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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102화 (102/235)

〈 102화 〉 102 그룹 평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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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헌터 용품점으로 이동하니, 평가를 위해 물품을 구매하러 온 생도들이 많아 보였다.

500만 포인트나 있어서 기본적인 물품은 모두 구매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1학년들이 다 와서 그런가? 사람이 정말 많다~”

"나는 이런 곳은 질색이야.."

"민지는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안 좋아해?"

"응.."

민지와 다은이가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사야 할 물품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지하 동굴, 설원 지대, 사막, 그리고 열대우림 중 한 곳이 나온다고 들었다.

4곳 다 환경이 극단적으로 다른 곳이라 물품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동시에 평가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 뭐부터 사?”

“범용성 있는 물품부터 구매할까?”

기본적인 헌팅에 필요한 물품부터 구매하기로 했다.

몬스터를 유인할 수 있는 소음 발생기나, 움직임을 방해하는 끈적이 등, 헌팅에 많이 사용되는 투척물부터 구매했다.

'흠.. 각 환경마다 필요한 게 다르니까 선택하기가 힘드네.'

돈도 제한된 상황이고, 가방의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서 그런지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다.

“던전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

“1학년 전체가 시험을 치려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 않을까?"

모든 생도가 한 번에 시험을 치를 수는 없으니, 하루가 넘게 걸리거나, 반나절 이상 걸리는 던전은 아닐꺼다.

그러면 식량은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은아, 물 같은 거 만들어 낼 수 있어?"

"아쿠아 계열 마법 말하는 거지? 응 간단한 건 사용할 수 있어."

다은이의 전격 능력이 강하긴 하지만,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능력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몇번 파티 플레이를 해보면서 다은이도 마력 컨트롤 능력과 마법 쪽으로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전격 마법을 주로 사용한 거지, 다은이는 마법도 잘 쓰는 편이다. 서아 다음으로 강한 차석이니까.

"그러면 물은 필요 없으려나?"

"응 그건 내가 책임질게!"

사막환경에서 물이 부족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확실히 마법사가 한 명 있는 게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마법이 편리하긴 하지만, 다은이의 마력이 무한한 건 아니어서 장비를 챙기는 게 좋아 보였다.

"벌레 방지 스프레이? 그런 것도 필요해?"

"일단은 모르니까 하나씩 챙기자. 밀림 같은 지형에서는 이런 게 필수라고 하더라."

정글도 같은 거도 챙길까 했지만, 마력만 사용하면 일반적인 검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렇게 던전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미리 구조를 파악하고 준비를 마친 후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게이트의 종류에 따라서는 한번 들어가면 정해진 출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게이트가 있었다.

그런 게이트는 모든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미리 겪어 보는 게 도움이 되겠지.

‘일단은 지금 세이브를 할까?’

서아와 내기가 걸려 있기 때문에 뭐든 확실하게 이기고 싶었다.

내가 서아보다 약하긴 하지만, 세이브 로드 능력이 있는 이상 날 이기기는 힘든 법이었다.

5개 정도 비어있는 세이브 포인트 중, 저번에 교주와 싸우기 전에 저장했던 부분에 현재 시점을 저장했다.

세이브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강주원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시간 안에 다 못살 것 같은데. 두 팀으로 떨어질까?"

"두 팀?"

"두 명 두 명씩 사자는 거지. 제한 시간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편이 좋아 보이지 않아?"

준비도 테스트 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한 시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생도들이 서두르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지만, 강주원이 말하는 의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민지하고 둘이서 물건을 사고 싶은 모양이지만, 그건 절대로 안 되지.

"그러면 남자랑 여자팀으로 나눌까?"

"아니, 그렇게 나누면.."

"민지야 다은아, 그럼 부탁 좀 할게. 의료용품 위주로 구매해줄래?"

강주원이 무언가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 버렸다.

이미 두 명에게 부탁하자 다은이는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대답했고, 민지는 차라리 그게 좋았는지 흔쾌히 수락했다.

강주원하고 있는 것보다는 다은이하고 있는 게 더 편한 모양이다.

"어..? 아..알았어!"

"...그렇게 하던지."

멀어지는 두 명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벙찐 표정으로 서 있는 강주원을 건드렸다.

"시간 없잖아 사러 가자."

"... 알았다."

아주 잠깐 이를 꽉 깨물긴 했지만, 금세 표정이 돌아왔다.

*

게이트 안으로 넘어온 순간 어지러움과 함께 메스꺼운 느낌이 살짝 올라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넓은 동굴 형태의 방이 우리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동굴 같은 느낌이네?"

"저번에 들어갔던 곳 하고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아."

놀이 동산 옆에 있던 훈련장의 경우는 좀 더 방 형태가 강조된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일직선으로 이어진 동굴 같아 보였다.

입구 쪽에만 은은하게 타오르는 횃불이 존재하고, 안쪽 내부는 완전히 암흑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잠시만 기다려줘!"

다은이가 앞장서더니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다은이 앞으로 빛나는 구체가 하나 생겨났다.

