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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세이브로 따먹다-74화 (74/235)

〈 74화 〉 074 그룹평가 준비 (6)

* * *

*

__시우야! 힘내!!

__주원아 화이팅!!

"조용."

강주원은 어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매번 이런 대련이 있을 때면 대부분의 여자 생도들은 자신의 편이었고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가 김시우가 되자 몇몇 여자 생도들은 김시우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어색했다.

'내가 김시우보다는 낫지 않나?'

강주원은 말없이 김시우의 얼굴을 확인했다.

2차 각성을 하면서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부족한 생각이 들었다.

'후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번 대련은 팀의 리더를 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대결에서 이기고 강민지에게 자신이 김시우보다 더 낫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강민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방학 전에 있었던 일대일 대련에서부터였다.

'그래. 그때 나는 너무 자신감이 넘쳤지.'

막 2차 각성을 하면서 고유 능력도 얻고 아주 자신감이 넘치던 때였다.

질 거라고 생각도 못 한 상황에서, 강민지에게 제대로 당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 거기에 자신의 공격에 겁먹지 않고 맞받아치는 강심장.

남자인 강주원 입장에서도 두근거릴 정도로 멋있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수수한 이다은이나, 귀여운 동생 같은 정수아와는 다르게 남자 마음을 자극하는 건강미 넘치는 모습.

집안 사정을 잊게 할 정도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다른 애들하고는 완전히 다르니까..'

대부분 여자애들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줘도 쉽게 마음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강민지는 달랐다. 그 어떤 남자와도 말을 섞지 않으며 자신조차 무시했다.

그런 모습 때문에 더 끌렸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집안 사정 때문에 여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제가 잘 안 되는 기분이다.

'처음에 너무 실수했어..'

다른 여자애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다가갔던 게 미운털이 박혀버렸는지,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김시우는 파트너라는 이유로 강민지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가 되는 편이 유리할 거다.

"그럼 시작해라!"

탐색전을 위해 거리를 두고 김시우를 노려보았다.

전투가 시작됐음에도 김시우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무 빈틈이 많아서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봐줄 생각 없어.'

최근에 각성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겠지.'

윤서아와 대련에서 승리하고, 아까는 홍류석까지 완전히 박살을 내버렸다.

거기에 주변에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으니, 충분히 자아도취에 빠질만하다.

탐색을 끝낸 강주원이 김시우에게 달려들었다.

빈틈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는 순간, 무방비해 보이던 김시우가 바로 반응했다.

너무나 간단하게 실패로 돌아가는 공격에 강주원은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묵직하네..'

강주원은 손목에는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 김시우는 이제는 검을 까닥거리며 도발까지 했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는 흥분하면 안 된다.

마음을 다잡은 강주원은 자세를 고쳤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이것도 막아봐!'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두른다.

오른쪽에서 왼쪽, 왼쪽에서 오른쪽, 손목 부위를 치다가 머리 쪽으로, 머리를 노리고 어깨를 노리는 연격.

강주원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김시우는 아무런 반격도 못 한 체 방어에만 급급했다.

그 모습을 보고 생도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__역시 주원이가 유리하네.

__주원아 화이팅!

무아지경에 빠져 공격을 반복하던 강주원은 문뜩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자신의 공격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말이다.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는 자신과는 다르게 김시우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지?'

마치 김시우가 자신보다 더 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 흐르듯 이어지던 공격이 점차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김시우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방어만 하고 있었다.

마치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라는 듯 여유로운 태도.

'아니야!!!'

점점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빈 틈투성이로 보이던 김시우가, 어느새 거대한 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를 공격하든 아주 쉽게 방어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자꾸 머릿속에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김시우의 심장을 노리고 온몸을 던지듯 돌진했다.

방어는 포기한 최후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어?"

김시우가 움직이자, 자신의 검의 궤적이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 김시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을 던진 탓에 관성에 의해 앞으로 밀려나는 자신의 몸,

뒤늦게 멈춰 섰을 때는 목덜미 밑에 김시우의 검이 닿아 있었다.

마치 모든 걸 계산한 듯 목젖에 1cm도 안 되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김시우의 검.

"아.."

"내가 이긴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다시 해볼래?"

얼마든지 상관없다는 김시우의 태도.

자존심에 금이 가긴 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그래도 괜찮을까?"

그래 침착하게 다시 하면 된다.

이번에는 질 리가 없다.

그래.

그랬어야 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마치 의도한 것처럼 김시우의 검이 강주원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주변 학생들의 반응이 김시우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__뭐야.. 시우가 이긴 거야?

