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 세이브로 따먹다-73화 (73/235)

〈 73화 〉 073 그룹평가 준비 (5)

* * *

*

민지와의 대련을 생각하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검술의 자세의 완성도가 보였고,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그래 운명등급 S는 S라는 거겠지?'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부담되는 느낌이다.

이미 수백 번은 넘게 죽어본 적이 있어서 강자와 싸우는 건 크게 떨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렇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꼴찌 일 때는 관심도 없던 녀석들이 저런 반응이라 조금 괘씸하기도 했지만, 뭐 솔직히 말하면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는게 먼저다.

'뒤쪽 왼발에 무게 중심이 잡혀있네? 뒤로 물러날 것도 아니고..'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무게 중심이 뒤에 있다고 생각한 순간 몸 전체를 빠르게 앞으로 움직였다.

거의 기습 공격처럼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강주원의 공격.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과연 자신의 능력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속도에 집중한 모양이다.

막을 줄 몰랐는지 강주원이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방어에 성공하긴 했지만, 꽤 충격이 있었다.

속도가 빠를수록 위력이 강한 건 당연하겠지만, 이건 조금 다른 느낌이다.

분명 비슷하게 반응했다 생각했는데, 내 움직임이 조금 늦었다.

그게 의미하는 건 간단하다.

'신체 능력이 이 정도로 차이 난다고?'

강주원은 나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계속해서 공격에 우위를 가져갔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전투 감각이나, 검술 실력은 내가 우위에 있었기에 방어가 힘든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지와의 대련에서 확인한 강주원의 신체 능력은 이 정도는 아닌 거로 기억한다.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정도로 강해진 거지?

민첩 스텟이 차이가 나는지, 속도에서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계속 공격이 막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공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속도에서 밀리면서 좀처럼 공격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세진 거지?'

마력으로 강화되지 않은 순수한 신체적인 능력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한 달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게 운명등급의 차이인가?

순간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강주원의 공격.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반격을 날렸다.

"크윽!"

내 공격이 아쉽게 어깨를 살짝 스쳤다.

속도에 비해서는 실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신체 능력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수 있는 건가?

'나는 F고 이 새끼는 S라서 그런 건가?'

강주원도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탁, 탁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점점 정교하게 변하는 움직임, 무슨 스펀지도 아니고 대결 도중에 자신의 움직임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과연 저게 재능인 걸까?

누구는 수십, 수백 번을 죽어가면서 성장하는데, 너무 쉽게 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긴 애초에 내 운명등급은 F고 저 새끼는 S등급이었다.

처음부터 불평등한 입장이다.

놈은 거의 모든 걸 다 가지고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 엘레넨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만약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스템을 각성했다면 더 무서운 속도로 강해졌겠지.

나보다 저 새끼가 각성하는 편이 멸망을 더 쉽게 막지 않았을까?

[ 그렇지 않습니다. 시우님. ]

내 생각을 읽었는지 마키나가 말을 걸어왔다.

[ 저는 지금까지의 결과는 김시우 님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

'그냥 해본 말이야. 고맙다 마키나.'

[ …네 ]

운명등급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 그냥 이 새끼한테 압도적으로 이기고 싶다.

과연 압도적으로 패배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기다려라. 주원아.'

나는 세이브 파일을 로드했다.

*

세이브 로드 스킬이 좋긴 하지만, 슬롯이 적어서 가끔 오래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었다.

여유가 있는 슬롯은 최신 날짜로 변경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딱 원하는 지점에 맞추기는 힘들었다.

큰 사건이 없는 이상, 하루를 반복하는 건 지겨운 일이다. 그래서 운명 포인트를 때려 박았다.

[ 남은 포인트 : 100p ]

[ 세이브 로드 : LV5

세이브 포인트를 지정하면 해당 포인트로 자유롭게 로드 할 수 있습니다.

사망할 경우 가장 마지막으로 저장된 지점을 로드합니다.

­ 현재 지정 가능한 세이브 포인트 : 5개

­ 자유롭게 세이브가 가능합니다.

임시 저장

­ 1시간 단위로 자동으로 저장됩니다.

­ 가장 마지막 포인트가 7일을 넘어갈 경우, 오래된 순서로 삭제됩니다.

­ 임시 포인트를 로드할 경우 임시로 저장된 세이브 포인트가 삭제됩니다. ]

LV5으로 올리면서 5개로 늘어난 슬롯과 새롭게 추가된 임시 저장기능.

이제 임시 저장기능이 생겨나면서 일주일 전만 아니면 원하는 지점을 불러오기 편해졌다.