흔히 말하는 라이트 마법으로, 어두운 공간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마법이었다.

밝아지면서 사방이 꽉 막힌 동굴의 내부가 보였다. 온통 돌로 되어 있는 동굴의 천장에는 끝이 뾰족해 보이는 종유석이 자라나 있었다.

"마나는 괜찮겠어?"

"이 정도는 괜찮아!"

라이트 마법의 경우 마력 효율이 좋은 편이라서 마력 소모가 적다고 듣긴 했었다.

다은이도 서아처럼 마력이 높은 편이니 저 정도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다.

랜턴의 경우 마력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과 주변을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있었다.

그에 비해 라이트 마법은 허공에 빛 구가 떠 있기 때문에 손을 사용하는데 자유로웠다.

단점으로는 다은이의 마력이 지속해서 소모된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은이가 괜찮다고 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다.

일단은 랜턴을 챙겨오긴 했으니, 다은이가 힘들면 그때 사용하기로 했다.

라이트 마법에 사용하는 마력의 양을 증가시키자 저 멀리 앞쪽까지도 보였다.

"준비됐으면 빨리 들어가는 게 어때?"

다들 몸을 풀고 있었는데, 강주원이 말했다. 아무래도 타임 어택이다 보니 이렇게 입구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래 그러면 포메이션 A로 갈게."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미 자매의 도움으로 오버 클럭의 페널티를 모두 회복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가장 앞에 강주원, 그리고 그 뒤에는 다은이와 민지, 그 뒤로는 내가 따라가기로 했다.

이 전에는 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중간에 있었지만, 지금은 방어 능력이 더 뛰어난 민지가 다은이를 보호하는 게 더 좋아 보였다.

어느 정도 신중함은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이동할 수는 없었다.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하자. 다들 집중해줘."

"알았어!"

"너도 조심해. 멍청아."

"알았다."

이동 속도를 올리면 함정이나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게 맞았다.

팔찌를 확인해 보니 현재 우리 팀원들의 보호막 상태가 보였다.

'이게 파괴되면 바로 리타이어지?'

습한 환경에 걷을수록 찝찝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거기에 불평할 시간은 없었다.

서로의 상태와 주변에 있는 위험물들을 확인하며 앞으로 이동했다.

"거대 흡혈박쥐네?"

어두운 동굴에서도 다은이의 라이트 마법 덕분에 쉽게 몬스터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천장에는 거대한 흡혈 박쥐가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는데, 일반적인 박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크기였다.

비행형 몬스터에 초음파 공격까지 하는 녀석들이라, 동굴에서는 제법 까다로운 몬스터 들이다.

검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초음파로 공격하다가 상대방이 약해지면 달려들기 때문에 원거리 딜러가 없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 파티에는 아주 확실한 원거리 딜러가 있었다.

차석 딜러 이다은, 거대 흡혈박쥐는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

"나만 믿어! 내가 처리할게!"

다은이의 머리가 일어나더니 주변에 번쩍거리는 스파크가 일어났다.

저번 실수를 기점으로 마력 컨트롤 훈련에 집중한 다은이의 정확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저번과는 다르게 주변으로 퍼지는 느낌 없이 전격이 한 점을 집중되더니 번쩍거리며 거대 흡혈 박쥐들을 향해 날아갔다.

다은이의 공격에 맞은 흡혈 박쥐과 놀라며 반응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첫 번째 놈이 맞음과 동시에 전력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흡혈박쥐 무리를 한 번에 구워버렸다.

뭉쳐있던 놈들은 다은이의 공격 한방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다.

"다은이 공격이 쌔긴 하구나."

"헤헤..고마워 민지야!"

멀리에 있는 대형 흡혈, 박쥐들에게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적들이 다가오기 전에 발견만 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럼 앞으로 나가자."

자신의 활약에 다은이가 살짝 들떠 보였다. 나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는데 위에 있던 종유석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민지야 위쪽!"

내가 달려가기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상황이어서 민지를 불렀다.

내 목소리에 금방 정신을 차린 민지가 고개를 위로 돌렸다.

다은이를 향해 정확하게 떨어지고 있는 종유석을 발견하고 민지가 주먹을 뻗었다.

"다은아 숙여!"

"꺄악!"

다은이가 당황하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고 보호막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속도가 조금 늦어 보였다.

나도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민지가 허공에 주먹을 뻗었다.

동굴을 가득 울릴 정도의 폭발음과 함께 다은이의 위로 떨어지던 종유석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조금만 빠르거나 늦었으면 위험한 상황에 민지가 정확하게 다은이를 보호했다.

"휴.. 큰일 날 뻔 했네."

민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다은이도 조금 놀란 표정이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던 사이,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 있던 종유석들이 흔들거리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다..다들 이쪽으로 와!"

다은이 쪽으로 달려가자 아까 사용하려던 마법을 완성했다.

허공에 생겨난 투명한 보호막 위로 종유석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일이 생길 리는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다은이의 물음과 함께 벽 한쪽을 부수고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스톤 골렘이네."

제법 크기가 큰 게, 꽤 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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