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133 던전 탐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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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로 넘어가기 전 버스 안, 오늘 예정된 사신 길드에서 관리하는 게이트로 향하는 버스 안에는 A반 생도 전원이 타고 있었다.
어젯밤 나에게 시달렸던 민지는 피곤했는지 옆에서 내 어깨에 기댄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다.
피곤한지 입이 살짝 벌어졌는데, 그 모습도 굴욕적인 모습은 하나도 없이 귀여워 보였다.
‘마키나. 놈들이 쓰던 힘, 영생교가 쓰던 힘 같은데 뭐 아는 거 있어?’
[ 역시 알려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키나는 미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계의 규칙인지 뭐 때문에 또 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이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라는 건데,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를 끌고 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놈들이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역천교 놈들이 한 거야?’
[ 아마 그들의 소행일 확률이 높습니다….]
저런 건 대답할 수 있는 건가, 저번에 폭탄 테러로 치명상을 입혔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뭐 괜찮아.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 다른 S급들이 진작 처리했겠지.’
최근에는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놈들은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헌터 협회와 여러 길드가 나서면서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짓을 벌일 여력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내 여자들을 노리는 이상 곱게 보낼 생각은 없었다.
‘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가장 좋은 건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거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이미 정해진 일정을 갑자기 변경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내게 그럴 권한도 없었다.
민아에게 부탁해서 어떻게든 비트는 방법도 있었으나, 그건 그것대로 위험이 있었다.
잘못해서 내 정체가 놈들에게 노출된다면 놈들이 가만있으려고 할까?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한 게 전부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게 분명했다.
공간의 제약을 무시하고 나타나는 놈들이니, 표적이 된 순간부터는 일방적인 공격을 받을 게 분명했다.
나야 세이브 로드 능력으로 당해도 복수하면 된다지만, 내 여자들도 공격을 당하게 될 거다.
되돌릴 수 있다고는 해도, 내 여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기분이 더러우니까. 받은 만큼은 확실히 돌려주마.’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게 옳은 일이다.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할 거다.
지금 당장 강해질 수 있는 건 쌓여 있는 운명 포인트와, 호감도 시스템이었다.
이전에 서아를 공략하면서 클리어된 업적 덕분에 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다.
거기에 히로인들이 성장하면서 메니지먼트 시스템에 보너스 스텟도 조금 있었고.
‘인큐버스 특성은 지금은 도움 안 되니까….’
인큐버스 포인트도 쌓여 있기는 하지만, 전투에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되니 패스했다.
‘필살기 시스템….’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기준치를 넘으면서 보너스 스텟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필살기 목록들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계륵 같은 시스템이었다. 필살기의 위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민지의 핵 펀치나, 다은이의 래일건, 서아의 샤드 익스플로전 같은 기술들은 한방한방이 강력하다.
문제는 제약들이 많았다. 항마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소모되는 마력이나 내 숙련도에 따른 정확도와 속도.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실제 전투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보너스 스텟만 사용하려고 했는데, 구석 부분에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하나 생겨 있었다.
‘이건 또 뭐야?’
[ 윤서아님을 공략하면서 클리어했던 업적의 보상입니다. ]
‘이런 게 있었나….’
[ 시스템이 안정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죄송합니다. 시우님.. ]
‘뭐 그렇게 사과할 건 없고….’
[ 히로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를 빌려올 수 있는 능력입니다. ]
나는 마키나의 말에 목록에 있는 특성들을 확인해 보았다. 서아나 다은이는 마력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성이 있었다.
대부분 마법과 관련된 특성들이 많았고, 민지의 경우는 내구성과 회복력과 관련된 특성이 선택지에 있었다.
특성들도 따로 랭크가 있었는데, 고 랭크의 특성들은 하나하나가 좋아 보였다.
‘민지는.. 체력이 50% 이하로 줄어들면 회복력과 내구성이 급증하는 대자연의 분노..’
몸이 민감한 탓에 조금만 만져줘도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빠르게 회복한다고 했더니 이런 특성 때문인가.
나는 인큐버스 같은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특성밖에는 없는데, 여기서도 재능의 차이가 느껴졌다.
‘목록에는 있는데 선택이 안 되는 건 뭐야?’
[ 특성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아직 개방되지 않은 상태면 그렇게 표시됩니다. ]
‘이거는 빌려 올 수 없어?’
[ 현재 단계에서는 빌려올 수 있는 특성들의 등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
‘제한되어 있다고? 나중에도 안되는 거야?’
이름만 봐도 대단해 보이는 특성들이 모두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저걸 활용할 수 있다면 전투력이 급증할 게 분명했다.
[ 포인트를 사용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시면 가능합니다만….]
‘서아를 공략하면서 얻은 운명 포인트가… 1000은 넘는 것 같은데.’
