌려왔을 때, 이곳이 다른 세상이라는 사실에 잠깐 놀랐으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약속했던 건 기억하겠지?”
저 여자가 시키는 대로 주변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는 일.
[ “물론입니다..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것. 참으로 간단한 일이지요.” ]
이 일만 끝나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수가 끝난다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모두 지울 생각이었다.
이 주변에는 시체가 넘쳐난다. 자신이 얻은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뭐 이미 준비는 끝났지…. 제거 하고 싶다는 녀석들이 여기 올 거라는 건 미리 들었으니까.”
여인은 아까 제거 대상을 확인하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시작하자고…?”
“뒤졌다 새끼들아….”
어딘지 모르게 화나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남자는 위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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