__나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__와.. 일부러 안 때리는 거.. 너무 멋있다..

"더 하고 싶어?"

"...어."

이번에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는다.

거리를 벌리면서 최대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살펴보겠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승부에 들어갔다.

또다시 김시우의 검이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마치 옆으로 빨려 들어가듯 검의 궤도가 틀어진다.

'또?'

목 끝을 부드럽게 지나가는 김시우의 목검.

이번에도 똑같은 패배였다.

__와..

"어떻게 하고 싶어?"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과 친절한 목소리.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을 수 없는 화가 밀려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능할까?"

"그래."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머리가 욱신거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

'아니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이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시작할게?"

"그래!!"

앞으로 돌진하려던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니 김시우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는 김시우가 먼저 움직였다.

김시우의 검이 오른쪽에서 왼쪽,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정없이 움직였다.

손목이 저릴 정도로 강한 타격,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강주원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 움직임이 너무 익숙했다. 자신이 했던 공격과 거의 똑같았다.

"크윽!"

이번에는 손목을 건드렸다가 머리를 살짝 치더니, 어깨까지 찔러 넣었다.

큰 충격은 없었다. 김시우가 검이 닿기 전에 일부로 힘을 줄였으니 말이다.

뒤늦게 반격하려 검을 휘둘러도 김시우에게는 닿지 않았다.

"으윽!!"

강한 충격과 함께 손아귀에서 떨어져 나가는 목검, 이번에도 목덜미 밑에는 김시우의 검이 있었다.

그래 완벽하게 패배했다.

아쉽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패배였다.

"내..가 졌어.. 고맙다."

"그래. 명승부였어."

김시우는 분명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분명 웃는 얼굴인데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하.. 추해지지 말자 주원아.'

김시우에게 손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완전히 패배했다.

패배를 인정한 강주원은 김시우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좋은 경험시켜줘서 고마워."

강주원의 손을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

이다은은 이번에 팀장이 김시우로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주원이 팀장이 되길 바랐던 이다은 이지만, 둘 사이에서 그렇게 결정을 했으니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

"주원이는 괜찮을까?"

검술 수업에 있었던 대련을 통해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둘의 대결은 본 생도들은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__주원이가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늘었지?

__솔직히 처음에 보고 나도 놀랐어.

방학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에 주원이가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강주원이 아니었다.

__와.. 시우 진짜 멋있더라~

__응 진짜 보고 있어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어!!

__진짜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야?

대련의 승자는 김시우였고, 다들 김시우에 검술에 대해서 칭찬하는 생도들이 많았다.

그 상대가 아카데미에서 인지도가 높은 강주원인 만큼,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조금 힘들어 하는 거 같던데..'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게 패배에 대한 충격이 큰 것처럼 보였다.

이다은은 강주원을 위로하기 위해서 트레이딩룸으로 향했다.

"주원아?"

호출 버튼을 누르니 땀에 푹 젖은 강주원이 걸어 나왔다. 호흡이 거칠어 보이는 게 격렬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혹시 괜찮아?"

"어?.. 어 괜찮아."

조금 차가운 태도, 이다은은 위축되는 기분으로 트레이닝 룸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에 매달려있는 샌드백을 때리며 화를 삭이고 있던 모양이다.

대련에서 패배했던 게 그렇게 분한 걸까, 강주원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 그러면 오늘 훈련은 쉴까?"

"아니.. 해야지…. 쉬면 안돼. 다음번에는 무조건 이길 거니까."

호흡이 거친 게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으..응.."

그래, 이다은도 처음에 윤서아에게 패배했을 때 비슷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했다.

"다은아, 빨리 끝내자. 나 개인 훈련해야 하니까."

"어..응."

그렇게 시작된 훈련, 분위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몸치였던 이다은이 실수할 때마다 강주원은 진한 한숨을 내쉬었고, 그럴 때마다 이다은은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반복되는 실수에 결국 짜증이 났는지 강주원이 화를 터트렸다.

"아니.. 그걸 왜 못하는 거야?"

"어.. 그.. 미안.."

"다시 해보자.. 화내서 미안해.."

아무리 시도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남을 가르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커플끼리 운전 교육을 하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 않는가.

이다은이 실패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 속이 끓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김시우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지 결국 폭발했다.

"아 진짜!!! 왜 못하냐고!!!!"

"미..미안해 주원아.. 나 오늘은 먼저 가볼게..."

"아.. 아 그게.."

강주원이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본 이다은은 도망치듯 트레이닝 룸을 나왔다.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강주원을 만나고 처음이었다.

"여..역시 나는 안되는 걸까?"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스마트 워치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시우라면.. 도와주지 않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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