히로인 4명의 호감도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서 클리어된 업적과 S급 히로인 두 명과 잠자리를 가진 것, 자매 관련 업적 등 클리어된 업적들이 꽤 있었다.
[ 그 정도면 활성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활성화할게.’
[ 1000P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포인트 출혈이 쓰리긴 하지만, 스텟은 80을 넘어 설 수 없는 상황이고, 스킬의 경우도 소드 오러를 마스터 한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없어 보였다.
가챠를 통해 도박하는 방법도 있지만,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는 보장도 없었다.
‘어차피 앞으로 계속 사용할 거니까 투자한다고 생각하자.’
포인트를 소모해 호감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아까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는 특성들에 모두 불이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특성들을 살펴보다 서아가 아직 얻지 못한 특성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천상의 투시자?’
특성을 선택하자 시점이 두 가지 버전으로 동시에 보이기 시작했다.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일종의 패시브 같은 능력이었다. 일단은 능력을 발동시켜 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 있는 각 생도를 중심으로 마력 심장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마력뿐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저건 약점인가…?’
다른 특성들은 마법 사용과 관련된 특성들이 많았는데, 이건 전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눈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것도 계속 반복하면 그만이었다.
‘이거면 놈들이 어디 있는지도 찾을 수 있겠지.’
나는 천상의 투시자 특성에 적응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버스가 도착하자 내 어깨에 기대서 졸고 있던 민지가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민지야 잘 잤어?”
“아..안잤거든.. 멍청아..”
“침이나 딱고 말해.”
“치..침 안 흘렸어!”
“그래, 안 흘렸어.”
“…씨..”
졸던 민지를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심호흡하며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이전과 모든 게 똑같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저 안에 들어가면 또 놈들이 공격해 오겠지.
특성을 사용해 주변을 찾아보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공간에 기이하게 생긴 기운이 있었다.
‘혹시 저건가…?’
아주 희미하지만,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는 게 뒤쪽에 보였다.
저게 놈들이라면 지금 당장 공격하고 싶었으나 걸리는 게 있었다.
여기서 먼저 움직였다가 놈들이 포기하고 물러난다면, 사건은 해결하겠지만 내 정체가 노출되는 거다.
‘일단은 지켜보자.’
“자! 그러면 모두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다!!”
교관의 지시를 따라 생도들이 게이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앞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민지가 주변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 알았어?”
“걱정 안 해도 돼. 민지야.”
옆에서 이렇게 챙겨주고 신경 써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꼭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 멍청이..”
그 뒤로는 말없이 앞사람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살짝 어지러운 기분과 함께 후덥지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옛날에는 헌터들 끼리는 이런 곳을 사냥터라고 불렀다. 게이트를 길드 단위로 관리하기 전에는 사고도 자주 일어났었지.”
이전 회차처럼 교관이 중얼거리기 시작했으나, 그건 내 관심 밖이었다. 나는 말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전에 봤던 것처럼 포탈로 넘어오려나?’
지금 당장 주변에 이상한 게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역시 주변을 찾아봐야겠다.
민지와 민아에게 적당히 핑계를 대고 화장실을 가는 척 빠져나왔다. 괜히 나 때문에 기다리지 않도록 민아에게 확실히 말해두었다.
[ 다크 히어로 변신 세트 ]
“변신.”
그럼 이제부터 수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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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어두운색의 게이트가 생겨나더니 로브를 쓴 여인 한 명이 나타났다.
여인이 나타난 장소에는 불길해 보이는 기운을 뿜어대는 구슬 하나가 허공에 떠 있었다.
“들어간 건 다 확인했고… 그럼 시작해 볼까?~”
여인은 교주에게서 받았던 구슬을 쓰다듬었다. 역천교, 하늘을 뒤집는다는 이름에 걸맞게 교주의 능력은 특별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힘.
얼음은 차갑고, 불은 뜨거운 게 상식이고 당연한 일이다.
뜨거운 얼음은 없고, 차가운 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주의 힘은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현실을 조작하는 능력을 통해 세계의 규칙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신의 사자 시여..”]
그 증거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이렇게 자신의 눈앞에 서 있지 않은가.
“약속했던 건 기억하겠지?”
[“물론입니다..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것. 참으로 간단한 일이지요.”]
여인은 꺼림칙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힘을 사용하는 저 인간은, 자신이 사는 차원과 다른 차원에 사는 존재였다.
“뭐 이미 준비는 끝났지…. 제거 하고 싶다는 녀석들이 여기 올 거라는 건 미리 들었으니까.”
여인은 탐욕스러운 눈으로 자신에게 모든 정보를 넘겨주던 한심한 남자를 떠올렸다.
자신의 딸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과거의 젊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던가.
“그럼 시작하자고…?”
“찾았다.”
“뭐야 너는..?”
여인이 고개를 돌리자 온통 검은색으로 된 슈츠와 가면을 쓴 괴한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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