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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89화 (89/235)

〈 89화 〉 089 인큐 버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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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습기와 답답한 공기가 가득 찬 방 위로 앞이 겨우 보일 정도로 약한 불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어두 컴컴한 방안 중앙에는 한 남자가 사슬에 묶인 체 매달려 있었다.

검은 연기가 남자의 몸에서 피어오를 때마다 사슬이 빛나며 남자의 힘을 억제했다.

남자는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놈하고 똑같은 힘을 썼다고?"

"네. 은행에서 만났던 남자하고 같은 힘입니다."

윤승아는 축 늘어져 있는 남자를 특별한 문양이 새겨진 막대기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작은 키에 발랄해 보이는 양 갈래 머리에 금발, 날씨에 맞지 않는 검은색 로브가 무릎 밑까지 내려왔다. .

로브 안에는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있어 날씬하고 긴 다리와 팔이 로브 사이로 보였다.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함을 유지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옷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아카데미를 공격했던 주범 중 하나라는 거지?"

평소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윤승아의 표정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마치 안광이 빛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감히 자신의 딸이 재학 중인 아카데미를 공격한 정신 나간 놈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다.

"그렇게 추정됩니다. 아카데미에 재학하고 있는 생도 중 한 명으로 이름은 홍류석이라고 합니다."

검은색 암살자 복장을 한 이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어디서든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고,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매는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이지아는 홍류석에 대해서 조사한 자료를 윤승아에게 넘겨주었다.

김시우가 터트린 폭탄에 의해 교장실에 위치한 게이트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지만 이미 작전은 시작된 상태.

준비된 인원들이 아카데미를 습격했지만, 가장 중요한 교주와 간부들이 넘어오지 못하면서 그대로 고립되었다.

교주의 특별한 힘을 통해 주변을 마기로 가득 채워 교인들을 강화하려 했지만, 게이트가 폭파되면서 그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결국 작전을 위해 먼저 움직였던 교인들은 아카데미의 교관들과 교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모두 포획된 상태였다.

일이 일어나기 전 가장 큰 소란이 있었던 본관에서 떨어진 생도, 홍류석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신길드로 송치된 상태였다.

"흠.. 진짜 별 볼 일 없는 녀석인데, 기운이 장난이 아니네?"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는 두 다리가 없는 상태였으나, 검은색 마기가 부글부글 거리면서 다리가 서서히 재생되었다.

"쉽게 죽을 일은 없는 거겠지?"

저 정도 재생력이라면, 신체 일부를 잘라내도 죽을 일은 없어 보였다.

"고문은 금지되지 않았습니까?"

인권 단체들과 세계 기구에 의해서 지나친 고문은 금지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고문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사실길드 정도 되는 대기업형 길드에서 고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아질게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잖아? 인간이 어떻게 마기를 쓰겠어?"

윤승아는 염동력을 사용해 잭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하나로 시작했던 칼들은 어느새 계속해서 늘어나더니 수십 개의 칼날이 윤승아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 대한 아카데미의 생도입니다."

"그게 의미가 있어? 이 녀석은 그냥 빌런이잖아."

보통 빌런도 아니고, 대한 아카데미를 공격한 극악무도한 빌런이었다. 이 정도 빌런이면 헌터 협회의 법에 따라서 사살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포획한 상태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윤승아는 이지아를 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혹시 이 녀석이 마음에 든 거야?"

"...화낼겁니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이지아가 진심으로 화났다는 표정으로 윤승아를 노려봤다.

"장난 친 거야. 왜 정색을 하고 그래?"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았다고, 안 죽일 거니까 걱정하지 마."

"저번에 포획했던 김진풍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이지아는 홍류석을 고문하든 말든 상관은 없었다. 단지 심문을 윤승아가 하는 게 걱정되었다.

빌런에게는 무자비한 윤승아가 심문한다면 홍류석이 죽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은 사신 길드에서 심문을 맡기는 했지만,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태, 여기서 홍류석이 죽어버린다?

그건 아주 곤란한 일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마스터는 편히 쉬는 게 어떻습니까?"

"싫어 싫어!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걸 어떻게 그냥 가라는 거야!"

"으..으.."

둘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는지 홍류석이 눈을 떴다. 팔다리를 움직이려 했으나 이상한 사슬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홍류석은 이지아와 윤승아를 발견했다.

"누..누구세요?"

"..."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두 명을 보자 이유 모를 공포심이 피어올랐다.

"누..누구냐고!!! 이거 뭐야!! 안 풀어!!! 내가 누군지 아는 거냐!!!"

자신은 겁먹지 않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소리를 치며 위협을 했지만, 윤승아와 이지아에게는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아냐고!!! 이렇게 날 잡아놨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고 있는 거냐!!"