임시로 저장된 세이브 포인트가 삭제되는 게 아쉽긴 했지만, 슬롯이 늘어났으니 따로 저장하면 문제없었다.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나는 미리 지정한 포인트 지점으로 로드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기절에 저항합니다! ]

머리가 울리는 느낌이다. 머리를 털면서 겨우 일어났다.

'아오.. 골이야..'

[ 위험 감지 능력의 숙련도가 확인되었습니다. ]

[ 위험 감지 LV. 3이 생성됩니다. ]

[ 검술의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 멸망한 제국 검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3 ­ >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4로 상승하였습니다. ]

머리를 울리는 알림창을 확인하며 영감님 앞으로 걸어갔다.

스킬북이 없어져서 그런지 멸망한 제국 검술로 표시되는 모양이다.

눈앞에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노인네가 있었다. 바로 S급 헌터 최태수.

태풍처럼 사나운 기세가 가라앉고, 힘을 제한한 최태수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딱 그대와 똑같은 상태이니 마음 놓고 덤벼보게."

현재 최태수는 일부로 힘을 제한하면서 나와 비슷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검술의 경지만 높은 상태인데, 그러니까 최고의 대련 상대라 할 수 있었다.

'영감님 영약부터 스킬북, 그리고 검술까지 모두 받아 가겠습니다.'

두 번째라 그런지 급한 마음 없이 여유가 넘쳤다.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 멸망한 제국 검술에 의해 움직임이 보정됩니다. ]

최태수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대련을 이어갔다.

단순히 생존 본능과 위험 감지 능력을 무시하고 최대한 최태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레벨이 높을수록 숙련도가 안 쌓이긴 하네.'

이전의 본능적인 움직임을 억누르고, 최대한 최태수를 모방하려 했다.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전투 방법이라서 그런지 이전과는 다르게 유효타를 많이 허용했다.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허허, 투기는 마음에 들지만, 너무 성급하구나."

조급해할 거 없다. 아직 기회는 많다.

.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보법이 나랑 좀 다르네.'

단순히 거리조절을 위한 움직임이라 생각했는데, 묘하게 다른 점이 보였다.

나는 익숙하지 않아도 최대한 움직임을 따라 하려 했다.

[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

[ 고통 내성에 의해 통각이 감소합니다. ]

"어설픈 움직임은 빈틈을 만들 뿐이다."

나도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 질 거다.

'조금만 더하면 될 거 같은데.'

.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재밌다.'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점점 반복할수록 달라지는 내 움직임 때문에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영감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이야.'

[ 102번째입니다. ]

[ 숙련도에 의해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4 ­ >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5로 상승했습니다. ]

.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게 검술의 전부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최태수의 움직임을 따라 하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검술에서 하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권투에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릴 때도 발의 움직임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주먹에 체중을 실을 수 있고, 뒷발을 회전시키며 원심력을 통해 위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검술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거리를 유지하는 걸로 끝이 아니라 스텝에 따라 위력도 달라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 전투에 적용하긴 힘들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발을 맞춰 움직이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훈련이 필요하고, 나는 회귀를 반복하는 중이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발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영감님 감사합니다.'

[ 숙련도에 의해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5 ­ > 멸망한 제국의 검술 : LV6로 상승했습니다. ]

.

[ 세이브 포인트를 로드합니다. ]

더는 숙련도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순한 모방으로 쌓을 수 있는 숙련도는 여기가 한계인 모양이다.

거기다 최태수도 엘레넨 제국 검술을 마스터 한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레벨 4부터 시작해서, 6까지 올렸으니 자연스럽게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깔끔하게 한방이나 먹일 생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5분이 지났단다. 아해야."

5초는 남은 것 같은데 허공에 매화 꽃잎이 피어났다.

'영감님 뻔뻔하시네요.'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병실에는 최태수가 서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제자가 될 생각이 없냐는 뉘앙스로 은근히 물어보길래, 적당히 거절했다.

결국 포기하고 영약과 스킬북을 넘겨주고 떠났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다른 생도들에게도 영약을 챙겨줬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한테 준게 효과는 가장 좋다고는 했다.

'강주원도 받았을 줄이야. 괜히 혼자 열등감 느꼈네.. '

그러니까 그렇게 스텟이 차이나는게 당연한 결과였다.

‘이거 지금 먹는게 좋아?’

[ 네. 스텟이 고정으로 증가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늦게 먹을 수록 효과가 떨어집니다. ]

‘오케이’

==============

이름 : 김시우

근력 : 46

체력 : 40 +(10)

민첩 : 47

정력 : 53

마력 : 55 +(10)

내구성 : 48

[ 스킬창 ]

남은 포인트 : 100p

===============

확실히 영감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스텟 상승이 엄청나게 일어났다.

'주원아 기다려라. 압도적인 패배가 뭔지 보여줄게.'

* * *

1