홍류석에게 접근했던 역천교에서는 분명 간부의 자리를 약속했었다. 그러니 분명 구하러 올 게 분명했다.

"정신이 나간 놈인가?"

"그렇게 보이는군요."

이지아와 윤승아는 자신 앞에서 떳떳하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거기 키 작은 년!! 이것만 풀어 버리면 죽여버린다!!"

"..."

"마스터! 진정하십시오!"

키 작은 년이라는 소리를 들은 윤승아의 이마가 구겨졌다. 염동력에 의해 윤승아의 몸이 위로 떠 올랐다.

"뭐..뭐.. 그..그러면.. 누가 거…. 겁먹을줄 아냐!!!"

윤승아가 입고 있던 로브의 모자가 얼굴을 꺼리는 순간, 무슨 특이한 힘이라도 작용했는지 로브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로브에 뒤덮여 하늘을 날고 있는 윤승아의 손에 어느새 거대한 낫이 쥐어져 있었다.

"죽이시면 곤란합니다!!"

"사..사신?"

그날 사신길드 지하에는 한참 동안 홍류석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정신이 들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 보니 강민아가 눈에 들어왔다. 걱정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얼굴을 만지면서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가 어디지?"

"대한 헌터 병원이에요."

눈을 떠 보니 병실 안이었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한 강민아가 옆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 자주 입는 오피스 룩을 입고 있었는데, 조금 구겨진 셔츠와 스커트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옆을 지키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목에는 고급 포션으로 보이는 링거가 연결되어 있었고, 옆에는 심박 수를 표시하는 장치가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1인용 병실 느낌이 들었다.

헌터들은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 보통 포션과 회복으로 대부분의 상처를 치료 할 수 있지만, 회복 스킬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한 번에 치료가 불가능한 부상의 경우 헌터들도 이렇게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앞은 잘 보이나요? 지금 이게 몇 개로 보이죠?"

눈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펼치고는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해봐."

"어떻게 쓰러졌는지 기억은 하고 있어요?"

"모르겠어."

그 창기사와 싸웠다고는 할 수 없으니 모른다고 말하는 게 맞았다. 인벤토리에는 다크 히어로 변신 세트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배고프지는 않나요?"

"아직은 괜찮아."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는 죽을 먹으라고 했으니까 기억해두세요."

그래도 호감도가 올라서 그런지 강민아가 날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강한 탈력감이 들었다.

"가만히 누워있어요. 처음 발견됐을 때는 진짜 상태가 심각했으니까."

'역시 너무 무리했었나?'

스킬 창을 열어보니, 그 창기사를 쓰러트릴 때 사용했던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 오버 클럭 : LV2

일시적으로 강력한 힘을 사용하여 한계를 돌파 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힘을 사용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에 강한 반동이 오며, 사용 후 스텟이 일시적으로 감소합니다.

­ 모든 스텟이 50% 감소한 상태입니다. ]

'50%나 떨어졌다고?'

확실히 효과만큼 리스크가 큰 스킬이었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을 자제해야겠다.

"뭐 어떻게 됐어? 홍류석, 그 새끼는?"

"홍류석이라면 사신길드에서 데려갔어요. 진짜로 괜찮아요?"

5층 높이에서 떨어진 거 같은데, 멀쩡하게 살아있던 모양이다.

"어떻게 된 건지 말이나 해봐."

민아에게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교주가 넘어오지 못하면서 교관들과 교수진에 모두 제압당한 듯했다.

인명 피해가 없지는 않았는지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애들은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내 옆에서 계속 있어 준 거야?"

"그..그런거 아니에요."

"민아야 여기로 와봐."

"무슨 일이죠?"

말없이 계속 침대 옆쪽을 두들기자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민아가 옆으로 걸어왔다. 침대 옆에 서니 민아의 엉덩이가 딱 손을 뻗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고마워."

"뭐…. 뭐하는 거에요!"

엉덩이를 두들겨 주자 민아가 화들짝 놀라면서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손을 피하지 않는 게 귀여웠다.

"여..긴 병실이에요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도 넣고 있으려나?

인벤토리에 활성화된 플러그를 동작시키자 강민아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벼..병실에서 뭐…. 뭐하는 거에요!"

"안 까먹고 잘 넣고 다니고 있었네?"

"하읏..."

가볍게 쓸어내리는 몸을 흠칫 떨면서 격하게 반응했다.

[ 인큐버스의 페로몬 : 강민아가 중독에 걸렸습니다. ]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미 오랫동안 같이 있었는지 페로몬에 중독된 모양이다.

가벼운 스킨십이었는데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무슨 생각 했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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